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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패왕의 별
작가 : 강호풍
작품등록일 : 201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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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시대를 만드는가?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가?

전설로 내려오던 패왕의 별이 떴다.
사상 처음으로 구주팔황의 무림을 일통할 패왕(覇王)이 탄생하리라!

소년이 하늘을 가리키자 노인이 물었다.
“허허허. 네 꿈은 하늘이 되고 싶은 것이냐?”
“아니, 하늘을 부술 것입니다.”
그가 무림에 출도하고 펼치는 파격적이고 광오한 행보!
내 앞을 막는 것이 있다면 태산이라도 베리라!

스스로 패왕의 별이 되기를 꿈꾸는 무인들의 야망과 사랑.

“살다 살다 저런 자는 내 평생 처음일세. 대체 그는 누구냐?”
“쟁자수(爭子手:짐꾼)인데요.”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표국의 말단에서 일하는 가난한 청년.
그가 우연히 무림에 얽히면서 천하는 다시 요동친다.

거짓과 위선, 음모와 배신이 판치는 무림을 향한
사나이들의 통쾌하고 거친 반격.

결코 후회하지 않을 무협소설의 새로운 이정표.

강호풍 작가가 10년의 고심 끝에 부활시킨,
강호전쟁사의 위대한 영웅들의 새로운 발자취!

충분히 기대하고 마음껏 느껴라!
거친 사내들의 뜨거운 숨결과 그들이 꿈꿨던 세상을!"

 
제 10 화
작성일 : 16-08-18 14:16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6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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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장-2

 

 

 

 천류영이 대화 중에 웃음을 터트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그렇게까지 우기신다면야 제가 할 말이 없지요. 그런데 지금 사천 분타에서도 팽팽한 접전이 펼쳐진다고 하셨지요?”

 “그렇다.”

 비구니는 어느새 천류영을 향해 존대가 아닌 하대를 하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죽이고 싶은 천류영을 향한 말투가 바뀐 것이다.

 “흠, 그렇다면 성도 주변에 잠입한 마교도 인원이 아미파를 공격하는 육백 명 말고도 훨씬 많다는 뜻이군요.”

 비구니는 당황해 대꾸를 하지 못했다.

 천류영이 그런 비구니의 눈을 직시하며 싱긋 웃었다.

 “대체 몇 명이나 될까요?”

 “…….”

 “무적의 무림맹 분타라고 불리는 철옹성입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인원이 성도 주변에 들어와 있었던 걸까요? 아미파를 공격한 육백 말고도 대체 몇 명이나 더 있는 걸까요?”

 사람들은 천류영의 질문에 머리를 굴리며, 이어지는 말에 주목했다.

 “무릇 공격하는 쪽의 병력은 수성하는 자들보다 세 배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럼 사천 분타는 이천 명이 넘는 대군이 공격하고 있을까요? 아미파까지 합하면 족히 삼천은 되겠군요. 아니지. 너무 최소로만 잡았군요. 혹 사천 명이나 오륙천 명까지 되는 건가요?”

 “…….”

 “그렇게나 많은 인원이 성도 주변에 있었는데 어찌 모를 수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비구니의 등허리에 식은땀이 연방 솟아났다. 그녀는 구겨지려는 안색을 억지로 펴며 질문을 받았다.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았고, 사천 분타 쪽도 육백 명 정도가…….”

 말을 하던 비구니는 얼굴을 구겼다.

 정확한 숫자를 말한다면 오히려 더 의심을 사게 된다는 것을 아까의 지적으로 이미 경험한 바였다.

 그렇다고 오륙천 명에 가깝다는 놈의 말을 인정하면 이들은 모조리 후퇴할 것이다.

 천마검 백운회가 세운 각개격파의 책략이 물거품이 될 위기였다.

 “그, 그러니까 정확히는 모르겠고, 몇 백 명 정도가 공격하고 있었다. 시주도 들은 적이 있겠지만 천마검이 이끄는 천랑대는 강하고 무섭기로 유명하지. 그래서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천류영이 손뼉을 쳤다.

 짝!

 “고맙습니다. 사천 분타 쪽은 육백 명 가량이 있군요. 고작 육백 명이라…….”

 “아,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그냥 어림짐작으로 말했을 뿐이다.”

 천류영이 고개를 저었다.

