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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자의 아이들
작가 : 뉴레기
작품등록일 : 2017.7.8

첫 번째 암흑기를 주도했던 세 명의 사이먼 중 하나인 젤브로스는 두 번째 암흑기가 도래하려하는 전란의 시기인 300년대에 모든 인과관계를 끊고 가이아드 대륙을 방황한다. 그러던중 우연히 네지라는 자의 부탁을 들어주게된다. 부탁이란 최근 도시 펠리스를 둘러싼 영악한 괴물에 대한 퇴치 의뢰였는데........

 
8
작성일 : 17-07-18 21:37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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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비, 뛰어!"

 

 "에....?"

 

 상황판단을 하고 있을 새는 없다.

 

 주변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조금도 알아채지 못한채 헤벌쭉한 루브네의 팔이 억지로 잡아 끌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파다닷!

 

 연약한 루브네의 팔을 강하게 잡아끈 탓에 루브네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그녀를 그대로 덥썩 품에 안은 젤브로스는 전력으로 마을 바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아악! 아파 제기랄!.....잡아....잡아 이 똥자루 같은 새끼들아!"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코피를 쏟고있는 지휘관의 역정이 들려오자 부하들이 화들짝 놀라 젤브로스의 뒤를 쫒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거운 중갑옷을 몸에 걸친 병사들이 십년을 넘도록 가이아드 대륙을 방랑한 젤브로스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리는 만무했고.

 

 "화살을 쏴! 놈의 똥구멍에 촉을 박아버리라고 씨발!"

 

 "하, 하지만 놈은 정혈 마녀를....."

 

 "빌어먹을! 원래 사람새끼란건 화살 한 두방 쳐맞는다고 죽지않아 네놈들 바보냐!"

 

 그건 갑옷으로 무장된 건장한 체격의 병사들 뿐이겠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병사들은 보조무기로 등에 걸어둔 단궁을 빼들었다. 본디, 병종은 보병인지라 그들이 갖고있는 화살은 많아봤자 네다섯 개 정도 뿐이었지만 모여있는 병사들 전원이 일제사격을 가한다면 쫒기고 있는 입장에선 꽤나 위협적일 수 밖에 없었다.

 

 피융! 퓽 퓽!

 

 공기를 잡아 찢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제국군이 발사한 화살들이 일제히 멀직이 달려가는 젤브로스를 향해 달려간다.

 

 "제브?"

 

 "가만히 있어."

 

 쌔애앵! 하는 날카로운 소리, 그리고 그 소리가 들리기 이전에 들었던 수축되는 활시위의 격음.

 

 젤브로스는 날카로운 화살이 자신의 등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팟!

 

 그래서 젤브로스는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중력에 의해 다시 땅에 떨어질 때 쯤엔 바로 옆에 나무 몇 그루가 있었다. 젤브로스는 그것을 있는 힘껏 걷어찼다.

 

 한 번 떠오르고, 다시 가라앉으려 했던 그의 몸이 추진력을 얻어 다시 한 번 붕 떠오른다.

 

 포몰선을 그리며 아래로 낙하하고 있던 화살은 젤브로스가 두 번째 도약이 성공한 시점에서 흙바닥에 허무하게 쳐박히고 말았다.

 

 으드득.

 

 눈 앞에서 타겟이 도망치는 꼴을 본 제국군 지휘관이 이제는 입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코피를 씹어 마시며 분한듯 발을 동동굴렀다.

 

 "대체 저 개새끼는 뭐야! 말! 말을 가져와!"

 

 "저, 그게 군마는 모두 남쪽 입구 앞에......"

 

 "뭐라고?! 대체 어떤 바보같은 놈이 제국의 심장을 좆같은데 묶어두라고 지시했지?"

 

 "베르비언 중대장 님이십니다."

 

 "......끙."

