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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행복과 타오르는 복수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해매는 검사의 이야기

 
15. 검은 용의 이름 03
작성일 : 17-07-14 17:46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8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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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엄마인 마야 노스가드는 생각보다 이 땅에서도 유명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검은 용의 재림’은 은하수의 검은 용인이 벌인 일이인데 그걸 막았던 사람이 우리 엄마고 그때 너희는 검은 용인을 모두 죽이려고 했단 말이지?”

 “정확히는 제 일족인 푸른 물푸레일족의 어른들이요.”

 지금 아니카의 집에는 그녀와 이리스 그리고 엘프경비대장이 남아있었다. 주된 대화는 아니카와 이리스가 하고 있었지만 경비대장은 아직도 이리스의 눈치를 살피느라 남아있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용인이 강해봤자 사람 한명인데 수도 하나를 통째로 파괴시켰다는 거잖아? 그걸 막을 사람이 우리 엄마밖에 없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어.”

 그런 걸 막을 만큼 강했다면 노스가드가 반역자들 때문에 뒤집힐 일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혹시 다른 용인들하고 지내신 적은 없는 건가요? 용과 배우자 사이에서 탄생한, 1세대 용인들은 인간의 규격을 완전히 벗어난 존재에요. 하지만 정신적으로 다소 불안한 상태여서 비틀린 날개의 용인이 그 틈을 노리고 봉인시켰다고 들었어요.”

 아직도 긴장하고 있는 경비대장과 달리 아니카는 그녀가 비틀린 날개의 용인이라는 것을 알고 긴장을 푼 것 같았다.

 “끝의 산맥너머에서 오셨다고 하셨나요? 아마 그분께서는 이쪽의 일을 전혀 말하지 않은 것 같네요.”

 아니카가 말해준 이야기중 이리스가 알고 있었던 부분은 마야의 친구가 은하수의 문양을 가진 검은 용인이라는 것뿐이었다.

 “혹시 그 리라라는 용인하고 엄마하고 어디서 만났다든가 그런 이야기는 몰라?”

 “죄송합니다. 저는 푸른물푸레의 선지자가 일족들을 데리고 인간들의 요새로 내려간 이후의 이야기밖에 알지 못합니다. 그 전의 이야기는 아케니아제국에 살았던 인간이라면 알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인간들 기준으로 너무 오래 지난일이니 ‘신룡기사단’의 단장인 횃불과 섬광의 용인 아이샤님을 찾아가보세요.”

 “또 신룡기사단이라......괜찮아 굳이 엄마이야기를 거기까지 찾아가면서 듣고 싶지는 않아”

 인간들 기준으로 제법 오래된 이야기라고 했지만 그녀는 그 이야기를 들을 사람이 있었다. 리치 블랙우드, 당시에 마법협회의 원로였던 그라면 이 이야기의 전말을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블랙우드도 이 사건에 관여되어 있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넌 왜 혼자서 여기 있는 거야? 부모님은?”

 “제 부모님은 그날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전 끝의 산맥에 있는 것 보다 밖으로 나오고 싶어서 이곳에 맡겨졌습니다. ”

 “그렇구나......뭐 어찌되었든 이제 오해도 풀렸고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도 되지?”

 “알겠습니다. 살펴서 돌아가시길 경비대장님 이분을 숙소로 안내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아니카님”

 석상이라도 된 양 눈 하나 깜박 않고 있던 경비대장은 그녀를 다시 숙소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때까지 돌아다닐 생각은 아니었는데”

 저 멀리서 태양이 떠오르려 하는 듯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리스 아침이야 일어나”

 “피곤해 나중에 깨워줘......”

 리오넬은 평소에 제법 일찍 일어나던 그녀가 축 늘어진 이유도 모르고 갑자기 친절해진 감시자를 데리고 외부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지역까지 관광하면서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원래는 길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면서 잠깐 쉬려고 한 것이지만 새 동행자를 생긴 것은 정말이지 예상외의 일이었다.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응?”

 벨트리스가 생각보다 친절하다는 마음을 품고 이 도시를 떠나려는 찰나 한 명의 엘프가 그들에게 따라붙었다.

 “아니카는 여기서 중요한 사람이 아니야? 너랑 할 이야기는 그날 다 끝났잖아”

 “잠깐잠깐 이리스? 여기 이 사람은 누구야? 그리고 언제 만난거야”

 “어......그러니까 아는 사람이 있더라고”

 “처음 오는 이 도시에 말이야? 언제 만났는데?”

