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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화를 쓰자 - 세계수편
작가 : 연도단
작품등록일 : 2017.7.6

외딴 섬에 위치한 신국고등학교.
폐쇄적인 고등학교에 생긴 이변.
학생들의 몸에 깃든 신화적 존재들.
이변으로 인해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학교에서 지배하려는 세력과 지배에 저항하는 세력이 충돌한다.

 
2장: 신화(神話)를 쓰다. - 5
작성일 : 17-07-18 20:57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3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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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5.

 

  “여! 좋은 아침!”

  “야! 어제 그거 재밌었지?!”

  그날 이후, 현석의 곁을 함께한 것은 적막과 고독이었다. 그래서 혼자서라도 학교를 가득 채우고 싶었다.

  “그거? 난 별로던데!”

  “에이! 이 까다로운 자식!”

  억지로 밝게, 가볍게, 시끄럽게 떠들어 지우려 했다. 죽음의 문턱에 걸쳐있는 적막을 지우고 학교를 가득 채우려 했다.

  “그랬었어. 이거였어. 내가 꿈꿨던 일상은..!”

  현석의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야! 숙제했냐?”

  “어이! 오늘 점심은 뭐냐?”

  그리운 소리로, 활력으로 가득 찬 일상이.

  “어이! 현슥이!”

  현석을 저렇게 새는 발음으로 부르는 녀석은 하나뿐이다.

  “신동재...”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이 가까워진다.

  솔직히 자신을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반가웠다.

  3개월 만에 듣는, 지금은 숨만 붙어있는 살덩이인 친구의 목소리는 꿈만 같다고 생각될 정도로 기뻤다.

  하지만.

  ‘무서워...’

  돌아보면 그날의 동재가 있을 것만 같았다. 피투성이로 쓰러져있는 친구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무서웠다. 차마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야! 사람이 부르면 대답을 해야지!”

  “윽!!”

  등 뒤에서 갑자기 덮쳐와 목을 조른 탓에 현석은 미처 반응하지 못한다.

  “형님이 부르면 재깍재깍 답하는 거 잊었냐?”

  현석은 느슨하게 졸라오는 압박감에, 익숙한 장난에 그만,

  “후우..! 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야..아 너.. 좀 이상하다? 뭔 일 있는 거냐?”

  동재는 어리둥절해 하며 장난을 멈추고 목을 조르던 팔을 푼다.

  “하하... 아무것도 아니야.”

  현석은 눈가에 살짝 맺혔던 눈물을 훔친다. 그리고 타의에 의해 숙여졌던 허리를 펴며 자신의 친구를 바라본다.

  “신동재.”

  현석은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왜?”

  현석은 짙은 눈썹이 매력적인 순박한 시골 청년을 바라본다. 그리고 웃었다.

  “그냥.”

  “싱겁기는.”

  동재 역시 특유의 순박한 웃음으로 현석의 웃음과 마주한다.

  “들어가자. 더 늦었다가는 지각이야.”

  자신의 등을 툭툭 치고 앞서나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현석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나도 알아... 그날 동재가 어떻게 됐는지는... 그런데도...”

  현석의 마음은 그날 갈라졌었다. 갈라져 생긴 균열에서 수많은 감정이 쏟아져 내렸다.

  - 슬픔. 후회. 분노. 자괴감.

  그리고 그 감정들은 아직도 그의 마음을 휘감아 옥죄고 있었다.

  ‘그런데 이 기쁨은 뭐지?’

  현석은 고통, 괴로움 속에 섞여든 이물에 혼란을 느꼈다. 하지만,

  “야! 빨리 안 오냐?!”

  자신을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는 현석을 결심하게 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눈 돌리지 말자.’

  그렇게 앞으로 벌어지게 될 일을 보고 느끼겠다고. 흔들릴지언정 도망치지 않겠다.

  “어! 갈게!”

  현석은 자신을 향해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친구에게 손을 흔들며 마음을 다진다.

  “오옥!”

  현석은 걸음을 재촉해 앞서가는 동재에게 따라붙었다. 그리고 과거의 그때처럼 동재의 어깨에 팔을 얹는다.

  “짜식! 무겁다니까!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냐?”

  싫은 기색 없는 동재의 투덜거림은 가슴이 미어지게 정겹다.

  슬펐지만, 오히려 현석은 웃는다.

  앞으로 맞이하게 될 그리움은 몇 배는 더 클 테니까.

  일반 클래스인 2-F으로 들어서는 현석과 동재를 뿔테 안경을 낀 남학생이 맞아준다.

  “요! 오늘도 둘이 사이좋게 등교하는 거야? 룸메이트는 어따두고 불륜이냐?”

  “뭐? 서준식 너 뭐라고 했냐? 불륜?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준식은 언제 그랬듯 뿔테를 만지작거리며 동재에게 시비를 건다.

  “어이! 시끄러워. 이 형님이 모닝 독서 중인 거 안 보이냐?”

  “이진석! 넌 좀 닥치자.”

