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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자의 아이들
작가 : 뉴레기
작품등록일 : 2017.7.8

첫 번째 암흑기를 주도했던 세 명의 사이먼 중 하나인 젤브로스는 두 번째 암흑기가 도래하려하는 전란의 시기인 300년대에 모든 인과관계를 끊고 가이아드 대륙을 방황한다. 그러던중 우연히 네지라는 자의 부탁을 들어주게된다. 부탁이란 최근 도시 펠리스를 둘러싼 영악한 괴물에 대한 퇴치 의뢰였는데........

 
7
작성일 : 17-07-18 21:36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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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서둘러 체크 아웃을 하고는 바깥으로 나왔다.

 

 똑 똑.

 

 주인 남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눈 젤브로스는 검지로 카운터 위를 톡톡 두드렸다. 주인 남자의 표정에서 웃음 꽃이 피었는데 여관 밖을 나서자 루브네가 이유를 물었다. 젤브로스는 체크 아웃을 하고 바깥으로 나올 때 묵었던 방의 침대 밑에 일종의 사례금을 넣어두고 가는게 디엘노움의 문화라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물론 꼬마 숙녀는 팁이라는 단어는 고사하고 사례금이란게 무엇인지도 알고있지 않은 듯 했다.

 

 젤브로스는 다음 목적지를 찾기 위해 지도를 펼쳤다. 맨 처음 루브네를 찾기 위해 네지에게 받았던 지도로 디엘노움 지역을 집중적으로 묘사해주고 있었다.

 

 목적지.

 

 과연 그에게 그런게 있을까.

 젤브로스는 새삼스럽게 왜 자신이 지도를 꺼냈는가 스스로 의문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전쟁과 동떨어진 곳이라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며 서쪽을 바라보았다. 절름발이 네지가 말하길, 서쪽에는 공화국 본대가 진지를 버리고 후퇴해 지금은 왕도 정규군의 관할을 받고있는 상태인 모양이었다.

 

 젤브로스는 서쪽으로 더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쪽 방향으로 쭉 나아가다가 또 전란의 기운이 젤브로스를 뒤쫒아오면 다른 방향으로 꺾어버리면 그만이니까.

 

 젤브로스를 속박하는 출신과 조국, 실타래 처럼 얽힌 인물관계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자유였다.

 

 피스킵 마을의 서쪽 출구까지 루브네와 함께 걷는 젤브로스.

 그는 문득 그 주변에 말 상인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 방향으로 향했다. 머리에 흰 두건을 두른 까무잡잡한 피부의 말 상인은 손님의 방문이 썩 반갑지는 않은지 인사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요즘 말 한 필 시세가 얼마나하오."

 

 "품종에 따라 다르지. 디엘노움에서 나고자란 놈들 처럼 다리가 원숭이 실좆만큼 짧은 새끼들은 십만 데릭실도 안되우."

 

 어쩐지 신경질 적인 그 남자였지만 젤브로스는 그 안에서 약간의 분노와 슬픔을 엿보았다.

 

 젤브로스는 시선을 돌렸다. 말 상인이 이끌고 있는 말은 총 다섯 마리였지만 전부 어린 망아지들 뿐이었고 그마저도 눈에 힘이 없고 비정상적으로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게다가 귀를 기울이면 누구라도 망아지의 고통어린 신음소리를 들어볼 수 있을터였다.

 

 '마역이군.'

 

 전쟁과 위생은 원수지간이다. 특히 오랫동안 지속되는 장기전의 경우엔 더더욱 그랬다. 국가는 도시와 마을의 공중목욕탕을 밀어버리고 군수공장을 새로 들여놓기 시작했고 수십, 수백명 단위의 남자들이 무리를 이루고 그다지 좋은 환경이라곤 할 수 없는 도시 바깥을 나돌며 시체를 만들고, 시체가 되어갔다.

 

 질병.

 

 가이아드 대륙의 모든 이들을 좀먹는 이 시대의 진정한 재앙.

 특히 전쟁이 터질 때면 이때다 싶어 고개를 쏙 내미는 전염병이라는 존재는 전선의 병사들 뿐 아니라 도시와 마을의 시민들을 남녀노소 불문하고 죽음에 이르게할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인간 뿐만은 아니었다.