 “이리스님이랑은 이틀 전에 만났습니다.”

 딱 이 도시에 처음 들어온 날이다. 분명 그때는 자신과 함께 있었고......

 “그 다음날만 유독 늦게 일어났었지”

 “으, 으응 잠깐 밤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만났어. 엄마의 지인이라고 하더라고”

 “음 그렇단 말이지”

 엘프가 오래 산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아니카의 나이가 너무 어렸다. 외견이 인간기준으로 10살 정도면 실제나이는 많아봐야 그 두 배일 텐데 이리스의 나이만 마흔이 넘는데 20년은 너무 짧았다.

 “아니카님 안됩니다!”

 헐레벌떡 저 멀리서 그녀의 부재를 깨달은 엘프무리가 다가왔다.

 “이분들이 연합국을 여행할 동안 수발을 들어드리고 오겠습니다.”

 “아니카님은 푸른 물푸레의 얼마 안 되는 혈통이십니다.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십시오.”

 “협박이라도 받으신 겁니까? 아무리 검은 용인이라도......”

 엘프 경비병과 아니카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리오넬도 조곤조곤하게 화를 냈다.

 “밤 산책 중에 만났다고?”

 “응”

 “하이엘프를 밤중에 만났다는 거지 이런 도시에는 한명 있을까 말까 한 애를 말이야”

 “으, 응”

 ‘검은 용의 재림’이후에 푸른 물푸레일족의 엘프들은 거의 모두 죽었다. 아니카는 그 재앙 이후에 태어난 아이이지만 그녀의 부모도 ‘끝의 산맥’에서 우연치 않게 사고로 죽었고 결국 그녀는 마물의 위협에서 안전한 벨트리스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산 제물 같은 느낌인데”

 “그...이야기가 조금 복잡한데 난 잘못한 거 없다고”

 리오넬은 이리스를 노려보았다. 슬금슬금 눈을 피하는 게 자신감은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까지는 복수심과 죄책감에 짓눌려서 잘 나오지 않았지만 원혼들에 의해 잠식되었을 때 보여준 그녀의 모습이 가장 본래 성격에 가까운 모습일지도 몰랐다.

 단순하고 한없이 자유로우며, 호기심 많은 강아지 같은 느낌이려나?

 “뭐 길도 제대로 모르니까 길잡이도 없는 것 보다야 낮겠지”

 리오넬과 이리스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아니카는 확고하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있었다.

 “제가 이리스님을 따라가는 건 순전히 제 뜻입니다.”

 “아니카님!”

 “그분께서는 은원이 없다 하셨지만 신탁을 확대해석해서 그 당시에 일을 크게 키운 것은 저희 일족의 선지자님입니다. 저는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으려는 것 뿐”

 “정 뜻이 그러하시다면 저희도 데려가십시오.”

 “여러분은 이곳을 지켜야 하지 않습니까? 제 한 몸 지킬 정도는 되니 걱정 마시길”

 푸확

 물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푸른 뱀이 아니카를 감싸고 다른 이들을 밀어냈다. 거대한 물의 뱀은 이리스가 보았던 파랑새들보다 등급이 높은 정령이다. 엘븐포레스트의 경비병들도 수긍하는 것이 만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까지 뜻이 확고하시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그분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리스님”

 “어? 응”

 정말 얼떨결에 동료가 하나 늘어버렸다.

 

 아니카가 일행에 합류했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것은 없었다. 이종족연합은 치안이 굉장히 좋은 편이라 마물도 없고 인간이 없어서 산적도 없었다. 원래는 마부석 옆에 있었던 이리스지만 새로 합류한 아니카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하이엘프는 일반엘프랑 뭐가 다른 거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정령에 대한 친화력이 조금 강하고 리페님의 선지자가 나올 수 있다는 상징성......정도일까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지만 정령친화력을 그렇다고 해도 선지자라는 것은 말처럼 가벼운 것이 아니다. 인간들의 성인에 비견되는, 해당 종족에서 신탁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러고 보니 이리스님은 어째서 날개가 한쪽만 존재하는 겁니까?”

 “글쎄? 처음 꺼낼 때부터 하나였어. 어쩌면 내가 아직 완전하게 용인이 아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제가 듣기로는 각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날개가 한쪽만 나오는 경우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문양이 손상되어서 그런 거 일지도? 원래 양 어께에 있는 건데 지금은 오른쪽밖에 없으니까”

 “문양이 손상된 체로 두셨다고요!”

