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1  2  >>
박재영
추몽인
조형근
인기영
서현
임준후
수담.옥
임준후
임준후
장담
임준후
임준후
장담
장담
김남재
박재영
이그니시스
프로즌
담적산
촌부
임허규
 1  2  >>
 
작가연재 > 무협물
황우괴협
작가 : 추몽인
작품등록일 : 2016.4.21

“떠나라. 떠나서 두 번 다시 검을 쥐지 마라!”

이유도 몰랐다. 아니 안다 해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나이였다.
십오년...
쫓기듯 변방에 버려져 황무지를 일궈가며 흘려버린 지난 나날들.
어느새 아이는 청년이 되었고, 더불어 이젠 황무지가 아닌 스스로 제 운명을 개척하기에 이르렀다.

“자, 이제 목화밭도 다 정리됐고, 내게 남은 것은 너와 곡괭이 한 자루 뿐이다. 그러니 황우(荒牛)야. 너도 나와 함께 떠나자.”

음머어어.
돌아오란 말도... 또 가겠다는 말도 없이 시작된 그 혼자만의 귀향길.
천하는 이때만 해도 황소 탄 그를 지독스레 기억하게 될 줄은 조금도 예상치 못했다.

 
1장. 황소 탄 무뢰한 (3)
작성일 : 16-04-21 20:22     조회 : 483     추천 : 0     분량 : 505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마, 막아!”

 “피해!”

 “우욱! 내 코...”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 들려온 소리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내용들이었다.

 ‘뭐지?’

 하정향은 시끄럽기도 하고, 또 왠지 호기심도 동해 자리에서 일어나 난간 쪽으로 이동했다.

 ‘앗!’

 하마터면 하정향은 지금의 심정을 그대로 토해버릴 뻔 했다. 도저히 이곳에서 만날 거라 예상치 못한 인물이 이 모든 소란의 원인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저 작자가 왜 여기에...’

 그런데 진짜 불행은 이제부터 시작인 건가?

 한 순간 문제의 그 인간과 두 눈이 딱하고 마주치고 말았다.

 “껄껄. 이게 누구요? 남자를 만나면 손부터 내주는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 아니요?”

 “아주머니는 누가 아주머니야! 이 짐승 같은 작자...”

 하지만 하정향은 뒷말을 더는 뱉지 못했다.

 한 순간 주루 내의 모든 시선들이 그녀에게로 몰려들었다. 한창 백무룡으로 인해 일층이 난장판이 되어가던 터라 대부분의 시선들에 하필이면 왜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냐는 원망이 담겨 있었다.

 으득.

 하정향은 대체 왜 자신이 이런 대접을 받아야하나 울컥 화가 치밀었다. 그렇다고 변명하기엔 그것이 더 이상해 그냥 외면하는 걸로 끝내 버렸다.

 하지만 외면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뭐, 뭔 힘이 이리 장사야?”

 “패! 패서라도 쫓아 보내!”

 “우욱. 그 전에 내 코부터 어떻게 해줘!”

 “껄껄껄.”

 점소이들의 악다구니와 별 일 아니란 듯 웃어대는 사내의 웃음소리.

 끔찍하게도 점점 하정향이 있는 이층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쿵. 쿵.

 그래선지 계단을 밟는 소리가 전해져올 때마다 덩달아 심장도 같이 쿵쾅거렸다.

 쿵!

 ‘아. 결국...’

 하정향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은 절망감을 느꼈으나 그렇다고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씨익.

 돌아보니 목화밭에서 봤던 그 괴인이 점소이를 여기저기 과일처럼 매단 채 이쪽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잊을 수 없는 누런 이가 다시 두 눈을 파고들었고, 뒤이어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던 악취가 점점 코는 물론 머릿속도 하얗게 물들여갔다.

 그 사이로 유일하게 잊고 있던 한 가지. 이름이 전해져왔다.

 “혹시나 잊었을까 해서 말하지만, 나 백무룡이요.”

 

 ***

 

 “욱!”

 장오(張五)는 점소이 생활 칠년 만에 이런 경험은 생전 처음이었다.

 벌써 다섯 번째였다. 그런데도 뭔 놈의 물이 깨끗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냄새는 또 어떤가? 갓난아기 때 먹었던 모유가 다 넘어올 것 같았다.

 ‘이런 젠장. 아무리 손님이 왕이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했지만 자고로 돈은 귀신도 부린다고. 오늘 낮의 그 엄청난 난리도 결국 황금 한 덩이에 모든 것이 없던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이젠 이렇듯 목욕물을 한도 끝도 없이 퍼다 갖다 바쳐야만 하는 귀빈으로 격상된 상태였다.

 이젠 장오의 인내심이 마르던가, 아니면 객잔의 우물이 마르던가, 둘 중 하나가 말라야 해결될 문제였다.

 “우욱!”

 하지만 당장은 둘이 마를 일이 없기에 장오는 임부처럼 욱욱거리며 열심히 물을 퍼다 나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장오의 뒤로 누군가의 흥겨운 가락이 놀림처럼 따라붙었다.