 

 전쟁이 터졌다고 옹기종기 모여 군집생활을 하는 것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 중 하나인 군마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마역이라는 병은 말의 힘을 빼앗고 생기를 잃게하며 호홉기에 장애를 일으켜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 이유는 바로 그의 기관지와 미세한 피부 상처 사이에 알을 까놓는 파리들 때문이었다. 파리는 시체가 많으면 많을 수록 왕성하게 번식하고, 더 많은 알을 까기 위해 시체 뿐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까지도 덤벼드는 대범함을 보여줬다.

 

 이 대륙의 의학으로도 막을 수 없는 전염병이 인류를 괴롭히는데 도구로 사용되는 말 따위 알게 무엇인가?

 

 "말이 이상해진건 언제부터였지."

 

 "제발 날 좀 내버려두시오."

 

 "담즙을 토한 적은 없었나. 보아하니 파리도 좀 꼬이기 시작했군. 나흘에서 닷새정도 된 모양인데."

 

 ".......뭘 어쩌란거요. 이런 녀석이라도 사가겠다면--"

 

 "아니."

 

 젤브로스는 망아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석의 눈높이에 맞춰주려는 듯 쭈그려 앉았다.

 

 "실례좀 하겠소."

 

 말 상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멋대로 시작하는 젤브로스. 망아지의 침을 손가락으로 훑어 냄새를 맡고 형태와 구성성분을 확인한다.

 

 "확실히 마역에 걸렸군. 파리의 알이 몇 덩이 뭉쳐있어. 이대로 두면 말도 문제지만 태어난 구더기가 말의 살점을 파먹기 시작할테고, 썩은 냄새를 맡은 콥서들이 몰려들거요."

 

 젤브로스는 말 상인을 올려다보았다.

 

 "혹시 독한 술 가진거 없소?"

 

 말 상인은 도대체 이 상황에서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얼굴을 붉혔지만.

 

 "하루 하루를 술로 버티고 있지. 제기랄....."

 

 "뭐든 좋소. 라즈베리로 만든 와인이나 보드카 종류를 가지고 있다면 건네주시오."

 

 말 상인은 자신의 오른쪽 손을 내려다보았다. 반쯤 마신 레드 와인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뭘 어쩌려는거요."

 

 "제안 하나만하겠소. 내게는 십만 데릭실이 없소. 그러나 당신의 망아지들을 괴롭히는 마역은 치료해줄 수 있지. 대신 내게 망아지 한 마리를 그냥 내주시오."

 

 "뭐....?"

 

 믿을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마역이란 인류를 괴롭히는 전염병과 같아서 아무리 날고 기는 의사가 모여도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나. 그냥......그냥 좀 가버리시오."

 

 "이 대로라면 삼일 안으로 망아지들은 죽소. 게다가 망아지의 살점을 파먹는 구더기들이 당신에게 냄새를 묻힐테고 당신도 콥서들의 표적이 되겠지. 죽고싶소?"

 

 "......크."

 

 이빨을 악물며 말 상인이 거들떠도 보지 않고 젤브로스에게 와인병을 넘긴다. 젤브로스는 그것을 냉큼 받아들어 뚜껑을 연뒤. 어제 잘라두었던 페스트롭의 더듬이 하나를 꺼내 반으로 자르곤 병 안으로 집어넣었다.

 

 "페스트롭은 걸어다니는 질병이라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세균을 가지고 있지. 루비, 잘보거라."

 

 루브네가 종종걸음으로 젤브로스 곁에 다가온다. 젤브로스는 그녀에게 자신의 '성흔'을 보여주었다. 성흔이 미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투명했던 와인 병이 금새 거무틱틱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어제 밤, 납치된 루브네를 찾기 위해 젤브로스가 보드카와 버밀리아의 입술을 조합해 뉠른을 만들었을 때와 거의 비슷한 형식이었다.

 

 젤브로스는 말 상인에게 이제는 탁한 검은 색으로 변해버린 와인병을 건넸다. 그는 기이한 마술을 본 관객 처럼 두 입술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망아지의 몸에 골고루 뿌리시오. 말의 생살에 상처를 내고 까놓은 파리의 알이 두 시간 안으로 모두 제거될 것이오. 대신 모두 사용하면 안되오. 뿌리는건 어디까지나 '절반'이 허용치요. 나머지 액체는 맑은 물에 조금 섞어 녀석들이 마시게 하시오. 그렇게하면 하루 안으로 이 녀석들은 풀밭을 뛰는 암송아지 처럼 쌩쌩해질거요."