 그녀는 화들짝 놀라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덜컥

 때마침 마차가 덜컹거리자 아니카는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이리스는 그녀가 넘어지기 전에 붙잡아서 다시 자리에 앉혔다.

 “조심해”

 “아 죄송합니다. 문양이 손상된 체로 두셨다니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용인들이 가진 문양이란 용들이 그들의 배우자에게 가졌던 감정과 기억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그만큼 그들은 문양을 소중하게 여겼고 어지간한 경우는 절대 손상된 체로 두지 않았다.

 “문양을 수복하는 기술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용인들을 만나면 물어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다른 용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리스의 안색은 자연히 찌푸려졌다.

 “딱히 날개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으니 고칠 필요 없어.”

 비틀린 날개의 용인은 어떤 식으로든 재앙과 관련이 있었다. ‘가장 어두운 3일 밤’과 관련된 첫 번째든 ‘검은 용의 재림’과 관련된 두 번째든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있던 일에는 더 이상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이리스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눈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몇 가지 사실은 알 것 같다. 다른 용인들에 대한 불신감과 과거사에 대한 거북함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해두십시오. 그 문양은 용이 남긴 배우자에 대한 애정의 증표입니다. 그것이 어떤 것이던 범인은 이룰 수 없던 숭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숭고한 의지라”

 아무리 생각해도 쓴 웃음밖에 지어지질 않는다. 분명 마야의 등에 새겨진 문양을 볼 때는 멋지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비틀린 날개라니 자신에게는 잘 보이지도 않는 위치에 있지만 억지로 꺾어서 비틀어낸 새의 날개를 그린, 이 악취미적인 문양에 좋은 뜻이 있을 리가 없다. 날지 못하는 새에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다른 용인은 은하수라고 했었지......’

 은하수라 분명 그는 혹은 그녀는 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숭고한 의지를 지녔다는 것이겠지 그에 비해서 나는 겁쟁이다. 끝없이 도망치고 외면하는 겁쟁이

 이리스는 가면을 뒤집어 쓴 것처럼 표정을 확 바꾸어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런 이야기는 그만 두고 말이야. 부탁할게 하나 있는데”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별로 어려운건 아니고 나도 정령계약 할 수 있을까?”

 “정령을......말인가요?”

 용인이 강대한 힘을 가지고 해당 속성의 친화력을 가진 것은 맞지만 마나의 강함과 정령친화력은 별개의 이야기이다.

 “그건 불가능 합니다.”

 “응?”

 “이리스님은 이미 어떤 거대한 존재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정령들이 꺼려할 겁니다. 물론 그 존재감을 감당할 수 있는 상급정령을 찾는다면 모르지만요.”

 “뭐 그럼 별 수 없지”

 거대한 존재라는 건 안 봐도 에시디아를 말하는 것이겠지

 ‘별로 신관 같은 게 되고 싶지는 않은데’

 그녀는 아직까지 신이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지 이해하질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카는 그런 그녀를 보며 자신의 사명감을 불태우고 있었다.

 ‘저분은 아직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자각하지 못하고 계신 것이 분명해 그리고 앞의 남자는......’

 용인에게 신의 가호가 내려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검은 용인이 가지는 무게도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리오넬이라는 자는 그걸 알고도 그녀에게 전혀 말하지 않았다.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건지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서 알리지 않는 건지는 모르지만......

 당장 그녀의 선택은 이리스를 주시하면서 보좌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북쪽으로 가면 벨트리스가 있습니다. 드워프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면 최북단의 ‘끝의 산맥’근처나 동쪽으로 가는 게 빠를 겁니다.”

 “가장 가까운 건 이대로 북쪽이려나? 알려줘서 고마워”

 의외로 이종족 연합에서 국경을 지키는 건 수인들과 엘프들이었다. 드워프들의 경우 타고난 힘은 인간보다 강하고 전투인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체구가 인간보다 상당히 작은 편이라 전투에 불리한 면이 있었고 광산지대가 산맥 근처에 있기에 북쪽에 있었다.

 이리스와 아니카는 서로 민감한 주제는 피하고 평소 식생활이나 취미같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밤이 되자 마차를 멈췄고 리오넬도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세 사람은 모닥불을 끼고 마주보게 되었다.

 

 마차를 몰면서도 조금씩 들은 이야기가 있다 보니 리오넬은 아니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니까 아니카라고 했던가? 일단 동행하게 된 이상 대화를 조금 나누고 싶은데”

 “상관없습니다.”

