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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11시11분 <파란장미>
작가 : 물달
작품등록일 : 2017.6.17

고백한번 못해본 사랑을 찾아 해매는 수혁. 유명한 마술사이지만 주로 하는 공연은 작은 도시들을 다니며 공연시작 전  광장에서 바람잡이를 한다. 수혁이는 말한다 “뮤지컬을 보러 와서 나를 만날수도 있고 아니면 어딘가에 숨어서 보고 있을수도 있겠죠, 뭐가 됐든 아직 찾고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어요..” 

 
[episode ] ....14
작성일 : 17-07-17 05:11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4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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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와중에도 공연에 방해될까 걱정이 됐는지 최대한 입구와 멀리 떨어져서 아이들을 모여 놓고 로비 맨 바닥에 앉아 나이쮸를 나눠주며 아이들 관심을 끌고 있었다. 

 "여기 누나 앞에 있는 의자에 먼저 앉은 순서대로 줄께. 먼저 앉지"

 유치원 아이들 소풍 나온 듯 네 명밖에 안 되는 아이들은 각자 자기들 일에만 집중하는데 한 두 번 겪어본 상황은 아닌지 여유 있게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우리 나이쮸 먹고 뭐하고 놀까?"

 고사리 같은 손으로 뽀작 뽀작 나이쮸를 찟는 아이들은 도연이의 질문에 다시 중구난방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네 명만 해도 이렇게 정신이 없는데. 새삼 유치원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마구 샘 쏫아 오르고 있는데 수혁이 마음을 알았는지 도연이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수혁이 옆으로 다가왔다.

 "죄송해요. 공연장이랑 가까우면 소리가 들어갈까봐 이쪽으로 왔어요. 불편하실텐데 사무실에 들어가 계시거나 공연보시는게 어떠세요?"

 "내 걱정하느라 여기 까지 온겁니까? 이게 얼마만에 대화인지 ..."

 도연이는 수혁이를 물끄러미 쳐다봤지만 수혁이는 무심하게 들고 있던 책장을 넘기며 모르는 척 하니 다시 로비 맨 바닥으로 돌아갔다.

 어째 아무데나 잘 앉는 건지. 여자는 찬데 앉는 거 아니라는데 도연이의 자리가 신경 쓰인 수혁이는 손수건을 도연이에게 내밀었다. 그러나 도연이 눈에 보이지 않는지 아이들과 즐겁게 이야기 했다

 "여기는 단골 영빈이고 그 옆은 아람이 맞지?"

 "네"

 "우리 아람이 오랜만에 온거 아니야?"

 지방공연의 좋은 점이라면 저렴하게 즐길수 있는거고 불편이라고 하기엔 힘들지만 안 좋은 점은 보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는 점이였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면 좋으려만 언제나 찾아오는 사람들은 비슷했기에 지금처럼 자주 오는 아이들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름이 있는 공연이라 그런가 다른 지역 사람들도 오고 처음보는 남자아이 두명이 더 있었다.

 "옆에 두 왕자님 이름은 뭘까요?"

 두 아이는 쳐다도 보지 않고 둘이서만 장난을 치고 있었다. 말해주길 바랐는지 더 물어 봤지만 계속 대답하지 않던 모습에 도연이 가방에서 과자를 몇개 꺼냈다.

 15세라는 제한이 있는 공연이라 이런 상황을 예상한 도연이의 백에는 나이쮸. 허리보., 에잇빗씻 등등 간단히 먹을수 있는 간식거리가 대부분을 차지 하고 있었기에 종류별로 하나씩 꺼내어 골라 먹을수 있게 펼쳤다.

 "맛있어? 우리 오늘은 뭐하고 놀지?"

 "선생님 우리 노래 불러요.!  연지가 노래 잘하는 사람이 좋데요"

 "영빈이! 영지가 누구야? 여자친구야?"

 부끄러운듯 딴 곳을 보는 영빈이를 흐뭇하게 보던 도연이는 얼굴과 다르게 섭섭한 말투로 영빈이에게 말했다.

 "뭐야? 너 저번에는 누나가 제일 좋다며"

 "누나도 좋아요! 둘 다 좋아요! "

 '나한테나 저렇게 물어보지.' 

 수혁이는 의도치 않게 6살 정도 되는 꼬마얘의 당돌함을 부러워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수혁이는 존재하지 않는듯 관심 없었다.  

