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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4인종의 다리
작가 : 밈밈밈
작품등록일 : 2017.6.4

여주가 차원이동 됨. 그 세계에서 열심히 구르며 인간, 용, 도깨비, 구미호 등, 이 네 종족을 만나 일어나는 이야기.

-전개 느립니다.

 
코 꿰다_20
작성일 : 17-07-16 03:09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7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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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희는 여느때와 조금 다른 아침을 맞이했다.

 

  "모리. 위니는 어디있어요?"

 

  항상 잠을 깨우던 시녀는 위니였다. 그런데 오늘은 위니의 옆에 있던 다른 시녀, 모리가 백희를 깨웠다.

 

  "위니가 늦었는데도 나오질 않아 이상해서 방에 들어가보니 침대 위에 편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배키님."

 

  모리가 백희에게 편지를 건넸다. 편지지를 펼치자 간단한 문구가 적혀있었다.

 

  '집에 일이 생겨서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위니의 집에 무슨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백희는 위니가 자신에게 말도 없이 가버린 것이 내심 서운했으나 티내지 않았다. 백희는 땡전한푼 없었지만 백희의 방에는 돈 될만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만약 위니에게 금전이라도 필요했다면 방안에 있는 장식품의 금붙이를 떼어주려고 했던 것이다.

  '어쩔수 없지. 집에 큰 일이 없어야 할텐데. 혹시 모르니 위니가 오면 금붙이를 떼다가 몰래 건네 줘야겠다.'

  백희는 씩씩하게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날 하루는 기분좋은 일의 연속이었다. 오전 수업 중 간단한 단어 시험에서 백점을 맞자 제파도가 크게 칭찬했다. 기분 좋게 수업을 마무리 하고 그래지한과의 점심시간을 가졌다. 그래지한은 처음으로 고기를 먹으라고 권유하지 않았다. 유독 화기애애한 말들이 오갔다. 루크와도 싸우지 않고 오전을 잘 마무리했다.

 

  시간이 흘러 오후 훈련 시간이 되었다. 훈련시간은 총 3시간으로 1시간 30분 동안은 왕실훈련장에서, 나머지 1시간 30분은 활터에서 보낸다. 왕실훈련장에서 백희는 호신술을, 루크는 검술을 연마하고 활터에서는 다 같이 궁술을 배웠다. 백희는 이를 1부 훈련과 2부 훈련이라고 이름 지었다.

  1부 훈련 중 유루린은 백희의 운동신경에 크게 놀랐다.

 

  "정말 나날이 일취월장 하십니다. 호신술 말고도 전문적인 체술을 배워도 금방 하시겠어요. 레이디는 어디하나 부족한 구석이 없으시군요. 저 유루린 감탄, 또 감탄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백희는 입을 헤- 하고 벌리며 웃었고 루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 내밀었다.

 

  "헤헤. 유루린 스승님한테 배워서 그런가봐요!"

 

  백희는 유루린에게 배우는 중일 때만 '스승님'이라고 했다. 유루린이 평소에는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유루린은 백희의 말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유희를 즐기면서 만나본 파로의 여자들 중 백희와 같이 반응하는 여자는 한명도 없었다. 만약 똑같은 칭찬을 파로의 여자들에게 했다면 그녀들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거나 유루린 앞에서 도망가기 바빴을 것이다. 그에 비해 백희는 솔직하고 당당한 아이였다. 유루린이 루크에게 하는것 처럼 백희의 머리를 헤집어 놓았다.

  그 모습이 눈꼴시렵고 괜히 부아가 치민 루크가 소리쳤다.

 

  "유루린! 나는! 나는 어떠냐!"

  "하하하. 루크님은 한결같으십니다."

 

  루크의 표정이 이상하게 찡그려졌다. 저 말이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였다.

 

 

 

  그들은 어느새 활터에서 궁술을 배우고 있었다. 저번에 보여줬던 유루린의 활솜씨는 역시 컨디션 난조 때문이었는지 지금 보이는 시범에서는 단 한발의 화살도 과녁을 비껴나가지않았다. 심지어 신나게 과녁 중앙만 꿰뚫고 있었다.

  백희는 감탄하며 자신도 저렇게 쏠 수 있게 마음을 다잡았다. 눈을 잠시 감고 집중을 한 후 활시위를 당겼다.

 

  "우와~!"

 

  궁사들의 감탄이 터졌다. 백희는 무려 5발 연속 과녁의 정중앙에 맞추었다. 백희도 놀라고 유루린도 놀라고 루크는 경악하였다. 시녀들은 그런 백희를 얼떨떨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백희가 쑥스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오늘 되게 몸이 가볍네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멋지세요."