 

 거기서 상관의 이름이 나오니 말을 이을 수가 없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곤 기다랗고 뾰족한 지휘용 레이피어를 휙! 휘둘렀다.

 

 "우리 1소대는 지금 바로 말을 풀어 마녀를 추격한다. 그리고 너! 너는 소대에서 이탈해 중대로 돌아가 베르비언 중대장 님께 마녀가 빌어먹을 피스킵 마을에서 도망쳤다고 알려!"

 

 "아, 알았습니다!"

 

 손가락으로 지명당한 어리버리해 보이는 병사가 경례를 올리며 부랴부랴 마을 외곽 쪽으로 달려갔다.

 

 "제기랄!"

 

 제대로 표적을 맞추지도 못한 이 멍청한 소대원들의 우스운 낮짝을 한 번씩 훑어본 지휘관은 땅에 대고 욕지기를 내뱉으며 군마들이 묶여있는 마을의 남쪽 출구로 향했다.

 

 

 

 

 

 

 #

 

 

 

 

 

 

 제르키아 제국의 그렇고 그런 중대장들과 마찬가지로 베르비언 대위 또한 기본적으로 위험한 전선에 직접적으로 나설 일이 없는 영관급 장교에 대한 진급에 커다란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뭐가 지휘관이야! 뭐가 부대를 움직이는 심장이야! 베르비언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속으로 그런 욕설을 내뱉었다. 삼대국이, 거대한 가이아드 대륙이라는 배경에서 치루는 전선에서, 실질적으로 부대를 지휘, 통솔하는 것은 대대급 이상의 지휘관 부터라는 것을, 사관학교 생도 당시의 베르비언은 예상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중대장 님!"

 

 어깨의 금색 사각모양 견장에 대위임을 알리는 금색 칼날 세 개가 나란히 붙어있는 베르비언 중대장은 피스킵 마을 변두리에서 군마들에게 여물을 먹일겸 겸사겸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뭐지?"

 

 그쪽을 향해 일말의 시선도 주지 않는다. 베르비언은 지금 말 위에 앉아 근처에서 꺾은 개똥풀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바보같은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지루한 전선에선 또 이것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으리라. 베르비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갤리언 1소대장으로 부터의 전령입니다. 피스킵 마을 서쪽 입구 앞에서 정혈 마녀 외 한 명을 발견, 현재 1소대가 추격중이라고 합니다."

 

 "그 외 한 명?"

 

 그제서야 시선을 그쪽으로 옮기는 베르비언. '신병인가?' 그는 낮선자의 얼굴을 맞대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인상을 찡그리지는 않았다.

 

 "예! 30대 남자로 추정되고 검은 옷을--"

 

 "아, 됐어 됐어. 별로 궁금하지 않아 요점만 말해."

 

 느슨하게 풀어져 있는 베르비언과는 다르게 소식을 전달하는 병사 쪽은 얼음장 처럼 몸이 굳어있는 상태였다.

 

 "요점만 말하라니까?"

 

 머뭇머뭇 거리며 말을 할 듯 안할 듯...... 슬슬 베르비언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후, 친구는 이등병인가?"

 

 "네, 네엣! 지난주에 3중대에 전입한 레리--"

 

 "흠, 그렇군 흠흠. 잠깐 이리와봐."

 

 설렁 설렁, 마치 애완견을 부르듯이 손을 부드럽게 휘젓자 신병 레리 뭐시기가 종종걸음으로 군마 위에 올라탄 베르비언의 앞으로 다가간다.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아, 물론 나도 자네를 잘 모르지. 그러니까 정보교환을 좀 해보자구. 서로 싫어하는 것을 조심하면 귀찮은 트러블은 발생하지 않으니까......에, 그러니까 이해하기 힘든가?"

 

 "자, 잘....."

 

 "흠 흠, 그러니까 이 녀석아. 넌 지금 한 번 죽은거야. 알았지? 한 번은 봐준다고. 그런데 두 번은 없어."

