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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황우괴협
작가 : 추몽인
작품등록일 : 2016.4.21

“떠나라. 떠나서 두 번 다시 검을 쥐지 마라!”

이유도 몰랐다. 아니 안다 해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나이였다.
십오년...
쫓기듯 변방에 버려져 황무지를 일궈가며 흘려버린 지난 나날들.
어느새 아이는 청년이 되었고, 더불어 이젠 황무지가 아닌 스스로 제 운명을 개척하기에 이르렀다.

“자, 이제 목화밭도 다 정리됐고, 내게 남은 것은 너와 곡괭이 한 자루 뿐이다. 그러니 황우(荒牛)야. 너도 나와 함께 떠나자.”

음머어어.
돌아오란 말도... 또 가겠다는 말도 없이 시작된 그 혼자만의 귀향길.
천하는 이때만 해도 황소 탄 그를 지독스레 기억하게 될 줄은 조금도 예상치 못했다.

 
1장. 황소 탄 무뢰한 (2)
작성일 : 16-04-21 20:22     조회 : 706     추천 : 0     분량 : 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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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돌아서는 사내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는 사람이 있었다.

 두 여인과 일행인 중년마부였다.

 아무래도 바람결에 이곳의 소란을 전해들은 듯 망설이지 않고 사내를 향해 마편을 휘둘렀다.

 쓔아아앙!

 역시나 일개 마부 이상의 기세를 보인 자답게 그 공격도 조금 전 두 여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닿는 것이 나무면 부러지고, 바위일지라도 산산조각 날 것 같았다.

 그래선지 사내도 여인을 상대할 때와는 다른 행동을 보였다. 애초 손으로 막거나 잡을 생각이 없는 듯,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 이해가 안 가는 자세를 취했다.

 ‘대체 무얼 하려는 거지?’

 허공에서 지켜보는 두 여인이 동시에 이런 생각을 했을 정도로, 사내는 곡괭이도 없는데 마치 곡괭이질이라도 하려는 듯, 양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가 그대로 땅을 향해 내리쳤다.

 쿠아아아!

 사내 앞에 빠르게 고랑이 파이며 그것이 그대로 중년마부에게로 이어졌다.

 그 결과 본의 아니게 중년마부가 선택의 기로에 빠졌다.

 이대로 계속해서 상대의 기세마저 가르고 그 육신까지 베어야 하나? 아니면 옆으로 잠시 몸을 빼 상대의 기세를 흘린 후에 재차 파고들어야 하나?

 문제는 머리는 전자를 원하는 데 몸이 계속해서 후자를 요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뿌득!

 하지만 오랜 경험이 결국 중년마부에게 후자를 따르게 만들었다. 이빨을 갈며 옆으로 몸을 뺐다.

 “!”

 아니 빼려고 몸을 튼 순간 먼저 파고든 상대의 역도가 외려 그를 옆으로 튕겨버렸다. 그렇다 보니 몸을 추스르고 재차 파고든다는 생각자체가 무리인 순간이었다.

 놀라운 건 그 이후로도 상대가 보낸 역도가 계속해서 땅에 고랑을 만들며 뻗어나갔다는 것이다.

 쾅!

 종국엔 커다란 폭음과 함께 땅을 뒤집어 놓았다. 뒤이어 여파에 휘말린 목화솜들이 하늘로 날려져 이리저리 떠다니기 시작했다.

 ‘눈?’

 결코 감상적일 수 없는 순간임에도 이 때문에 젊은 여인은 한순간이나마 거기에 빠져드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그 실수는 한 번 더 사내의 품에 떨어지는 결과로 작용하기도 했다.

 털썩.

 스스로 몸을 가누며 떨어져 내린 중년미부와 달리 젊은 여인은 그대로 다시 사내 품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전과 달리 사내는 그녀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조심스레 그녀를 땅에 내려주고 더는 볼 일 없다는 듯 통나무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왜?’

 아무래도 중년미부도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한 듯 했다. 멀어지는 사내를 불러 세웠다.

 “멈춰요!”

 “왜? 손만으론 부족하오? 다른 곳도 주물러드릴까?”

 “이봐요! 지금 그게 아니잖아요. 무례를 저질렀으면 사과를 해야지. 그냥 등 돌린다고 다가 아니잖아요.”

 “이거 참. 정말 개꿈 맞군. 무단침입도 모자라 다짜고짜 손찌검 당하질 않나, 그것도 모자라 손 좀 만진 걸 가지고 사람 죽인다 난리나 피우고, 그리고 이젠 아예 나보고 사과를 하라? 이 모든 걸 당할 때까지 얼굴 한 번 붉히지 않은 날보고?”