 “껄껄. 좋구나. 좋아. 십년 묵은 때를 벗겨내니 상쾌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구나.”

 그리고 정말로 십년 묵은 때였던 듯 이후로 장오는 꼬박 열 번을 채운 후에야 이 지옥 같은 물 배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신 이런 장오의 눈물 나는 노력이 한 사람을 짐승에서 인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과연 그 속까지 그렇게 되었는지 두고 봐야할 문제였지만 말이다.

 

 ***

 

 ‘으구. 내가 미쳤지. 왜 그런 말을 해가지고.’

 하정향은 정말 제 입을 저주 아니, 그전에 먼저 제 코를 쥐어박고 싶었다. 그랬으면 악취에 굴복해 그 작자를 상대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백무룡이고 뭐고 일단 그 냄새부터 어떻게 해봐요. 그 끔찍한 냄새 때문에 도저히 대화가 안 되잖아요.”

 “껄껄. 그렇다면 좋소. 내 씻고 올 테니 그때 제대로 한 번 이야기해봅시다.”

 “아, 알았으니 제발 빨리 멀찍이 좀 떨어져요. 조금만 더 있다간 내 코도, 머리도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으니까요.”

 “그럼.”

 이후 미련 없이 백무룡은 점소이를 여기저기 매단 채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갔다.

 하정향은 그런 뒤에야 제대로 숨을 쉬고, 또 생각도 할 수 있어 잊고 있던 한 사람을 떠올렸다.

 “아가씨!”

 부리나케 돌아보니 술에 취해 기절했는지, 아니면 끔찍한 냄새에 정신을 잃었는지 소이령은 이미 인사불성이었다.

 그래서 서둘러 그녀를 안고 객실로 돌아왔는데...

 

 하정향은 이제 코도, 머리도 완전 제자리를 찾아 경황 중에 벌인 일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후회막심이었다. 대체 그런 작자와 무슨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다고.

 ‘그나저나 그 작자 혹시 우릴 따라온 것인가?’

 하지만 주천에 도착하기 전까지 누가 따라오거나 하는 낌새를 조금도 느낀 적이 없었다. 자신보다 그런 쪽에서 더 민감한 중년마부 냉일비(冷壹匕)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고. 그렇다면 아무래도 마차 바퀴가 고장 나 주천에 하루 더 묵게 된 그 사이에 거리를 좁힌 듯 했다.

 ‘하지만 헤어질 당시 우리의 행선지를 조금도 노출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아니, 백마가 끄는 사두마차야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니 수소문해 따라왔을 수도. 그렇다면 대체 무슨 목적으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하정향은 그 작자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따라왔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애초 첫 만남부터가 불쾌 그 자체였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싫든 좋든 만나 이야기해보는 수밖에.’

 “으으... 음.”

 그 순간 소이령의 신음소리가 들려와 하정향은 이쯤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아가씨. 어때요? 정신이 좀 들어요?”

 “유, 유모? 윽!”

 숙취가 심한지 눈을 뜨던 소이령이 다시 눈을 감았다.

 “휴우. 그러기에 제가 그랬잖아요. 술도 처음인 분이 그렇게나 마셔대고.”

 “미안해요. 그보다 혹시 제가 무슨 실수를 하거나 하지 않았어요? 술을 입에 댄 후로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그런 일 없어요. 그냥 취해 바로 곯아떨어지셔서.”

 “그래요?”

 “네. 그보다 물이라도 좀 드릴까요?”

 “고마워요. 그렇지 않아도 목이 많이 마르네요.”

 “잠시만요.”

 하정향이 자리에서 일어나 잔에 물을 따라 침상의 소이령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소이령이 막 물을 들이키려는 그때.

 쾅쾅! 쾅쾅!

 문을 두드리는 건지 부수려는 건지 요란한 소리가 문 쪽에서 들려왔다.

 “아가씨. 제가 가볼 게요.”

 “네.”

 이후 하정향이 상대를 확인하려 문을 열었다.

 “누구...”

 쾅!

 하지만 문은 열리기가 무섭게 다시 닫혔다. 아니, 아예 다시는 열리는 일이 없게 하정향이 제 등을 문에 대고 버티기까지 했다.

 ‘아니, 저 작자가 어떻게 여길 알고.’

 “유모. 누구에요?”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잠시만 계세요. 잠깐 나갔다 올 테니.”

 하정향은 혹시나 소이령도 알게 될까 서둘러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따라오세요.”

 “그럽시다.”

 하정향이 앞장서고, 그 뒤를 백무룡이 따라 객잔 밖으로 나왔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걸어 하정향은 객잔에서 한참 떨어진 한 골목으로 백무룡을 이끌었다.

 “여기서 하죠.”

 “좋소.”

 스윽.

 말끝에 백무룡이 바싹 하정향에게 다가갔다.

 “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아까 말한 대로 대화를 하자는 거잖아요!”

