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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 진 자들의 나라
작가 : 시란
작품등록일 : 2017.7.17

벌꿀처럼 달디 단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잊더라도 그를...

망각된 기억 속에서 잊혀 진 것들은... 기억해내려 애쓰고, 또 기억되려 애쓴다.
하나하나가 모두 잊혀 진 자들이다.
자신처럼 망각의 길로 빠져들어 모든 것을 잊어가는 이들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보며,
그들을 돕기위해 나선 그녀가 달빛에 희게 빛나는 밤이슬처럼 깨어난다.

 
5장. 알 수가 없다.
작성일 : 17-07-17 23:54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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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자가 어디 있든, 난 다 알 수 있어요.”

 “....네?”

 

 미자는 뭐라 할 말 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무슨 뜻이지? 생각하기에 따라선, 그저 민망하기만 할뿐.

 

 “그냥, 그렇다고요. 난 미자에게 이끌려 따라 왔을 뿐이니까. 그래서 좀 전에 미자가 위험한 걸 알고, 아무생각도 할 수가 없었어요. 내 몸은 이미 달리고 있었고요. 그대에게 이끌려, 그대의 곁으로.”

 

 손을 가만히 얼굴에 올려본다. 불꽃이 내려앉아 불타오를 듯 뜨거워진 얼굴을 살살 매 만지며, 생각한다. 그저 알렌이 멀리서 자신이 이 산으로 향하는 걸 보고는 따라 왔겠거니 했을 뿐, 그 뿐이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나온 이끌림이란 그 말이, 미자의 몸과 마음을 기분 좋게 간질이고 있었다. 장난치듯 그에게 어째서 이끌렸느냐, 난 너에게 무어냐, 라고 더 캐내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또 그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끌림이란 그들에게 바로 그런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림이었다. 처음 미자가 알렌을 만났을 때도 알 수 없는 이끌림이 그를 만나게 해주지 않았던가. 그 뒤 몇 번의 만남도 우연처럼 이끌림에 끌려 그를 만나게 했다. 그런 만남을 스스로 느끼고 있고, 그렇게 그와의 관계가 이루어 졌다 생각하기에, 미자는 그의 말에 자신과 같은 의미를 부여하며 애틋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미자...”

 “응? 네?”

 

 미자는 술에 취한 듯 이끌림이란 한 단어에 취해, 놀아나고 있다가 그의 부름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 여기는... 대체 왜 올라 온 거예요?”

 “에?”

 “이 산에 왜 온 거예요? 우리 노란 파도의 언덕에서 만나기로 했었잖아요? 그런데 왜, 이 끝없는 절벽에 와 있는 거예요?”

 “아......그건...”

 “.....”

 

 드디어 물었다. 왜 묻지 않는지 의심했던 자신의 모습이 우습게도 그가 아무렇지 않게 묻는다. 왜냐고.

 그런 생각, 그리고 왜 올라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저런 생각 속에서, 한참을 생각하는 듯 뜸을 들이는 미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조금 전 불안하게 만들던 모습이 아닌, 평소의 다정하던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생각하는 바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서두르던 걸음은 부드러운 선율처럼 느려지고 있었다.

 

 “...........”

 

 그런데 이상하지? 그런 그를 보면서 미자는 기억나지 않는 이유를 더욱더 그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 한 곁이, 말하지 말라고 계속 되 뇌이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에게 거짓말도, 속이기도, 감추기도 싫다. 이 모순된 마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

 

 끝내 미자에게서 대답이 없자, 대답을 기다려주듯 천천히 다시 걷기 시작한다. 미자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걸을 듯 한참을 걸어 내려가고 있을 때, 미자는 자신의 손을 꼬옥 잡고 있는 그의 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알렌... 나 그만 돌아갈게요.”

 

 산에서 거의 다 내려오니 기다렸다는 듯 돌아간다는 미자의 말에, 알렌은 살짝 당황했다. 그러나 이내, 달콤한 두 눈으로 미자를 가만히 응시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미자... 싫어하는 줄 알지만....”

 “...네? 싫어하다니요?”

 

 알렌의 말이 미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싫어하다니? 무얼?

 

 “내가... 집까지 데려다 줘도 될까요?...”

 

 마음을 놓고 있었다. 다정한 그는, 꿀처럼 달콤한 그는, 항상 마음 놓고 기대게 만든다. 이 남자의 품은 이리도 따뜻하구나 생각할 정도로 따스한 그 품에 기대어 그의 말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그러다 그가 바래다준다는 말만 들으면, 순식간이다.

 

 “....아니요.”

 “....미자....”

 

 순식간이다. 순식간이었다. 그가 집으로 데려다 준다는 말을 꺼내면, 그 순간, 미자는 소름 끼치도록 전율이 일어나며 그의 입에서 저 말이 나오게 만든 이 상황이, 끔찍해 진다.

 

 “아니요!”

 

 그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꼬옥 쥐고 있는 두 손이, 데려다 준다는 그가, 미자는 숨이 막혔다. 숨이 막히도록 답답함과 짜증을 느끼며 온몸이 찢어질 듯 따가워져 오는 고통에 진저리가 났다. 그녀의 온몸 모공하나하나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려 오고 있었다. 지겨워. 넌더리가 날 정도로 싫어.

 

 “미자?”

 

 그녀의 갑작스런 변화에 익숙한 듯, 알렌은 여전히 다정하게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아 쥐었다.

 

 “싫어요. 혼자 가겠어요.”

