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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포저(The Pauser)
작가 : 송지음
작품등록일 : 2017.6.1

[범죄·추리·미스터리·판타지·로맨스]
일시 정지된 시공간, 멈춰진 세상에서 범죄의 비밀을 쫓는다.
시간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현이우. 특수범죄사무국의 영업팀 김수호.
이우에게 도착하는 의문의 메시지로 인해 스치게 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과 시즌별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각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최종 목표를 파헤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서로를 위한 헌신과 희생.
수호의 헌신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깨워가는 이우의 성장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시즌제 소설.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13 (완결)
작성일 : 17-07-20 06:12     조회 : 306     추천 : 2     분량 : 7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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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안쪽 방에서 나서던 기웅의 걸음이 세워졌다. 모니터 앞에 서 있는 수호의 멍한 얼굴을 잠시 보다가 다가갔다.

 수호는 밤새도록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지난 새벽 서재 카메라에 잡힌 이우를 보던 수호는 누웠던 몸을 일으켜야 했다. 책상에 엎드린 이우의 들썩이는 어깨를 보며 덩달아 눈물을 쏟아낸 후로 아침까지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아침 가져올게.”

 기웅이 말을 건네고 나서야 수호는 고개를 돌렸다. 민소매 셔츠 밖으로 드러난 어깨 붕대에 시선이 세워지자 애써 웃으며 말했다.

 “같은 환자지간에 뭘 자꾸 챙겨.”

 기웅이 피식 웃었다.

 “넌 왜 자꾸 형 따라 하냐. 깁스도 멋있냐? 형이 하면?”

 비실거리며 웃은 수호는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다른 방법 정말 없을까?”

 기웅은 대답 없이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이우 힘든 것도 못 보겠고. 이우는 어디 갔던지 내가 죽을 거 같애 형. 정말 다른 방법 없을까?”

 “있으면 형이 이렇게 했겠어? 나야말로 고양이 당장 잡아다가 니 손에 쥐어주고 싶다.”

 수호의 무거운 한숨이 흘렀다. 기웅은 덩달아 짧은 한숨을 뱉었다.

 “너 이러고 있는 거 형이라고 볼 만 하겠냐? 나도 죽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

 “뭐가.”

 “노바디한테 내가 노출된 거까지는 그렇다 치겠는데, 왜 이우한테 메시지를 보냈을까?”

 기웅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 메시지, 분명히 노바디 새끼들이 보낸 거야. 우리 영업장소랑 계속 겹쳤잖아. 포커스 새끼들 죄다 노바디 라인이라며.”

 수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이상하지 않아? 나한테도 안 보내는 메시지를 왜 이우한테 보내? 그게 말이 돼?”

 “노바디가 고양이 잡으러 다녀.”

 “그걸 누가 모르나.”

 “너 아니고. 현이우 잡으러 다닌다고.”

 “어?”

 수호가 얼떨떨한 얼굴로 되물었다.

 “나 아니고? 왜? 이우를 왜?”

 “이유는 나도 모르겠고. 고양이 잡으려고 너 잡은 거야. 너 미끼로 고양이 잡으려고.”

 수호는 멍해졌다. 이우 잡으려고, 자신을 미끼로.

 “아….”

 수호의 인상이 갑자기 팍 찌푸려졌다.

 “아 씨, 약을 맞아서 머리가 이상해졌나. 왜 이제야 그 새끼 생각을.”

 수호는 눈을 쭉 째고 기웅을 노려보았다.

 “그 뱁새 새끼, 전영인 거기 공사장에 있었어. 알지? 봤어?”

 기웅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호가 이를 앙다물고 말했다.

 “형 그 새끼 이상한 거 미리 알았지? 나한테 왜 말 안 했어?”

 “야 인마, 내가 너한테 아이에스씨유 기밀 터냐? 웃기는 놈이네 이거?”

 수호가 째진 눈을 부라렸다.

