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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18화. 과거 속으로 사라지는 사랑
작성일 : 17-07-19 09:55     조회 : 299     추천 : 1     분량 : 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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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이제 말 놓는다?”

 “네, 좋아요.”

 

 신영은 옥봉이 돌아온 게 믿기지 않는 듯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신후야, 이제 좀 마음 편해졌어?”

 “내가 뭘?”

 “옥봉이 너 없을 때 쟤가 어땠는지 아니?”

 “어땠는데요?”

 “누나!”

 

 그가 신영의 말을 가로챘다.

 

 “어땠긴 뭐. 잘 돌아갔는지 어쨌는지 걱정이 많았지.”

 “응.”

 “나도 많이 걱정했어. 그렇게 갑자기 사라지는 거 두 번은 못 보겠더라.”

 “우리가 힘들어봤자 옥봉이만 하겠어? 몇 백 년을 오가는데.”

 “하긴 그렇다.”

 

 두 사람은 옥봉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때의 어리둥절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옥봉을 다시 만난 지금은 낯섦 대신 반가움이 가득했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세 사람은 그저 동시대의 친구들이나 다름없었다.

 

 “조선은 어땠어?”

 “별로 달라진 건 없었어요.”

 “다시 가보니까 시간은 얼마나 지나 있었어?”

 “시간이 여기랑 비슷하게 흘러 있었어요.”

 “와, 정말 신기하다.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네.”

 

 신영은 일상의 고단함이 느껴질 때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옥봉의 삶을 떠올렸다. 논문이 잘 풀리지 않거나 지도교수의 짜증을 받아내야 할 때면 더더욱 그랬다.

 

 “가끔은 네가 부럽다니까. 너한테만 이런 일이 가능하단 게 참 묘해.”

 “저도 그래요. 참, 이번에 갔을 때 초희 만났어요.”

 “정말 허난설헌을 만났다는 거야? 미래 얘기 해줬어?”

 “직접적으론 말 못했어요. 조심하라고 귀띔만 해줬어요.”

 

 신영이 허난설헌의 삶과 시를 논문 주제로 택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지도교수의 권유와 적당히 엇갈린 선행 연구, 다양한 참고 문헌들을 보니 박사논문으로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연구를 거듭할수록 그녀의 삶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빛나는 재능과 굴곡진 삶, 한이 서린 시에 매료되고 만 것이다.

 

 “언니, 이거 한 번 보실래요?”

 “어, 허난설헌의 ‘기부강사독서(寄夫江舍讀書)’네?”

 “이번에 만났을 때 초희가 선물해준 시예요.”

 “우와. 이 시를 직접 받았단 거지? 예사로운 시는 아닌데.”

 

 시에서는 꽃을 떨어뜨릴 정도로 서로를 부대끼는 제비의 모습을 생생히 그리고 있었다. 허난설헌의 많은 시에서처럼 님이 돌아오기를 소망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었다.

 

 “이 시가 왜요?”

 “지금이야 님에 대한 원망을 감각적으로 잘 그렸단 평을 받고 있지. 근데 당시엔 묘사가 지나치게 음탕하다는 평이었어.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였잖아.”

 “그랬구나. 감각적이어서 더 절절하다고 느꼈는데.”

 “나도 그래.”

 

 초저녁부터 요리에 도전하던 신후가 두 사람에게 손짓을 했다.

 

 “자, 드디어 완성.”

 “이게 무슨 음식이야?”

 “파스타란 거야. 여러 해물을 넣은 해물 파스타.”

 “파스타? 음, 맛있겠다.”

 “신후가 다른 건 몰라도 해물 파스타는 좀 해.”

 

 두 사람은 한 입 가득 파스타를 맛보고는 동시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옥봉인 왜 소스가 두 가지야?”

 “처음 먹어보니까 뭐가 입에 맞을지 몰라서. 크림이랑 토마토 둘 다 준비했지.”

 “오랜만에 섬세한데?”

 

 옥봉은 접시에 반씩 놓인 두 종류의 파스타를 번갈아 맛보았다.

 

 “어떤 게 맞아?”

 “둘 다 맛있어. 나한텐 크림 소스가 쬐금 더 낫다.”

 “나랑 입맛이 비슷하네.”

 

 신영이 곁눈질로 그의 얼굴을 힐끔거렸다. 어린아이처럼 신난 얼굴이었다.

 

 “신후야. 너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뭘?”

 “너무 티 난다구.”

 “아니거든.”

 

 옥봉은 두 사람의 투닥거림에 마음이 평온해졌다. 짧은 시간 떨어져 있었지만 이 장면이 내내 그리웠었다.

 

 “언니, 초희 연구하시는 거 말이에요.”

 “응, 왜?”

 “제가 도울 일 있으면 최대한 도울게요. 이번에 초희 만나면서 현세로 오면 언니 많이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왜 그런지 알 것도 같다.”

 

 친구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옥봉의 안쓰러움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도울 일 엄청 많아. 많이 시킨다고 투덜대지나 마.”

 “누나, 안 돼. 옥봉인 나랑 작업해야 돼.”

 “무슨 작업?”

 

 옥봉과 신영이 동시에 반문했다.

 

 “옥봉이랑 무슨 작업을 해?”

 “본격적인 곡 작업.”

 

 ***

 

 “죄송합니다. 좀 늦었습니다.”