 

 "이, 이건.....약이오?"

 

 "뭐, 비슷하지. 그러면 약속한대로 보수는 망아지 한 필로 받아가도록 하겠소. 흠, 저 갈색 말이 좋겠군."

 

 "아, 아니 잠깐! 내가 언제--"

 

 거기서 딱, 젤브로스는 그의 손에 들려준 와인병을 낚아채갔다.

 

 "그러면 이것도 도로 받아야지."

 

 "잠....."

 

 "흐음, 어떻게할텐가. 말 한 마리를 잃고 네 마리를 얻을것이오? 아니면 다섯 마리를 모두 잃고 스스로 도태될 것이오."

 

 느긋하게 팔장을 낀 젤브로스는 말 상인이 고뇌하는 것을 즐거운듯 바라보았다.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잠깐 거기!"

 

 한창 '비즈니스'를 진행중인데 방해꾼이 끼어들고 말았다. 젤브로스는 영업 방해를 받은 말단 신입사원 처럼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확인한 젤브로스의 두 눈동자는 커다랗게 변하고 말았다.

 

 '제국군.....'

 

 방패에 그려진 황금 사자 무늬, 머리부터 발 끝 까지 장비한 것은 오로지 강철을 사용해 만든 무거운 중갑옷, 들고있는 창과 칼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 모양과 형태가 똑같지만 그 예리함은 멀리서도 꿰뚫어볼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롭다.

 

 현재 삼대국이 진행중인 오랜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자의 왕국인 제르키아 제국. 사자의 용사들이다.

 

 견장이 달려있는 병사가 부하 몇 놈을 데리고 성큼성큼 젤브로스의 앞에 다가왔다. 망토와 견장, 지휘관이군. 젤브로스는 생각했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그 지휘관의 시선은 젤브로스가 아닌 루브네에게 향해있었다. 젤브로스는 문득 엄습해오는 불안한 기운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루브네를 찾은 낡은 초가집 앞에서 제국놈 몇놈을 박살낸 바가 있지 않았던가.

 

 그러고보니 그들은 도대체 '왜' 루브네를 찾았던 것일까?

 

 "흠, 틀림없군. 정혈 마녀야."

 

 '정혈 마녀....?'

 

 "생포할까요?"

 

 지휘관의 부하가 조심스레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목숨만 붙어있으면 상관 없다는 명령이다. 아무래도 훼방꾼이 끼어들 모양인것 같고."

 

 그제서야 젤브로스에게 따가운 시선을 던지는 지휘관의 눈빛을 보며 젤브로스는 광대를 경련했다.

 

 "도대체 누구신데 이 아이를 데려가려 하시는지."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네놈이 상관할바 아니다. 비켜라, 죽고싶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린 뒤, 지휘관과 부하들이 젤브로스를 지나 루브네에게 다가가려 한다.

 

 그리고.

 

 "워 워, 그만 그만."

 

 젤브로스가 스스로를 방패삼아 루브네의 앞을 가로막는다. 루브네가 그의 옷가지를 붙잡으며 다리 뒤에 숨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러면 곤란하지 이 아이는.......그래, 일단은 내 피보호자라서."

 

 "꺼져."

 

 강철로 만든 장갑을 낀 묵직한 주먹을 젤브로스에게 날린다.

 

 빡!

 

 그러나 가볍게 날아오는 야구공을 글러브로 받아내 듯, 젤브로스는 지휘관의 묵직한 주먹을 어려움 없이 받아내었다. 지휘관의 이마에 핏줄이 올라섰다.

 

 "너는 지금 북쪽 제르키아의 주인이신 황제 레글라무스 레메즈리아 세트레제 폐하의 명령을 이수받은 부대의 공무를 방해하고 있다. 네놈의 빌어먹을 갈빗대 사이에 창날이 꼿히고 싶지 않다면 당장 꺼지는게 좋아. 셋을 세지. 당장 꺼져. 하나, 둘."

 

 "셋."

 

 빠악!

 

 젤브로스의 주먹이 지휘관의 안면에 정통으로 쳐박힌다.

 

 "쿠헥!"

 

 꽈당! 쾅 쿠당탕.....

 

 묵직한 철을 전신에 꽁꽁 싸맨 인간이 시멘트 바닥을 뒹구는 소리가 고요한 정오의 피스킵 마을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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