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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희유희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24

완벽쟁이 까탈스러운 상사/덜렁거리는 평범한 여직원 부하/
둘이 함께 이계 이동하는 로맨스판타지.

 
그 남자의 사정
작성일 : 17-07-18 00:51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4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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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의 구슬이 번쩍이면서 힘의 바람이 휘몰아친다. 적절한 패턴으로 마력을 주입하자 동굴 벽에 새겨져 있던 푸른 마법진의 문양이 벽 위로 떠올랐다. 소리없이 동굴 안에 있던 문이 열렸다. 마법의 힘이 아니면 이 문은 열리지 않는다. 이 문을 여는 데에 한 달이 걸렸다

 

 “여, 사부.”

 

 쪼그리고 앉아 있는 그림자가 보였다. 생각보다 체구가 작다. 손을 흔들자 상대가 눈을 떴다.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젓고서 다시 잠든다. 아, 조금 소희와 비슷한 것도 같다.

 

 반 장난 삼아서 부르기 시작한 사부라는 호칭을 의외로 괴물은 맘에 들어했다. 역시 인간이었던 것이 틀림없다. 관계를 부여하고 그 관계에 적응한다. 소희가 선배님 하고 불렀던 때의 감격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조금쯤 정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힘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영화 특수 효과 촬영 담당 같은 걸 맡으면 딱 좋겠다.

  십만의 군세를 쓸어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늘에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이 마법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정신적인 능력을 기반으로 주변의 힘을 빌린다. 자신의 정신적인 능력이 부족하다면 라이터만한 불씨도 켤 수 없다.

 

 즉,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야만 한다.

 

 “수능 시험은 시험날이라는 데드라인이라도 있지 이 무슨….”

 “무슨 시험?”

 “아, 혼잣말.”

 

 이 세계의 마법이란 것도 과학에 비하면 별 것 아닌 듯 싶다. 특히 마법의 나쁜 점은 <특수한 사람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과학의 제일 좋은 점은 버튼만 누르면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숟가락 하나 들 힘 없는 90세 노인도 버튼만 누르면 형광등에 불이 켜진다.

 뼛속까지 이과생인 그는 전기의 원리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계도를 기억해서 짜낼 자신은 없다. 에디슨은 필라멘트 전구 하나 개발한답시고 수백번 수천번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는데 그걸 해보려고 한다면? 여기의 광물들을 일일이 원시적으로 캐내서 무한히 수고를 들여야 한다. 한 번 가본 길이라면 쉽게 갈 수 있다고? 그는 에디슨이 아니었다. 이 세계는 이 세계대로 잘 살아가면 된다. 그는 소희와 함께 돌아갈 테니까. 그는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아직 부족하다.”

 

 괴물 사부 놈 말대로다. 아직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는 이동계 마법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최소한 소희를 데리고 왕궁에서 나올 수는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들어가자마자 이 수상쩍은 놈 하고 잡혀갈 상황이다. 왕궁에서 나오는 것이 다인 것도 아니다. 추적을 뿌리칠 만한 실력이 필요하다. 그런 실력을 쌓은 후에야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의심스러운 눈인가, 가늘어진 눈으로 그를 평가하던 상대가 비웃었다.

 

 “시간이 모자라.”

 

 괴물이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하나씩 접으며 크으 하고 비웃는다.

 

 “대마법사 코시건의 책이다.”

 

 그 이름은 진우도 모르지 않았다. 왕궁의 마력 결계를 설계한 마법사다. 꿈 속의 마법사 소년이 존경하던 고인이기도 했다. 괴물은 책을 흔들어 보이며 잘난 척 말을 이었다.

 

 “네가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지금 이 마법책을 읽고 소화하려면….”

 “아, 왕궁 마법사의 마법책을 정말로 구해왔네.”

 

 고맙네, 하고 진우는 씩 웃었다. 기출 문제와 족보는 많을수록 좋다. 마법사들의 패턴은 개인마다 다르다. 수십 년 수련을 쌓은 왕궁 마법사라고 해도 산골에 처박혀 연구를 하던 다른 마법사의 마력 패턴을 해독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높고 낮은 레벨의 문제가 아니라 패턴의 차이 문제다. 스도쿠를 잘 푸는 것과 십자말풀이를 잘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러므로 마법사가 자신의 마법 설계 방법을 공개한 스크롤이나 두루마리는 더 중요하다. 비밀스러운 비결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초급 마법을 해석한 패턴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고위 마법을 해석할 수 있는 틈을 얻을 수 있다.

 

 왕궁 마법사의 마력 패턴이라.

 이로써 소희에게 다가가는 길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솔직하게 기뻐하는 진우를 보며 괴물은 떨떠름하게 책을 내밀었다.

 

 “그, 뭐, 공부할 양이 너무 많다거나.”

 “공부할 게 없는 것보다 훨씬 낫지.”

 

 어찌어찌 사부라고 불리고 있는 전직 왕자이자 은퇴한 암살자는 왕자 시절 자신이 백 권의 책을 읽고 이해하며 공부해야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진저리쳤다. 지도도 없이 숲에 던져져서 생존해야 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차라리 지도 없이 숲에서 먹을 것과 잠자리를 찾아 헤매는 것이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이놈 어쩐지 친구가 없을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해 봐라. 친구가 없지?”

 “….”