 

 소라와 한병국 이사, 매니저 지범이 회의실에 마주앉아 있었다. 옥봉과 산책하다 회의에 늦은 신후가 머리를 긁적이며 들어섰다.

 

 “하반기 친선대사 활동 문제로 얘기 중이었어.”

 “네. 계속 말씀하시죠.”

 

 소라는 신후의 안색을 살폈다. 지난번 만남 때보다 얼굴빛이 좋았다. 기분 좋은 일이 있는지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에단씨 무슨 좋은 일 있나 봐요?”

 “......”

 

 신후는 신경 쓸 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소라는 한없이 다정했던 그의 모습이 너무도 그리웠다. 그때가 언제였는지 아득하기만 했다.

 

 “이번 가을 학기 어떡할 거야? 아직 못 정했다며.”

 “아뇨. 정했어요. 한 학기 더 쉬고 내년에 복학할 거예요.”

 “임마, 결정했으면 진작 좀 말해주지. 어떻게 될지 몰라서 보류한 스케줄이 한 두 개가 아닌데.”

 “죄송합니다, 이사님.”

 

 지범도 한마디 거들었다.

 

 “우리 서로 커뮤니케이션 좀 하고 살자. 이 주 동안 두문분출 연락도 없구 말야.”

 “미안해, 형. 앞으론 연락 안 되는 일 없을 거야.”

 

 소라는 들고 있던 자료를 신후에게 전하고는 추가적인 활동 계획에 대해 덧붙였다.

 

 “백팀장님, 바쁘실 텐데 다음부터는 이렇게 직접 안 오셔도 돼요. 이런 일은 지훈씨랑 상의해도 되지 않나요? 그분이 실무 담당자라면서요.”

 “그렇긴 하지만......”

 

 소라는 적당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범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기 전 볼멘 소리로 지훈이 말했었다.

 

 “에단리 건만 직접 챙기시는 이유가 있나요? 실무 담당자는 저잖아요.”

 

 지훈에게도 마땅한 변명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전부터 알던 사이라면서요? 아끼는 마음에 직접 챙기시는 거겠죠. 안 그래요, 백팀장님?”

 “네, 뭐. 그렇죠.”

 “나머지 사항은 지훈씨한테 받는 걸로 할게요. 저희 쪽도 하반기 스케줄 조정해서 연락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한이사와 지범이 먼저 회의실을 나갔다. 신후는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뭐 할 말 있어?”

 

 소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에게 더 이상 여지를 주지 말라던 재민의 충고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응. 있어.”

 “실무 담당 대신 내가 직접 오는 게 거슬려?”

 

 소라가 원망 섞인 얼굴로 신후를 바라보았다.

 

 “그런 건 아냐.”

 “그럼 뭐야?”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뭐?”

 

 신후는 여지를 남기지 않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을 택했다.

 

 “좋아하는 사람 있어. 너두 지난번에 봤지? 우리집 작업실에 있던 여자.”

 “그냥 후배라면서?”

 “네 말대로 그냥 평범한 후배였다면 같이 작업하지도 않았을 거야. 알잖아. 나 콜라보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그 여자한테 특별한 감정인 거야?”

 “응. 아주 특별해.”

 

 소라는 예상치 못한 그의 고백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예상치 못했다기보다 믿고 싶지 않았다는 게 정확한 말일 것이다. 그의 집에서 옥봉을 처음 본 순간부터 왠지 모를 경계심이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얼굴 보니 거짓말 같진 않네.”

 “응.”

 “근데 굳이 나한테 말하는 이유가 뭐야?”

 “......”

 

 소라의 놀란 얼굴을 대하니 괜한 말을 했나 싶어 후회되었다. 그녀에게 마지막 예의를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안해.”

 “뭐가 미안해?”

 “그냥.”

 “좋아하는 사람 생겼단 말 하게 돼서?”

 “그렇다기보단.”

 “너 진짜 사람 마음을......”

 

 소라가 말끝을 흐린 채 휑하니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지나간 사랑이 비로소 과거 속으로 총총히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백팀장 왜 그래?”

 

 인사도 외면한 채 나가버리는 소라를 보며 지범이 물었다.

 

 “별 일 아냐.”

 “회의 때 백팀장한테 왜 그렇게 사무적이야?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아니야.”

 “한창 젊을 땐 모 아니면 도, 이런 거 안 해도 되잖아. 여지를 두란 말야, 여기저기.”

 “실없긴.”

 

 그는 신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삶과 연애는 즐길 수 있을 만큼 즐겨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이 기사 봤어?”

 

 지범이 태블릿 PC를 들이밀었다. 주희와 신조가 나란히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신조 감독 차기 애니메이션, 한국어 더빙판 목소리 주인공 민주희 캐스팅.』

 

 “이런 얘기 못 들었는데.”

 “뭔가 냄새가 나.”

 “무슨 냄새?”

 “넌 안 나? 민주희가 너무 애써서 나는 냄새.”

 

 모르는 사이 주희에게도 여지를 주고 있던 걸까. 신후는 출국하기 전 묘한 말을 남긴 형을 떠올렸다.

 

 “완벽하게 다 가진 사람 어때?”

 “뭐가 어때?”

 “삶에 대한 허기가 없단 게 좀 심심하긴 하지?”

 “뭔 소리야?”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완벽한 사람한테도 다 허기진 구석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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