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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영의 일거리들
작가 : 공공
작품등록일 : 2017.7.14

자신으로 인해 태어난 음영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왕이 된 불쌍한 거짓말쟁이 영... 그로 인해 어지러워진 세상...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영은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와중 음영들의 말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영이 할 일은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들리는 일거리(2)
작성일 : 17-07-15 10:22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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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며칠 새 시끄러운 녀석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분명 나같이 한심한 인생 사는 놈은 지겨워져서 떠난게 아닐까?

 장난질만 치던 귀찮은 녀석들이지만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했기에 뭔가 시원섭섭한 기분이 든다.

 대충 씻고 아침밥을 먹은 뒤 하릴없이 밖으로 나가 서성거리던 와중에 동네에 있어선 안 될 것이 눈에 띄었다.

 "저 마차는?"

 두어달 고생을 물거품으로 만든 장본인들이 타고 있을 마차였다.

 옆동네에서 일을 마치고 이 곳으로 왔으리라.

 "젠장."

 [너는 저들과 같이 갈 수 밖에 없어졌단다.]

 처음으로 다정한 말투의 소리가 들렸다.

 '?'

 이상한 기분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마차근처에 몰린 사람들 틈에 섞인채 마차를 구경한다.

 튼튼해 보이는 바퀴 살을 고무가 감싸 충격을 완화해 줄 것이며 눈에 띄게 꾸며진 장식없이 철저히 실용적으로 만들어진 몸체는 세 사람이 누워서 굴러다닐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상품만 제때 골라 돌아다니는 터라 마차의 뒤에 연결된 수레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옆동네에서 팔아치우고 남은 책꾸러미들이 수레에 차분히 얹어져 있어 괜시리 기분이 착잡해졌다.

 헛 고생만 몇 달동안 한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필요한 것이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정신없이 마차를 구경하고 있을 때 옆에 다가온 수수한 차림의 여인이 꺼낸 말이었다.

 "일행인가요?"

 척봐도 이 동네 사람은 아니기에 분명 마차장수 일행 중 한명이리라 여겨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기분 나쁜 친구는 옆동네에 정착했답니다."

 내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는 걸보니 이 여인, 상당히 생각이 깊은 사람일 것이다.

 차분한 분위기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사람이 아무 생각없이 말을 내뱉을리가 없으니 이 여인은 분명 내게서 얻어가고 싶은 뭔가가 있어 다가왔을 것이다.

 "별로 기분 나쁘단 말은 안 했는데..."

 여인이 배시시 웃는다.

 "솔직하지 못 하시군요."

 졌다.

 이 여인은 분명 나에대해 조사를 마치고 내게 접근 했을 것이다.

 "뒷조사 당할 만큼 대단한 놈은 아닐텐데요."

 "그냥 보이는대로 말했을 뿐이랍니다."

 바보같이 당할 놈은 아니라고 던진 말에 이렇게 간단히 대답해버리면 정말 할 말이 없어진다.

 "그 녀석은 잘 먹고 잘 살겠죠?"

 바보같은 질문에 여인의 표정이 살짝 굳어진다.

 "잘 먹고 잘 살기위해 장사를 시작한 거였나요?"

 뜨끔거리는 속을 들키지 않기 위해 태연한 표정으로 다시 마차를 바라 볼 수 밖에 없어졌다.

 나를 슬쩍 쳐다본 여인이 옅은 한숨을 내쉰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마차장수가 이런 촌구석에 온 이유가 나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분명 과대망상증 환자일 것이다.

 "많은 생각이 있었지만 실패한 뒤엔 아무런 의미 없는 것들이 돼버렸으니까요."

 솔직한 대답이었다.

 여인의 굳은 표정이 살짝 풀린게 느껴진다.

 "노래부를 사람이 필요해요."

 이건 또 무슨?

 "네?"

 "노래부를 사람이 필요하다구요."

 뭔가 마음에 없는 말인게 확연히 느껴지도록 딱딱한 음색이었다.

 "그걸 왜 저한테?"

 "돈이 필요하지 않으세요?"

 단호한 목소리로 내게 던진 질문은 빈털터리인 현실과 합을 맞추며 가라앉아 있던 감정을 요동치게 만든다.

 "그걸 왜 나한테 얘기하냐고!"

 울컥했다.

 비참한 현실을 괜히 들쑤셔 놓은 이 여인에게 없던 감정이 생긴다.

 "솔직하지 못 하시군요."

 약간은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여인은 내 손을 잡는다.

 차가운 너무나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손이 따뜻하시네요."

 이제껏 상대해본적 없는 유형의 사람이다.

 하는 행동이 전부 목적을 이루기위해 철저히 짜여진대로 연기하는 연기자와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여인을 따라가라.]

 이번에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단호하게 머릿 속에 울려퍼진다.

 "대체..."

 멍한 상태로 잠시 닿았던 차가운 손길을 되새기고 있을 때 누군가 나의 어깨를 툭하고 친다.

 "뭐하냐?"

 어깨를 친 남자는 싱긋 웃으며 어깨를 쳤던 손을 어깨위에 올린채 마차를 같이 구경하고 있다.

 "일은 어쩌고?"

 친한 친구가 옆에 있단 안도감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근황을 물었다.

 "오늘은 쉬는 날이란다."