  "저희도 다섯발 연속 명중은 힘든데."

 

  궁사들의 연속적인 칭찬이 이어졌다. 칭찬에 약한 백희는 얼굴이 풀어진 채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루크는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활을 쏘러 나갔다. 백희가 들어오자 유루린이 웃으며 반겼다.

 

  "오늘 날이신가 봅니다. 저 유루린, 계속되는 레이디의 훌륭한 모습에 점점 더 반할것 같습니다."

  "아이참, 유루린 스승님도."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능청을 떠는 두사람이었다.

  루크가 활을 쏘는 중에 잠시 주위를 둘러본 유루린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백희에게 물었다.

 

  "꽃 같은 레이디들 중 한 명이 안보이는 군요."

 

  유루린은 자신이 어떻게 꽃같은 레이디들 중 한명을 잊고 있었는지 속으로 자책했다. 1부 훈련때부터 보여준 백희의 운동신경에 연신 감탄하느라 주위를 신경쓰지 못했던 것이다.

 

  "아, 위니는 오늘 집에 일이 있다고 해서 잠깐 갔다온대요."

  "그렇습니까?"

 

  유루린은 그저 잠깐의 호기심으로 위니를 찾기 위해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용이 원한다면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찾고자 하는 상대가 꼭 말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루린은 위니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눈을 감고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루린의 귀에 위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루린은 인상을 찌푸렸다.

 

  '네 이년! 당장 사실대로 고하지 못할까!"

  '허억… 허억… 전… 모르…옵니……."

  '이 채찍으로 치거라.'

  '예, 마마.'

  '철썩!'

  '꺄아악!'

 

  유루린은 무겁게 내려앉은 얼굴로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노란색 눈동자에 분노의 기운이 어렸다. 유루린은 여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에게도 유일하게 싫어하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를 때리는 여자.'

  유루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극저음의 목소리가 백희를 불렀다.

 

  "배키님."

  "네?"

  "꽃 같은 레이디가 배키님에게 직접 말하고 갔습니까?"

  "아뇨. 편지를 두고 갔어요."

  "그녀가 배키님에게 말 한마디 하지 아니하고 떠날 사람인가요?"

 

  그러자 백희는 고개를 확 돌려 유루린을 쳐다봤다. 백희의 검은 눈동자와 유루린의 노란색 눈동자가 마주쳤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위니는 가장 헌신적이고 친절했다. 백희의 신분이 불명확해도 윗사람으로 여기며 진실된 마음으로 모셨다. 게다가 이곳은 로코의 왕궁. 신분제가 존재하는 곳에서 자신이 모시는 백희에게 말한마디 하지 않고 떠난다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었다.

  '불안한 예감이 든다.'

  백희가 모리를 불렀다.

 

  "모리. 위니가 놓고간 편지를 다시 한번 볼 수 있을 까요?"

  "예. 다녀오겠습니다."

  "네. 혹시 오다가다 주변 시녀들이나 시종들에게 간밤에 무슨소란이 없었는지 물어봐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배키님."

 

  모리가 서둘러 떠나고 백희는 걱정에 잠긴 얼굴을 한 채 손으로 입술을 뜯었다.

 

 

 

  "배키님! 배키님!"

 

  모리가 로코의 여자답지 않게 큰소리로 외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백희는 불안함이 더해진 얼굴로 모리에게 뛰어갔다.

 

  "무슨일이에요, 모리!"

  "배키님. 헉. 헉. 그게. 어젯밤 위니의 옆방에서 자고 있던 시녀들이 그녀의 방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와 누군가랑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리가 자신의 치마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편지를 꺼냈다.

 

  "여기 위니의 편지 입니다."

 

  백희는 편지를 받아 들었다. 편지봉투를 열고 접힌 종이를 펴자마자 위니의 글씨체를 자세히 살폈다.

  백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건 위니의 글씨체가 아니야."

 

  어째서 처음 편지를 읽었을때 위니의 글씨체를 알아보지 못했단 말인가! 위니는 백희에게 간단한 글자들을 가르쳐주곤 했었다. 그렇기에 백희는 로코 왕궁에서 그녀의 글씨체를 제일 잘 아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백희는 자신의 멍청함을 자책하며 머리를 쥐어 뜯었다.

 

  '밤에. 누군가와 다투는 소리. 위니의 글씨체가 아닌 다른이가 써놓고 간 편지.'

 

  백희는 얼굴을 야차처럼 일그트리면서 주먹을 세게 말아 쥐었다. 위니가 납치되었음을 깨달았다.

