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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패왕의 별
작가 : 강호풍
작품등록일 : 201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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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시대를 만드는가?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가?

전설로 내려오던 패왕의 별이 떴다.
사상 처음으로 구주팔황의 무림을 일통할 패왕(覇王)이 탄생하리라!

소년이 하늘을 가리키자 노인이 물었다.
“허허허. 네 꿈은 하늘이 되고 싶은 것이냐?”
“아니, 하늘을 부술 것입니다.”
그가 무림에 출도하고 펼치는 파격적이고 광오한 행보!
내 앞을 막는 것이 있다면 태산이라도 베리라!

스스로 패왕의 별이 되기를 꿈꾸는 무인들의 야망과 사랑.

“살다 살다 저런 자는 내 평생 처음일세. 대체 그는 누구냐?”
“쟁자수(爭子手:짐꾼)인데요.”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표국의 말단에서 일하는 가난한 청년.
그가 우연히 무림에 얽히면서 천하는 다시 요동친다.

거짓과 위선, 음모와 배신이 판치는 무림을 향한
사나이들의 통쾌하고 거친 반격.

결코 후회하지 않을 무협소설의 새로운 이정표.

강호풍 작가가 10년의 고심 끝에 부활시킨,
강호전쟁사의 위대한 영웅들의 새로운 발자취!

충분히 기대하고 마음껏 느껴라!
거친 사내들의 뜨거운 숨결과 그들이 꿈꿨던 세상을!"

 
제 3 화
작성일 : 16-08-18 13:36     조회 : 351     추천 : 0     분량 : 7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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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소채의 주인인 광혈창(廣血槍).

 녹림십팔호걸(綠林十八豪傑)의 일인이다.

 등에 장창 세 개, 양 허리에 두 개의 단창을 가지고 다니는 그는 원래 군부(軍部) 출신이었다.

 북로삼군 중 최전선에 있었던 그는 가장 말단에서 시작해. 십 년 만에 오백 명의 수하를 다스리는 오백장(五百長)까지 오른 장수였다.

 그러나 그의 신분으로는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실력도 안 되는 것들이 가문을 배경삼아 천인장(千人長)으로 부임해서는 자신을 사지로만 보내니, 결국 군대를 박차고 나왔다.

 몇 번이나 사지에서 살아 돌아온 그였지만, 아끼는 수하들의 덧없는 죽음에 분통이 터진 것이다.

 오랜 군부 생활을 하다 세상으로 나온 사람들이 으레 사회생활에 애를 먹듯이 광혈창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파, 무관, 표국을 전전했지만, 그곳에는 군부보다 더한 애송이들이 후기지수니 뭐니 하며 거들먹거렸다.

 그 속에서 배알이 꼴린 광혈창은 결국 세상 밖으로 뛰쳐나오고 말았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예(禮)나 명분 같은 시시콜콜한 것도 따지지 않는, 무공 실력만 있다면 어디까지든 올라갈 수 있는 녹림이 된 것이다.

 그는 뼛속까지 깊은, 천성부터 사파인이었던 것이다.

 

 부두령이 광혈창에게 다가가 급히 물었다.

 “혹시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광혈창의 의복이 피로 덥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걱정이 든 것이다.

 광혈창은 들고 있던 수급을 팽개치며 대꾸했다.

 “내 피가 아니다. 주제도 모르고 덤빈 표사들의 피지. 후후후, 우리를 능멸한 죄로 모조리 죽이고 왔다.”

 아직 이월의 삭풍이 매서운데도 민소매를 입은 그는 거대한 팔뚝의 근육을 과시하며 창에 묻은 피를 털어 냈다.

 그리고 장창을 등 뒤에 꽂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수레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짐꾼들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뭐지? 여긴 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았나?”

 목소리에 짜증이 담겼다.

 그에 부두령이 황급하게 답했다.

 “쟁자수 중 한 녀석이 채주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기에…….”

 광혈창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뒤틀렸다.

 그건 심사가 꼬였다는 뜻이다.

 “부두령. 나는 분명 한 놈도 남기지 않겠다고 이미 명을 내렸다. 통행세를 내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상단과 표국 놈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놈들이 그동안 우리를 우롱해 왔음을 아직도 모르는가?”

 광혈창의 언성이 높아지자 부두령이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그것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잠시만 제 말을 들어 주십시오.”

 부두령은 천류영이 자신들에게 보여 주었던 언행을 하나도 빠짐없이 늘어놓았다.

 그러자 노기충천했던 광혈창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네 가지 이유라고?”

