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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2098 고스트 스쿼드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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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의 장비로 무장한 사설용병회사(PMC)가 군과 정보조직을 대신하는 현대.

법적으로는 일개 PMC(사설용병회사)에 불과한 GNS지만
실상은 폐지된 국정원을 대신하는 실세 정보국의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군과 경찰에서 속칭 ‘골든 가디언’이라 부르는 일부요원들은
유사시 해당지역의 군경을 임의로 동원하거나 지휘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제 14 화
작성일 : 16-08-17 10:09     조회 : 541     추천 : 0     분량 : 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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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밴은 차선을 연속 바꾸면서 몇 대를 추월하더니 삽시간에 시속 120킬로미터를 넘기고 있었다.

 이대로는 놓치겠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정이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장 상공에 도착. 외과의사와 미친개는 추월해서 전방으로 전개 중.

 정이수는 전투복 윙수트로 바로 머리 위를 날고 있었다. 속도를 늦춰서 그와 보조를 맞추는 것 같았다.

 “좋았어, 더럽게 반갑다. 도깨비, 무인기는?”

 -45초 후에 상공으로 진입한다.

 “목표 확인되는 대로 EMP 쏴버려, 이번엔 절대 놓칠 수 없다.”

 -카피, 엔진 ECU 죽인다.

 “외과의사, 상공에서 대기하다가 무인기가 ECU 죽이면 즉시 착지해서 운전자와 여자 사살하고 차량을 통제해라. 인질은 가운차림의 남자다. 인질을 제외하고 목표는 최소 둘, 1차 목표는 갈색머리 여자다. 운전하는 놈은 여자의 동료 같다. 단, 여자는 맨몸으로도 아군 전투복에 필적하는 파워와 스피드를 내는 일종의 슈퍼솔저다. 운전기사도 같은 부류일 수 있다. 주의하도록, 이상.”

 -외과의사, 카피. 근거리로 접근해서 고도 늦춘다.

 45초가 엄청나게 길어지는 기분, 정이수가 고갯길 정상 바로 아래에서 그의 앞으로 착지하면서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EMP 주사한다. 셋, 둘, 하나. 발사.

 -외과의사 착지한다!

 -차량 내부 생체신호 셋! 여자가 선제사격! 운전자와 사격하는 여자는 적으로 간주한다!

 고갯길에 올라서자 멀리 밴에 달라붙는 대원들이 보였다. 밴의 속도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밴에서 떨어진 폭발물 하나가 엄청난 화염을 일으켰다.

 다시 총구화염도 보였다.

 폭발물을 피해 앞으로 달려나간 김광우가 차 앞에서 총격을 가하고 차원택은 뒷범퍼를 잡으려는 자세를 취하려다 급히 떨어져나왔다.

 다시 폭발물 하나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쾅!

 차원택은 폭발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다시 접근해서 뒷바퀴를 강하게 차버렸다.

 콰직!

 허니컴 타이어(공기 없이 고무와 스프링강 혼합재질의 허니컴으로 접지면接地面을 지탱하는 타이어)가 단숨에 파열될 정도로 강력한 타격, 밴은 휘청하면서 머리를 틀더니 가이드레일을 들이받고 기울면서 레일 너머 사면으로 굴렀다.

 그리고 나무둥치에 걸려 멈췄다.

 -진입한다!

 차원택과 김광우가 뒤따라 뛰어내렸다. 순간, 깨진 뒷유리창을 뚫고 무언가 튀어나왔다.

 콰직!

 “윽!”

 앞선 차원택이 가슴팍에 여자의 죽도를 얻어맞고 멀리 나뒹굴고, 돕기 위해 달려든 김광우가 정신없이 손발을 주고받았다.

 차원택이 이내 다시 합류했는데도 두 사람이 밀리는 느낌, 둘 모두 에리카의 발과 부딪칠 때마다 1미터 가까이 쭉쭉 밀려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여자는 정말 미꾸라지처럼 두 사람 사이를 넘나들면서 연속해서 타격을 가했다. 현장에 도착하는 몇 초가 지옥 같았다.

 “구미호! 밴 확인해! 인질부터 확보하고 운전자 살았으면 체포해! 사살해도 좋다!”

 -카피!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사면으로 뛰어내려 싸움판에 끼어들었다.

 시작부터 에리카의 등판에 철갑탄을 연사하고 미끄러지듯 총탄을 피하는 그녀의 옆구리에 강력한 발차기를 작렬시켰다.

 “헉!”

 에리카가 처음으로 신음을 토했다. 제법 충격을 입은 모양이었다.

 동시에 김광우의 발등이 에리카의 무릎을 찍고 차원택의 주먹이 가슴팍을 두들겼다.

 마지막 일격이라고 생각하며 허공에 뜬 여자의 관자놀이쯤에다 정확하게 발등을 꽂았다.