 

  백희는 활터를 뒤도 안돌아보고 뛰쳐나갔다. 루크의 어리둥절한 표정이 스치듯 보였지만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백희는 목적지를 향해 달렸고 백희의 시녀들도 헐레벌떡 뛰고 있었다. 백희의 얼굴은 고통스럽다는 듯이 일그러져 있었다. 뛰어서 숨이 차 그런것이 아니었다. 백희는 납치범이 누군지 알것 같았다. 아니, 분명했다.

 

  '아게한느!'

 

  백희의 이가 뿌드득하고 갈렸다. 아게한느는 백희에게 당한 치욕을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녀는 한순간에 왕비자리에서 폐위 될 뻔했다가 가까스로 모면했던 일을 속으로 칼을 갈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 일을 터트릴 줄은 알았지만 사람을 납치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백희였다.

 

  "헉.헉."

  "배키님?"

 

  시종장 마일드가 백희를 불렀다. 백희는 그런 마일드에게 인사할 겨를이 없었다. 백희는 마일드가 나왔던 문을 쾅!하고 열어재끼면서 소리쳤다.

 

  "전하!"

 

  갑작스럽게 쳐들어온 백희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그래지한과 제파도였다. 그들은 왕의 집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잠깐 쉬는 시간이었는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제파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눈살을 찌푸리며 엄하게 다그쳤다.

 

  "배키님. 이 무슨 무례한 짓입니까. 아무리 배키님이 이세계에서 왔을 지라도……."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백희는 숨이 넘어갈 듯이 외쳤다. 계속 달음박질 쳤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지체하는 이 순간에도 위니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 미칠 지경이었다.

 

  "무슨일이냐."

 

  그래지한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묻자 백희가 다급하게 외쳤다.

 

  "제 시녀 위니가 납치 됐어요! 제발 부탁이에요. 도와주세요!"

 

  그래지한은 제파도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제파도가 백희의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배키님. 진정하시고 제대로 설명해주세요."

 

  제파도는 백희를 진정시키며 소파에 앉혔다. 당장 위니를 찾으러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주먹을 꽉 쥐며 가까스로 참았다. 제파도에 의해 그래지한 건너편에 앉혀진 백희가 횡성수설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위니가 저를 깨우지 않았는데, 아. 위니는 매일 아침 저를 깨워 주는 시녀에요. 그녀가 편지를 써두고 급한일이 생겨 집에 내려갔다는 거에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옆방 시녀들이 간밤에 위니가 누구랑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어요. 이상해서 위니가 두고 갔다던 편지를 다시한번 보니까 위니의 글씨체가 아니었어요! 아, 제가 어째서 위니의 글씨체를 아냐면 그녀가 저한테 글을 가르쳐 주곤 했거든요."

 

  그러자 그래지한이 흥미로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호오. 글을 알고 있는 시녀였군?"

  "정말 드물게도 글을 아는 시녀가 있었군요."

 

  백희는 그래지한과 제파도의 반응에 부아가 치밀었다. 지금 시녀가 글을 아는게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제발 부탁드릴게요. 위니를 구해주세요."

  "하지만 배키님. 누구에게 납치 되었는지 모르지 않습니까?"

 

  제파도의 말에 백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심증만으로 아게한느의 이름을 입에 올릴것인가 말것인가. 찰나의 고민이었지만 곧 결단을 내린 백희였다.

 

  "아게한느 왕비. 그녀 일거에요."

 

  백희의 말에 그래지한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설명해 보라는 눈짓이었다.

 

  "심증일 뿐인데. 최근 며칠동안 괴롭힘을 당했거든요. 아침식사가 맛이 없거나……."

  '쾅!'

 

  그래지한이 주먹으로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소파의 팔걸이를 내려쳤다. 이제서야 백희가 수척해져가는 이유를 알게 된 그래지한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눈썹을 한껏 찌푸린 그가 입을 열었다.

 

  "왜 진즉에 말하지 않았지?"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키기 싫었어요. 아무래도 아게한느 왕비가 그날 일로 앙심을 품고 저랑 가장 친한 시녀를 납치 한것 같아요."

 

  그래지한은 눈을 좁혔다. 그래지한은 아게한느가 어째서 백희의 시녀를 납치했는지 알았다. 백희의 모호한 신분을 제대로 캐내기 위함이다. 그래지한은 화가 나 어금니를 꽉 물었다. 아게한느가 충분히 알아 듣도록 벌을 내려야 했다. 백희는 아무리 왕비라 할지라도 건드리면 안되는 사람이다.

  '그때 폐위 시켰어야 했어.'

  그래지한이 입을 열었다.

 

  "그 시녀에게 너의 정체를 알려주었느냐?"

  "네? 아니요."