 '아웃오브 안중'  

 써본 적 없이 들어본 적만 있는 단어가 떠오른 수혁이는 허탈했다.  앞으로는 이런 단어를 듣지 않도록 좀 주위를 둘러봐야겠다는 회계를 하면서.

 "그럼 누나 안 버리는 거지? 그럼 우리 빈이 멋진 남자 되게 동요 부르자! 삐약 삐약 병아리~ 음메 ~"

 노래에 맞춰 병아리 흉내를 내려고 손을 입에 모으고 송아지 흉내를 내려고 흰 손으로 뿔을 만드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안아 깨물어 주고 싶어 입과 손이 간질 간질 거렸지만 빈이는 다른지 노래를 끈고 다른 노래를 추천했다.

 "누나 저 이제 애기 아니에요. 뽀로로 불러요 !"

 끝까지 듣게 좀 기다리지. 당돌한 줄은 알았지만 성격도 급한 꼬맹이였다.

 "누나는 뽀로로 노래 잘 모르는데  빈이가 알려주라"

 도연이와 빈이 그리고 아람이는 뽀로로 노래를 부르려고 박자와 가사를 찾아보며 맞추는데 이제  초등학생정도 된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두 아이는 지루했는지 공연장 쪽으로 뛰어 가고 있었다. 

 도연이는 아이들이 공연장 입구에 가까워 지자 노래 찾는걸 멈추고 아이들을 향해  뛰어갔지만 아이들은 메롱을 하며 더 멀리 달려가더니 계단에 부딪쳐 넘어졌다. 놀란 도연이는 다가가 넘어진 아이를 안고 다른 아이 손을 잡고 영빈이와 아람이가 있던 자리로 돌아와 상처를 확인했다.

 빨갛게 부어 올라 멍이 들어가려고 하고 계산 모서리에 부딪쳤는지 피도 보이자 도연이는 당황해서는 어쩔줄 몰라했고 넘어진 아이는 도연이 표정에 덩달아 소리 내어 울었다.  아이는 울고 사무실에가서 구급상자는 가져와야 하고 뭐부터 해야 할지 정리가 안된 도연이 옆에 흰 구급상자가 내밀어지며 넘어진 아이의 무릎을 스다듬었다.

 "이거 바르면 안아퍼 여기 예쁜이모가 발라줄꺼야"

 수혁이 얼굴을 보며 잠깐 멈춘 울음은 다시 터지려고 준비를 하는데 수혁이는 도연이 옆 맨 바닥에 앉아 카드를 들어 여유롭게 섞었다.

 "이리와봐 아저씨 마술사야. 마술사 알지?"

 카드를 몇번 공중에 뿌리고 잡으며 아이들 시선을 잡더니 급해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카드 마술보다는 다른게 더 좋다고 여기고는 카드를 집어 넣고 동전 두개를 꺼내어 쇼를 시작했다. 한손에 있던 동전이 사라지도 하고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구겨지기도 하고 여러번 왔다 갔다 거리자 아이들은 신기했는지 감탄사를 연발하면 집중했다.

 "멋있지? 아저씨가 이름을 다알아야지 마술하는데 힘이 나거든 영빈이와 아람이는 이름을 들었고 너희 둘 이름은 뭐야?"

 "저는 민주구요. 얘는 호철이예요"

 다친 아이대신 같이 뛰어 놀던 아이가 대답하자 수혁이는 선물을 주겠다며 마술을 이어나갔다.

 "어 ? 아람이가 너무 예뻐서 머리에 꽃이 폈네?"

 얘기를 나누던중 아람이의 머리에는 분홍색 꽃핀이 채워져 있었다.

 "빈이 뒤에도 뭐가 있는데. 어? 이것도 핀이잖아? 이거 여자친구 주면 좋아하겠다. 멋진 빈이는 아줌마한테 이런거 선물하지 말고 유치원가서 여자친구줘"

 핀을 받아든 영빈이가 여자친구라는 말에 도연이를 쳐다보며 손을 내밀려고 하자 수혁이는 그 손을 접어 영빈이에게 밀었다.

 "누나도 여자친군데.."

 "누나 아니야? 아줌마. 이모 이렇게 불러. 위로 10살 넘으면 다 아줌마고 이모야 알았자?"