 “예. 일단 들어 보고 처리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기에 채주님을 기다렸습니다.”

 “흐음, 그래? 재미있군.”

 광혈창은 반백의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천류영 일행을 향해 성큼성큼 걸었다.

 칠 척의 거구에다가 전신이 근육질인지라 마치 작은 산이 움직이는 것 같은 압박감을 자연스럽게 주변에 뿌렸다.

 그는 쟁자수들을 훑다가 가운데에서 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천류영에게서 시선을 멈췄다.

 모두가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와중에 녀석만 태연한 것이 같잖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눈. 처진 눈매와 맞물려 함께 늘어진 눈썹의 유순한 인상. 적당한 크기의 오뚝한 코와 적당한 두께의 입술 그리고 계란형과 원형의 중간인 얼굴.

 저자거리를 다니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하지만 흑백이 또렷한 맑은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는 안광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네놈이냐? 우리가 너희를 살려야 할 이유가 네 가지나 있다고 말한 놈이.”

 천류영이 그를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하고는 말했다.

 “녹림십팔호걸 중에서도 으뜸이신 광혈창 채주님을 뵙습니다.”

 “으뜸이라……. 네놈은 혀에 꿀을 달았구나. 간신배 같은 놈.”

 광혈창의 역정에 쟁자수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엉덩방아를 찧었다가 간신히 일어선 쟁자수는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정작 천류영은 여전히 신색의 변화가 없자 광혈창이 더욱 언성을 높였다.

 “네 말은 틀렸다. 녹림의 총두목이시자 내 의부(義父)이신 총표파자(總鏢把子)께서 엄연히 계신데 왜 내가 으뜸이라 하는 것이냐? 네놈은 지금 나로 하여금 내 아버지를 깎아내리는 짓을 종용하고 있구나.”

 그러자 천류영이 귀밑머리를 긁적거리며 답했다.

 “저와 제 동료 열 명의 목숨 줄을 쥐고 계신 분이 채주님이십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채주님이 명부의 염라대왕과 동급이라는 얘기지요. 총표파자님의 명성이 천하를 떨치나, 설마하니 염라대왕과 견주겠습니까?”

 “허!”

 광혈창은 자신도 모르게 탄복성을 터트렸다.

 교묘한 말장난이기는 해도 상대를 띄워 주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언변의 재주는 타고났구나. 그러나 그깟 사탕발림으로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은 접는 편이 좋을 것이다. 나는 아첨꾼을 태생적으로 싫어하니 너의 시도는 헛다리를 짚은 셈이지.”

 부두령을 포함한 산적들은 괜한 짓을 했다며 낯빛을 붉혔다.

 광혈창 채주는 결코 아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사내답게 호탕한 사람을 아꼈고, 말만 번지르르한 이들은 경멸했다.

 그러나 헛다리를 짚었다는데도 천류영의 아부는 이어졌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천하의 광혈창 채주께서 이런 속빈 강정 같은 말에 흔들릴 리가 없지요.”

 “흥! 네놈이 끝까지 세 치 혀로 나를 농락하려는구나. 그런 빌어먹을 말장난은 그만두고 너희들이 살아야 할 구체적인 이유나 내놓아야…….”

 순간 천류영이 정색하며 광혈창의 말허리를 잘랐다.

 “첫 번째 이유가 바로 그 점입니다.”

 광혈창은 자신의 말이 천류영에 의해 끊겼다는 것도 잊고 눈을 껌벅거렸다.

 “뭐? 첫 번째 이유가 그 점이라고?”

 산적들과 쟁자수들도 어안이 벙벙해 천류영을 보았다.

 이 무슨 뜬금없는 말인가?

 “예. 채주께서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아부, 아첨은 말장난일 뿐입니다. 속빈 강정 같은 말에 속으실 분이 아니지요. 중요한 건 실리를 챙기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를 살려 주셔야 하지요.”

 “……?”

 “소탐대실(小貪大失)하실 것입니까?”

 모두가 침묵하며 천류영의 낭랑한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우리를 모조리 죽여 이곳을 이용하는 상단과 표국에 경고를 할 순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다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부두령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뭐가 어떻게 된단 말이냐? 다시는 꼼수를 부릴 엄두를 못 내겠지.”

 천류영이 고개를 저었다.

 “순진한 생각입니다. 천하의 사람들은 표행의 일행 전체를 몰살한 아소채를 비난할 것입니다.”