 살짝 삐뚤어진 안경을 고치며 의미없는 질문에 당당한 대답을 하는 친구의 뒤로 누군가 슥하고 지나가는게 느껴졌지만 평생 못 볼 마차를 두번이나 구경하게 된 나로써 열심히 봐 놓아야만 하는 처지인지라 눈을 떼지않고 친구와 잡담을 나누고 있다.

 "안경은 언제 떼 놓으려나?"

 "안경언에게 안경은 떼 놓을 수 없는 것이란다."

 "그러니까 제발 내게선 좀 떨어져주라."

 "싫은데?"

 경언이 놈은 유독 나에게만 살갑게 구는 재밌는 녀석이다.

 도우미들의 밑에서 배우미로 있을 때 부터 알게된 경언은 실속 없는 것들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막상 얘기를 나눠보니 상상력이 빈곤할 뿐이지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은 녀석이었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얘기를 나누면 생각치도 못 한 대화주제들이 난무하곤 했다.

 "돈 굴리는 재능을 못 펼쳐서 억울하지?"

 "가진게 없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돌아다니다 보면 뭔가 찾을 수 있지 않겠냐?"

 "가진게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여기 가진 것들이 왔으니 한번 붙어먹어 보던가."

 "얘네는 여기 머물 놈들이 아니잖아."

 "씁쓸한 현실은 너나나나 똑같은데 왜 여기 머물러 있는건지 모르겠다."

 "돌아다니기엔 욕심이 너무 많아서 안된단다."

 예전에도 했던 얘기의 연속이다.

 별 욕심없이 생각이 많은 나야 돌아다녀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테지만 돈 욕심 많은 자기가 돌아다니면 큰 사건들이 벌어져서 세상이 힘들어진다던 허무맹랑한 녀석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욕심을 버릴 순 없는거야?"

 분명 나는 지금 텅 비어버린 눈으로 친구를 보고 있으리라.

 잠시 눈을 마주치고 허탈한 웃음을 지은 녀석이 말한다.

 "너는 평생 혼자 떠돌아 다니는게 훨씬 낫겠다."

 "같이 가자니까"

 피식 웃고 다시 마차를 쳐다보는 친구에게 같이가자고 더 말 할 수 없다는게 미안했다.

 같이 다녀봤자 고생을 두배로 아니 거기에 곱절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녀석에게 뭐라 말할지 몰라서 허둥대다가 혼자 길을 떠난게 몇번이었는지 헤아리는게 의미 없어지는 현실이다.

 그래도 이 재밌는 친구와 함께 간다면 얼마나 좋을지 욕심이 생기자 뒷목이 뜨끔거린다.

 "근데 그거 아냐?"

 뜬금없이 경언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뭐가 그건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아서 말해줄게 분명한 터라 계속 마차와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아까 그 여인은 대체 뭐였지 어디로 간걸까 생각하고 있으니 경언이 말을 잇는다.

 "저 마차에 탄건 여인 두명이고 말을 끄는 마부 또한 억센 여인이란거."

 여인들로만 이루어진 마차장수란건 처음 듣는 이야기다.

 "촌구석의 누구는 모르고 있을까봐 얘기해주는거란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저들을 따라가라]

 따라가란다고 따라가야 되는거라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정상아닌가?

 뜬금없이 귀에 들리는 이질적인 소리에 반감이 들 수 밖에 없다.

 [얘는 도대체 어떻게해야 말을 듣는거야?]

 [그러니까 저희가 이때까지 아무것도 못했죠]

 [고집있는 녀석도 아닌데 왜 이러는건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대장보고 오라고 한거 아니에요]

 [떠나라는 말은 잘듣고 떠나놓고 왜 다시 돌아오는거야]

 아아 오랜만에 들리는 이 소리들이 정말 반갑구나.

 "뭐해? 더 봐서 남을거 없으면 술이나 한잔하러가자."

 오랜 친구가 다시 만나면 역시 술을 마셔야 정상이지.

 "그 말이 왜 안 나오나 했다."

 다시 어깨를 툭 치고 돌아선 친구를 따라 술집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저들을 따라가라니까!]

 뭐라는거야 난데없이 나타난 마차장수를 따라가는 미친 놈이 어딨어? 이 녀석들은 목소리가 바뀌어도 생각이란 걸 안하는 녀석만 나타나는게 분명하다.

 명령질하는 소리에 짜증이나서 다시 뒷목이 뜨끔거리자 잠깐 소리가 멀어지며 녀석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린다.

 [뭐야?]

 [방금 어떻게 된거지?]

 [얘 그냥 떠돌이 거러지 아니었어?]

 이것들이 진짜 사람을 뭘로 보는건지...

 너무도 정확히 본 마지막 녀석의 말에 한숨이 절로 나오자 경언이 또 난데없이 한숨만 쉬고 앉았다면서 핀잔을 주기 시작한다.

 "너는 임마 그게 문제야. 항상 땅 꺼뜨리려고 한숨만 푹푹 쉬고 앉았으니 돈을 벌 수가 없는거란다."

 잘나신 녀석의 말에 딱히 변명거리가 떠오르질 않아 다시 차분해진 기분으로 녀석과 발을 맞춰 걸었다.

 [뭐가 좀 이상하더라니]

 "오늘은 시원한 술 한잔이 땡기는구나."

 역시 그럴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는 경언의 모습이 고향으로 돌아왔단 기분을 더없이 진하게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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