 뒤에서 째려보는 도연이의 눈길이 느껴졌지만 옆에서 책 읽은척 하며 앉아 있을때부터 하고 싶은 말이기에 아줌마라는 단어에 힘을주며 당당히 말했다. 

 "우리 민주 선물은 어? 안생기네.. 여기 아줌마한테 사과 안하니깐 그러나보다. 뛰어다닌거랑 놀린거 미안하다고 사과 먼저 할까?"

 두 아이는 멍해져 있는 도연이 앞으로가서 사과를 하고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보니 수혁이 손에는 종이접기한 용두마리가 나란히 있었다.

 좀 지나자 호철이도 진정을 하고 90분짜리 공연은 막을 내렸는지 사람들이 밀려나오기 시작했고 아이들도 엄마를 찾아 하나 둘 떠나가기 시작했다. 도연이는 호철이가 뛰어가는 곳을 따라가 호철이 엄마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어머니. 호철이가 뛰다가 다쳤어요. 무릎에 멍이 들꺼 같은데 죄송합니다."

 도연이가 인사를 하자 호철이 엄마는 호철이 바지를 걷고 호철이의 다리를 확인하더니 울그락 불그락 변한 얼굴로 고개 숙인 도연이 앞까지 다가 왔다.

 '쫙'

 로비에 울려 퍼진 소리에 다들 쳐다보고 있었지만 도연이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 불찰이예요"

 "내가 그냥 갔어야 했는데 여기서 잘 놀아준다길래 왔더니 이게 뭐야? . 얘가 얼마나 귀한 얘인줄 ...."

 "여기도 귀합니다. 이 여자 지금 때렸습니까?"

 사람들이 몰려 나오자 가방도 내팽겨치고 어디로가 가는 도연이를 보며 도연이 가방과 구급상자를 챙기던 수혁이는 로비 가득 울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느 도연이 얼굴이 돌아가 있는 모습이 보였고 들고 있던 물건들을 그 대로 놓고 다가가니 더 가관이였다. 

 때린것도 모자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사람들 앞에서 도연이를 깍아 내리고 있었으니 눈에 보이는게 없었다.

 "네. 당연한거 아니예요? 제 아이 다치게 했잖아요!"

 "얘가 얼마나 안하무인인지. 공공장소에서 뛰고 ! 어른말 무시하고! 부모교육이 이따위니깐  그 모양이였군!"

 "우리 얘가 얼마나 착한데 지금 무슨말 하시는거예요?"

 "앞으론 수준에 맞게 비디오나 보시고 이런데 오지 마십시오. "

 "윤수혁씨 맞죠? 그렇게 안봤는데 웃긴 사람이네요. 왜 나서서 참견이예요.  숨겨놓은 애인이라도 되나? 하긴 나같아도 너무 보잘껏 없어서 숨겨놓고 있겠네"

 호철이 엄마의 말이 길어 질수록 수혁이의 표정은 점점더 냉랭해졌고 호철이 엄마는 겁에 질려 가고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쳐다보는 눈빛이 아니였다. 혐오스러운 벌레를 쳐다보는 그 벌레를 죽이려는듯 다가갔다.

 "어머니. 이 분은 공연이 있어서 온거지 저랑은 아무 상관없습니다. 제가 호철이 치료비랑 보상할께요. 사무실로 연락주세요."

 수혁이가 다가오는 걸이만큼 무서움에 밀려 뒷걸음질 치던 호철이 엄마는 도연이 말에 알았다고 한마디 남기고 그대로 문으로 향하자 수혁이는 그제서야 도연이의 얼굴을 볼수 있었다.

 얼마나 쎄게 때렸는지 투명한 얼굴에 핏줄이 곤두서서는 빨갛게 손자국이 만들어져 있었고 수혁이는 그 얼굴을 보며 화가나 막 입구를 나가는 호철이 엄마를 잡으려고 걸음을 옮기는데 도연이가 팔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도연이의 손목을 잡고 지하주차장까지 내려왔다.

 "제가 뒷정리를 해야 해서요."

 "지금 뭐하는거야? 도대체 맞아가면서 사과하는 이유가 뭔데 도대체! 니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하냐고!"

 "....."

 " 내가 죽을꺼 같다고 심장이 찟겨서 죽고!  가슴이 터져서 미칠꺼 같아!  이런 난? 난 안보여?"

 "일이 커지는게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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