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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레포르마티오니스
작가 : 흔하디흔한인간
작품등록일 : 2017.7.11

마법사와 국가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한 왕의 이야기

 
심판2
작성일 : 17-07-16 16:13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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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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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앤드류는 의자에 앉은 채로 둘의 대화를 빤히 바라봤다. 자신의 판결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모습이 가당찮다고 여겼지만, 그런 그에게도 흥미가 이는 부분은 있었다. 그가 한껏 피곤함과 사투를 벌이던 중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자연스레 넘어갔지만 정신이 맑아지자 리엔이 여성이라는 점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그가 아는 한에서 여자들은 기껏해야 가사노동과 농사일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것이 다이며 소수의 귀족가 여인들만이 사치를 향유하는 세상이었다. 때문에 피어난 궁금증에 앤드류는 리엔의 정체에 대해서 추리를 하기 시작했다. 행동거지, 말투, 윌리엄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까지 일련의 정보들이 머리를 스치고 나서 앤드류는 리엔의 정체에 대해 도달할 수 있었다.

  ‘과연 그런 건가.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결론을 내린 앤드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런 그의 모습은 재판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당혹감을, 앞에서 판결을 내리는 셋에게는 불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때서야 정리를 마친 윌리엄이 질문을 시작했다.

  “왕의 죽음, 왕궁의 일소, 그 넓은 공간에서 생긴 단 한명의 피해자, 그리고 단 한사람의 범인 이를 판단해 보건데 나는 그대가 마법사일 것이란 결론을 내렸네. 묻겠네. 그대는 마법사인가”

  “맞아” 앤드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재판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윌리엄이 헛기침을 하더니 질문을 이어나갔다.

  “그렇다면 나는 사건의 경과가 어찌 되었는지를 묻고 싶네. 또한 어떤 이유로 그러한 일을 저지른 것인가도 마찬가지로”

  “그저 정처없이 방황하던 중에 눈앞에 왕궁이 보이더군. 몇 걸음 옮긴 것 같지도 않은데 내 뒤에는 굶어서 죽어가는 백성들이 있고 내 앞에는 사치와 향락이 가득한 공간이 보인다니 믿을 수가 없었어. 어디선가 분노가 치밀어서 내 하찮은 힘을 좀 썼지. 그 결과 왕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왕은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다. 마치 옛날이야기 같지 않은가? 그 외에 왕궁에 일하던 사람들은 다 어딘가로 옮겨뒀고 아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할 거야. 그러고나서 잠시 누워서 잠을 청했는데 일어나 보니 여기더군. 이정도면 충분하려나.”

  윌리엄은 황당하다는 듯이 이마에 손을 짚고 앤드류를 바라봤다. “이유를 아직 말하지 않았네. 대체 왜 국왕 폐하를 시해한 것인가.”

  “분명 말한 것 같다만. 그걸 이유라고 생각하지는 않나보군. 다른 이유를 말해줄까.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왕이 왕좌에서 내려오는 걸 고대하더군. 난 그런 사람들이 보기 원하는 걸 보여준 거지.”

  이 대답에 리엔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갔고 윌리엄은 말문이 막혔는지 말을 잇지 못하였다. 윌리엄이 계속하여 침묵을 지키자 리엔은 윌리엄에게 질문하기를 요청하였다.

  “윌리엄 왕세자님 제게 질문이 한가지 있습니다.”

  “해보게” 리엔은 감사를 표하고 앤드류를 응시했다.

  “그대는 자신의 범죄동기가 많은 사람들의 필요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자신의 뒤에 배후 세력이 있음을 토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 말이 맞습니까?”

  “그건 아니야” 앤드류가 짧게 대답했다.

  “배후 세력이 없다면 당신의 주장은 궤변에 불과합니다. 제대로 된 진술을 해주세요.”

  ”마음대로 떠들어도 상관없어. 이 재판이 내 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열린 거라면 왕의 도구에 불구한 법은 진실마저 외면해 버리겠지.“

  이 말을 들은 리엔은 불쾌감을 느꼈다. 그녀 또한 왕의 치세가 좋지 못했음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보다도 자신만만히 법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당찬 여인에게 법이 그저 왕의 권력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단정지어버리는 말이 귀에 좋게 들릴 리가 없었다. 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제임스 왕자가 한마디를 툭 던졌다.

