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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성군을 죽이다
작가 : 다채
작품등록일 : 2017.7.3

삶을 포기한 공연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의 기회.

"네가 나에게 절망을 안겨주었으니, 나는 너에게 악몽을 선사해 줄게."

우정과 사랑, 희생과 복수.

"살인자. 그게 바로 너의 이름이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11화
작성일 : 17-07-20 02:52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4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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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사내는 대문 밖으로 나가자마자 나를 패대기쳤다. 그리고 냅다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퍼 붇는 공격에 나는 서둘러 몸을 둥글게 말고 머리를 감쌌다. 뾰족한 구둣발이 척추를 깊게 찔러왔다.

 

  “아악!”

 

  나도 모르게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위에 길을 걷던 사람들이 나를 힐끔거리며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눈물을 흘리며 앓는 소리를 내자, 그제야 사내가 발길질을 멈추었다.

 

  “당신 때문에 아가씨와 도련님께서 벌을 받으시는 거다. 어느 정도 죄책감은 갖지 그래?”

  “뭐······.”

 

  사내는 일부러 나 들으라는 듯이 쾅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 나는 길가에 쭈그리고 엎드려 멍하니 대문을 바라보았다. 배에 멍이 들었는지 숨 쉬기가 불편했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섰다. 주위를 둘러보자, 길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사람들의 시선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람이 쳐 맞고 있는데 구경만 하고 있어? 왜 아무도 말리지 않은 거야.

  이렇게 죽도록 맞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척추 뼈가 욱신거려 제대로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도이에게 받은 흰 와이셔츠도 흙 범벅이 된지 오래였다. 와이셔츠 사이로 내 몸을 살펴보니 성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멍이 들고, 피가 나고, 상처가 부어올라 있었다.

  정중히 모시라는 게 이런 뜻이었나. 나는 입 안에 고여 있던 피를 퉤 하고 뱉어냈다. 검붉은 피가 흙길을 적셨다.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나를 어항에 갇힌 물고기 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제야 급하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어쩌지. 다시 한 번 대문을 바라보다가, 눈을 내리깔았다. 더 이상 아이들과 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인가. 일단 나는 무거운 발을 억지로 움직여 이 곳을 빠져나갔다. 계속 여기 있는 것을 들켰다간 그때야말로 맞아죽게 될 것만 같았다.

 

 

 

 

 *

 

 

 

 

  비틀거리며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두 명의 사내가 나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텅 빈 골목길에는 오직 나와 두 사내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를 아는 사람인가? 내가 가만히 멈춰 서 있자, 사내들이 급히 담배를 끄고는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어이, 꽃 거지! 오랜만이다?”

  “요새 길거리에 안 보이던데, 죽은 줄 알았어. 이제 노숙 생활은 끝난 거야?”

 

  사내들이 친한 척을 하며 내 어깨를 붙잡았다. 아까 밟혀 멍이 든 곳이었다. 내가 인상을 찡그리는 것을 보지 못한 건지, 사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몸을 툭툭 건드리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그러던데, 너 상임 딸이랑 같이 살고 있었다며?”

  “내가 이 녀석 언젠가 일 낼 것 같았어. 도대체 어떻게 유혹한 거냐?”

  “보나마나 얼굴로 유혹했겠지. 새끼, 얼굴 반반해서 좋겠다.”

  “그래서 어때? 맛있냐?”

  “뭐래, 미친놈이.”

 

  사내들이 낄낄거렸다.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가뜩이나 기분도 안 좋은데 저급한 말이나 듣고 있으려니 인내심이 슬슬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나는 내 어깨를 감싸고 있던 사내의 팔을 거칠게 치우며 말했다.

 

  “개만도 못한 새끼들.”

 

  사내들이 벙 찐 표정을 지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내 예상 밖의 행동에 놀란 눈치였다.

  나는 그들을 지나 최대한 빨리 걸음을 옮겼다. 정신을 차린 사내들이 나에게 해코지를 해올 것만 같았다. 허리를 필 수가 없어 굽힌 채로 길을 걸어가는데, 뒤에서 사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푸하하, 얼마나 해댔으면 허리도 못 피냐?”

  “너무 그렇게 밝히면 허리 나간다, 인마!”

 

  수치심에 열이 뻗쳤다. 고작 열일곱 살밖에 안 된 아이를 데리고 무슨 말을 해대는 건지.

  문득 사내들의 성희롱에도 아무렇지 않아하던 소모가 떠올랐다. 저런 말들을 무수히 들으면서 자라왔을 텐데,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왔을까. 그런 면에서는 정말 대단한 아이였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절대 도망가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굴 수 있다는 점이 부럽기까지 했다.

 

  “어, 저게 뭐야?”

 

  뒤에서 사내의 의아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거센 바람이 휘날렸다. 뒤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 구부리고 있던 상체를 들어올렸다. 뿌드득 소리가 나며 허리가 곧게 세워졌다. 독침에 쏘인 듯 등이 찌르르 울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뭔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어디에서 들린 거지?”

  “저기, 상임 집 같은데.”

 

  뒤를 돌아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또 다시 폭발 소리가 들릴까봐 두려운 건지 귀를 막은 채 조잘거리고 있었다.

