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사로 사는 법 000화
0. 프롤로그
위대한 대마도사 그레이프가 죽었다.
장례식은 거창했다.
영주민은 물론 인근 귀족, 대륙 각지의 마법사 그리고 국왕까지.
그야말로 온 나라가 위대한 대마도사의 죽음을 애도했다.
선생님은 연고가 없던 터라 유일한 제자인 내가 상주를 맡았는데 그것도 오늘로서 끝이다.
국왕 전하가 신료들을 대동하고 걸어 왔다.
“그대가 그레이프의 제자인가.”
국왕 두리안 3세가 근엄하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전하.”
“스승을 잃어 상심이 크겠구나.”
딱히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허리를 굽혀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 후작의 유언은 어떠했는가.”
국왕이 묻자, 옆에 있던 한 남자가 나섰다.
보좌관 플럼 자작이다.
프링글스 할아버지 같은 멋진 콧수염을 가진 그가 두루마기를 펼치더니 명확하게 유언장을 읽어 내려갔다.
“그레이프 후작은 영지를 국가에 반환하고 재산은 빈민구제에 사용해 달라 하였습니다.”
“허어, 훌륭한지고.”
“이어 본인의 연구 자료는 마법학회에 기증한다 밝혔습니다.”
“으음. 마지막까지…….”
“시신은 주요 장기를 기부, 나머지는 해부학회에 이관해 달라며 유언을 마쳤습니다.”
“짐이 정말 훌륭한 사람을 잃었구나.”
두리안 3세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애석해했다.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이자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느냐.”
플럼 자작이 접었던 유언장을 한참 뒤로 넘기더니, 마지막 장에서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제자 애플에겐 면 장갑을 남긴다고 하였습니다.”
“장갑?”
“예. 장갑.”
이거다. 가슴 따뜻한 유언이 비극적인 이유가!
‘선생님! 제가 뭘 잘못했나요!’
선생님의 관에다 대고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