 “기밀? 그깟 기밀이 중요하냐? 파트너 목숨이 오락가락하는데? 진작 말해줬으면 내가 그 새끼한테 그 수모를…”

 어쨌든 당했겠구나, 라는 말을 수호는 꿀꺽 삼켰다.

 “전영인이란 놈이 노바디 라인에서 꽤 윗대가린데.”

 “응? 윗대가리? 얼마나 높은데?”

 “꽤 돼. 그 퀴즈도 그놈이 계속 보낸 거 같더라. 고양이 유인하려고.”

 “뭐어? 이런 씹 개.”

 수호는 이우의 화면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 개새끼, 언제부터 이우 속인 거야 도대체. 그 새끼 지금 어디 있어? 잡았어?”

 “잡았는데 입을 안 털어.”

 “털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 그냥 죽여 버리면 되지!”

 “이유는 들어야지. 노바디가 고양이 잡으려는 이유.”

 수호의 인상이 더 구겨졌다. 이우를 잡으려는 이유.

 “그게 뭔지 모르겠어. 고양이 목에 현상금 걸었어. 십억.”

 “어?”

 수호의 입이 벌어졌다.

 “그 정도로 중요한 이유가 뭘까. 고양이 데려다가 뭐 시키려는 거 같은데, 그게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전영인 그 새끼도 입 처닫고. 너 혹시 짚이는 거 없어?”

 수호의 다리가 갑자기 떨려왔다. 기웅이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뭘 시키려고 이 지랄들을 하면서. 진짜 마성의 고양인가 보다. 니 말대로.”

 수호는 말문이 막힌 채 화면 속 잠들어 있는 이우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십억 받고 오억 더.”

 “응?”

 “너 미끼로 쓰려고 너도 오억 걸렸더라. 고양이 덕에 몸값 좀 올렸다?”

 기웅이 낄낄거렸지만 수호는 대거리하지 않았다. 넋이 나간 채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런 게, 뭘까 형? 그런 걸 이우가 어떻게? 십오억짜리 일을 시킨다고? 이우한테?”

 “알면 내가 너 붙잡고 이런 소리 하고 있겠냐? 기밀까지 털면서?”

 기웅이 모니터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이거야말로 퀴즈다. 무슨 슈퍼 고양이라고 십오억씩이나, 초능력이라도 있으면 또 모를까.”

 잠깐 얼떨떨하던 수호가 얼빠진 얼굴로 기웅을 돌아보았다.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린 수호를 기웅이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았다.

 “뭐야 또? 침 떨어져 인마.”

 “그거네, 초능력.”

 “뭐?”

 기웅은 눈살을 찌푸리며 수호를 째려보았다.

 “약 덜 깨셨네. 안쪽 방에 들어가 있어. 아침 먹자.”

 기웅이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수호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모니터 안 이우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몸부림치던 이우의 눈이 번쩍 부릅떠졌다. 터져 나온 눈물을 쏟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 위로 덜덜 흔들리는 손을 올렸다. 저절로 흘러나오는 울음을 힘겹게 참아 물었다.

 흐느껴지는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으며 이우는 천장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장면의 잔상을 애써 떨쳐냈다. 잠들기만 하면 눈앞에서 사라지던 수호의 얼굴을 만나고 있었다.

 두 손을 올려 젖은 눈가를 가만히 눌렀다. 울지 않겠다. 울기나 하라고 대신 떠난 게 아니다.

 이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침대를 빠져나와 중앙 테이블의 인센스 스틱에 불을 붙였다.

 뭉근하게 피어오르는 백단향 향기가 코에 닿았다.

 문득 테이블 위 달력에 시선이 닿았다.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진 휴가 날짜가 눈에 들어왔다.

 이우는 또 뜨거워지는 눈을 감았다.

 

 수호는 빵을 씹으며 호텔 스위트룸처럼 꾸며진 실내를 두리번거렸다.

 기웅이 커피 두 잔을 들고 와 앉았다.

 “내일 오전 발인이야. 나 지금 죽은 놈이랑 밥 먹냐?”