 “비구니께서는, 아니, 당신이라고 하지요. 어차피 가짜 비구니일 테니까. 지금 자꾸 궁지에 몰리는 당신은 어떻게 해서든 의심을 풀고 싶을 것이오. 그렇지 않소?”

 “시주! 나는 진짜외다!”

 “풋. 뭐, 아직까지는 그렇다고 하지요, 곧 밝혀지겠지만. 어쨌든 사람 심리란 것은 범인으로 몰리면 꽁꽁 숨겨야 할 진실을 몇 개 드러내서 자신을 감추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당신은 지금 사천 분타에 있는 인원을 말했겠지요.”

 비구니는 진심으로 살심이 들었다.

 쳐 죽이고 싶었다. 저 청년의 입을 찢어 버리고 싶었다.

 그의 말대로 자신은 어떻게 해서든 간자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처럼 놈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처지가 개탄스러웠다.

 천류영은 시시각각 변하는 비구니의 안색을 살피며, 그녀를 향해 거닐었다.

 “어쨌든 고맙긴 한데 천마검이 용맹함과 더불어 신중하고 수하들을 아낀다는 소문을 듣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겨우 육백의 인원으로 과연 칠백의 정예가 있는 사천 분타를 무모하게 공격할까요?”

 “내가 어찌 천마검, 그자의 속내를 알겠느냐?”

 “쯧쯧, 천마검의 생각을 모르면, 당신의 생각을 말하면 됩니다.”

 말하고야 싶다.

 그러나 무슨 꼬투리가 잡힐까 두려웠다.

 비구니가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천류영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말했다.

 “사천 분타는 제가 표국 생활을 하면서 자주 지나가다 봤는데, 가파른 언덕에 위치해서 아무리 천마검의 최정예 수하들이라고 해도 두 배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비구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방금 전에도 어쩔 수 없는 실수로 사천 분타에 있는 인원을 알려 준 꼴이 되지 않았는가?

 어젯밤 기습으로 일천삼백의 인원 중 일백의 사상자가 났다.

 그중 절반인 육백은 아미파를 공격하러 떠났고, 남은 육백은 사천 분타에 머무르고 있었다.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젯밤은 그믐달이 뜨는 밤에다가 구름도 많아서 칠흑같이 어두웠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천마검이, 그 똑똑한 불패의 장수가 맞다면, 왜 어젯밤과 같은 좋은 시기를 놓치고 왜 환한 낮에 공격을 할까요?”

 “…….”

 “지형도 불리하고 인원도 적은데, 그것을 조금이나마 감춰 줄 중요한 시기까지 놓칠 정도로 천마검은 우둔한 걸까요?”

 천류영은 그녀에게 다가가던 걸음을 멈추고 외치듯 말했다.

 “바로 이것이…… 당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다섯 번째 이유입니다.”

 비구니는 소매 속에 숨겨진 손을 꽉 쥐고 덜덜 떨었다.

 진심으로 저 청년이 무서웠다.

 자신이 어려서부터 무공을 익힌 이후, 설마하니 평범한 사람을 두려워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섯 번째!”

 천류영의 듣기 좋은 음성이 사람들을 홀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가 내뱉는 내용에 빠졌다.

 그러나 단 한 명, 비구니, 그러니까 천마검 백운회가 보낸 간자에게만은 염라대왕의 목소리로 들렸다.

 천류영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간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니, 누명을 벗고 살 수 있는 기회를 드리지요.”

 “……?”

 비구니뿐만 아니라 모든 이가 대체 천류영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침을 꼴깍 삼켰다.

 어느새 검을 뽑아 들고 비구니를 경계하던 현무단주 능운비마저 당황할 정도였다.

 그렇게 몰아붙이더니 이제는 누명을 벗을 기회를 준다고?

 사람들은 당최 천류영이란 젊은이의 머릿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졌다.

 

 ***

 

 중원의 많고 많은 방파 중에서 대부분이 여인으로만 이루어진 방파는 거의 없는 편이다.

 거친 무림의 세계에서 여인은 아무래도 남성에 비해 체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런데 이런 약점을 뛰어넘고, 중원에 혁혁한 명성을 날리는 방파가 있었다.

 구파일방 중 하나인 아미파(峨嵋派)!

 무술의 역사와 방대함만을 놓고 따질 때 소림, 무당과 함께 아미파는 공공연히 무림 최고의 세 개 방파라 불린다.