  변함없이 티격태격하는 둘에게 한마디 던지는 독서광 진석.

  그리고 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2-F의 홍일점.

  “너희들. 여기는 교실이지 놀이터가 아니야. 좀 조용히 하지?”

  크롬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싸늘하게 일갈하는 반장 이선화.

  현석은 반장의 일갈에 미소 짓는다.

  “후후.. 반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구나.”

  현석의 중얼거림은 아무도 듣지 못한 듯, 2-F 반 녀석들은 뒤섞여 떠든다.

  2-F 반 13인 모두는 현석에게 너무나 소중한 가족이었다.

  1학년 때부터 함께했던 녀석들이라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살아온 배경, 목표, 생각들이 너무나 잘 맞았다. 마치, 누군가 짜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운 소음...’

  현석을 제외한 2-F의 10명이 만드는 소란스러운 하모니는 현석의 귀를 너무나 감미롭게 울린다.

  지휘자가 있었다면 더 정돈된 하모니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지휘자는 지금 없다. 하지만 현석은 알고 있었다.

  그 지휘자가. 사실상 반의 중심에 있는 그 녀석이. 지금 저 교실 문을 열고,

  - 드르륵

  들어올 것을.

  “반장. 뽑아왔어.”

  약간 처진 눈에 맹해 보이는 남학생은 반장에게 인쇄물을 넘긴다. 그는 자신이 넘긴 인쇄물을 받아드는 반장을 향해 씩 웃는다.

  저 웃음이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저 웃음.

  숨김없이 자신의 속마음을 내보이는 저 웃음.

  사람의 경계심을 느슨하게 이완시키는 저 웃음으로 반의 중심에 섰다.

  물론, 그 웃음에 담긴 진심으로 모두의 마음을 얻긴 했지만, 어쨌든 시작은 사람의 경계심을 무너트리는 저 웃음이었다.

  “아.. 어. 고마워.”

  날선 반장조차 누그러트리는 저 미소는 여지없었다.

  하지만, 현석은 느꼈다.

  그 녀석의 얼굴을 스쳐 지나간 찰나의 괴리를. 그리고 그 괴리가 잠시 머문 장소에서 느껴진 기묘한 이물감을.

  “문밖에 누가 있냐?”

  동재의 물음에 그 녀석의 웃음에서 괴리가 지워졌고, 문을 향해있던 시선은 동재에게로 향한다.

  “아니야. 그냥.”

  그렇게 대충 얼버무린 그 녀석은 교실 안의 모두를 쭉 둘러보며 목청을 높인다.

  “자! 조용! 내일 있을 ‘신국인의 날’ 행사위원으로서 너희들에게 공지사항이 있어.”

  “오! 그럼 들어야지! 조용! 조용!”

  준식의 들뜬 반응에, 모두는 목소리를 낮추면서도 들뜬 기분을 숨기지 못한다.

  - 신국인의 날 행사.

  1년에 단 한번뿐인, 노블과 논 노블의 대면이 이루어지는 합동 행사였다.

  신국고등학교의 일반학생, 즉 논 논블은, 애초부터 실질적인 학교의 지배계층인 노블의 개가 되기 위해 이 학교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주인인 노블들과 대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는 그들에게 중요했다. 잘 하면 그들의 눈에 띄어 간택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단지, 그런 이해타산적인 이유로만 10대 청춘들이 들떴을 리가 없다. 그들의 들뜸 속에는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도 섞여있었다.

  하지만 현석은 친구들의 들뜸에 동조할 수 없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구토가 나올 정도로 불쾌했다.

  알고 있었으니까.

  내일 있을 행사에서 모두가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를 알고 있었으니까.

  ‘마, 말려야 해! 모든 것을 밝히고 못 가게 해야 해!’

  현석은 턱까지 차오른 절박함을 모두에게 알리려고 했다. 그 순간, 세상이 빙글 돈다.

  “어.. 어어..?”

  몸에 힘이 빠지고,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휘청인다.

  현석은 여기저기 손을 뻗으며 버텨보려 했지만, 그의 몸은 부질없이 무너져 내렸다.

  “괘, 괜찮냐?!”

  “현슥아!!”

  모두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급하게 양호선생을 부르러 간 녀석도 있었다.

  현석은 구하고 싶었다. 자신을 이렇게나 생각해주는 친구들을 구하고 싶었다.

  “아우.. 으.. 어..!”

  하지만 마비된 입은 움직이지 않는다.

  ‘아...’

  입에서부터 시작된 마비 증세는 몸 전체로 퍼진다.

  ‘머, 멀어진다...’

  눈이 감긴다.

  동시에 모두가 멀어져진다. 모두가 작아진다. 마치, 구멍에서 떨어지는 자신이 구멍 밖의 모두를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현석의 의식이 구멍 아래로 낙하할수록, 조그만 구멍 사이로 보이던 모두의 모습은 점점 작아져 갔고, 이내 작아진 구멍은 사라졌다.

  그렇게 현석의 의식은 완전히 암흑에 침식당했다.

  모든 비극이 시작된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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