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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스탯 업
작가 : 구유
작품등록일 : 201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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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기대를 저버린 불량품 시드.
온갖 멸시와 무시를 받던 그가 죽음의 위기에서 자신의 능력을 각성한다.
무한한 성장이 가능한 유일무이한 기사, 시드의 폭풍성장기.
[레벨 업! 스태이터스를 분배하시겠습니까?]

 
제 9 화
작성일 : 16-08-18 09:30     조회 : 524     추천 : 0     분량 : 4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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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헉, 헉!”

 스노우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급히 몸을 숨겼다.

 공포에 질린 눈으로 수풀 너머를 훔쳐봤다.

 그곳에는 자신의 부대를 몰살시킨 악마가 서 있었다.

 놈이 침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 몸이 떨려왔다.

 ‘이쪽으로 향하길 잘했다!’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올 것 같던 볼카도르는 새로운 먹잇감의 등장에 자신의 존재를 잊은 듯했다.

 처음엔 그냥 이대로 도망을 치려 했지만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스피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스피어는 B급 기사.

 비록 한쪽 팔이 잘려 제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없다지만 그래도 자신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격차가 있는 강자다.

 그라면 저 괴물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놈이 병사들을 학살하는 동안 도망치면 그만이다.

 점차 호흡이 진정됨을 느끼며 앞을 주시했다.

 

 ***

 

 “아직까지 살아 있을 줄은 몰랐다.”

 시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스피어의 음성에 왠지 반가움이 서려 있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반가움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시드의 느낌은 착각이 아니었다.

 이쪽을 보고 있는 볼카도르의 외눈이 슬쩍 호선을 그렸다.

 그리고 그 거대한 입을 벌리며 흉성을 토했다.

 “크와아아아악!”

 시드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온몸에 찌릿찌릿 전율이 흘렀다.

 볼카도르가 내지른 단순한 포효에 시드와 병사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저 괴물은 자신들만으로는 도저히 상대가 가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나도 반갑구나, 이 개자식아.”

 스피어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지어졌다.

 옆에서 보고 있던 시드가 놀랄 정도로 날카로운 살기가 흘러 나왔다.

 “내가 방금 말한 대로 전투가 시작되면 몸을 피해라, 시드.”

 시드는 이번에도 거절하려 했지만 스피어의 숨 막히는 위압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스피어는 그런 시드의 반응을 수긍이라 받아들이곤 한 발 앞으로 걸어나갔다.

 “전열 장전 후, 발사 명령 때까지 대기하라.”

 스피어는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하지만 긴장과 두려움으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병사들은 한 글자도 빼먹지 않고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머스킷티어들이 신속한 동작으로 장전을 마치곤 볼카도르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볼카도르는 그런 병사들의 움직임을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고만 있었다.

 “일제 사격 후 소드맨과 파이크맨은 놈을 향해 돌격한다. 머스킷티어들은 총검을 장착하고 뒤를 따르라.”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볼카도르에게 머스킷의 납탄은 통하지 않았다.

 놈의 두꺼운 가죽은 납탄 따위에 1mm의 생채기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총을 쏘는 것은 일말의 요행을 바라는 것일 뿐 아무 의미도 없었다.

 스피어가 뒤를 돌아봤다.

 시드가 한쪽으로 벗어나 이를 악문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피식- 하고 웃었다.

 스피어는 시드를 단 며칠밖에 보지 못했지만 시드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시드의 성격은 너무 두드러져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였다.

 강한 자존심을 지니고 있는데, 부족한 능력으로 인해 언제나 조롱과 무시를 당해왔다.

 ‘성격이 삐뚤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열등감과 함께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훤히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죽기엔 시드는 너무 어렸다.

 자신은 수백 년을 살아왔으니 더는 생에 미련도 없지만 시드는 아니었다.

 시드는 앞으로 수많은 새로운 것들을 보고 겪을 자격이 충분했다.

 스피어는 시드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준 뒤 볼카도르에게 시선을 던졌다.

 “일제 발사!”

 탕탕탕탕탕탕-!

 스피어가 자신을 보며 슬쩍 미소 짓는 것이 보였다.

 ‘뭐가 좋다고 웃고 있어.’

 왠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 마디 대꾸도 못 하고 그의 말대로 뒤로 빠지는 것이 살짝 짜증났다.

 공을 세우겠다는 생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싸움을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같이 싸우고 싶다는 생각이 훨씬 컸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때문에 도망친다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때문에 시드는 스피어의 말을 따르는 척하며 다시 돌아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탕탕탕탕탕-!

 날카로운 총성이 시드의 정신을 깨웠다.

 드디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시드는 일단 스피어의 말대로 뒤로 멀찍이 물러섰다.