  ”남의 아버지를 죽여 놓고 그들의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 건가?“

  놀랍도록 무미건조한 질문이었지만 앤드류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 질문을 하는 것치곤 네 말에 분노라곤 눈을 씻고도 찾을 수가 없군. 물론 네 옆에 앉아 있는 네 형제에게도 해당되겠지만. 안 그런가. 공주님? 적어도 그쪽은 분노는 느끼는 것 같아 보이는데.“

  리엔은 느닷없이 자신의 신분을 말해버린 앤드류에게 당혹감을 느꼈지만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에 좌절했다. 그녀가 분노를 느낀 것은 물론 맞지만 그것은 다른 이유에서의 분노였다. 자신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보다도 크게 다가오는 감정이 없었다. 슬픔과 분노를 느끼기에는 그녀와 그의 아버지 사이에는 어떠한 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리엔이 머뭇거리고 있자 윌리엄이 대신 대답했다.

  ”왕가의 일원으로서 우린 언제나 냉정해야 하네. 지금 당장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이곳저곳에 산적해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게 우리 입장이란 말이네. 질문은 우리가 할 터이니 그대는 대답을 하도록 하게.“

  ”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연기를 하더라도 결국에는 무너지기 마련이지. 그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라면 더더욱 문제가 심할 테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대들의 아버지는 좋은 아버지도 아니었던가보군. 아이들이 자신의 죽음에도 동요하는 기색하나 보이지 않는다니. 그렇지 않나?“

  명백한 도발이었다. 일부러 분탕을 치려는 듯한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법정에서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리엔은 생각했고 결국 그녀는 분노를 드러냈다. 불꽃보다는 얼음장 같은 절제된 분노였다. ”죄인은 점점 도가 지나친 발언을 하시는군요. 신성한 법정에서 법관들을 희롱하려 드는 일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자중해 주세요.“

  앤드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어째선지 더욱 기뻐하는 눈치였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구나. 왕의 권위를 무시하고 왕을 죽인 사람에게 기껏해야 법관의 권위를 두려워하라고 떠들다니. 그러면 나는 무서워서 덜덜 떨며 당신들의 터무니없는 질문에 고개나 끄덕거리란 걸까? 법이 그러라고 있는 게 아닐 텐데 말이죠. 공주님?“ 앤드류와 리엔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이에 윌리엄도 자리에서 일어나 앤드류를 응시했고 그걸 느낀 앤드류는 윌리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난 지금 당장이라도 여기 있는 모두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어. 하찮은 농담 따먹기나 하자고 이 좀 쑤시는 결박을 한 채 앉아 있는 게 아닌데 너희들은 나를 실망시키는군." 앤드류가 살의를 담아 외쳤다. 그러나 리엔은 동요하지도 않고 이 말을 반박했다.”

  “마법사를 아무런 방해도 없이 날뛰게 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당신 몸의 결박은 마법사 에드거님께서 직접 마법사를 구속시키기 위해 제작한 마도구에요.” 리엔의 대답과 동시에 앤드류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오른손에 불꽃을 두르고 있었고 리엔 뿐만 아니라 그 재판정의 모두가 믿고 있던 결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리엔을 당황스럽게 했고 그로 인해 생긴 공포는 그녀의 어깨를 점점 들썩거리게 하였다. 재판정을 둘러싸던 관중들은 혼비백산하여 대부분이 사라지고 단지 몇 명만이 남아있었다. 한편 혼란 속에서 제임스 왕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초인적인 의지로 침착함을 지키고 있던 윌리엄은 앤드류를 제지했다.

  “거기까지하는게 피차일반에 좋을걸세.”

  그 말을 들은 앤드류는 놀랍게도 불꽃을 없애고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걸 본 앤드류는 재판의 마무리를 시작했다.

  “그대는 지금까지의 재판에서 자신이 백성의 생각을 대변했음을 주장해왔네. 그렇다면 그대에게 백성을 위해 살라고 말하면 그리 할 자신이 있는가?”

  “당연히”

  “그렇다면 죄인 앤드류의 죄질은 국가반역죄로 흉악하기 다름없으나 대대로 마법사가 국가에 존재하고 존재하지 않음은 그 국가의 위상과 국력의 큰 영향을 미쳐왔네. 때문에 나는 그대의 재능만은 높이 사 국가와 백성들에게 봉사함으로 그 죄를 씻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대에게 평생 국가에 봉사할 것을 명하네. 그대는 이 말이 명령임을 인지하고 따라야 하네. 오늘의 재판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지.”

 판결을 들은 리엔은 뭐라 반박하려했지만 왕세자의 얼굴은 의지로 가득해보였고 리엔은 그걸 알아차렸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히죽히죽 웃고 있는 앤드류를 쏘아봤다. 재판을 끝까지 보던 사람들도 하나 둘 자리를 떠나고 단 한명만이 납득하지 못하는 재판은 결국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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