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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운명을 삼키다
작가 : 우경
작품등록일 : 2017.6.23

어느날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깨어난 아키아.
세상엔 그가 모르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변태(變態)(1)
작성일 : 17-07-15 08:51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4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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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라쿵이 칼을 곧게 내지른다. 좌로 한걸음 물러난 라넨의 전사는 수직으로 베어가며 반격했다. 칼날로 빗겨 막은 타라쿵은 그대로 칼날을 타고 손목을 노렸다. 손목을 비튼 라넨의 전사는 미세한 간격으로 칼날을 피하며, 좌베기를 시도했다.

  뒤로 물러날 법한 타라쿵은 한걸음 앞으로 다가간다. 동선(動線)을 봉쇄한 그는 짧은 참격(斬擊)을 날렸다. 이후 그들의 공방은 뜨거운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벌어졌다.

  그들의 공방을 보는 이들은 두 자루의 칼날만이 보였다. 현란하고 날카로운 경합 속에 두 사람은 칼날 뒤에 숨어 존재를 감췄다.

  아키아로서는 보는 것만으로 개안하는 기분이었다.

 ‘저걸 어떻게? 아. 알겠다.’

  말락과 싸울 때는 경황이 없어 미처 못 봤지만, 타라쿵은 말락과는 다른 스타일을 지닌 검사였다. 말락이 강한 힘을 일격마다 담는다면, 타라쿵은 예리한 기술 사이에 치명적인 일격을 숨겼다.

  두 사람의 합(合)이 어느새 100여 수를 넘겼다. 삐긋하면 그대로 베일 지근거리에서의 공방은 수의 전개가 빨랐다.

  최소한으로 움직이며 검격을 주고받던 두 사람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췄다. 호흡이 따라오지 못한 라넨의 전사가 자세를 흩트린 순간 타라쿵이 심장에 칼을 박아 넣은 것이다.

  적의 가슴에 박힌 칼을 천천히 빼내며 숨을 고른 타라쿵이 남은 두 라넨의 전사를 훑어봤다. 또 누가 나올지 궁금한 시선으로.

  그의 시선은 조롱기가 어려 있었다. 이제 싸울 수 있는 라넨의 전사는 2명. 라넨 본인과 아키아를 합쳐도 4명밖에 되지 않았다. 소수의 인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무집을 둘러쌓고 있는 기백(幾百)의 전사들과 그들을 배신한 셋과 타라쿵, 게르바를 모두 상대해야 했다.

  아키아가 라넨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이들을 모두 상대하기엔 벅찬 것 같은데?”

 “모두? 모두 상대할 필요는 없네. 둘만 상대하면 돼.”

 “둘이요?”

 “타라쿵과 게르바. 게르바를 치면 나머지 인원은 알아서 머리를 숙이게 되어 있어. 결국은 부족을 이끌 사람이 필요하니까.”

 “타라쿵은요?”

 “그는 내가 이긴다고 해서 머리를 숙일 사람이 아니지. 죽음을 선택하든가, 끝까지 싸우려하겠지.”

  라넨의 목소리에는 현재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있지 않았다. 아키아는 그것이 신기했다. 어떻게 본인이 이긴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신기한 마음에 아키아는 딴지를 걸었다.

 “둘이라고 했는데, 저 배신자 3명은 처리해야 하지 않겠어요? 저들은 족장님께서 이겨도 다시 돌아올 것 같지 않은데?”

  그제야 라넨의 시야에 배신자들이 들어왔나 보다. 한동안 말이 없던 라넨은 겨우 입을 열었다.

 “저런 잔챙이까지 신경 쓸 필요 없지 않나?”

 “그래도 한동안 한솥밥 먹던 이들인데 잔챙이라니······. 듣는 잔챙이 기분 나쁘잖아요.”

  아키아와 라넨의 만담은 타라쿵이 다가오면서 끝이 났다. 아키아를 칼로 겨눈 그는 전투의 속행을 바랬다.

 “자넨 타라쿵과 싸우고 있게나. 나는 게르바와 결판을 내겠네.”

  그렇지 않아도 후끈 달아오른 열기에 손이 근질근질하던 아키아는 라넨의 말을 거부하지 않았다.