 

 ".....예?"

 

 콰직!

 

 지휘관이라면 누구나 왼쪽 가슴에 차고있는 단검을 빼들어 가엾은 신병의 왼쪽 눈깔에 쳐박는다.

 

 "아아악! 아아아!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평원에서 울리는 절규.

 

 단검의 너비는 꽤 긴편이라 신병의 왼쪽눈 뿐 아니라 양 옆의 살갖도 함께 찢어버리고 말았다. 기분나쁜 소리가 병사의 비명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운 듯 울부짖는 신병의 입에서 엄마 엄마!! 하는 소리가 간들어지게 들려오자 베르비언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품을 늘어놓았다.

 

 어디서 재미있는 친구가 들어왔네.

 

 베르비언은 피가 흥건히 묻은 단검을 손수건으로 닦은 뒤 가슴 앞 단검집에 도로 집어넣었다.

 

 "중대장 님?! 대체 무슨....."

 

 다른 병사들이 베르비언 곁으로 몰려왔을 땐 이미 신병은 쇼크로 죽어버린 뒤였다. 병사들은 눈알이 찢겨 터진채 불쌍한 표정으로 땅에 널부러져 있는 가엾은 신병의 모습을 한 번 훑고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누구하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베르비언에게 감히 질문하지는 않았다.

 

 베르비언이 이끄는 3중대에선 이런일이야 늘 흔했으니까.

 

 "치워."

 

 "네, 네에...."

 

 병사 둘이 앞으로 나와 죽어버린 시체를 들어올리고 자리를 이탈한다. 조금 뒤, 베르비언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마녀와 함께 있다던 '그 외'란건 대체 뭐지?"

 

 "현재로선 마녀의 보호자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간단명료해서 좋군. 그러니까 훼방꾼이 나타났다 이거 아니야."

 

 "예."

 

 부드럽게 흘러가는 대화가 만족스러운 듯 베르비언은 고개를 씰룩거렸다.

 

 "글쎄, 우리 갤리언 소대장께선 보호자 친구에게 우리가 누구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모양이군."

 

 "위대하신 북부 주인이신 레글라무스 황제 폐하에게 직접적으로 명령을 부여받아 마녀를 잡으러온 제국의 부대라고 설명하신 것을 똑똑히 들었습니다."

 

 대화에 끼어든 병사는 아까전, 갤리언 소대장이 중대로 복귀시킨 어리버리해 보이는 병사였다. 참고로 죽어버린 가엾은 신병에게 갤리언 소대장으로 부터의 전언을 전한것도 이 병사였다.

 

 "그러면 그거로군......공무집행 방해."

 

 베르비언은 귀찮다는 듯 하품을 크게 내쉬고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뭐......그건 어쩔 수 없네. 죽어야지 뭐. 친구는 분명 갤리언 소대장 밑에 있던 일병이 맞는가?"

 

 "맞습니다."

 

 "그럼, 보호자 친구를 직접 만나봤겠군."

 

 "예, 도주하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호오.

 

 베르비언은 그 '보호자'라는 것에 흥미가 생겼는지 휘파람을 불었다. 감히 그 누가 제국군 앞에서 반기를 들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럼 자네가 보기엔 우리의 1소대장 님께선 지원이 더 필요할 것 같나? 아니면 스스로도 충분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것 같나."

 

 어리버리해 보이는 병사는 잠시 머뭇거렸다. 사실 그 보호자라는 남자를 직접적으로 본건 사실이나 그자의 실력을 판가름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본것도 아니었고, 게다가 그런것들을 판단하기엔 자신은 아직 너무나 미숙한 일병 나부랭이일 뿐이었던 것이다.

 

 베르비언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내가 어떻게하면 좋겠나? 일병 친구."

 

 ".....어, 그게."

 

 후우.

 

 베르비언은 부하들에게 들리지 않게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시체가 한 구 더 늘어날 것 같았다.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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