 “그런 거요? 난 또. 껄껄.”

 백무룡이 바로 본래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이 작자는 대체...’

 하정향은 순간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너무도 놀랬다. 그렇다고 전처럼 견딜 수 없는 지독한 악취 때문은 분명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이 작자. 이런 얼굴이었던가?’

 아직은 수염으로 인해 제 나이를 알아보기 힘든 건 똑같았지만, 가장 방해되던 악취가 사라지자 이제야 이목구비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엔 몰랐는데, 이 순간 눈빛을 보니 생각보다 이 작자의 나이가 많지 않을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맑고 강렬한 것이 아직 세월의 때가 많이 묻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코는 산악을 보듯 높고 곧았다. 마치 산을 감싼 구름처럼 좌우로 그어진 상처가 묘한 매력을 느끼게 만들었고, 마지막으로 입술은 굵고 두툼한 것이 사내로서의 고집과 기상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꽤 괜찮은 얼굴 아니오? 이 정도면 충분히 여자들이 반할 거라 생각하오만.”

 문제는 저 껍데기에 가려진 속내가 도저히 좋아할 수 없단 것이다.

 “엉뚱한 말 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피차 오래 말 섞을 그런 사이도 아니니.”

 “뭐, 좋을 대로 하시오.”

 “그럼. 좋아요. 대체 왜 우리 뒤를 쫓는 거죠?”

 “쫓는다. 내가?”

 “그렇잖아요. 느닷없이 우리가 있던 주루에 나타나질 않나, 또 머무는 객잔은 어떻게 알고 바로 찾아오고. 대체 목적이 뭐에요? 설마 우리 아가씨께 어떤 흉심이라도 품...”

 “그러기를 바라오?”

 “네에? 그게 대체 무슨...”

 “아니라면 사사건건 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오. 내 분명 전에도 말했지만, 모든 것은 당신들이 허락도 없이 내 영역에 들어오며 시작되었소. 지금도 마찬가지로 목이나 축이려 들어갔던 주루에 우연이 당신들이 있던 것이고, 객잔도 마찬가지요. 주루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다보니 그렇게 되었고, 그 와중에 당신들도 그 객잔에 묵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그래서 일부러 찾아갔던 거였소. 그런데 그 모든 걸 내가 원한 필연이라니... 껄껄.”

 말끝에 백무룡이 몸을 돌렸다.

 “앞으론 그런 일 없게 내 미리 목적지를 말해드리리다. 내 목적지는 호남 형산이오. 그러니 겹치는 부분이 없다면 피차 더는 피곤하게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지 맙시다. 그럼.”

 백무룡이 더는 미련이 없다는 듯 하정향을 남기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하정향은 왠지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큰 실레를 범했단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호남 형산? 아니겠지. 그거야말로 정말 우연이겠지.’

 하정향은 고개를 흔들어 애써 떠오르는 생각을 지우고 객잔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호남 형산이란 말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그로 인해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우연도, 필연도 아닌 운명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6장. 그 주인에 그 소 (3) 2016 / 4 / 21 629 0 6001   
20 6장. 그 주인에 그 소 (2) 2016 / 4 / 21 619 0 6608   
19 6장. 그 주인에 그 소 (1) 2016 / 4 / 21 612 0 6421   
18 5장. 떠날 땐 말없이 (4) 2016 / 4 / 21 669 0 5944   
17 5장. 떠날 땐 말없이 (3) 2016 / 4 / 21 649 0 6545   
16 5장. 떠날 땐 말없이 (2) 2016 / 4 / 21 584 0 6354   
15 5장. 떠날 땐 말없이 (1) 2016 / 4 / 21 700 0 5255   
14 4장. 수상한 초대 (4) 2016 / 4 / 21 615 0 5438   
13 4장. 수상한 초대 (3) 2016 / 4 / 21 894 0 6605   
12 4장. 수상한 초대 (2) 2016 / 4 / 21 664 0 6126   
11 4장. 수상한 초대 (1) 2016 / 4 / 21 557 0 6389   
10 3장. 호위무쌍 (3) 2016 / 4 / 21 545 0 6358   
9 3장. 호위무쌍 (2) 2016 / 4 / 21 643 0 6257   
8 3장. 호위무쌍 (1) 2016 / 4 / 21 585 0 5784   
7 2장. 강탈? 거래? (3) 2016 / 4 / 21 673 0 6277   
6 2장. 강탈? 거래? (2) 2016 / 4 / 21 626 0 5645   
5 2장. 강탈? 거래? (1) 2016 / 4 / 21 517 0 3925   
4 1장. 황소 탄 무뢰한 (3) 2016 / 4 / 21 484 0 5056   
3 1장. 황소 탄 무뢰한 (2) 2016 / 4 / 21 710 0 5350   
2 1장. 황소 탄 무뢰한 (1) 2016 / 4 / 21 630 0 5758   
1 서장. 돌아가리라... 2016 / 4 / 21 902 0 184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