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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대체 죽질않아!
작가 : JasonJK
작품등록일 : 2017.7.13

8월 열대야의 밤.
창백한 LED 전등 아래 마주한 것은 103년 전의 홍련에 눈동자.
사지가 부러져 퇴물이 되버린 나에게 어느날 6대 살성중 한명, 걸어다니는 재앙이라 불리는 투신이 스며든다.
빠른 속도, 많은 경험, 뛰어난 기술, 모든 것을 압살해버리는 압도적인 힘으로..!!

 
개싸움(1)
작성일 : 17-07-16 20:36     조회 : 242     추천 : 1     분량 : 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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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죽어!!!”

 

 모두가 악다구니를 쓰며 뒤엉켜간다.

 

 "아..."

 

 그것은 내가 처음보는 세계였다.

 한때 과거에는 당연했었을 풍경들.

 지금과는 달리 칼을 찬 무인이 이 세상의 주류였던 시대.

 전 대륙의 무인이 6개 교단으로 세를 나누어 총력전으로 어느 한쪽이 멸절할때까지 싸웠던 그 시절의 이야기.

 그래도 내가 들었던 그때의 이야기 속에는 낭만이 있었다.

 그리고 멋스러움이 있었다.

 

 화려한 군무.

 멋있는 기술.

 화려한 영상.

 날렵하고 깔끔한 선남선녀의 영웅들.

 휘황찬란한 검과 복장.

 일대 다수에서도 전혀 굴하지 않는 주인공의 압도적인 무력과, 그런 주인공이 소중한 이를 지키는 그런 흥미진진한 이야기.

 그리고 그러한 환상이 현실의 싸움 앞에 모두 박살나간다.

 

 "끄아아아!!!"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시뻘건 눈동자를 들이밀며 검은 악몽의 무인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든다.

 

 [후우웁...!!]

 

 하얀색의 거인이 숨을 몰아쉰다. 안광이 줄기줄기 뿜어져나온다.

 

 두 진영의 사이는 이제 불과 세걸음,

 

 각자 손에 쥐어져 있던 날붙이들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방을 향해 휘둘려진다.

 현실에서의 ‘단수’가 복수를 대상으로 맞붙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사고시라니움을 위하여!!”

 "38번째 도살에 밤의 지배자를 위하여!"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상대는 다섯번째 살성일지언정, 단 한명! 거기에 100년이란 시간을 스스로 봉인하고 있었으니 상태는 최악일터!"

 "이 기회에 그의 육신을 갈라삼켜 우리의 주군을 추모 하는거다!"

 

 기어오는 악몽들이 칼을 하늘로 치켜들고 울부짖으며 덤벼들었다.

 그것은 하얀 색의 고기 위로 수백 마리의 붉은 각다귀때들이 덤벼드는 모양새였다.

 땅을 뒤덮고, 그 땅을 뒤덮은 사람의 어깨를 밟고 덤벼드는 자들로 하늘이 뒤덮였다.

 

 파지지지직!!

 

 시나타데의 몸을 중심으로 귀를 찢어발기는 녹색의 뇌전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핏

 

 그리고 칼로 잘리듯, 맹렬한 뇌전의 기세가 뚝 멈추더니.

 

 [흡.]

 

 살성의 양손에두 자루의 수정이 전기톱처럼 휘둘려지기 시작했다.

 

 “억.”

 

 이 전장에 처음 울려 퍼진 비명소리.

 

 푸아아악!!

 

 가장 먼저 살성을 향해 뛰올랐던 사람의 허리가 반토막이 난다.

 천마,  시나타데가 손에 쥔 수정의 예리함은 허리가 갈린 사람이 바닥에 발을 내딛고도 두발자국 반을 걸어서야 쓰러지게 했다.

 잘린 허리 단면적에서 한박자 뒤에서야 뿜어져 나오는 피의 안개.

 

 [다음.]

 

 달아오른 흰 갑주 위로 피가 뿌려졌다.

 

 치익

 

 달궈진 철광석 위에 냉각수를 부은 것처럼 흰 연기가 뿜어져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소리와 끝나기도 전에 사방팔방으로 미친 듯이 뿜어져 나가는 검 폭풍의 참격이 몰아닥친다.

 거기에 맞서 수정의 칼날이 사방을 찢어발긴다.

 

 콰카카카카칵!!

 

 그것은 초고속으로 돌아가는 믹서기의 칼날이었다.

 

 "끄아악!"

 "물러서지마! 진은 조여지고 있다!"

 "주군의 원수!"

 

 사람들이 분쇄기에 갈려 쓰러지기 시작했다.

 한사람, 두사람, 여섯 사람의 사지가 아무렇게나 잘려나가고 허공에 치솟기 시작했다.

 수정은 관절을 따라 가르는 것도 아니고, 갑옷의 틈과 틈 사이를 노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수정이 휘둘려지는 궤도에 걸리는 족족 잘려나가며 몸뚱아리가 허공에 치솟았다.

 

 “지금 우리를 가지고 노는거냐?”