 “그 무슨 망발이냐? 통행세를 내고 아소산을 이용하기로 모두 구두 계약을 맺고 여태 지켜 왔다. 그런데 먼저 계약을 어기고 꼼수를 부린 건 너희들이다.”

 “맞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과정보다 결과를 먼저 봅니다.”

 광혈창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세상의 이목 따위를 두려워한 적은 없다.”

 “제가 말하려는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그다음의 일이지요. 어떤 상단이나 표국도 아소산을 거치지 않을 겁니다.”

 “……!”

 “왜냐하면 당장에 계약을 어겼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로 인식된 진산 표국은 아소채를 비난할 겁니다. 그렇게 소문을 낼 것입니다. 먼저 이 우회로를 이용한 상단과 표국들도 동조하겠지요. 여러분들은 아소산에 국한되어 있지만 이들은 천하에 산재해 있습니다. 세상의 소문을 그들의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힘이 그들에게 있지요.”

 광혈창이 굳은 얼굴로 대꾸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통하지 않고서는…….”

 “이쪽 상행이나 표행은 몇 년간 포기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의 동정을 얻은 그들에게 다른 일감이 더 넉넉하게 주어질 테니까요.”

 산적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만에 하나 일이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자신들은 손가락만 빨다가 굶어 죽게 될 것이리라.

 천류영의 말이 이어졌다.

 “약속은 상단과 표국이 먼저 어겼는데, 피해자로 둔갑하는 것이지요. 과정이 지나쳐 왜 전원 몰살이란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 증언해 줄 사람이 없으면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겁니다.”

 천류영의 말에 사위가 조용해졌다.

 그 정적을 광혈창이 깼다.

 “끄응……. 그러니까 너희들을 살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세상이 알게 해야 된다는 말이구나.”

 천류영이 빙그레 웃으며 손뼉을 쳤다.

 짝!

 “그렇습니다. 우리는 귀향하면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세상에 말할 겁니다. 우리를 믿기 힘드시면 몰래 수하들을 붙이셔도 좋습니다. 그러면 세상의 비난은 아소채가 아닌 표국과 상단으로 향할 것이지요.”

 “…….”

 “겨우 짐꾼 열한 명 살리는 것으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하실 수 있습니다.”

 광혈창은 천류영을 새삼 다른 눈빛으로 보며 팔짱을 꼈다.

 “진산 표국은 과분한 인재를 가지고도 몰라봤군. 자네 같은 친구를 짐꾼으로 쓰다니. 크크큭.”

 광혈창이 천류영을 보는 시선엔 예전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아무리 공적을 세워도 위에서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았다.

 그는 상념을 털고 말을 이었다.

 “좋다. 그럼 너희를 살려야 할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이냐?”

 “귀 채(貴寨)에 우리는 적지 않은 이득을 주었습니다.”

 광혈창의 미간이 좁혀졌다.

 “무슨 뜻이지?”

 부두령이 대신 냉큼 답했다.

 “저놈들이 불 끈 것을 얘기하나 봅니다.”

 그 말에 광혈창이 코웃음을 쳤다.

 “흥! 너희들이 아니래도 우리가 진화하려고 했다.”

 “맞습니다. 하지만 주인과 객(客)은 다릅니다.”

 “주인과 객?”

 “예. 우리는 어느 수레에 귀한 것이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싼 것이 실려 있는 수레부터 진화를 했지요.”

 “후후후. 우리는 객이니 막무가내로 불을 껐을 것이고, 그 와중에 비싼 것들이 소실되었을 것이란 뜻이군.”

 천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귀 채의 이익을 위해서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꼭 죽이셔야 하겠습니까?”

 광혈창은 팔짱을 낀 채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건 너희들이 살기 위해서 그런 것이지. 우리가 시킨 것이 아니다.”

 산적들이 두령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러나 천류영은 더할 나위 없이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잘못된 겁니까?”

 “뭐라고?”

 “살기 위해서 악착같이 버둥거린 게 잘못입니까? 우리가 힘이 있었다면 아마 표사들과 함께 싸웠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힘도 없습니다. 그래서 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을 했습니다. 집에 계신 가족들을 보기 위해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부여잡고 그리한 것이 이렇게 비웃음을 살 만한 것입니까?”

 “…….”

 “제가 채주님께 드릴 네 가지 이유 중에 이 두 번째가 가장 빈약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장 절박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살아야 하니까, 그럼에도 살아야 하니까.”

 쟁자수 중 몇 명이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키득거리던 산적들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아무리 무뢰한이라고 해도 가족은 있거나, 있었던 법이다.

