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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저승 암행어사전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4.2

가온은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는 20세 대학생. 그런데 심부름센터에서 하는 일들이 뭔가 이상하다. 변기에 머리가 낀 귀신의 머리를 빼주거나, 망태할아버지의 찢어진 망태자루 수선해주기, 처녀귀신 엉킨머리 풀어주기, 콩콩귀신 머리 스프링 갈아주기... 폼 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일을 시작한 거였는 데! 저승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암행어사이야기! <<작가메일 : vento312@naver.com>>

 
4. 일각록 (2)
작성일 : 17-07-19 01:13     조회 : 383     추천 : 1     분량 : 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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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승후와 가온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쌍둥이가 정렬을 가득 담아 꼿꼿하게 세운 닭벼슬 머리가 마음에 드는 것인지 총각귀신은 콧노래를 부르며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어떠세요?”

 

  “앞으로 새 삶이 펼쳐질 거예요.”

 

  쌍둥이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신들의 작품에 만족한 듯 고개까지 까딱거렸다. 승후와 가온은 그 모습을 보며 그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몽룡은 의외라는 듯 담뱃대를 뻐끔대며 구경에 전념했다. 총각귀신은 그렇게 만족한 얼굴을 띄며 치킨 런을 나섰다.

  쌍둥이가 다른 귀들의 머리도 어마어마하게 만들어버리기 전에 치킨 런의 미용실은 막을 내렸다. 승후와 가온은 쌍둥이가 잘한 유일한 일이 미용실의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나저나 아까 하던 이야기나 계속 해봐.”

 

  몽룡이 담뱃재를 털며 삐딱하게 말했다. 방자는 몽룡을 흘깃 쳐다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까 그 이야기에 몽룡이 꽂힌 모양이라며 그는 입을 삐죽였다. 그리고 불쌍한 유(酉)팀 암행어사들을 향해 애도를 표했다. 또 불쌍한 암행어사들만 죽어나겠다며 꿍얼거린 방자는 이내 다시 서류로 눈길을 돌렸다.

 

  “어떤 얘기요?”

 

  “닭 벼슬에 대한 굉장한 이야기?”

 

  “그거 말고!”

 

  쌍둥이, 하늘과 바다의 쌩뚱맞은 이야기에 몽룡이 담뱃대를 책상에 탁 내려쳤다.

 

  “뿔 달린 뭔가가 나타났다면서?”

 

  “그랬죠.”

 

  “무언가를 쫓는 다고 했는데, 그게 뭔지는 아무도 몰라요.”

 

  가온과 승후는 불길함을 느끼고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했다. 둘은 이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다. 전에도 몽룡은 용이 되기 직전의 이무기의 모습이 궁금하다며 둘에게 갑작스레 이무기를 찾아오라며 산으로 투입시키기도 하고 삼족오 발바닥 도장이 갖고 싶다며 전국투어를 시키기도 했었다. 지금 그들이 느끼고 있는 기류는 그 때와 같았기에 둘은 슬금슬금 문으로 다가갔다. 이야기를 꺼낸 쌍둥이들은 자업자득이라고 하지만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지 않은가. 열심히 손님들의 머리를 자르고 염색하고 볶아주며 고생고생하다가 이제 좀 쉬어보려는 데 쌍둥이의 말 한마디에 또다시 고생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디서 그런다고?”

 

  “한빛시 외곽에요.”

 

  “외곽에 있는 농가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하는 데 잘 모르겠어요.”

 

  “좋아! 자, 그럼 할 일도 없겠다. 유팀... 응?”

 

  몽룡은 가슴을 쭉 펴고 하던 말을 멈췄다. 있어야 할 사람 하나와 귀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앉아 있었는데 눈치가 늘은 둘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쌍둥이도 그제야 가온과 승후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비명을 지르며 사무실 안을 뛰어 다녔다.

 

  “가온이 형 어디갔지?”

 

  “승후 형은?”

 

  “도망 간 건가?”

 

  “그런 거겠지?”

 

  쌍둥이는 방방 뛰어다녔다. 둘은 자기들도 눈치 채지 못했다며 가온과 승후의 은밀한 움직임에 찬사를 보냈다. 몽룡은 가만가만 담뱃대를 입에 다시 물었다. 가온과 승후가 자신을 너무나도 잘 알게 되었다며 그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쌍둥이.”

 

  “옛썰, 대장.”

 

  장난스레 경례하며 쌍둥이가 키득거렸다. 몽룡의 입에서 어떤 명령이 나올지 둘은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경우에 몽룡이 내릴 명령은 하나였다. 방자는 살짝 고개를 들어 쌍둥이를 보고 몽룡을 한 번 보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가온과 승후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그는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게 다시금 서류에 얼굴을 박았다.

  몽룡은 꽤나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여기 도망간 어사 둘 잡아다가 그 뿔 달린 녀석이 뭔지 알아 오도록.”

 

  “오! 잡는 건가요?”

 

  “밧줄에 매달고 가도 되는 건가요?”

 

  “멧돼지 바비큐처럼!”

 

  “뭐... 데리고 가는 건 너희들이 알아서 하고. 어쨌든 둘을 데리고 갔다 와.”

 

  몽룡은 쌍둥이를 더 이상 상대하면 분명 자신이 지치게 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던 터라 서둘러 말을 끊었다. 쌍둥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둘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가온과 승후를 잡을지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다. 사악하게 웃는 쌍둥이를 보며 몽룡은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그리고는 담뱃대를 쭉 빨았다.

 

 

 

 *

  가온과 승후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치킨 런에서 나와 꽤 뛰어나온 둘은 동시에 숨을 한 번 깁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승후는 이마에서 땀을 훔치는 가온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그런데 우리 이렇게 도망 나와도 되는 걸까?”