 

 알렌의 손을 차갑게 뿌리치며, 눈빛조차 냉정해지는 미자를 바라보는 알렌의 눈빛에 스치듯 슬픈 빛이 어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여전히 달콤한 미소로 미자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다시 미자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쥐었다.

 

 “알았어요. 그럼 여기까지만.... 데려다 주는 걸로 할게요.”

 “네, 이만 가볼게요.”

 “그래요....”

 

 냉정해져 버린 미자에게, 언제나 보아왔던 수줍은 소녀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마치 다중인격 장애를 겪는 사람이라도 되는 것 마냥,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 버린 미자는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알렌의 곁에서 순식간에 멀어져 가 버렸다.

 

 “싫어. 정말 싫어!”

 

 미자는 알렌이 너무나 좋았지만, 그가 그녀의 집 근처에 다가가게 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왜 이런 격한 감정이 드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 잘 아는 것이 있었다. 지금 심정 이라면 그와 맞잡고 있던, 부드럽게 꼬옥 쥐고 있던, 그녀의 손을 잘라 버린다 해도 시원치 않을 만큼 그녀의 감정이 격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심장이 그 격한 감정에 터져버리기라도 할 듯, 진저리치고 있다.

 

 “하아...”

 

 걷는다. 걷고 또 걷고 있다. 아니, 미친 듯 뛰고 있다. 도망치듯이.

 

 “..하아... 하아...”

 

 얼마나 뛰었을까? 한참을 뛴 듯하다.

 

 “하아... 힘들어... 하아...”

 

 미자는 어느덧 어둑어둑한 지대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미자의 눈앞에 반쯤 무너져 내린 회색 건물이 을씨년하게 제 모양을 뽐내며 다가왔다.

 

 “........”

 

 죽어 버린 그 건물을 바라보며, 미자는 쓴웃음을 짓는다. 계단을 타고 오르며 정적이 감도는 텅 비어 있는 건물 내부에서 그녀의 집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아낸다. 아무도 찾지 못하게 꽁꽁 숨겨놓은 열쇠를 기둥 밑 조그만 틈에서 조심스레 꺼내어 찾아보기 힘들만큼 작은 열쇠구멍에 꽂아 넣는다.

 

 “...알렌.”

 

 그러자 열쇠에 붉은 빛이 감돌며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스르릉 열렸다. 시커멓게 껌껌한 그 내부를 들여다보며 미자는 언제나처럼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며 들어섰다.

 

 “내 집....”

 

 미자는 언제나처럼. 입었던 옷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져 버리고, 침대위로 바로 뻗어 버렸다. 세상이 끝날 만큼 끔찍한 일에 지쳐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스르르 잠들어 버렸던 미자가 어슴푸레한 아침녘, 잠에서 깨어나 몸을 바로하고 한참을 누워 회색빛 천장의 적막을 느끼고 있다.

 

 “........”

 

 버려진 인형처럼 침대에 축 늘어져 있는 지금 이순간이 너무나 처량해서 미자는 씁쓸함에 넋이 나갈 지경이다. 잠에서 깨어난 이후로 내내 그녀의 머릿속에 떠다니는 것은 하나 밖에 없었다.

 

 “뭐지?”

 

 미자는 자신이 왜 이러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왜 그랬지?”

 

 알렌을 그렇게 대하다니, 미자는 알렌과의 일을 생각할수록 자신이 뭔가에 홀린 듯 했다. 걱정하며 자신을 찾아다닌 사람이었다. 그 높은 산까지 뛰어오르며 자신을 잡아준 사람이다. 이깟 쥐똥만한 집이 뭐라고 그렇게 성질을 부렸을까?

 

 “으윽!”

 

 그리고 알렌과 헤어진 후로 계속 이어지는 이 두통. 그를 생각할수록, 자신의 이상했던 행동을 생각할수록, 짙어지는 고통에 미자는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하아...하아....”

 

 미자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격하게 눈빛을 빛냈다.

 

 “알렌을 만나야 겠어.”

 

 미자는 두통의 원인이 알렌이라도 된다는 양, 지긋이 뜬 눈매 아래로 살짝 벌어진 입안 어딘가에 알렌의 이름만큼의 무게를 담고, 턱을 돌리며 씹어내듯 말했다.

 

 “이건 아니야. 뭔가... 이상해.”

 

 그는 언제나처럼, 유채 언덕에 있을 것이다. 미자는 집 밖으로 나서며 관자놀이를 꾸욱 눌렀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린 왜 항상 유채 언덕에서 만나는 걸까? 미자는 으레 당연하다는 듯 유채언덕으로 향하려는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했다.

 

 “........”

 

 왜 우린 항상 유채언덕에만 있는 걸까? 왜... 우린 항상 하루 종일, 매일 매일을...

 

 “거기에서만 있는 거지?”

 “아흑!”

 

 다시 두통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도저히 못 참겠는 고통에, 미자는 손바닥으로 머리통을 퍽퍽 두드리며 괴로움에 인상을 찡그린다.

 

 “윽.. 우선... 가자.”

 

 유채언덕 너머에

 그 빛깔에 고이 취해

 

 정신을 잃어버리니

 

 기억하기 위해

 눈물어린 입맞춤을 내려주오

 

 입술 아래 쓰러질 것들이

 날 옭죄어 와도

 숨이 막혀 핏발이 곤두선다 해도

 

 유채 언덕 너머

 그 빛깔에 고이취해

 쓰러질 것들을 보오

 

 미자는 유채꽃 연가를 중얼거리며 빠른 발걸음으로 유채 언덕을 향해 가고 있다.

 

 "응?“

 

 뭔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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