 왠지 숙연한 기운이 주변을 넘실거렸다.

 광혈창은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뜻 모를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세 번째 이유가 뭔지 듣고 싶군.”

 시비조였던 그의 목소리가 많이 누그러졌다.

 천류영은 자신의 말에 홀어머니와 여동생이 생각나 콧날이 찡한 것을 애써 지우며 담담하게 말했다.

 “첫 번째는 귀 채에 닥칠 위험을 지적하며 명분과 앞날의 실리를 취하라 말씀드렸습니다. 두 번째는 당장의 실리와 우리의 절박함을 얘기했습니다. 세 번째는…….”

 천류영의 말에 쟁자수와 산적들이 모두 침을 꼴깍 삼켰다.

 대체 이번엔 무슨 말이 나올까 궁금하고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천류영은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세 번째는 녹림의 호걸이신 채주님과, 아소채의 야망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광혈창의 눈이 기광으로 번뜩였다.

 “나와 본 채의 야망이라고?”

 “녹림십팔채의 주인인 총표파자가 되고 싶지 않으십니까?”

 사람들이 충격으로 눈을 부릅뜨고 천류영의 입을 주시했다.

 “대륙의 변방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스스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귀 채 역시 대륙의 모든 녹림도가 우러러보게 하고 싶지 않습니까? 장부로 태어나 그런 꿈을 꾸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

 모두가 숨을 죽였다.

 일개 짐꾼이 내뱉기엔 너무 엄청난 말이었다. 그래서 비현실적으로 들리고 허무맹랑해 보였다.

 광혈창이 갑자기 고개를 젖히며 광소를 터트렸다.

 “하하하. 크하하하!”

 산적들과 쟁자수들이 입도 벙긋 못하고 웃고 있는 광혈창과 진지한 표정의 천류영을 번갈아 보았다.

 광혈창은 반각쯤 그렇게 미친 듯 웃다가 천류영을 직시하며 말했다.

 “네놈이 그렇게 해 줄 수 있단 말이냐?”

 “저는 조언을 드릴 뿐, 선택은 채주님에게 있습니다.”

 “너희들이 살아야 할 두 가지 이유는 내 납득했다. 그러나 세 번째는 틀렸다.”

 천류영은 허리를 꼿꼿이 편 채로 물었다.

 “흉중에 야망이 없으신 겁니까?”

 “아니! 아니다. 물론 내 가슴은 그 누구보다 뜨겁다. 그러나! 그건 해선 안 될 일이다. 차기 총표파자의 자리는 두 의형(義兄) 중 한 분으로 결정될 것이니까.”

 방주채와 수한채의 채주 두 명이 차기 총표파자의 자리를 두고 팽팽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은 세상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광혈창이 어림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가뜩이나 후계자 싸움이 어지러운데 나까지 끼어들라고? 아마 두 형님의 합공에 맞아 죽기 딱 좋을 것이다.”

 천류영이 묘한 미소를 흘리며 발을 뗐다.

 그러면서 광혈창에게 말을 건넸다.

 “일각이면 됩니다. 저와 단 둘이 근방을 산보하시겠습니까? 그 시간 안에 생각이 바뀌지 않으신다면 저도 포기하겠습니다.”

 “……!”

 “저는 네 가지 이유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일각의 시간도 안 되겠습니까?”

 광혈창은 입술을 질겅질겅 깨물다가 뭐에 홀린 듯이 천류영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그런 둘을 산적들과 쟁자수들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이려는 자와 살려는 인물이었다.

 그렇게 양립하던 둘이 지금은 마치 친한 사이처럼 나란히 산보를 하고 있었다.

 부두령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쟁자수들에게 물었다.

 “저놈은 대체 정체가 뭐냐? 내 살다 살다 저런 놈은 진짜 처음일세.”

 멍하니 있던 쟁자수 막내가 화들짝 놀라 답했다.

 “쟁자수요.”

 “…….”

 부두령이 인상을 박박 긁었지만 쟁자수들은 딱히 해 줄 말이 없었다. 자신들도 천류영의 저런 모습은 처음 보기에.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천류영.

 그는 위기에 진가가 드러나는 인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진산 표국은 제대로 된 인재를 모르고 저리 방치하고 있었다는 것을.

 특히나 쟁자수 막내는 아까 천류영이 한 말을 곱씹으며 생각에 열중했다.

 ‘그릇이 너무 커서 볼 수가 없었던 거야. 진산 표국도 그리고 나나 주변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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