 지금이야 셀 수도 없는 방파들이 제각각의 독문절기를 가지고 무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한때 장강 이남 무술의 특징을 권(拳)이라 함축하고, 장강 이북의 무술을 퇴(腿)라 말한 적이 있었다.

 남권북퇴(南拳北腿)!

 강남의 무사들은 소림사 무술의 영향을 받은 주먹을 즐겨 썼고, 강북 무림인은 발을 잘 사용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아미파가 있는 지역의 무술을 아미파 무술이라고 칭하면서 ‘남권북퇴, 아미장(峨嵋掌)’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아미파의 장법은 천하에서 손꼽는 절기로 유명했다.

 또한, 아미파는 창술과 봉술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렇게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아미파도 거친 무림에서 여인으로만 구성된 한계로 인해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현 아미파의 장문인 보현(普賢)신니의 등장으로 아미파가 부활했다.

 그녀는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과감하게 남자도 제자로 받아들여 분위기를 쇄신했다.

 세상은 아미파에 비구가 들어가는 것에 많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보현신니의 쇠락을 막기 위한 도박과도 같은 선택은 결국 아미파의 부흥에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아미파의 대표적인 진인 항마복룡진(降魔伏龍陳)은 예전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위력을 나타냈다.

 중앙과 동서남북의 방위를 굳건히 지켜야 하는 자리엔 상당한 체력이 불가피했다.

 서른 명이 함께 만드는 항마복룡진에서 그 다섯 자리를 비구가 담당하게 한 것이 주효한 것이다.

 강함과 부드러움의 조화!

 무림은 보현신니에게 찬사를 보냈고, 아미파는 형식적인 구파일방이 아니라 다시 힘을 가진 문파로 대접받게 되었다.

 

 독고가주 일행이 천류영과 간자와의 대화에 몰입하고 있을 때, 아미파 장문인 보현신니는 삼백의 제자들을 이끌고 무림맹 사천 분타를 향해 북상 중이었다.

 쾌청한 날씨.

 바람은 잠들고, 태양은 어젯밤 동안 추위에 떨었던 대지를 보듬었다.

 보현신니는 이동하면서 주변 경치를 훑었다.

 두 개의 산 사이로 놓여 있는 샛길.

 이곳을 통과하면 그 다음부터는 평평한 초원이 나온다.

 보현신니는 사천 분타에 갈 때면 항상 이 지름길을 이용했지만, 지날 때마다 주변 산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매복하기에 너무나 좋은 자리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녀는 혹시 하는 생각을 했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맞서야 할 적은 아직 먼 곳에 있었다.

 쉬이이익.

 갑자기 공기를 가로지르며 무엇인가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보현신니가 눈살을 찌푸리며 전면의 허공을 보았다.

 푹!

 하나의 깃대가 보현신니 삼 장 앞의 땅에 박혔다.

 그녀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깃대에 매달린 붉은 깃발에 쓰여 있는 글자.

 

 대(大) 천마신교(天魔神敎)!

 

 그녀를 비롯한 아미파 제자들이 눈을 치켜뜰 때, 우측의 산에서 흑의인들이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크하하핫! 보현 장문인! 내 너를 기다린 지 벌써 한 시진이 넘었다. 대체 왜 이제야 오는 것이냐?”

 마기(魔氣)가 끈적끈적 묻어나는 음성의 노인이 전면에 위치한 나무 꼭대기에서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곧바로 움직이고 있는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얘들아! 단 한 놈도, 아니지. 한 년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쓸어버려라!”

 아미파의 비구니와 일부 비구는 놀라는 와중에도 당황하지 않고 쥐고 있던 창과 봉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평소 아미파의 수련과 엄정한 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모두 장문인인 보현신니를 굳게 믿고 있었다.

 보현신니는 명을 내린 마교의 노인을 향해 분기탱천한 표정으로 외쳤다.

 “네놈은 누구이기에 감히 아미파를 공격하는 것이냐?”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내력을 끌어 올리며 사자후(獅子吼)를 토해 냈다.

 “으허허헝!”

 대기가 부르릉거리며 몸살을 앓았다.

 “제자들아. 침착하라! 우리는 대(大) 아미파다! 서른 명씩 항마복룡진을 갖춰 적을 맞으라!”

 단호하면서도 불안해할 제자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목소리다.

 “장문인의 명을 받습니다.”

 제자들이 호기롭게 외치며 순식간에 전열을 재편했다.

 그 모습에 보현신니는 적잖이 마음을 놓았다.

