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희유희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24

완벽쟁이 까탈스러운 상사/덜렁거리는 평범한 여직원 부하/
둘이 함께 이계 이동하는 로맨스판타지.

 
그 여자의 거래 (3)
작성일 : 17-07-20 11:59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406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여, 니콜.”

 

 여상하게 손을 흔드는 남자는 여기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평기사와 다르지 않은 단순한 제복을 입고 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다. 본래대로라면 금은과 자주색이 섞인 왕가의 복식을 걸치고 있어야 할 사람이다.

 

 “내 부인이 될 사람을 한밤중에 불러내면 안된다고.”

 

 어렸을 때에나 불렀던 애칭을 부르며 세르게이는 한 걸음 다가섰다. 니콜라이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뛰어난 암살자라면 정면으로 기사가 다가올 경우 빠르게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신관이며 문관이었고 학자이자 교황이었다. 그는 갈 데 없이 거기에 서 있었다. 몇 번이고 기침을 하며 어깨를 떨었다.

 

 “공작가의 가정교육이 잘못됐어.”

 

 백작부인인가, 하고 교황은 중얼거렸다. 그는 사실 계획을 몰래 꾸미거나 실행하는 전략가 타입은 못 되었다. 어렸을 때 숨바꼭질을 할 때에도 항상 제일 먼저 들켰다. 혼자 오래 술래를 하고 있으면 세르게이가 와서 도와 주곤 했다. 지금 여기 자리에 서 있으니 그 생각부터 들었다.

 

 우리가 정말로 멀리 왔구나, 하고. 니콜라이는 마음을 되잡았다. 지금 왕국의 미래를 위해서 제일 필요한 것은 이게 아니다.

 

 “아닙니다, 전하.”

 

 잠시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뒤늦게 대답했다. 그게 아니고, 하고 말을 이으려는데 왕이 말을 가로막았다.

 

 “교황 파면령은 아직 내리지 않았어.”

 “…?!”

 

 살아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교황을 두고 어째서? 당연히 제일 먼저 해야하는 일이 아닌가. 왕은 후계자를 더 마음에 들어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라 판단했다. 자신은 이번 기회를 빌미로 사라져서 조용히 혼자 신을 섬길 계획이었다. 어쩌면 이번 일을 진행하느라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조용한 눈빛을 보고 왕은 탄식했다.

 

 “니콜,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민 거야. 말해봐.”

 

 지금이라면 아직 내가 덮어줄 수 있어. 내미는 손길은 다정했다.

 

 니콜라이는 겉옷 안에 숨긴 짙은 핏빛 띠를 더듬었다. 교황의 상징인 붉은 띠를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항상 단정하게 길게 땋아내렸던 긴 머리는 어울리지 않는 도피 생활로 헝클어져 있다. 그렇지않아도 창백한 낯빛은 푸르리만큼 질려 있다. 마른 입술을 떼어 니콜라이가 말했다.

 

 “그들은 천국에서 온 자들이 아닙니다.”

 “그래.”

 

 그들이 온 것이 어디건 최소한 천국은 아니었다. 죽은 자들이 올라간다는 일곱 번째 세계, 그곳에서 왔을 리가 없다. 그것은 교황에게 보낸 올가 왕비의 일기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교황에게는 치명적이었던 것이다. 외곬수에 단순한 남자다. 왕은 혀를 찼다.

 

 “최소한 그 남자는 신의 사도가 아닙니다.”

 

 왕은 한 걸음씩 천천히 교황에게 다가갔다. 이번에는 니콜라이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그래.”

 “그 남자는 너무 약하고, 어리석고….”

 

 권위도 무엇도 없이 열에 달뜬 것처럼 중얼거리는 교황은 평소와 달랐다. 비틀거리는 그를 받쳐 안고서 왕은 흠칫 놀랐다. 열이 뜨거웠다. 본래대로라면 신의 선택을 받은 신관은 앓지 않는다. 신탁을 받기 전의 신열도 이렇게 높지는 않았다. 지금와서 신벌을 받고 있는 건가.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정말로 신의 뜻을 거역한 것이 이렇게 몸에 나타나는가.

