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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성군을 죽이다
작가 : 다채
작품등록일 : 2017.7.3

삶을 포기한 공연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의 기회.

"네가 나에게 절망을 안겨주었으니, 나는 너에게 악몽을 선사해 줄게."

우정과 사랑, 희생과 복수.

"살인자. 그게 바로 너의 이름이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9화
작성일 : 17-07-16 00:41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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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이의 입 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돌이 된 듯 굳어있는 나를 말없이 쳐다보더니, 휙 고개를 돌려 길을 걸었다.

  나는 더 이상 아이를 쫓아가지 않았다. 아이의 등 뒤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망토가 펄럭일 때마다 그 기운은 사방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키 작은 어린 아이일 뿐인데.

  나는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사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허약한 노루처럼, 침을 삼키는 것마저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따라와.”

 

  아이가 고개를 까딱 흔들며 말했다.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평범한 남자아이의 목소리였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아이의 목소리는 의원의 목소리와 전혀 달랐다. 분명 의원은 가래가 낀 것처럼 턱턱 막히는 목소리였다.

  그냥 닮은 사람인 건가? 나는 절뚝거리며 아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나를 배려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는 이제 더 이상 뛰어다니지 않았다. 가끔씩 뒤를 돌아 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주시하면서 느릿느릿 걸었다.

 

  “저기.”

 

  긴장된 나머지 작게 중얼거리며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는 대답이 없었다. 아무래도 못 들은 듯 했다. 민망한 기분에 입을 꾹 다물고 묵묵히 아이를 뒤따라가는데, 아이가 갑자기 발을 멈추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작고 아담한 손바닥을 쭉 뻗었다. 나는 멀뚱히 그 손과 아이를 번갈아보았다. 그러자 아이가 재빠르게 내 손목을 붙잡아 확 잡아당겼다.

 

  “잠깐······.”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발이 꼬였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으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앞길은 평평한 바닥이 아닌 비탈진 내리막길이었다.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는 몸뚱이를 막을 새가 없었다. 쉴 틈 없이 구르며 아래로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꺾어진 목이 부러진 것처럼 아파왔으며, 계속해서 부딪혀오는 나무 덩굴들 때문에 팔 다리는 부스러질 것만 같았다.

  결국 나는 평평한 바닥이 나올 때까지 구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게도 평지에 깔린 수풀들이 푹신푹신해 별다른 고통 없이 멈출 수 있었다.

  불판에 구워지는 오징어마냥 온 몸을 배배 꼬았다. 누군가가 야구 방망이로 인정사정없이 구타해도 이보다 더 아프지는 않을 것이었다.

  나는 삐거덕거리는 고개를 들어 올려 내가 떨어졌던 언덕 위를 올려다보았다. 아무리 찾아봐도 아이는커녕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얼빠진 표정으로 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열심히 고개를 움직이며 사방을 둘러보아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르다가 돌부리에 찍혔는지 척추 뼈가 욱신거렸다.

 

  “뭐야, 도대체······.”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시야를 가리는 기다란 수풀들을 신경질적으로 밀쳐냈다. 다시 언덕 위로 올라가야 하나. 한 발짝 한 발짝 걸을 때마다 허리가 끊어질 것만 같았다.

  그 꼬맹이 녀석. 허리를 부여잡고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그새 도망을 갔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몰려왔다. 의원과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기분마저 께름칙했다. 어디 기댈 곳이 없나 싶어 두리번거리는데, 저 멀리서 낯익은 돌담이 보였다.

  나무와 수풀에 가려져 언뜻언뜻 보이는 돌담을 향해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다가갈수록 새빨간 돌담에 둘러싸인 거대한 대저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이와 소모의 집이었다. 놀란 가슴에 나는 서둘러 돌담을 따라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익숙한 실루엣의 한 남자가 팔짱을 낀 채 대문 앞을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도이?”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홱 고개를 돌린 도이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반짝이다가 이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쇼!”

 

  성큼성큼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잽싸게 멱살을 틀어잡았다.

 

  “너 이 자식, 누님을 혼자 두고 어딜 갔었던 거야?”

  “소모······ 아직 안 돌아왔어?”