 

 진우는 침묵했다. 방금 받은 마법책을 받아 펼쳐 보려다가 다시 덮는다. 마법책을 보호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걸려 있는 함정 마법에 걸리길 바란 건 아니지만, 아예 발동조차 되지 않게 해제해버리는 실력은 놀라울 정도다. 그가 얼마 전까지는 마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자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더 그렇다.

 

 어쩌면 그는 은퇴한 암살자가 아니라 마법학교를 열어 제자들을 길러내어 암살자 단체를 만드는 쪽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인생 헛살았다.

 

 “이봐, 사부 씨.”

 

 진우는 조곤조곤 설명했다.

 

 “지금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지금 여기서 내가 친구가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때? 왕을 암살하는 데 친구가 왜 필요해? 그럴 만한 능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지. 내 사교성과 친화력은 당신이 걱정할 사안이 아니야. 마법력을 키우고 전체적인 상황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야지. 그래야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뭐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음식에 독을 섞어서 암산을 한다고 보자. 음식의 독이 발견되었을 때 갑자기 뒤에서 칼로 내리찍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임기 응변을 해야 할 거 아냐. 틀려?”

 

 물론 이건 지극히 조악한 예지만 항상 플랜 B가 있어야 한다- 하고 떠들다가 진우는 아 하고 말을 멈추었다.

 

 신입 사원에게 설교하는 말투로 이야기해버렸다. 지금 여기는 회사가 아니라 전장이며, 다른 세상이다. 여기서 굳이 이 서툰 놈을 가르칠 이유가 없다. 물론 친구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있다. 한둘 정도는.

 

 하지만 진우는 굳이 그 점을 이 자에게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래, 뭐 왕 암살자가 친구 있어서 뭐에 쓰겠냐. 친구 인생 말아먹지.”

 

 구족을 멸하는데 친구도 반역죄에 같이 휘말려서, 뭐, 삼대가 다 죽어나가면 어디 그게 그 시점에서 친구가 되겠냐. 원수지. 원수 다 싸그리 모아서 친구 하면 되겠네. 네 복수도 대신 해줄거다, 하고 괴물이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저놈 처음에는 말이 없었다. 말을 최소한으로 하더니 마법사란 점을 들켜서 그런지 아주 편하게 군다. 이제는 기분나쁘게 자기 모습으로 등장하는 일도 없다. 진우가 다시 마법책에 마력을 주입하려던 차에 상대가 입을 열었다.

 

 “너 진짜 !@#!@ㅉ%하구나.”

 

 본의 아니게 사부 겸 가정부 겸 집사 노릇을 하고 있던 괴물이 혀를 끌끌 찼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재수 없다’같은 말이다. ‘재수 없다’를 100배쯤 심하게 말한다면 저 말이 된다.

 

 “…뭐?”

 “다른 인간들에게도 그렇게 대하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던 진우는 문득 깨달았다. 그러고보니 마지막으로 가르치고 훈련시킨 신입사원은 소희였다. 설마? 순간적이나마 그는 아주 불안한 얼굴을 했다.

 

 “날 재수없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누가? 주어가 없는 그 말을 들은 상대가 킥킥 웃기 시작했다. 당연히 재수없다고 생각하지, 하고 추임새도 넣어 주었다. 여자가 분명하다. 이놈에게도 욕망이 있다. 이방인 여자를 구출하는 것에 목숨을 걸지 않겠다고 애써 선언하던 모습, 진주 귀걸이를 보고 울부짖던 모습. 그걸 보고도 마음을 모른다면 바보다. 여자가 중요하지만 자신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고 몇 번이고 고쳐 말하는 것만 봐도 알기 쉽다. 그는 이놈에게 여자가 얼마나 소중한지 미끼를 더 던져 보기로 했다.

 

 “마법 훈련만 말고 말하는 습관도 좀 고쳐라. 넌 너무 거만해. 왕족도 아니고 적당히 연기할 필요가 있어.”

 

 그는 일단 내게 정중하게 대하는 대화법부터 시작하도록, 하고 의기양양하게 말을 꺼낸다. 진우는 겸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희가 자신을 어려워하는 게 그래서였던가, 하고 스스로를 반성했다.

 

 “…그래.”

 

 처음으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그 모습에 괴물이 웃음을 흘렸다. 약점 잡았다.

 

 “사부가 아니라 사부<님>”

 

 사부가 아니라 사부의 사부가 와도 하지 않을 것 같은 극존칭을 붙이라고 하는 말에 진우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존댓말이 듣고 싶었냐?”

 “듣고 싶었습니까?”

 

 괴물이 친절하게 고쳐 주었다. 진우는 얼굴을 찡그렸다.

 

 “…듣고 싶었습니까.”

 

 괴물은 기쁜 표정으로 얼굴을 끄덕였다. 잠시 감정선이 흐트러진 사이에 진우는 몰래 마력을 눈에 흘려보내어 괴물의 얼굴을 엿보았다. 진우의 시야에서 비늘이 얼그러져 잠시 안쪽의 얼굴이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역시 인간 마법사군, 그는 확신을 가졌다.

 

 존댓말 놀이를 하면서 기뻐하다니 어리석다. 자신과 소희의 목숨이 걸려 있는 이 일에 진우는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는 내심 씩 웃으며 겉으로 찡그린 얼굴을 보였다.

 

 괴물이 너무 순박하게 좋아해서 미안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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