  앞으로 나서던 아키아는 손을 번쩍 들었다. 그 바람에 본격적으로 싸우려던 타라쿵이 멈칫거렸다. 왼손을 든 상태에서 아키아는 앞에 쓰러진 전사의 탈을 벗겨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타라쿵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탈은 전사의 자존심. 아무리 적이라지만, 탈을 벗기는 행위에 화가 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곧 감탄사로 변했다. 벗겨낸 탈을 자신의 얼굴에 쓰는 아키아의 행동을 전사의 의지를 이어받는 행동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착각이었다. 아키아는 타임라커에서 휘마렌을 배울 때 말락이 했던 말을 기억했을 뿐이었다.

  탈을 착용한 아키아는 본격적으로 칼을 잡았다.

 “그럼 놀아볼까?”

  말과 함께 아키아는 타라쿵에게 뛰어들었다. 뛰어가던 기세 그대로 칼을 내리쳤다.

  타라쿵은 기세에 맞섰다. 두 개의 칼이 부딪치며 불똥이 번뜩였다.

  좌횡베기에서 우횡베기로 이어진다. 다시 한 번 불똥이 튀었다.

  아키아는 그 전의 소탈을 썼던 전사처럼 타라쿵과 붙었다. 붙어서 검격을 날렸다.

  전과 같이 작은 빈틈하나로 결과를 가름하는 혈투였다.

  모로 피한 고갯짓을 따라 머리카락이 나풀거린다. 칼의 궤적에 걸린 몇 가닥이 끊어졌다.

  연이어 내려벤다. 작은 각도의 차이가 칼의 궤적을 만든다.

  다시 내려벤다. 미처 피하지 못한 타라쿵의 탈이 쪼개졌다.

  한 번 더. 검격을 지를수록 아키아의 신체가 깨어난다.

  한 번 더. 타라쿵이 동작이 점차 느리게 보인다.

  다시. 칼의 궤적에 타라쿵의 팔이 걸린다. 아키아는 그의 팔을 베어냈다. 동시에 그의 집중이 깨졌다. 라넨의 비명이 귀속을 파고들었다.

  돌아보니 라넨은 게르바에게서 떨어진 채로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의 손목은 언 듯 보면 불에 탄 것처럼 거뭇거뭇했다. 그는 고통을 참고 오른손에 든 칼로 왼 손목을 끊었다.

  아키아는 칼을 든 팔뚝이 잘린 타라쿵을 한번 보고 라넨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그의 손목은 불에 탄 것이 아니었다. 손목을 뒤덮은 검은 반점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고통을 참고 손목을 끊을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어쩌면 좋나? 사교에서 준 물건이 생각보다 강력했어.”

  손목을 지혈하며 말하는 라넨의 목소리는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제가 상대해 보지요. 그동안 저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고 있으세요.”

  아키아는 주위를 둘러싼 전사들을 가리켰다.

 “막을 필요는 없을 걸세. 게르바가 내 의도대로 움직였으니까. 저들은 족장의 능력으로 이 사태가 끝날 때까지 미동조차 없을 걸세. 우린 저 잔챙이 세 놈만 견제하면 돼.”

  그의 말대로 주위를 둘러싼 전사들은 어떤 위협적인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멀뚱히 아키아와 라넨, 게르바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들을 힐끔 본 아키아는 라넨의 두 전사와 싸우고 있는 배신자 셋을 지나쳐 게르바에게로 다가갔다.

 “라넨은 언제나 그랬지. 두려움이 많았어. 그러니 선물을 못 알아보고 자신의 팔을 자르지.”

  혀를 차는 게르바는 아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에게도 선물을 줄까?”

  빈 말이었는지 게르바는 연이어 말했다.

 “아니지. 선물은 우리 부족을 강하게 만들 힘. 자네처럼 이방인에게 줄 필요는 없지.”

  아키아는 게르바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일격을 날렸다.

  족장과의 전투는 타라쿵보다 격했다. 뭘 먹고 강해졌는지는 몰라도 이 족장 게르바는 타라쿵보다 유연하고 빨랐다. 덩치도 조금 커진 느낌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게르바는 타라쿵에게 없는 마법의 힘이 있었다.

  합과 합 사이에 게르바는 자신의 무기에 마법을 걸었다.