 

  백희는 마음이 조급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이런 질문을 할 시간에 어서 아게한느에게 찾아가 위니를 구해야만 했다. 만약 조선시대 처럼 위니가 고문이라도 받고 있다면…….

  백희는 다급하게 외쳤다.

 

  "제발 부탁이에요. 위니를 구해주세요! 제발요."

 

  그래지한은 입을 다물고 빤히 백희를 쳐다보았다.

  사실 그래지한은 백희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시녀일 뿐인데 저렇게 안절부절 못해가며 구해야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시녀에게 백희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으니 비밀이 새어나갈 걱정도 없었다.

 

  "아게한느에게 벌을 내리겠다."

 

  백희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얼른 구하러 가죠!"

 

  백희가 일어서려고 하자 그래지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녀는 새로 구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네 정체를 들킬 염려도 없으니 걱정할 필요없다."

 

  백희는 대화가 엇나간 것을 느꼈다. 자신은 새로운 시녀를 원하는게 아니었다.

 

  "무슨소리세요? 지금 위니가 고문 받고 있으면 어떡해요!"

 

  그래지한은 백희의 순진함에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 간밤에 납치된 시녀는 이미 고문을 받을 대로 받았을 것이다. 어쩌면 죽었거나, 살아있어도 몸이 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었다. 게다가 그래지한은 아게한느의 잔인함을 얼핏 들었던 지라 아무것도 모르는 시녀가 살아있다는 가능성을 낮게 봤다. 만약 정말 운 좋게 살아있더라도 더이상 백희를 보필 할만한 몸과 정신상태가 아닐 것이다.

 

  "아게한느에게는 네가 납득할 만한 벌을 내릴 것이다. 폐위가 좋겠군."

 

  그러자 제파도가 끼어들었다.

 

  "전하. 안됩니다. 그러면 배키님에게 이목이 집중될 것입니다."

  "그럼 어쩌자는 것이냐?"

  "아게한느 왕비의 외척에 압력을 넣어보심이 어떻겠습니까?"

  "흠."

 

  백희는 그들의 말에 기가 질려서 뒤로 넘어갈 것 같았다. 사람이 고문받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태연하게 앉아 왕비에게 벌을 내릴 생각만 하다니. 백희가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위니가 고문받아서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그래지한은 도통 이해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새로운 시녀를 구해다 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래지한의 반복되는 말에 백희의 표정은 순식간에 벙쩌버렸다. 그래지한은 백희가 제대로 이해를 못한것 같아 말을 덧붙였다. 마치 달래는 듯한 어투였다.

 

  "일 잘하고 말 잘듣는 시녀를 붙여주겠다. 그래, 그 위니라는 시녀보다 글을 더 잘 아는 이로 구해다 주마."

 

  백희는 맥이 탁 풀려버렸다. 고개를 숙인 채 소파에 털썩하고 주저 앉자 그래지한은 그제서야 백희가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글을 잘 아는 시녀는 드물지. 마일드에게 말하면 다시 찾아 줄것이다."

 

  백희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침묵했다. 그래지한은 그것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래지한은 제파도에게 고개를 돌려 아게한느에게 줄 벌에 대해 의논하려고 했다.

  그때 백희가 짓씹듯이 말을 내뱉었다.

 

  "차라리 기르는 개 한마리를 주겠다고 하지 그래요."

 

  그래지한과 제파도는 의아한 얼굴로 백희를 쳐다보았다. 백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백희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지한의 사고가 정지되었다. 백희가 처음 눈물을 보였을때 보다 더욱 아무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는 아이가 울듯이 큰소리로 울었다면 지금은 조용히 눈에서 눈물만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반면에 제파도의 사고는 재빨리 돌아갔다. 백희가 우는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하던 제파도는 금새 깨달을 수 있었다. 백희가 살던 세계에서는 사람을 평등하게, 그리고 존귀하게 생각한다. 사람은 신분을 따져가며 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제파도 자신도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편이였지만 한나라의 재상이었기에 순간적으로 감정보다 이성이 앞섰다. 제파도는 '아차!' 하는 얼굴로 백희를 달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배…."

 

  그 때 백희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둘 다 꼴도 보기 싫어요!"

 

  백희는 그 말을 끝으로 집무실을 뛰쳐나가버렸다. 당황한 제파도가 백희의 뒤를 따라 나갔고 그래지한은 집무실 안에 혼자 덩그라니 남겨졌다.

 

  그래지한은 백희가 뛰쳐나간 문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석상이라도 된것 마냥 온몸이 굳어져 있었다. 그는 백희가 왜 우는지, 왜 화가 났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저 백희가 꼴도 보기 싫다고 말했을 때 심장이 바닥 끝까지 추락하는 것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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