 

 “그래서 그 남자는 어디에 있나?”

 “어둠이 데려갔습니다.”

 

 세르게이는 순간적으로 부축하던 니콜라이를 바닥에 집어 던져 버릴 뻔했다.

 

 “즉 지하 신전에 갇혀 있던 어,둠,이 탈출했다고.”

 

 그는 거기에 대한 보고를 받은 바가 없었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죄수였다. 마법력을 약화시키는 사슬에 묶여 십수년 이상 갇혀 있는 이였다. 세르게이는 왕위에 즉위한 후에, 니콜라이는 교황의 지위에 오른 후에 그의 존재를 알았다. 모두 그를 ‘어둠’이라고만 불렀다. 왕가의 피가 흐른다고도 한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릅니다.”

 “최소한 죽지는 않았군.”

 분명히 그 여자는 남자를 살려내면 결혼이고 뭐고 다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교황을 왕궁으로 모셔라.”

 퍼즐 한 조각은 맞추었다. 다행히 어린 시절 상냥하던 그 소년은 제국의 밀명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친구를 잃고 싶지 않은 바람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다니, 왕은 씁쓸한 미소를 띄었다. 그는 후드를 눌러 쓰고서 공작가 저택을 올려다보았다.

 소이는 벌써 잠들었을까. 그녀의 방이 자리한 창문은 이미 어둡다.

 공작의 시녀장은 공작을 통해 왕에게 서신을 보내왔다. 폐허가 다된 신전에 오늘도 다녀온, 독실한 신자인 백작 부인이 소이에게 비밀스럽게 오늘 밤 이 장소를 이야기하였다고 짚어주었다.

 시녀장은 아가씨가 그곳에 가실 리 없다고 단호하게 선언했다. 실제로 그녀는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왕은 그녀를 조금 더 신뢰하게 되었다. 옥벼루를 받고 기뻐하며 직접 답장을 쓴다고 글씨 연습을 했다는 말도 들었다. 마음 한구석이 간질간질해졌다.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결혼식 준비는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다.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는 절차는 거의 끝나간다. 이제 그녀가 신과 인간의 앞에서 정식으로 혼인하겠다고 동의의 뜻을 표하면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남자를 신전으로 보내지 않을 것을 그랬다. 왕궁의 믿을만한 자에게 맡겨두는 편이 나았다. 경솔한 판단이었다고 왕은 혀를 찼다.

 “최소한 죽지는 않았군.”

 분명히 그 여자는 남자를 살려내면 결혼이고 뭐고 다 하겠다고 이야기했겠다. 왕은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죽은 자를 살려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납치된 자를 구출해 오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어둠을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는 쉽다. 왕가의 어둠에 대해서 떠올리던 왕은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보았다.

  

 신의 앞에서 결혼을 맹세하는 것은 분명히 자의에서 나온 말이어야 한다. 겁박에 의해서, 협박에 의해서 하는 맹세는 본인의 뜻이 아니므로 유효하지 않다. 신관이 내미는 항아리에 담긴 재는 겁박당한 신부나 신랑이 거짓된 맹세를 읊으면 붉게 타오른다. 진실된 언약만이 약속의 푸른 불길을 불러와 진정한 혼인을 증명할 수 있다. 왕의 혼례에서 붉은 불길이 타오를 수는 없다. 그 혼인은 무효가 된다.

  

 아직 처리할 일이 한가득 남아있다. 공작가에서 양녀를 받아들이는 대가로 증여받기로 한 왕국의 땅이라든가. 폭염 때문에 농사를 망친 남부 평야 지역에 곡식을 보내도록 북부를 설득해야 한다든가. 당장 내일 마실 차가 다 떨어졌다든가. 사소한 일과 무거운 일이 엉켜서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홍수에 잠긴 마을 일은 전부 처리했다. 무사히 문관들을 파견했고 잘 처리되었다는 문건도 받았다. 그랬더니 다른 마을에서 산사태가 났다. 그리 크지 않은 왕국인데 어째서 한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 곡식을 보내도록 하려면 북부 귀족들을 전부 불러모아 연회를 열어야 한다. 제국의 사신이 오기 전 길이 될 마을에 미리 금을 보내어 새로운 건물을 짓도록 할 필요도 있다. 세르게이는 정말로 바빴다.

