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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자의 아이들
작가 : 뉴레기
작품등록일 : 2017.7.8

첫 번째 암흑기를 주도했던 세 명의 사이먼 중 하나인 젤브로스는 두 번째 암흑기가 도래하려하는 전란의 시기인 300년대에 모든 인과관계를 끊고 가이아드 대륙을 방황한다. 그러던중 우연히 네지라는 자의 부탁을 들어주게된다. 부탁이란 최근 도시 펠리스를 둘러싼 영악한 괴물에 대한 퇴치 의뢰였는데........

 
6
작성일 : 17-07-16 20:24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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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침이 되었다. 젤브로스는 침대 위에 루브네를 눕혀둔채 뜬눈으로 밤을 지세웠다.

 

 여관의 주인 남자는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루브네를 업고 돌아온 젤브로스를 보며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갔지만 마을에 살고있던 주민 세 명이 끔찍하게 죽어있는 시체를 보고는 그 손가락을 깨물고 말았다.

 

 "페스트롭의 소행이야."

 

 12시에도 사람들은 북적이고 있었다. 그리고 젤브로스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와중에(루브네가 납치되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여관 안에 퍼진모양이었다. 푼수같은 녀석.) 젤브로스는 떡하니 잡아 족친 페스트롭의 악취나는 더듬이 한 쌍을 바닥에 내던졌고 근처에 있던 취객들이 요란을 떨며 자리를 반대방향으로 튀어올랐다.

 

 "보수는 됐어. 일종의 서비스다.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말해두고 싶은게 있군. 내게 속한 것들을 건드리려면 상응하는 댓가를 각오해야할거야. 마을의 개자식이든, 빌어먹을 페스트롭이든."

 

 땅에 떨군 더듬이를 콱! 짓밟는 것으로 여관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랑곳 않고 젤브로스는 루브네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갔고, 그대로 아침이 되었다.

 

 루브네가 일어난 것은 점심 때가 다돼서였다. 이쯤되면 그정도로 강력한 수면제를 어디서 구해왔는지 오히려 신기해질 정도였다.

 

 ".....제브?"

 

 "잘 잤니 루비."

 

 평범한 아침인사라고 하기엔 루브네의 표정은 사뭇 어리둥절해 보였다.

 

 "내가 언제 잠들었던가?"

 

 "온탕에서 아주 몸을 푹 담그고 있더군. 그대로 잠든게지, 주인장의 아내가 네 예쁜 피부에 화상이라도 생길까봐 얼른 내게 데리고 왔단다."

 

 "음, 그렇구나."

 

 루브네는 찢겨져 나간 기억이라는 이름의 필름 속 누락된 기억을 되뇌이기 위해 그다지 노력하지는 않았다. 아무렴, 자신은 배불리 먹었고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갔으며, 푹신한 침대에서 젤브로스와 함께 잤다. 그 결과 까지 도달하게 된 과정 따위야 어리고 천진난만한 루브네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상관없는 더미 데이터일 뿐이었다.

 

 "점심을 먹을 때가 됐군. 출발하자 루브네, 체크 아웃을 한 뒤 마을을 떠날거야."

 

 "벌써?"

 

 또 다시 그 끝도 안보이는 지평선을 질리도록 걸을 생각에 루브네는 뾰루퉁해지고 말았다.

 

 "한곳에 머무는건 좋지 않아."

 

 "어째서? 마을은 평화롭잖아."

 

 어제 네 덕에 아주 재미있는 트러블을 겪었단다 얘야.

 젤브로스는 그 말을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지금은 전쟁중이지. 그리고 전란이란 건 평화로운 마을을 괴롭히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법이란다."

 

 "왜?"

 

 "어른이 되면 알게될거야."

 

 피-

 루브네는 볼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어쨌든 젤브로스의 말에 반대할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옷 매무새를 다듬고 머리를 빗으며 마을 밖에선 해볼 수 없는 사치라는 것을 마음껏 부리기 시작했다.

 

 1층 로비로 내려간 두 사람은 여관 주인의 반가운 아침인사를(조금 늦었지만) 받은 뒤 테이블에 앉았다. 여관에 숙박중인 행상인, 용병, 그리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찾아온 농부들이 테이블 이곳저곳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어제 밤, 바로 이곳에서 그 무서운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루브네는 음식을 이것저것 주문하더니(그 요리가 무슨 재료로 만든것인지는 전혀 알지 못하는 듯 보였다.)목이라도 말랐는지 미지근한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당신이오? 그 페스트롭을 처리한게."

 

 문득 테이블 옆에 경무장한 일행 세 명이 몰려들었다. 젤브로스는 그쪽에 눈하나 까딱 주지 않고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들은 마치 젤브로스를 기다렸다는 듯 타이밍 좋게 다가왔던 것이다. 요령없는 놈들이라고 젤브로스는 생각했다.

 

 "그래."

 

 "대단하군, 밤의 악마를 혼자서 상대하다니! 그것도 놈의 무대인 밤에 말이야."

 

 단창으로 무장한 녀석이 감탄스러운 듯 말했다. 젤브로스는 그들이 몸을 움직일 때 마다 잘그락 거리는 쇳소리로 그들이 용병이란 사실을 단번에 알아챘다.

 

 "아, 이런. 소개가 늦었군. 내 이름은 덴드라, 여기 검을 짠 땅딸보는 크리스고 크리스 뒤쪽에 서있는 붙임성 없어보이는 친구는 벤젠이라고해. 용병일을 하고 있지."

 

 "셋이 팀인가."

 

 물을 한 잔 마시며 젤브로스가 감정없는 어투로 말했다.