 스피어의 시선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그가 싸움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잽싸게 커다란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이곳에서 추이를 살펴보다 스피어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을 때쯤 돌아가기로 했다.

 싸움은 치열했다.

 수십 발의 납탄이 볼카도르의 몸을 두드렸지만 볼카도르는 표정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상처는 입지 않더라도 분명 충격은 받았을 텐데, 놈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히죽거리며 웃기까지 했다.

 병사들은 그 모습에 질린 얼굴을 했다.

 하지만 명령은 명령!

 총알을 쏟아 넣은 머스킷티어들이 머스킷에 총검을 장착하는 동안 소드맨과 파이크맨이 볼카도르를 향해 돌진했다.

 “으아아! 씨발!”

 “죽여!”

 그들은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두려움을 떨쳐 내기 위해 온갖 욕설과 고함을 토해냈다.

 가가가각-!

 한 소드맨의 검이 볼카도르의 가슴을 베었다.

 하지만 피부가 잘려 나가는 소리 대신 쇠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으헉! 뭐, 뭐야!”

 당황한 소드맨의 머리로 볼카도르의 거대한 손바닥이 내리 꽂혔다.

 빠각-!

 뼈가 조각나는 소리와 함께 소드맨의 육체가 그대로 허물어졌다.

 검과 창, 그리고 뒤이은 머스킷티어들의 총검이 쉴 새 없이 볼카도르의 몸통을 베고 찔렀다.

 “크와아악!”

 백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돌아가며 쑤셔대는 것에 짜증이 났는지 놈이 괴성을 질렀다.

 곧 손을 뻗더니 가까운 곳에 있던 병사를 덥석 집어 들었다.

 “으, 놔! 이 괴물 새끼야!”

 병사는 몸부림을 쳤지만 볼카도르는 꿈쩍도 하지 않고 손을 배에 있는 커다란 입으로 가져갔다.

 “아, 안 돼!”

 “막아!”

 무슨 일이 생길지 예상한 병사들이 기겁을 하며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볼카도르의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으적-! 으적-!

 결국 병사는 볼카도르에게 통째로 먹히고 말았다.

 뼈와 살이 으깨지는 소리에 병사들이 질린 표정으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물러나지 마라!”

 조용히 기회를 엿보고 있던 스피어가 병사들에게 소리치며 볼카도르를 향해 번개처럼 쏘아져 나갔다.

 후우우웅-!

 스피어가 내지른 창이 공기를 찢어발기며 볼카도르의 옆구리에 꽂혔다.

 콰가각-!

 단단한 바위가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볼카도르의 옆구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피가 쏟아졌다.

 “크어어어어억!”

 놈이 처음으로 고통 섞인 비명을 질렀다.

 “지금이다!”

 스피어가 외치자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상처를 향해 본능적으로 무기를 찔러 넣었다.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하던 가죽이 사라졌고 검과 창이 상처를 무참하게 헤집었다.

 너무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

 머리가 새하얘질 정도의 고통에 볼카도르가 발광하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사정없이 팔을 휘두르며 몸을 굴렸다.

 놈의 팔에 맞은 병사들은 뭉텅이로 날아가 즉사했고 몸뚱어리에 깔린 병사들은 그대로 육포처럼 짓눌렸다.

 한 번의 공격에 서너 명씩 죽어나가니 수가 줄어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서 있는 병사들보다 죽은 병사들의 수가 훨씬 많아졌다.

 하지만 스피어는 병사들이 얼마나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볼카도르를 주시했다.

 “크와아악! 크왁!”

 고통이 어느 정도 가셨는지 발광하던 것을 멈춘 볼카도르가 스피어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스피어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너는 내 왼팔을 가져갔으니 이래야 좀 공평하지 않겠나?”

 스피어는 처음부터 병사들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놈의 가죽은 너무도 단단해 병사들로선 상처도 입히지 못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스피어가 노린 것은 병사들을 상대하느라 놈이 보일 잠깐의 틈이었다.

 두 팔이 온전할 때도 당해내지 못한 볼카도르였다.

 그러니 한쪽 팔밖에 남지 않은 지금으로써 정면으로 싸워봐야 질 것이 뻔했다.

 병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상황은 동등해졌다 봐도 무방했다.

 “뒤로 물러서라.”

 스피어가 나지막이 명령했다.

 병사들은 죽었다 살아난 것처럼 숨을 깊게 내쉬며 스피어의 뒤쪽으로 물러났다.

 남은 병사의 수는 30이 채 되지 못했다.

 그들을 보며 잠시 어두운 낯을 하던 스피어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싸움을 시작하면 너희는 기회를 봐서 도망쳐라.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필요는 없다. 이왕이면 구름산맥의 밖까지 도망치는 것이 좋을 테지.”

 스피어는 그 말을 끝으로 병사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이제 남은 것은 100년 전의 설욕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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