 어서 돌아가야 한다.

 

 잠을 쪼개서 굳이 방문했던 왕은 과다한 업무량에 한숨을 푹푹 쉬었다. 벼루는 어땠는지 어째서 분수대 앞으로 나오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죽는 것보다는 결혼이 낫지 않느냐고 다시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무슨 생각으로 제 목에 칼을 댔는지도 궁금하다.

 “두 번째 그림자만 남기고 모두 어둠을 추적하라.”

 왕이 손짓을 했다. 제일 가까이 있던 그림자부터 하나씩 튀어나와 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왕은 다시 한 번 미련이 남은 듯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다시 한 번 그림자를 바라보고 위를 올려다보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림자 전부가 한 가지 일에 매달리는 것은 처음이다. 왕의 가까이에 숨겨진 호위가 있다는 것은 왕의 기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전부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왕은 나무 그늘 곁에 멀찍이 서 있던 기사들을 다시 손짓해서 불렀다. 당분간은 그림자 대신 내 곁에 머물도록 하고 명령을 내렸다. 그림자들은 하나씩 하나씩 어둠 속으로 다시 사라지는 동안 기사들은 가볍게 목례했다.

  

 “왕궁으로 돌아간다.”

 “네.”

  

 곧 마차가 준비되었다. 공작가에서 내준 마차는 남색 바탕에 은색으로 공작가의 문양이 돋을새김되어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왕은 뒤늦게 소식을 전해받고 나타난 공작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보였다.

  

 “공녀 소이를 내일 맞아들인다.”

 “예, 전하.”

  

 공작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그 여자의 거래 (5) 2017 / 7 / 20 280 0 4504   
24 그 여자의 거래 (4) 2017 / 7 / 20 293 0 4260   
23 그 여자의 거래 (3) 2017 / 7 / 20 276 0 4068   
22 그 여자의 거래 (2) 2017 / 7 / 20 271 0 5494   
21 그 여자의 거래 2017 / 7 / 20 285 0 5094   
20 그 남자의 사정 2017 / 7 / 18 294 0 4398   
19 그 남자의 사정 2017 / 7 / 12 284 0 3831   
18 다른 남자의 사정 2017 / 7 / 12 280 0 5061   
17 그 남자의 사정 2017 / 7 / 12 297 1 5132   
16 왕국의 그녀 2017 / 7 / 12 273 1 5049   
15 왕국의 그녀 2017 / 7 / 12 307 1 4095   
14 왕국의 왕 2017 / 7 / 8 293 1 5571   
13 왕국의 왕 2017 / 7 / 8 285 1 3481   
12 왕국의 그녀 2017 / 7 / 8 289 1 4620   
11 왕국의 그 남자 (이어서) 2017 / 7 / 8 292 1 1969   
10 왕국의 그 남자 (1) 2017 / 6 / 26 330 2 2528   
9 왕국의 그 남자 (계속) 2017 / 6 / 26 512 2 4211   
8 05 왕국의 그녀 2017 / 6 / 26 318 2 3885   
7 04 왕국 (1) 2017 / 6 / 26 334 2 4790   
6 03 왕국의 그녀 2017 / 6 / 25 306 2 3727   
5 02 왕국의 그녀 (1) 2017 / 6 / 25 347 2 5056   
4 01 왕국 2017 / 6 / 25 327 2 4545   
3 프롤로그. 아직은 현대 03 (1) 2017 / 6 / 24 340 3 4101   
2 프롤로그 - 아직은 현대 02 2017 / 6 / 24 312 3 4572   
1 프롤로그 - 아직은 현대 01 (1) 2017 / 6 / 24 520 3 428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산촌의녀
미루하
그녀가 어제 죽
미루하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