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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Catch me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823년. 연쇄살인마 사이킬의 5번째 피해자의 최초발견자가 된 프리멜라 핑거우드의 돌아오지 않을 계절에 대하여.

 
3월의 목격자(7)
작성일 : 17-07-17 20:00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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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눈에 들어오는 말끔한 얼굴에 프리멜라는 그만 상대를 멍하게 바라보고 말았다. 옅은 레몬 빛의 곱슬머리를 한 남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놓았다. 그녀는 시야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알자마자 상대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처음 보는 사람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것은 객관적으로 좋지 않은 오랜 습관이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생각과 생각이 꼬리를 물어 순간적으로 낯선 사람에 대한 정보를 조합해나갔다.

 

 키는 대충 유진과 비슷하다. 유진의 키가 상당히 큰 편임을 감안하면 상대도 꽤나 장신이다. 하얀 와이셔츠에 헤이즐넛 눈동자색과 비슷한 짙은 갈색 계통의 수트차림, 그리고 두꺼운 황색 코트를 걸친 모습은 어딘가 지적이게 보이고 호감이 가는 인상이었다.

 

 그는 한 손에 텀블러를 들고 있었는데 그 위의 작게 뚫린 구멍에서 하얗게 김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새하얀 손가락, 텀블러를 감싼 손가락은 가늘고 길었다.

 

 그 탐색의 시간동안 오고가는 대화는 없었다. 그녀는 평소보다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본능은 언제나처럼 관찰을 추구했다. 남자는 인내심이 많은 건지 저를 조금 이상하다 취급하기로 했는 건지 모르지만 가만히 눈을 마주해왔을 뿐이었다.

 

 뭔가 묘하게 생긴 사람이다. 어딘가 유약하게 생기기도 했고 강인한 것도 같았다. 굳이 말하자면 요즘 인기를 끌만한 세련된 배우처럼 생겼다는 건 분명했다. 얼굴은 선이 가늘어 보였지만 벌어진 어깨와 신체는 옷차림에 덮여있지만 단단해보였다.

 

 가만히 눈동자를 움직여 상대를 관찰하니 상대의 눈동자도 그녀를 따라왔다. 계속해서 눈을 맞춰오자 멍하게 있던 프리멜라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곤 폐를 끼쳤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정신이 없어서."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목소리가 정말 좋다. 다시 그런 생각을 하다가 왜 이 상황이 되었나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이럴수가, 드디어 생각났다. 지금 저 앞에선 끔찍한 사고의 현장이 펼쳐져있었고 자신은 유진을 쫒아가던 중이었다. 자신답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지나가던 사람이 붙잡고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로 자신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외상은 없어 보이는데. 어디 다치셨어요? 남자의 물음에 괜찮다고 말하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러곤 두어 번 목을 가다듬고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을 피하면서 물었다.

 

 "저 앞에 사고가 난 것 같던데 어떻게 된 건지 혹시 보셨어요?"

 "아, 네. 저기 교차로에서 갑자기 누가 뛰어드는 바람에 우회전하려던 차량과 사고가 났다고 하더군요, 물론 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지나가고 바로 뒤에서 벌어진 일이거든요."

 

 이 남자는 자신의 바로 뒤에서 벌어진 사건을 너무나 무미건조한 말투로, 그러나 제법 측은한 표정으로 전해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요?"

 "곧 죽을거예요."

 

 남자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순간 할 말을 잃곤 살짝 질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자신의 표정을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슬며시 눈을 내리깔곤 말을 이었다.

 

 “음. 살아있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거든요.”

 

 묘하게 확신적인 어투에

 

 “그랬나요?” 라고 되묻곤 입을 다물었다. 이상한 말이었다.

 

 곧 죽을 거야. 너무나 확신을 담은 담담한 어투는 삶과 생명의 연속선을 뚝 그어버리는 칼날과도 같았다. 어쩐지 눈을 마주하는 게 거북해서 시선을 바닥으로 돌렸다. 전방 30M 앞엔 끔찍한 사고현장이 벌어져있었고 빌어먹게도 정신 상태는 불안정하고. 바로 앞엔 어딘가 이상한 남자가 있다.

 

 미묘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때로는 죽음이 더 행복할 수도 있죠.”

 “그건 자신이 선택할 수 있을 때나 그렇겠죠.”

 

 결국 대답이 뾰족하게 튀어나갔다. 프리멜라는 지끈해지는 머리에 손을 들어 눈가를 잠시 덮었다. 내가 정말 처음 보는 사람이랑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거람.

 

 “그 어떤 누군가에게는요.”

 

 이어지는 말에 눈을 가린 손을 떼어내자 싸늘한 무표정을 한 남자와 마주쳤다. 눈을 한 번 깜박이자 처음과 같이 말끔한 얼굴을 한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잘못 봤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을 끔벅이자 그는 희미하게 입가에 웃음을 짓더니 이내 손목시계를 흘끔거리곤 전혀 다른 주제를 꺼냈다.