 

 라파사가 손짓을 했다.

 사람의 무리가 순식간에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진형을 바꿔갔다.

 

 [무슨 말이지?]

 

 푸른안광과 함께 읊조리듯 답변하는 다섯번째 살성, 학살의 천마 시나타데에게 라파사는 폭발했다.

 

 “네놈이 언제부터 칼을 들고 근접전을 했냐 이 말이다!! 이 무인의 최소한의 긍지조차 없는 놈아!!”

 

 시나타데는 눈에띄게 당황하며 멈칫했다.

 곧이어 그는 처음듣는 격양된 목소리로 녹색의 뇌전을 뿜어올리며 외쳤다.

 

 [이것또한 나의 실력이다. 의심나면 베어봐!]

 “이 개자식이..!!”

 

 잠시 벌어졌던 검은 포위망이 다시 조여들어갔다.

 서로 간에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쩡! 쩌정...!!

 

 1초에도 수십번 칼날의 폭풍을 뚫고 살성의 흰 갑주 위로 검들이 내리쳐지며 불똥을 일으켰다.

 

 "몰아붙여!"

 

 검은 무리들의 진영이 점점 조여져갔다.

 검은 무리들이 붉게 물든 안광을 희번득 거리며 득달같이 덤벼들었다.

 칼날 폭풍의 틈 사이를 비집고 그들 중 한명이 들고 있던 검 한 자루가 전력으로 휘둘러졌다.

 그 검이 시나타데의 흰 투구를 정통으로 내리쳤다.

 

 까앙

 

 불똥이 튀겼고 0.01초 시나타데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크윽]

 

 그리고 그 0.01초면 충분했다.

 

 "틈이다!!"

 

 균형이 깨졌다.

 둑이 무너져 검은 물이 쏟아지듯 칼날의 폭풍이 멈춘 빈자리로 무인들이 달라붙는다.

 팽팽한 전선은 무너지며 검은 인간의 파도, 수십, 수백 개의 칼날이 살성의 갑주를 향해 몰아닥쳤다.

 

 “......!!!! ....!!”

 

 소리없는 아우성. 사람과 사람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눈 한번 깜빡일 동안 수십 번의 칼날이 흰 갑주 위에 때려 박히고 튕겨나갔다.

 

 까아앙!

 

 흰 갑주의 파편이 허공에 뿜어졌다.

 갑옷이 한 주먹씩 부서져 나가는 그 시간동안 얼음 같은 냉기와 함께 시나타데는 수정을 휘둘렀다.

 

 쩌어엉

 

 한 번의 냉기어린 참격마다 5개 이상의 검과 검은 무리들, 사람의 몸통이 같이 잘려나가 허공에서 회전했다.

 얼음의 수정 날 앞에 철갑옷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반대로 하얀 살성이 걸친 사람의 손마디만큼 두꺼운 철의 갑옷에는 어떠한 무기도 꿰뚫지 못했다.

 한 움큼의 쇳조각, 불똥과 함께 튕겨져 나갈 뿐이었다.

 

 쩌적쩌저적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나타데의 갑옷은 부서져가고 있었다.

 급기야 무엇이든 갈라내던 수정 중 하나가 시체의 틈바구니 사이에 끼였다.

 멈칫 하는 은색 철의 거인에게 모두가 득달같이 덤벼들었다.

 시나타데의 사지 하나당 두사람씩 몸을 던져 엉겨붙었다.

 

 [크윽.]

 

 시나타데는 손을 뻗었다.

 단번에 성인 남자보다 더 무겁고 큰, 무인 하나의 머리를 낚아채 바닥에 내리찍어버렸다.

 

 퍼억

 

 수박처럼 머리가 터져나갔다.

 

 "우아악!!"

 

 퍽퍼억

 

 이젠 무기를 휘두를 수 공간조차 없는 초 근접전이었다.

 상대방의 눈썹의 개수를 셀 정도의 거리에서, 이제는 주먹까지 이용한 육박전으로 이어져갔다.

 

 빠각

 

 몸이 터져나갔다.

 핏발이 분수처럼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사방으로 사람의 사지가 날아다녔다.

 안개가 꼈다.

 8월의 습기에 핏물이 머금어 들어갔다.

 비명 따윈 없었다.

 모두가 피로 물든 이빨을 악물고 서로에게 뒤엉켜갔다.

 피아식별마저 불가능한 그 아비규환의 싸움 속에서 단 한사람만을 향하던 검들은 극도로 달아오른 흥분 속에 방향을 틀었다.

 칼들은 그의 뒤에 있던 나를 향해 내리 꽂히기 시작했다.

 그 시퍼런 칼에 놀라 나도 모르게 나는 뒤로 쓰러지듯 물러났다.

 

 [선대여-!]

 

 당황하는 시나타데의 목소리.

 그의 동작이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그 당황을 악몽들은 놓치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이 나를 바라보았다.

 곧이어 그들의 신형이 마치 무형의 벽이 깨진 듯 산더미처럼 나를 저며낼 기세로 쏟아져 다가왔다.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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