 혼잣말이었지만 결코 혼잣말일 수 없는 말이었다. 일단 목청도 컸고, 문제는 묘하게 지금까지 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만두세요.”

 중년미부의 말이 젊은 여인에 의해 막혔다.

 “유모. 애초 우리가 자처하고 잘못한 일이에요. 저 분 말처럼 이후 벌어진 불상사도 다 그로인해 생겨났고요. 아저씨도 그만하세요.”

 그때까지도 중년마부는 임전태세를 풀고 있지 않았다. 다만 상대의 실력을 보고난 후, 혹 젊은 여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걱정되어 바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을 뿐. 하나 그것도 젊은 여인의 한 마디에 풀어지고 말았다.

 이후 젊은 여인이 대표로 사내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허락도 없이 찾아온 점도 그렇고, 아무리 놀라 그랬다고 하나 먼저 손을 뻗은 일도요. 마지막으로 손 좀 잡힌 일 가지고 아저씨를 죽이려 했던 일도 사과드릴게요.”

 ‘아, 아저씨?’

 “모두 저희 쪽 잘못이니 마음 푸시고, 불청객인 저희는 이만 물러갈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한 번 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걸 끝으로 젊은 여인이 신형을 돌렸다.

 “가요. 생각보다 많이 지체 되었어요.”

 그렇게 젊은 여인이 나머지 두 사람을 데리고 물러나려는 그때.

 “자, 잠깐!”

 이번엔 반대로 사내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왜요? 저희 쪽에서 잘못한 일은 다 사과드린 걸로 아는데요. 아직 더 남았나요?”

 “흠흠. 아니. 뭔가 오해가 있는 듯 한데 나는 아저씨가 아니라...”

 “이름을 모르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그렇게 부를 수밖에.”

 “무... 아니. 무룡이요. 백무룡(白無龍)!”

 백무룡은 순간적으로 만들어낸 이름 치고 맘에 들어 어조에 힘이 들어갔다.

 “소이령(素梨靈)이에요. 그리고 목화... 덕분에 많은 위안이 되었어요. 고마웠어요.”

 ‘고맙다고?’

 하지만 백무룡은 그 이유까지 들을 수 없었다. 소이령이 함께 한 두 사람을 데리고 빠르게 목화밭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그 순간 눈으로 그들을 배웅하던 백무룡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훗! 타노. 왠지 돌아갈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은 것 같아. 타노도 이런 내 마음 이해하지?”

 하늘을 향해 미소 짓는 백무룡의 눈가로 무슨 일인지 안개처럼 뿌연 습막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

 

 “소주. 무공 중에 가장 강한 무공이 무언지 아십니까?”

 “소림의 달마역근공? 무당의 태극혜검? 아니면 개방의 강룡십팔장?”

 “온통 정파에서 유명한 무공들뿐이군요. 하지만 사파에도 그 못지않은 무공들이 있습니다. 아수혈문의 아수라백팔무라던가, 마교의 천마구벽, 백마곡의 구유탈혼지도 결코 소주께서 말한 것들보다 떨어진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럼 그 여섯 개 중 하나를 고르면 되겠네.”

 “후후. 아닙니다. 아직 정파에도 화산의 자하진기라던가, 공동의 대주천복마검법, 나부문의 홍예도결, 그리고...”

 “자, 잠깐 타노. 정파에도 그처럼 끝이 없는데, 혹시 사파도 마찬가지 아니야?”

 “어떻게 아셨습니까? 사파에도 아직...”

 “악! 그만해. 타노 지금 날 놀리는 거지? 그런 식이라면 밤을 꼬박 새도 결코 강한 무공을 찾을 수 없잖아.”

 “맞습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뭐?”

 “한 마디로 지금처럼 무공 그 자체에만 매달리게 되면 강한 무공이란 한도 끝도 없게 된다는 뜻이지요.”

 “그러면?”

 “무공 그 자체를 넘어서십시오. 그럼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공이 될 것입니다.”

 “너무 어려워.”

 “어렵지 않습니다. 검 대신 곡괭이를 쥐게 된 지금의 현실이 소주께 세상 어떤 누구보다 훌륭한 스승이 되어줄 것입니다.”

 “거짓말! 타노는 날 억지로 땅이나 일구고 살게 만들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돌아갈래. 아니, 돌려보내줘. 내가 아버님한테 다시 빌어볼 테니. 타노. 부디 제발 날 돌려보내줘!”

 

 “망할 늙은이.”

 당시보다 두 배가 더 나이 든 지금도 백무룡은 그때 일을 떠올리면 여전히 타노가 밉기만 했다.

 하지만 한 가지 면에 있어선 타노가 절대적으로 옳았다.

 

 “검 대신 곡괭이를 쥐게 된 지금의 현실이 소주께 세상 어떤 누구보다 훌륭한 스승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 순간 백무룡은 그 결과를 직접 눈으로 보고 있었다.