 “형이 진짜 국특대 직원이라고?”

 “아무렴 뻥이겠냐?”

 “근데 뭐하러 영업을 했어? 그 개고생을?”

 기웅이 피식 웃었다. 수호는 대꾸 없이 수저질을 하는 기웅을 잠시 보다가 수프를 푹푹 퍼먹고는 다시 방을 둘러보았다.

 “국제특범대 돈 많네. 일개 직원한테 이런 방을 다 주고. 호텔이구만 아주.”

 “아무나 주냐? 형이 능력 있으니까 주지.”

 “허이구야 웃기네. 능력 있어 봐야 말단 직원 팔자 뻔하지. 나는 뭐 능력 없어서 김 실장한테 들볶였나. 맨날 욕이나 먹고.”

 “그건 그렇다.”

 기웅이 낄낄 웃으며 대꾸했다. 덩달아 낄낄거린 수호가 목소리를 키웠다.

 “아, 특범국 불쌍하다! 이런 능력자를 놓치고. 이제 진짜 잘렸으니 잘됐네! 이우랑 실컷 놀 수 있겠다.”

 기웅이 입에 넣던 수저를 멈칫했다.

 “이게 진짜 마취약 맞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나. 죽은 놈이 누굴 만나?”

 “죽은 놈은 연애 좀 하면 안 돼? 형은 사랑과 영혼 모르냐? 천사가 제 애인 막 쫓아다니잖아?”

 “뭐?”

 “천사는 내가 아니라 이운데, 아니면 좀비는 어때? 그건 좀 어울리나?”

 기웅이 수저를 탁 내려놓았다.

 “얘가 근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야 이 답답아! 네가 메인이 아니라니까? 노바디가 찾는 메인은 고양이라고 인마.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나한테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있지.”

 “그니까 그게 뭐냐 도대체.”

 대꾸에 짜증이 실렸다.

 “그 기막힌 아이디어 나도 좀 알자 인마.”

 “나 죽었으니까 이우도 그냥 죽일까? 어때?”

 “뭐 인마?”

 수호는 빵을 입안으로 욱여넣고 웅얼웅얼 말을 이었다.

 “노바디가 이우 찾는 이유, 뭔지 대충 감이 와. 아니, 대충이 아니라 확실해. 백 퍼센트야.”

 갑작스러운 말에 기웅이 숨을 죽였다.

 “근데 진짜 그게 이유면 나 전영인 그 개새끼 진짜 죽일 거야.”

 수호는 허공을 노려보며 빵을 꽉꽉 씹었다. 그런 능력 조금 가진 게 무슨 죄라고 사람을 이렇게까지. 이우가 그 새끼를 얼마나 믿었는데.

 전영인 문제로 이우와 다툰 일이 떠오르자 수호는 이를 악다물었다.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

 기웅이 수호의 째진 눈초리를 살폈다.

 “뭔데 이유가?”

 수호는 괜스레 목에 힘을 주며 대꾸했다.

 “아 이거 참, 진짜 비밀인데, 형이니까 특별히 알려주는 거야.”

 “그니까 그게 뭐냐고.”

 수호는 고개를 기울이며 괜히 소곤거렸다.

 “초능력.”

 잠깐 어리둥절하던 기웅의 이가 꽉 물렸다.

 “야 인마.”

 “우리 이우가 시간을 멈춰. 대박이지?”

 말을 더한 수호가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뛰었다.

 “야, 어디 가!”

 “이우 보러!”

 기웅이 벌떡 일어섰다. 허둥지둥 수호를 쫓아나가며 소리쳤다.

 “야! 죽은 놈이 어딜 가!”

 집무실 모니터 벽 앞에 선 수호의 입이 헤벌어져있었다.

 기웅은 수호를 노려보았다. 바보도 저런 바보가 있을까 싶어 헛웃음이 흘렀다. 저런 놈인 줄 알았으면 애초에 정을 안 줬을 텐데.