 

 "맞아, 우리는 팀이지 팀 이름은 잉그레드라고 지었어. 아직 팀의 티어는 실버 밖에 되지 않지만 언젠가 빌어먹을 길드 명부에 우리 팀 이름 네 글자를 새겨넣으리라 다짐했지."

 

 "아, 그래 잉그레드의 덜렁이. 눈앞이 깜깜한 네게 실용적인 조언을 하나 해주지. 팀을 짜는건 좋지만 인수는 짝수로 맞추는게 좋아. 만약 네놈들의 그 잘난 호주머니에 2만 데릭실이 보수로 들어온다면 대체 어떻게 나눌 생각이지?"

 

 그 때 쯤 여관 주인이 음식을 가져왔다. 루브네는 젤브로스와 낮선 이들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일말의 관심도 갖지 않은채 포크를 들고 제일 가까이 있는 쇠고기 스튜의 덩어리진 고기를 찔렀다.

 

 "끈끈한 우정이니 뭐니로 똘똘 뭉쳤다는 빌어먹을 홀수 팀들이야 셀 수 없이 많이 봤지. 사타구니에서 나는 썩는내 조차 똑같다고 주장하는 망나니들, 팀원을 위해서라면 상대가 시체 남작이라도 홀로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머저리들. 그러나 그 '영원한 우정'이란 놈은 딱 나눠지지 않는 돈 때문에 서로를 찌르고 스스로 비극을 맞이했지."

 

 젤브로스의 사뭇 도발적인 말에 용병들의 표정이 조금 차가워지고 말았다.

 

 "뭐, 뭐어 당신은 꽤 노련해 보이니까......그래도 우리 팀은 이제껏 잘해왔고."

 

 "풋내기, 용병단을 결성한지 얼마나 됐지?"

 

 ".......반년."

 

 대답한 것은 검을 차고있는 땅딸보 크리스였다.

 

 "과연, 반년만에 실버 까지 올라간건 칭찬해줄만 하군. 분명 브론즈 등급 때 주제에 맞지도 않는 무모한 의뢰를 억지로 수행해온 결과겠지. 하나 묻고싶군, 정말 '3명'인가?"

 

 젤브로스의 차가운 어투에 세 명의 표정이 굳고말았다. 마치 정곡이라도 찔린 사람처럼.

 

 "하늘에 있던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뭐 빌어먹을 잉그레드의 초기 맴버야 내 알바아니지만 막상 말을걸어줬으니 노련한 선배로서 한 마디 하겠어. 골드 등급의 의뢰부터는 본격적으로 '괴물 퇴치'의뢰가 나오기 시작해. 네놈들이 거쳐온 브론즈와 실버 등급의 의뢰 처럼 행상인, 여행자들의 호위 임무 중 우연히 마주치는 상처입은 콥서들을 상대하는게 아니라 숲에서 시체를 뜯어먹고 사는 진짜 콥서들을 상대하게 된다는 소리야. 그리고 괴물들 중에서도 가장 약하다고 정평이난 콥서는 혼자서 실버 급 용병 한 명 정도 요절을 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자, 그럼 이제 네놈들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알고있겠지."

 

 "........."

 

 세 명은 단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젤브로스는 기가막히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페스트롭의 둥지를 발견했으면 마을에 알렸어야지. 떨거지들 주제에 직접 나서지 말았어야 했어."

 

 "윽....."

 

 본심을 들켰다는 듯 그들은 표정을 일그러 뜨렸다. 몹시 분해보였지만 젤브로스는 그들의 멍청했던 생각에 질린 나머지 물러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윽이 아니라 네놈들이 할말은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야. 우연히 내가 페스트롭의 둥지를 발견하고 놈을 족치지 않았으면 지금 마을 뒤편에 파묻혀있는 시체는 이 마을의 양아치 패거리 삼총사가 아니라 주제도 모르는 실버 티어 용병단 잉그레드 삼총사가 됐겠지."

 

 "마, 말이 너무 지나치군요."

 

 "오, 그래? 그럼 꺼져."

 

 젤브로스가 팔을 옆으로 홱! 휘두르자 잉그레드 팀원의 세 명은 자존심이라도 상한 모양인지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웃기지도 않은 그 이름을 썩은 나무로 엮은 무덤패에 새겨넣고 싶지 않다면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빨리, 그리고 다시는 내 눈에 띄지마. 내 시야에 못생긴 네놈들 얼굴이 보인다면 따지지도 않고 쳐죽여버리겠어."

 

 "으, 으으....가, 가자....."

 

 "흥."

 

 잔뜩 겁먹은 잉그레드 삼총사가 주눅든 얼굴로 여관 밖으로 나갈 때, 오직 루브네 만이 상큼한 표정으로 입을 오물거리며 왜 제브가 화가났을까? 라는 생각을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아이들의 호기심은 왕성한 모양이라 루브네는 참지못하고 물어왔다.

 

 "마을 사람들을 해칠뻔했던 나쁜 사람들이란다. 내가 혼쭐을 내줬지."

 

 "제브는 강하구나."

 

 젤브로스는 훗, 웃으며 머그잔에 물을 따라 그대로 들이켰다.

 

 "너도 강해질 수 있단다 얘야."

 

 "어떻게 하면 돼? 난 제브처럼 커다란 검을 한 손으로 들 수 없는걸."

 

 "멋지고 무거운 칼을 휘두를 수 있다고 해서 강한건 아니란다."

 

 "그러면?"

 

 "무엇을 위해 휘두르느냐가 중요하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어른이 되면 알게될거다."

 

 루브네의 입술이 또 다시 삐쭉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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