 밭고랑처럼 길게 대지를 가르고 지나간 자국. 그 끝은 더 심해 마치 화탄이라도 터트려놓은 것 같았다.

 땅에 머물던 백무룡의 시선이 곧 하늘로 향했다.

 하늘엔 한창 만월이 떠올라 천지를 환하게 밝히고 있는 중이었다.

 누가 그랬던가? 만월을 보고 있으면,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의 얼굴이 저절로 떠오른다고?

 “타노. 보고 있어? 당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지 않으려는 내 노력의 결과야. 이 정도면 이제 복수건 뭐건 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으니 이제 떠나려고. 대신 정말 내 마음대로 살 거야. 괜히 그런 말 했다고 후회하지 말라고.”

 하지만 만월 속의 타노는 웃기만 할 뿐 눈썹 한 번 찡그려주지 않았다.

 “망할 늙은이.”

 백무룡은 한 번 더 이 말을 내뱉으며 통나무집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이번엔 앞이 아닌 집 뒤쪽으로 돌아갔다.

 그곳엔 진정한 의미에서 짐승 우리가 한 채 지어져 있었다.

 음머.

 백무룡이 다가가자 그곳의 주인이 반갑게 그를 맞이해주었다.

 “이제 목화밭도 다 정리됐고, 내게 남은 것은 너와 곡괭이 한 자루 뿐이다. 그러니 황우(荒牛)야. 너도 나와 함께 떠나자.”

 음머어어.

 이후 백무룡은 우리에서 황우를 끌고 나와 그 위에 곡괭이를 싣고 또 자신도 실었다.

 “가자.”

 음머어.

 딸랑. 딸랑.

 황우가 움직일 때마다 목에 걸린 방울이 좌우로 흔들렸다.

 백무룡은 마치 그 소리가 자장가인 듯 널찍한 황우 등에 누워 발을 뿔에 건 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렇게 백무룡은 십오 년 만의 귀로의 첫발을 내딛었다.

 

 ***

 

 주천(酒泉)은 감숙 서부에서 제일가는 도시로 그 이름처럼 독특한 전설을 품고 있었다.

 한무제 때의 일일 것이다. 이곳에 주둔 중인 장수 곽거병에게 어주 열 통이 하사된 적이 있었는데, 전군이 마시기에는 모자라 곽거병이 어주 전부를 성 아래의 금천(金泉)에 쏟아 부은 일이 있다고 한다. 이후 놀랍게도 금천이 맛있는 술로 변하여 모든 병사가 충분히 마실 수 있었다고 하는데...

 주천이라는 이름은 이때에 생겨나 지금까지 불리어져오고 있단 그런 전설이었다.

 실제로 주천의 물맛도 술맛과 비슷해 마시고 취하는 자들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선지 주천의 술은 술로 술을 빚는다 해 다른 지역보다 취기가 강했다.

 지금처럼 향기에 이끌려 술이 약한 자가 멋도 모르고 입을 뎄다간 단번에 고주망태가 될 수 있었다.

 딸꾹.

 “아, 아가씨.”

 “왜? 왜요?”

 “술이 조금 과한 게 아니신지...”

 “과해요? 어디가요? 봐 봐요. 아직 따라준 술이 반이나 남았잖아요.”

 “하지만 술이 처음이신 아가씨께선 그 정도도...”

 “괜찮아요. 제가 무슨 어린 애도 아니고. 또, 그리고 제가 언제 이렇게 술에 취해보겠어요. 앞으로 돌아가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혼인해 평생 그 뜻에 따라야 하는데. 그러니 그냥 두세요. 집에 돌아갈 때까지 만이라도 내 마음대로 좀 해보게.”

 꼴깍.

 취기 때문인지 평소보다도 더한 감정을 내보이며 소이령이 남은 반잔의 술도 목으로 넘겨버렸다.

 하지만 하정향(河情香)은 더는 말리지 않고 가만히 빈 잔에 술만 채워주었다.

 ‘아가씨...’

 소이령을 십오 년간 버려뒀던 가족이 얼마 전에야 다시 그녀를 찾았다. 그런데 그 이유란 것이 고작 정략결혼을 시키기 위함이었다. 그 때문에 유모인 자신도 이토록 화가 나고 가슴이 아픈데, 하물며 당사자인 그녀는 어떻겠는가?

 바보같이 착하지 않았다면, 몇날 며칠을 울고불고 돌아가지 않겠다 떼를 쓴다 해도 어느 누구도 뭐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였다.

 딸랑. 딸랑.

 묘하게 귓가를 자극하는 방울 소리가 주루의 창을 통해 전해져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아무래도 이곳을 향해 오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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