 ​수호는 주방과 드레스룸에 카메라가 없는 것을 내심 아쉬워하며 이우가 앵글 안으로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밥은 먹고 있으려나.

 기웅이 가까이 다가서자 수호는 시선을 모니터에 둔 채 말을 꺼냈다.

 “이우가 초능력자라 노바디가 찾는 거야.”

 “너 진짜 정신 안 차릴래? 이 상황이 지금 헛소리나 찍찍 뱉을 상황이냐?”

 “안 믿기지? 나도 처음엔 안 믿었어.”

 수호는 계속 모니터만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진짜야. 진짜더라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고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어. 아까 잠깐 생각해봤는데 폐쇄회로에 찍혔을 거야. 갑자기 나타난 이우.”

 기웅의 고개가 갸웃 기울어졌다.

 “코엑스 인터에서 자던 날, 생각해보니까 그때 복도 카메라에 찍혔을 거 같아.”

 말을 잇던 수호는 이우가 앵글 안으로 들어서자 눈을 크게 떴다.

 괜히 뜨거워지는 눈을 모니터에 바짝 붙였다. 자기가 죽은 줄로 알고 있다니, 그걸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그게 뭔 소리야, 뭐가 찍혔다고?”

 기웅이 수호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되물었다. 수호는 울렁거리는 눈으로 이우를 쳐다보며 대꾸했다.

 “분명히, 찍혔을 거야. 한… 십 초나, 그 정도 뒤에 들어왔으니까, 복도 폐쇄 회로, 갑자기 나타날 거야.”

 기웅이 수호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똑바로 좀 말해 봐. 갑자기 나타난다고?”

 수호는 벌건 눈으로 웃었다.

 “어때, 형 정체랑 이게 비교가 되냐? 우리 이우 정체는 초능력자야. 이거 왜 이러셔.”

 기웅은 멍하게 굳어졌다. 강 실장.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현이우만 계속 놓치던 강 실장. 백만 달러짜리 능력.

 “폐쇄회로 확인은 또 형이 전문이니까, 한 번 확인해보시고.”

 기웅은 굳어진 얼굴로 모니터 안의 이우를 쳐다보았다. 책에나 적혀있는 허구의 인물이, 허구가 아니라 실존하는 걸까.

 ​“발인 끝나고 정리되는 대로 이우한테 갈래.”

 수호의 말에 기웅이 시선을 맞췄다.

 “나는 죽었다고 소문내고. 이우 초능력은 거짓말이었다고 소문내자. 어때?”

 기웅이 고개를 갸우뚱 꺾으며 수호를 고쳐보았다.

 “뱁새새끼가 노바디한테 뻥친 걸로 해. 그 새끼만 입 닥치면 누가 알아 그걸? 누가 알아도 믿기나 하겠어?”

 기웅은 헛웃음을 웃었다. 같이 있을 핑계만 머리 터지게 궁리하고 있었구나.

 수호가 신나서 낄낄거리며 말을 이었다.

 “노바디라는 새끼도 참 이상한 놈이야? 아니, 난 눈으로 계속 봐도 안 믿기던데 어떻게 뱁새새끼 말만 듣고 믿었을까?”

 “믿을만한 근거라도 있었나보지.”

 덤덤한 대꾸에 수호는 인상을 구겼다.

 뱁새새끼, 노바디 쪽에 얼마나 자세히 말을 전했으려나. 야비한 새끼.

 문득 홀딱 벗겨져 묶인 채로 만났던 영인이 떠올랐다. 게이 새끼가 뭐 어쩌고 어째?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수호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기웅을 노려보았다.

 “그 개새끼 내가 좀 만나볼 순 없어? 뱁새새끼?”

 기웅이 헛웃음을 웃었다.

 “국제특범대 입사하시던가요, 만나고 싶으시면.”

 수호의 눈이 쭉 째졌다.

 “아으, 드러운 잘난 척 아무래도 평생 보게 생겼네.”