 

  “왜? 어차피 쌍둥이들이 벌인 일. 걔네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지 뭐.”

 

  가온은 ‘나는 이제 쉬고 싶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요새 심부름센터에는 일이 폭주하고 있었다. 조왕신이 부엌칼을 만들어 달라고 했을 때 가온은 정말 질려버렸다. 온갖 일을 다 할 줄 아는 그였지만 하다하다 대장장이 일까지 해야 한다는 것에 학을 떼버린 것이다. 가뜩이나 하는 일이 많은데!

  승후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요새 학교에서 가온이 연주하는 가야금 소리는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이틀 전까지는 어마어마한 분노와 원한이 느껴지는 연주였는데, 이제는 힘이 빠졌는지 처량해져버린 그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그 불쌍함에 눈물이 다 났다.

  살짝 가온의 어깨를 토닥여주던 승후는 허리를 폈다. 숨이 어느 정도 골라졌으니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갈 거야?”

 

  “숨어야지.”

 

  가온이 쭉 허리를 펴고는 발목 관절을 돌리며 말했다. 승후는 그런 가온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숨어?”

 

  “당연하지. 분명 쌍둥이들이 우리 잡아다가 그 놈의 뿔 달린 생명체 찾겠다고 나서댈 걸?”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마구 저으며 그는 소름이 돋는 다는 듯 자신의 팔을 부벼대었다. 쌍둥이들과의 숨바꼭질은 그가 하고 싶지 않은 일 중 하나였다. 쌍둥이들은 포기를 모르는데다가 그들에게 걸리면 좋게 끌려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잡히면 안 돼. 잡히는 순간 우린 죽을 지도 몰라.”

 

  ‘수치사(수치로워 죽음)’를 할지도 모른다는 가온의 말에 승후는 격한 공감에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가온은 여태까지 쌍둥이들에게 잡힌 적이 없었지만 승후는 딱 한 번 잡힌 적이 있었다. 그 때, 그는 자신이 이미 죽은 귀라는 사실을 감사했다. 자신이 죽은 사실에 대해 신께 감사를 표하는 것이 이상했지만 그래도 그 상황에서 그는 그저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그나마 부끄러워 죽을 것 같은 몰골을 하고 있는 그를 보는 눈이 줄었으니까.

  과거가 생각난 승후는 몸을 부르르 떨며 가온을 보았다.

 

  “어디로 가서 숨을 거야?”

 

  “한빛시 외곽. 뿔이 달린 그 생명체가 목격된 장소.”

 

  “왜?”

 

  목격 장소에 가서 숨을 거라는 가온의 말에 승후는 의문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쌍둥이가 올 것이 뻔한 장소에 뭐하러 숨으러 간다는 말인가. 가온은 그런 승후의 의문을 눈치챈 것인지 씩 웃었다.

 

  “우리가 그 장소에 먼저 갔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 거야. 거기에 가기 싫어서 빠져나온 건데 우리가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어?”

 

  “오호라. 등장 밑이 어둡다는 거구나?”

 

  “그렇지!”

 

  승후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중요한 이야기가 남아있다는 듯 다시 입을 열은 가온은 말끝을 흐렸다.

 

  “거기서 잡히면 쌍둥이들한테 붙잡혀서 질질 끌려가는 거리가 그리 길지 않을 테니까...?”

 

  잡힐 것을 염두해 두고 간다는 가온의 말에 승후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잡힌다는 것을 전재로 움직인다는 것이 왠지 마음이 아팠다.

  가온과 승후는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곳에서 떠들고 있는 사이, 갑작스레 쌍둥이가 들이닥친다면 그야말로 대재앙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진짜 뭘까? 뿔이 하나 달렸다니... 유니콘도 아니라고 하고.”

 

  “그냥 오니(일본 도깨비) 아니야?”

 

  “아니라고 하던데?”

 

  “오니가 맞는데 착각하는 걸 수도 있고.”

 

  가온은 두 손가락을 깍지를 껴 머리 뒤에 대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유니콘, 오니가 다였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가온의 안에서 살짝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귀챠니즘이라는 녀석이 그 호기심을 푹 꺾어버렸다. 그는 호기심을 해결하는 것보다도 움직이는 것이 더욱 싫었다.

 

  “뿔이 달린 생명체가 쫓고 있는 건 뭘까?”

 

  승후가 다시금 질문했다.

 

  “사냥하는 거 아닐까?”

 

  “사냥?”

 

  “약육강식.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는 것처럼 큰 동물이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걸지도 모르지.”

 

  승후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산에서 나온 건가?”

 

  “아무래도 요새는 재개발이다 뭐다 산을 많이 깎으니까.”

 

  침묵이 감돌았다. 승후는 가온을 흘깃 훔쳐보았다. 가온의 표정을 보아하니 호기심과 귀찮음 사이에서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 듯 보였다. 가온 역시 몽룡 못지않게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는 당장에라도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도서관으로 달려가 자료를 찾고는 했다. 13일의 사신, 유다를 잡을 때에도 그는 그에 대한 조사를 먼저 했다. 문제는 지금 가온은 치킨 런에서 막 미용 일을 끝냈기 때문에 귀찮음 지수가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팀장님은 자꾸 이런 걸 시키는 거지? 진짜 지난번에 이무기가 보고 싶다고 데려오라고 했을 땐 다음 생이라는 걸 경험하게 되는 줄 알았다고.”

 

  승후가 소름이 돋는 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걸 몰라서 물어?”

 

  가온은 그런 승후의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 팀장과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그는 딱딱하게 말했다.

 

  “재미있으니까 시키는 거라고. 그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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