 아직 숲에 가려져 있어 적 인원은 파악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대군은 아니란 판단이 섰다.

 약간의 여유가 마음속에 찾아들자 또 다른 걱정이 들었다.

 ‘혹시 독고세가 일행도 우리처럼 기습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쨌든 이 사실을 사천 분타와 독고가주에게 알려야 할 터인데.’

 하지만 일단 수하들을 진정시키고 코앞까지 다가온 적들에게 선기를 뺏기지 않는 것이 우선이었다.

 적 선두에게 돌파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혼돈으로 치달을 테니까.

 “다가온다! 호흡을 정돈하라!”

 그녀의 말이 끝나고 잠시 후 충돌이 일어났다.

 차아아아앙!

 흑의인의 도검과 아미파의 창봉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다행스럽게도 항마복룡진은 달려온 적의 칼날에 무너지지 않고 굳건했다.

 공격의 명을 내렸던 흑의노인이 그 모습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제법이구나. 좋다, 보현! 마지막에 널 죽이려던 계획을 바꿔 내가 당장 끝내 주마.”

 그가 나무 위에서 허공으로 떨어지며 보법을 밟았다.

 스스스슷!

 그 모습에 보현신니의 미간이 좁혀졌다.

 마치 허공을 미끄러지듯이 내려오는 노인은 보통 고수가 아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보현신니 앞에까지 당도한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고나 죽어라. 나는 천마신교의 장로, 흑귀도 마신랑이다.”

 그의 자기소개에 보현신니는 나직한 신음을 흘렸다.

 상대는 사십 년 전, 도(刀) 하나를 들고 무림에서 이 년간 활동한 인물이었다.

 당시 그의 칼에 쓰러져 간 정파 고수들의 인원만 이백이 넘었다.

 결국 무림맹은 그를 무림공적으로 선포하고 추살령을 내렸다.

 흑귀도 마신랑은 수차례의 위기를 간신히 넘기며 중원에서 모습을 감췄는데, 마교의 장로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보현신니는 긴장하며 자신의 왼손을 가슴으로 끌어모았다.

 “벌써 죽었어야 할 마두(魔頭)였구나. 네가 예전에 강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아미파의 장문인이다!”

 카랑카랑한 음성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며 왼손이 앞으로 활짝 펼쳐졌다.

 해일과 같은 장력이 그녀의 손바닥에서 웅후하게 쏟아져 나왔다.

 불가에 있는 자만이 펼칠 수 있다는 여래장(如來掌)이다.

 성스러운 기운이 물씬 묻어나는 장력은 곧장 흑귀도를 향해 폭사했다.

 “대단하구나, 할망구.”

 흑귀도는 진심으로 감탄하면서 자신의 검은빛 도를 들어 힘차게 내리그었다.

 콰아앙!

 둘의 첫 수가 부딪치는 순간 폭음이 터지면서 흑귀도가 세 걸음 물러섰다.

 그의 소매 일부가 찢겨져 너덜거렸다.

 “이, 이럴 수가! 내가 무림에서 활동할 때 코흘리개 꼬마였을 것이!”

 그는 경악하면서 보현신니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보현신니의 사정도 딱히 좋지 않았다.

 그녀도 세 걸음을 밀려났는데 안색이 약간 핼쑥해졌다.

 “과연 무림공적이 될 만한 마두였구나.”

 그녀의 뒤에서는 쉬지 않고 흑의인과 아미 제자들의 고함과 비명이 터졌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쇳소리는 보현신니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어서 저 마두를 해치우고 제자들을 도와야 할 터인데 그것이 영 쉬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지금 상념은 사치. 행동이 필요할 때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이 커지며 왼쪽으로 돌았다.

 “와아아아아!”

 좌측 산에서 함성이 일며 흑의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미파의 씨를 말려라.”

 “움하하하. 나는 마교의 장로 냉혈쌍절의 냉절이다. 누가 먼저 죽겠는가?”

 “나는 혈절 장로다. 아미파를 오늘 지워 버려라!”

 그들은 이미 탄탄하게 구축된 아미파의 항마복룡진의 뒤를 급습했다.

 보현신니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마신랑이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를 향해 다가들었다.

 “보현 장문인. 대체 어디에 정신을 파는 거냐? 내가 그리 만만해 보이던가? 크크큭.”

 마신랑의 검은 칼이 보현신니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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