 

  “상임 집이라고······?”

 

  어디를 가느냐고 말을 거는 사내들을 무시하고 냅다 뛰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돌담이 보였다. 멍이 든 다리에 힘이 없어 풀썩 주저앉았지만, 이내 재빨리 일어나 돌담을 따라 있는 힘껏 달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문 앞에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집 대문에 다가갔다. 대문은 누군가의 습격을 받은 듯 크게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쯧쯧, 얼마나 못된 짓을 많이 했으면.”

  “인과응보지. 솔직히 좀 쌤통이긴 하네.”

  “어어, 저기요. 들어가면 안 돼요!”

 

  발이 멋대로 움직였다.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던 사람이 내 팔을 붙잡았지만, 나는 그것을 거세게 뿌리치고 문턱을 넘어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혼자서 멍하니 중얼거렸다. 커다란 불길이 창문에서 모습을 내비치며 활활 타올랐다. 평소 흰 색깔로 칠해져 있던 집 벽은 새까맣게 타버린 채 붉게 빛을 내고 있었다.

  어쩌지?

  잠시 동안 땅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멋대로 몸이 굳어가고 있었다. 옴짝달싹 못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한 발짝 움직였다.

  그 순간, 커다란 굉음과 함께 지붕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무너진 지붕에 의해 정원에 있던 나무들에게까지 불이 붙어버렸다.

  그 사이로 작은 틈이 생겨났다. 그 곳으로 들어가기에는 주위에 번진 불길 때문에 아슬아슬해 보였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잽싸게 그 틈을 향해 뛰어갔다.

 

  “소모! 도이야!”

 

  목이 쉬어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니, 입구가 온통 불 천지였다. 나는 다리를 길게 뻗어 불길을 피해 간신히 안으로 들어갔다. 매섭게 일어나는 연기에 눈과 코가 따끔거렸다.

  나는 재빨리 소매로 입가를 막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불길에 휩싸인 집 주위를 애타게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검은 그림자가 복도 끝자락을 휙 지나갔다.

  도이?

  나는 냉큼 그를 뒤쫓아 갔다. 도이의 이름을 계속해서 부르는데도 도이는 왜인지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결국엔 도이를 따라 구석에 있는 자그마한 방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먼저 들어갔던 도이는 온데간데없었다.

  어디로 간 거지?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셨는지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몸을 비틀거리며 도이를 찾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긴박하게 소리쳤다.

 

  “쇼, 위험해!”

 

  도이의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보니, 나에게 검을 들이밀고 있는 한 사내를 도이가 칼을 세워 막아주고 있었다. 칼끝이 내 눈을 찌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나는 조심스레 뒷걸음질을 쳤다. 검은 두건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내가 도이와 나를 힐긋 보더니, 칼을 거두고는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도이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너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거······ 아니지, 일단 따라 와.”

 

  도이가 내 손을 잡아 방 밖으로 나갔다. 불길이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나는 도이를 따라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실의 쇠 손잡이가 빨개져 있었다.

  맨 손으로 손잡이를 잡으려는 도이를 재빨리 말렸다. 그 대신에 발을 들어 문을 쾅쾅 찼다. 무슨 뜻인지 깨달은 도이가 오른 발을 들어 뻥 찼다. 그러자 덜컹거리며 문이 열렸다.

  창고 안에는 소모가 몸을 웅크린 채로 누워 있었다. 도이가 소모에게 다가가 두 손으로 소모를 끌어안았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것을 보니 소모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화상을 입으셨어.”

 

  도이가 땀으로 얼룩진 이마에 달라붙은 소모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떼 주며 말했다. 흰 천을 두른 소모의 등에서 붉은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쇼?”

 

  소모가 힘없는 목소리와 함께 나를 쳐다보았다. 도이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이곳에서 나가야 해. 누님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나도 잘 몰라. 방 안에 갇혀 있었는데, 아버지의 고함 소리가 들리더니 무언가가 폭발했어.”

  “쇼······ 너는 괜찮아?”

  “나는 괜찮아.”

  “다행이네.”

 

  소모의 쉰 목소리가 창고 안에 조용히 울렸다. 도이가 애잔한 눈빛으로 소모를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만 참아, 소모야. 의원한테 데려다 줄게.”

 

  소모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창백한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움찔 몸을 굳혔다. 그리고 소모를 바라보았다. 나를 힘없이 바라보던 소모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 맘대로.”

 

  도이가 칼을 빼들어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겨누었다. 아까 보았던 검은 두건의 사내였다. 도이가 작은 욕설을 내뱉으며 나에게 소모를 건네주었다.

 

  “내가 저 놈을 맡을 테니까, 넌 누님을 데리고 도망쳐.”

  “하지만······.”

  “내가 하라는 대로 해.”

 

  도이가 워낙 강경하게 말해오는 바람에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도이가 먼저 사내에게 돌진했다. 사내가 움찔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어서!”

 

  나는 소모를 등에 업고 창고를 빠져나갔다. 사내가 나에게 팔을 뻗자, 도이가 칼을 들어 사내의 팔을 베어버렸다. 사내가 잘려나간 팔을 감싸며 괴성을 질러댔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끔찍한 비명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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