  아키아의 정신은 게르바와 싸우면서 더없이 예리해졌다. 게르바의 공격은 마법과 결합하여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단순히 막고 피하는 동작에서 벗어나, 다음 순간을 미리 봐야했다.

  아키아의 눈이 칼의 궤적을 쫓는다. 뱀처럼 휘어져 들어오는 궤적이 코를 스치고 지나갔다. 차가운 무기의 질감과는 달리 코가 뜨겁다. 게르바의 칼에서 뜨거운 연기가 흘러나와 아키아의 피부를 익혔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게르바의 칼이 목을 휘감는다. 급하게 아키아의 상체가 바닥으로 뚝 꺼졌다.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 장딴지에 힘을 준다. 폭발적으로 게르바를 향해 튀어나갔다.

  게르바는 휘둘러오는 아키아의 칼을 방어하지 않았다. 되려 아키아의 등 뒤에 있던 칼날을 이용해 공격했다. 독사같이 머리를 치켜든 칼날이 아키아의 등을 곧게 찌른다. 날카롭게 곤두선 아키아의 감각에 칼날이 포착됐다. 게르바를 치던 칼의 궤도를 변경한다. 팔목이 뒤로 꺾여 게르바의 칼날을 쳐냈다.

  이게 되네? 아키아는 정신없는 공방 중에서도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상체를 돌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에 손만 등 뒤로 꺾었는데, 일반인은 불가능한 각도까지 모두 대응할 수 있었다.

  아키아는 게르바를 바라보고 있는 상태에서 계속 칼을 놀렸다.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입장에선 기이한 광경이었다. 앞에선 한담을 나누는 모습처럼 보이되, 등 뒤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칼부림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결판은 의외로 쉽게 났다.

  칼을 쥐지 않은 손으로 맨손격투를 하던 게르바가 아키아의 팔목을 잡아챘다. 아키아도 게르바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마주잡아갔다.

  게르바가 웃었다.

 “이대로는 도무지 끝이 안 날거 같군. 그렇지 않은가? 라넨?”

  게르바의 물음에 라넨은 탄식을 터뜨렸다.

 “내 선물을 받아볼 텐가? 이방인?”

  말과 함께 게르바는 손에 힘을 주었다. 게르바가 잡은 팔목에서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공격도 멈춘 게르바를 멀뚱히 바라보던 아키아는 보이는 틈을 그대로 베었다.

 “뭐야?”

  아키아는 살짝 짜증이 난 상태였다. 재밌게 잘 싸우다가 저런 말도 안 되는 허점이라니. 아껴둔 디저트를 먹으려 봤더니 누군가 훔쳐 먹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분이었다.

  살짝 팔목을 봤다. 반지의 모양으로 난 바늘자국 외에는 아무 것도 안보였다. 뭘 믿고 허점을 드러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건 게르바도 마찬가지였다. 피가 흘러나오는 목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말을 이으려고 입을 열었다.

 “어떻게? 큽, 어떻게 무반응이? 커헉. 있을 수, 있지?”

  게르바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식도를 막아 기침을 뱉었다. 기침을 따라 피 알갱이가 사방으로 번졌다.

  아키아에게 가까이 다가온 라넨의 표정이 묘했다.

 “정말로 용족이라도 되는 겁니까? 유희중이라도 되시는지?”

 “족장님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아키아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던 라넨은 말했다.

 “사교의 반지에 맞고도 멀쩡한 사람은 처음 봐서 그렇네. 적합자도 반응은 있다고 말했는데······.”

  의문을 털어내고 라넨은 게르바를 쳐다봤다. 게르바의 얼굴은 어느새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마지막에 할 말이라도 있는가? 게르바?”

 “컥, 컥, 크흐, 어처구니가, 없군? 크흐흐.”

  말하는 게르바의 움직임이 점차 멈췄다. 라넨은 씁쓸하게 말했다.

 “게르바······. 아니다. 죽은 너에게 말해서 무엇하랴.”

  그는 주변의 전사들에게 게르바의 시체를 수습하도록 명령했다. 게르바와 라넨을 감싸고 있던 전사들은 라넨이 이기자, 그의 명령을 따랐다. 라넨을 배신했던 세 사람도 칼을 버리고 투항했다.

  전투는 순조롭게 마무리 되어가는 듯했다. 이변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 시작은 게르바의 시체에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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