 “노바디도 믿을 만하니까 믿었겠지. 소문이 컸거나, 한 번이라도 직접 봤거나.”

 수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우가 노바디 같은 놈을 마주쳤던 일이 과연 있을까. 노바디가 어떤 놈인지 생김새가 어떤지 어느 나라에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니 답답할 뿐이었다.

 “뭐, 그러면 이우도 그냥 죽으라고 하지 뭐, 나처럼. 노바디 현상 붙은 것도 피할 겸.”

 기웅이 이마를 찌푸리며 수호를 노려보았다.

 “이 자식이 근데. 내가 니 애인 신분 세탁까지 해줘야 되냐? 신분 세탁이 저 양말 빠는 건 줄 아나.”

 히죽 웃은 수호가 기웅의 허리춤을 와락 끌어안았다. 가슴팍에 머리통을 비비적거리며 말했다.

 “빨아주는 김에 하나 더 빨아줘. 나 이러고 있는 꼴 형도 못 본다며.”

 “에이 씨. 놔 인마! 어깨 아퍼!”

 

 

 

 *

 몸을 숨긴 채 쪼그리고 앉아있기를 한 시간, 수호는 슬슬 조급해졌다.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2시 13분. 전등 빛이 환한 서재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이 새벽까지 왜 잠을 안 자는 걸까.

 한숨을 내쉬던 수호는 손에 든 쇼핑봉투를 슬쩍 내려 보았다.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흘리며 다시 창문을 올려보았다.

 서재 불이 꺼지자 수호의 눈이 커졌다. 웃음을 꾹 누른 채 침실 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드레스실에서 나선 이우는 침실로 들어섰다. 넓은 침대를 잠시 쳐다보았다.

 조명을 내리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스탠드 불을 켜고 팔을 들어 눈을 덮었다.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침실 불이 꺼지고도 밖에서 삼십여 분을 더 버틴 수호는 발꿈치를 들고 거실로 들어섰다.

 봉투에서 리본 머리띠를 꺼내 머리에 둘렀다. 웃음을 꽉 깨물며 살금살금 침실로 향했다.

 침실 문을 소리 없이 열며 문틈으로 눈을 딱 붙였다. 잠든 듯 꼼짝없는 이우를 확인하고는 숨을 참으며 살금살금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

 이불을 살며시 들추자마자 느껴지는 향기에 눈이 뜨거워졌다.

 가만히 침대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웃음을 참으며 이우의 몸 위로 깁스한 팔을 슬며시 올렸다.

 갑자기 수호의 얼굴이 흠뻑 젖어있었다. 이우가 이마를 맞댄 채 눈물을 쏟고 있었다.

 찰나 멍하던 수호는 울컥 뜨거워진 눈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이놈의 시간 초능력. 놀라면 멈춰버리니 서프라이즈는 평생 못 해주게 될까.

 이우는 이마를 맞붙인 채 수호의 얼굴을 정신없이 더듬어 만지며 울기만 했다.

 수호가 두 팔로 이우를 꽉 부둥켜안고 말했다.

 “왜 울어? 무슨 일 있었어?”

 이우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세워 들었다. 웃고 있는 수호의 눈가도 그렁그렁했다.

 이우가 수호의 얼굴을 계속 더듬어 만지며 울음 섞인 목소리를 터뜨렸다.

 “형, 아, 진, 짜, 형아.”

 “오늘 무슨 날인 줄 알아? 형 너한테 붙들린 지 백일이야.”

 수호는 베개 옆에 떨어진 리본을 주워 머리에 다시 두르며 말을 이었다.

 “선물 어때? 잘생겼지?”

 ​이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벙실거리는 수호를 부둥켜안고 웃으면서 울었다.

 

 

 

 

 

 - 시즌 4 종전일의 기적 끝 -

 

 시즌 1,2,3,4까지 더 포저 파트1 마감입니다.

 파트1을 마감하는 에피소드 '시간사용 매뉴얼'로 이어집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빵야빵야 17-07-23 18:45
 
파트1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파트2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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