 그러나 여자는 바닥에 쳐박히자마자 신음소리도 내지 않고 몸을 틀었다.

 스칵!

 순간, 김광우의 손등에서 튀어나온 전투대검의 예리한 칼날이 에리카의 가슴을 깊숙이 훑고 지나갔다. 일순 피가 튄 것 같았다.

 고강도 솔리드 세라믹에 초고온 이온 플라즈마를 입혀서 거의 모든 금속을 자를 수 있는 칼, 방탄복은 잘려나갔을 것이었다.

 그래도 에리카는 멈추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김광우의 헬멧 아래에다 정확하게 발끝을 꽂았다.

 대신 차원택의 소총에서 쏟아진 철갑탄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여자는 풀썩 떨어져 누워버렸고 장우혁은 짧은 순간 움직이지 못하는 여자의 무릎을 최대출력으로 찍어 내렸다.

 빠직!

 관절이 반대로 꺾였는데 마치 쇳덩이 깨지는 소리 같은 굉음이 들렸다.

 그래도 에리카는 비명을 토해내지 않았다. 와중에도 부러진 다리를 끌고 몸을 날려 사면을 구르려했다.

 차원택의 소총이 다시 철갑탄을 쏟아냈다. 이번엔 가슴이었다.

 이미 잘린 방판복은 철갑탄의 위력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고 시뻘건 피가 비산했다. 사람은 사람인 모양이었다.

 “이게 마지막이야! 썅!”

 짧게 욕설을 토해낸 김광우가 다시 일어나는 에리카의 눈 어름에다 퍽 소리가 나도록 대검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찢어진 방탄복 안에다 총구를 쑤셔넣고 철갑탄을 퍼부었다.

 퍼버벅!

 에리카는 그래도 쓰러지지 않았다.

 방탄복 위로 엄청난 피거품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여전히 허우적거리는 모습, 김광우는 에리카의 아랫배를 전투화로 걷어차면서 대검을 뽑았다.

 “좀 죽어라! 네미럴!”

 눈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구치고 나서야 에리카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한 발 더 물러선 김광우가 피범벅이 된 에리카의 얼굴에 몇 발 더 쏘고 나서 나무둥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턱을 만지작거렸다. 조금 전 얻어맞은 턱이 상당히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후… 이거 뭐죠? 사람이야 로봇이야?”

 차원택이 소총을 어깨에 걸치며 말을 받았다.

 “셋이 달려들어야 겨우 제압하는 수준이면 심각한데요?”

 새삼 전투복 업그레이드를 결정한 임성수가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우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밴으로 눈길을 돌렸다.

 “구미호! 박사 상태는 어때?”

 -중상이다, 펠리컨 헬기에 시메이터 요청했다.

 “어느 정도야?”

 -클로르포름 투여상태로 판단되며 외견상 오른발 복합골절 2곳, 왼쪽 어깨 골절, 두부 타박상 확인됨, 상태 심각하다. 신속한 후송필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네,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그리고 도깨비.”

 -여기.

 “현장에 클리너 투입해라. 이 여자 사체는 필히 부검을 해야 할 것 같다.”

 -카피. 팀 투입까지 6분 소요, 현장확보 요망.

 “대기한다, 그리고 아쿠아마린이 갤러리 호텔에 있다, 경호팀 상황 확인하고 퇴각지원해라.”

 -넵, 조치합니다. 아웃.

 사후조치를 끝낸 그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여자의 목에 손을 댔다. 호흡은 끊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손가락은 아직도 미세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제기랄, 넌 도대체 뭐냐?’

 작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명백한 실패였다.

 그나마 살아있는 김호석을 구출한 부분에 약간의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러쉰은 물론이고 에리카도 생포하지 못해서는 죽도 밥도 아니었다.

 배후를 찾아낼 방법은 깨끗이 사라져버렸고 작전 중에 복수의 민간인 인명피해가 나온 부분도 사실상 문책대상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에리카가 왜 마지막 순간에도 김호석을 죽이지 않았느냐하는 문제였다.

 ‘탈출할 자신이 있었을까? 우리 강화전투복을 보고도?’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신은 없었을 터, 다른 이유가 있었다.

 김호석이 정확히 뭐하는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연구소 실장이면 분명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을 납치하면서 실패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 없었다.

 만일 실패할 경우, 제거하는 것도 분명 옵션 중 하나일 텐데 에리카는 그러지 않았다. 그건 곧 살아있는 김호석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다음 문제는 눈앞의 여자였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강화전투복을 착용한 두 사람과 대등한 격투를 했고 전투복의 무시무시한 파워를 맨몸으로 감당했다.

 철갑탄을 등에 맞았는데도 끄떡없었다.

 케볼라 형태의 고성능 방탄복을 입었겠지만,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이른바 슈퍼솔저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만일 에리카가 슈퍼솔저들 중 하나라면 블랙워터가 개입했다는 뜻이고 그건 곧 미국을 근거지로 하는 다국적 기업들 중 하나가 김호석을 노렸다는 뜻이기도 했다.