  “한참 전에 돌아오셨어. 분명 사람들이 너랑 같이 나갔다는 걸 봤다는데 누님 혼자 돌아오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도이의 우악스런 손길에 종이인형이 된 것 마냥 힘없이 탈탈 흔들렸다. 미안함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내가 답답한지, 도이가 뭐라 말 좀 해보라며 나를 힘껏 밀쳤다. 안 그래도 기운 없는데 밀쳐지기까지 하니 기다리기라도 한 듯 뒤로 자빠졌다.

  온 신경이 아프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허리에서부터 피어나오는 짜릿한 고통에 숨을 헉 들이켰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뭐야, 왜 그래?”

 

  쯧 혀를 차던 도이가 미동이 없는 나를 의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다쳤냐?”

  “조금······.”

  “미친, 아주 가시밭길을 굴러다니다가 왔네.”

 

  가까이 다가와 나를 요리조리 훑어보며 말했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오만상을 찌푸리며 나를 부축했다. 중얼거리며 욕설을 내뱉다가, 내가 조금이라도 앓는 소리를 내면 자리에서 멈춰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주었다.

 

  “미안.”

  “시끄러워. 치료만 끝나면 내 손에 뒈지는 줄 알아라.”

 

  나를 힐끔 째려보며 한 손으로 대문을 열었다. 나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이 특유의 뚱한 목소리와 함께 다정한 손길로 부축을 해오자, 신기하게도 불안했던 심정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피곤한 마음에 살며시 도이에게 몸을 기대며 마당을 걸어갔다. 꾸벅 고개를 숙여오는 하인들을 지나, 현관문에 다다랐다. 전등이 붉게 켜진 현관문 바로 앞에는 기다란 머리를 아무렇게나 늘어뜨린 소모가 쭈그려 앉아 있었다.

 

  “누님.”

 

  도이가 소모를 불렀다. 느릿느릿 고개를 들어 도이를 바라본 소모가 눈을 굴려 나를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났다. 말라붙은 눈물자국이 전등 빛 아래에서 반짝였다.

 

  “쇼.”

 

  빠르게 다가온 소모가 손을 들어 내 뺨을 후려쳤다. 짝 소리가 고요한 마당을 울렸다.

  주먹으로 맞은 듯한 통증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표정을 풀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소모의 눈과 마주치자 잊고 있었던 죄책감이 스멀스멀 피어나왔다.

 

  “왜 이제 와?”

  “미안해.”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 거야?”

  “미안······.”

 

  소모가 다시 한 번 뺨을 때렸다. 고개가 저절로 돌아갈 정도의 강력한 힘이었다. 우두둑 소리가 난 목을 천천히 부여잡으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간신히 고통을 진정시키고 눈앞을 바라보니, 소모가 커다란 두 눈을 붉게 물들인 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미안해.”

 

  소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한 가닥 흘러내렸다.

  잠시 입을 달싹이던 소모가 뒤를 돌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닫힌 문을 바라보며 애꿎은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누님!”

 

  도이가 소모를 뒤따라가려다 말고, 등을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원망 섞인 눈빛과 함께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누님께서 얼마나 많이 걱정하셨는지 알기나 해?”

  “미안.”

  “하여간 찌질한 새끼, 미안하단 말 좀 그만 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날이 서있는 도이의 말투에 절로 기가 죽었다. 그런 나를 말없이 쳐다보던 도이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일단 내 방 안으로 들어가 있어.”

 

  말을 끝마친 도이가 헐레벌떡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전등이 몇 번 깜빡이더니 톡 소리를 내며 꺼졌다.

  암흑으로 뒤덮인 마당에 홀로 멀뚱히 서 있다가 도이의 방과 가까운 뒤뜰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무거운 발걸음을 간신히 움직이며 길을 걷다가, 밭에 알록달록한 꽃들이 수없이 놓여 있는 정원 앞에서 멈칫했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장신의 남자가 정원 한 가운데에 떡하니 서 있었다. 그의 한 손에는 물뿌리개가 들려 있었다. 아마도 정원을 관리하는 하인 같았다.

  정원으로부터 풍겨져 오는 낯익은 향기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소모를 향한 죄책감만이 이리저리 떠돌고 있었다.

  너무 집중을 한 탓일까. 나는 바람에 날려 휘날리는 남자의 머리카락이 희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지 못했고, 남자의 시선이 나에게 고정되어 있다는 것 또한 눈치 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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