 

 저 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고는 자신에겐 별 관심사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아, 그런데 '스페이드 퀸'이라는 카페가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사실 거기서 중요한 사람을 만나기로 했는데.. 여기 지리를 잘 모르거든요."

 

 프리멜라는 잠시 남자를 괴상하게 바라보았다가 입을 열었다.

 

 "윗 쪽에서 오셨나보네요, 알테임이나 폴 햄튼주변에서."

 "네?"

 "테람은 다른 도시보다 따뜻하니까요. 코트를 날씨와는 안 맞게 두꺼운 걸 입고 계셔서 윗 지방에서 오셨거나 추위를 많이 타는 분 일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까 여기 지리를 잘 모른다고 하셔서 윗지방에서 오신 분은 아닐까 생각한 거예요, 억양도 이쪽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고. 알테임쪽 억양인것 같아서요. 그런데 저도 여기 이사 온 지 얼마 안돼서 그 카페가 어디있는진 잘 모르겠어요."

 

 남자는 자신의 말에 눈매를 가늘게 좁혀 웃고는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아, 그렇군요.”

 

 그는 그렇게 대답하고 자신을 한 번 더 보고는 어딘가 즐거워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관찰력이 좋으시네요.”

 

 어쩐지 칭찬을 받은 유치원생이 된 기분이라 프리멜라는 밋밋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그저 눈을 한 번 깜박였다. 그 때 날카로운 사이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연락받은 경찰이 출동한 모양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던 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웅성대던 사람들도 고개를 빼고 유진의 지시에 따라 경찰차가 쉽게 오도록 자리를 비켜섰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눈앞으로 보라색 텀블러가 내밀어졌다.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그것을 잡았다. 순간적으로 남자의 손가락과 손가락이 스쳤다. 따뜻한 온기가 손을 타고 올라온다. 따뜻해.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며 텀블러를 건넨 장본인을 바라보며 의문을 표했다.

 

 “?”

 “손가락이 예쁘네요.”

 “네?”

 "좀 놀라신 거 같던데 그거 드세요. 아직 따뜻할 거예요. 그럼, 다음에 봐요."

 

 다음에? 이상한 말이다. 뚱한 표정으로 어느덧 멀어져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굳이 그 말을 정정해줄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해서 텀블러 뚜껑을 열고 액체를 조금 입에 머금었다.

 

 "쓰다."

 

 아메리카노, 그 씁쓸한 맛이 혀를 자극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생각, 생각을 해서 다시 차곡차곡 현실감을 쌓아올렸다. 사람이 죽을 걸 확신하고도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이면서 현장 근처에서 공황에 빠진 여자에게 다정히 말을 걸어주는 남자. 결론의 끝은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뿐이었고 그가 남긴 커피 한 잔의 온기만이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진한 아메리카노를 원래 좋아하진 않았지만 지금은 어쩐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차로 쪽에선 이제 소음이 더 커졌다. 경찰차에서 경찰관들이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유진이 그들에게 뭐라고 설명하는 목소리도 많은 소리에 섞여 들렸다. 이 모든 건 정말 복잡한 일인데 멀어져가는 남자의 뒷모습은 깔끔하게 느껴졌다.

 

 그냥 이 상황자체에 이젠 맥이 빠져서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어차피 현장에 가까이 가지도 못할 거 차에 돌아가 있는 편이 좋겠다. 가봐야 끔찍한 기억만 더 불어날 뿐이었다. 유진의 차를 향해 한 발짝 걸음을 옮겼다. 피곤해져서 그런지 눈꺼풀이 조금씩 무거워졌다. 길가엔 붉은 장미가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유진은 사고의 뒷수습과 처리를 맡기고는 제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도로 한가운데에 떨어진 보라색 텀블러에서 이리저리 폭파하듯 퍼져나간 커피를 밟아 기분이 더욱 바닥을 내리쳤다. 차에 오르기 전에 발을 툭툭 털면서 차 안을 바라보았다.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옆집여자는 웬일인지 차 안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하긴. 유진은 그녀가 목격했다던 제인 에일런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끔찍한 현장을 목격한 사람에게 이런 사고는 더욱 달갑지 않을 것이다. 유진은 운전석에 타 안전벨트를 하면서 조수석을 바라보았다.

 

 눈을 반쯤 감은 프리멜라가 힘겹게 눈을 감았다 뜨고 있었다. 졸린 건가? 유진은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지려는 프리멜라의 머리를 잡아 시트에 편안히 기대도록 했다. 바르르 떨리던 눈가가 순식간에 스르륵 감겼다.

 

 “꼭 약 먹은 병아리 같네.”

 

 제가 뱉어낸 말에 유진은 어이가 없어서 하, 하고 웃었다. 병아리라니, 너무 귀여운 단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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