 일이 복잡해진 셈이었다.

 

 혼돈의 조짐

 아침부터 뉴스사이트와 방송은 온통 김호석 박사 암살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김호석이 사망한 것으로 발표해서 외부의 눈을 피하자는 그의 제안을 임성수가 수용해서 몇 가지 조작을 더해 한예린을 통해 매스컴에 흘린 것, 덕분에 입사하자마자 특종을 건진 꼴이라 한예린은 계속 희희낙락이었다.

 물론 그가 불러준 대로 읽고 찍으라는 영상만 찍었지만, 특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기사의 요지는 중국 범죄조직의 사주를 받은 일본계 전문 킬러가 핵융합 발전의 세계적 석학을 암살했다는 정도였다.

 몇몇 조간뉴스 사이트는 나름대로 배후와 동기를 분석하는 기사를 냈지만 다른 대부분의 매체들은 MBS의 영상을 편집해서 하루 종일 재전송하고 있었다.

 한예린이 찌개 냄비를 재빨리 식탁에 옮겨놓고는 그의 뺨에 살짝 키스를 했다.

 “자기 덕분에 시작부터 대박이닷! 지대 한 건 했당, 흐흐.”

 그는 건너편으로 돌아가 앉는 한예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기분이 묘했다. 특별할 것 없는 조촐한 아침 밥상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엄격한 단체생활을 해온 장우혁으로서는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유리창을 건너온 아침햇살은 식탁까지 번져왔고 눈앞에는 헐렁한 와이셔츠만 걸친 사랑스런 여자가 앉아있었다.

 그가 젓가락을 든 채 멍하니 쳐다보자 한예린이 말했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그는 얼른 밥부터 한 젓가락 입으로 가져가면서 웃었다.

 “예뻐서.”

 “칫, 겨우 예쁘다야? 칭찬을 하려면 섹시하다 쪽으로 가야지.”

 “대박 섹시한 여친님, 식사해도 되겠습니까?”

 “흠, 용서해야겠군. 흐흐, 물론입니당, 맛있게 드세용.”

 한예린은 깔깔 웃으면서 냄비뚜껑을 열었다.

 “특종 줄 때마다 해줄게, 흐흐.”

 “그럴 때만?”

 “당근이지, 이거 무척 힘든 일이라고. 크크.”

 “배 나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후후.”

 “배 나오면 차버릴 거니까, 그런 줄 알아. 히히.”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식탁 끝의 프로젝터로 포탈사이트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음성검색으로 북한내전 전황을 띄웠다. 한예린이 찌개에 숟가락을 넣다말고 물었다.

 “거긴 아직도 심각해?”

 “더 나빠진 것 같네.”

 북한 정부군은 최근 중국 최대기업군인 페트로차이나 그룹의 지원을 업으면서 갈수록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시작된 정부군의 동계 대공세는 평양원산 간 고속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반군지역인 함경도와 황해도를 분리하는 작전인 것 같은데 확실히 라이징선이 원산에 상륙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원산 상황은 어때?”

 “특별한 변화는 없어, 하지만 조만간 변화가 생길 거야. 마음의 준비를 해둬.”

 “나야 고맙지, 흐흐. 이번에 카메라맨도 노련한 고참이 배정돼서 훨씬 든든하거든.”

 “국경 넘는 순간부터 매사 조심해야 된다. 북한반군도 그리 친절한 사람들이 아니고 정부군이나 라이징선은 총부터 쏘고 볼 거야. 그리고… 덩치 큰 로봇이 나타나면 무기고 카메라고 다 버리고 무조건 숨어서 움직이지 마.”

 “로봇?”

 “그래, 가미가제라고 도요타 전투로봇이야, 일반 무기로는 흠집도 내기 어려우니까 절대 저항할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튀어. 그것들 앞에서 얼쩡거리는 건 문자 그대로 자살행위다, 항상 염두에 둬. 알았지?”

 “알았어, 신경 쓸게.”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 뒤, 욕실 거울 앞에서 칫솔을 입에 물자 한예린이 따라 들어와 나란히 칫솔을 물었다.

 “오늘도 회사에서 잘 거야?”

 “그럴 거 같다, 시간이 없네.”

 “칫, 알았다, 알았어. 그래도 30분은 만들 수 있지?”

 요염하게 웃은 한예린은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면서 거울 속의 그를 도발적으로 올려다보았다.

 ‘이런…….’

 어차피 각오는 하고 있었다. 사실 자주 집에 들어오지 못하다 보니 서로 눈만 마주치면 불꽃이 튀는 형편이었다.

 입을 헹구면서 거울에 삽입된 시계를 슬쩍 확인했다. 06시 25분, 출근시간은 좀 늦춰야 할 것 같았다. 30분으로는 모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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