 말은 상관없다고 했지만 표정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우선은 이종족연합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고 싶어 특히 로벤쪽”

 “드워프들의 도시 말인가요? 가장 가까운 로벤은 북쪽으로 가면 있는 스틸사울입니다.”

 “그래? 우리는 그쪽에 볼일이 있었거든 설명해줄래?”

 “알겠습니다.”

 아니카는 이리스의 눈치를 살짝 보고는 로벤에 대해 설명했다.

 인간들의 도시와 달리 이종족연합의 도시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지도자를 정하는 방침이 달랐다. 벨트리스는 혈통, 이퀄라이져은 강함, 그리고 로벤은 실력이다.

 원로 격에 해당하는 대장간을 관리하는 드워프치프가 심사하여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한다. 가장 단단하거나 아름답거나 강력하거나 기준은 도시마다 뽑는 시기마다 그때그때 달랐다.

 “어찌 되었든 그러면 지도자가 가장 뛰어난 장인이라는 거구나”

 “그렇습니다. 다만 뛰어난 장인 인만큼 외부인은 쉽게 만나실 수는 없습니다.”

 리오넬과 아니카가 어려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자 이리스는 아니카가 불러놓은 물의 정령과 놀고 있었다.

 “편한 방법은 없을까? 네가 하이엘프니까 그걸로...”

 “별 의미는 없을 겁니다. 분명‘끝의 산맥’에 함께 지낼 때는 교류가 많고 서로 종족의 장에 대한 존중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두 종족이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닌지라 차라리 검은 용인인 이리스님을 이용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요.”

 “응? 나?”

 “아무것도 아니야”

 이리스는 물의 뱀이 만들어낸 물거품을 고양이처럼 바라보다가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휙 돌렸다. 하지만 이내 물의 뱀이 물대포를 뿜어서 얼굴을 적시자 다시 정령과 놀기 시작했다.

 “아니, 별로 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아”

 “어째서죠? 그들이 아무리 작품에만 관심이 있는 장인일지라도 검은 용인인 이리스님을 무시하지는 못합니다. 가장 편한 방법을 납두고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까?”

 ‘과연 그가 이리스님을 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카의 겉모습은 어린 소녀다. 초록빛이 감돌지만 토끼를 연상시킬 정도로 순해 보인다. 하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아니었다. 흑마법사를 심판하는 이단심문관처럼 무감정한 눈으로 리오넬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도 그런 낌새를 약간이나마 알아차렸다.

 “이리스를 노리는 흑마법사들이 있어 괜히 정체를 떠벌리고 다녀서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흑마법사들 말입니까? 그렇다면 용인들에게 보호를 받는 것이 그녀에게도 더 나은 것 일 텐데요?”

 지금 살아서 돌아다니는 검은 용인은 그녀가 유일하다고 봐도 좋다. 그런 그녀가 신룡기사단에 발견되기라도 한다면 결혼이라도 할 때까지 호위가 붙거나 아예 용계에 붙잡아두고 절대 나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건......이리스가 싫어하니까”

 지금 그의 개인적인 감정을 빼고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다. 아니카는 기세를 몰아서 그를 압박했다.

 “애초에 당신은 어디서 저분을 만났습니까? 당신과 그분의 관계는 무엇이지요?”

 “그건......그러니까”

 이런 작은 아이하나 설득하지 못할 정도로 리오넬이 가진 이리스에 대한 감정은 백일몽처럼 모호하고 애매했다.

 ‘전생의 인연? 아니면 그녀의 구원자로서? 그것도 아니면 사랑? 집착?’

 무엇하나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그러니까......”

 리오넬이 자신안의 그녀에게 대한 감정을 정리할 동안 이리스가 두 사람의 대화 끼어들었다.

 “당장은 남자친구야 아직 결혼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네, 네?”

 “괜히 따라와서 그런 이야기나 할 거라면 그냥 돌아가! 저런 이야기는 신경 쓰지마 리오.”

 지금이야 제대로 된 꿈 하나 없이 방황하고 있지만 이리스는 그를 떠난 자신을 지금은 상상할 수 없었다. 몸을 옭죄고 있던 복수심에서 해방시켜준 것 하나만으로 이리스가 리오넬의 곁에 있을 이유는 충분했다.

 “......죄송합니다. 리오넬님”

 “아냐 뭐 괜찮아”

 당장은 그에게 사과를 했지만 아니카의 마음속에는 다른 감정이 생겨나고 있었다.

 ‘배우자라......그것 말고도 무엇이 더 있는 것 같지만......’

 용인과 인간 사이의 결혼이 행복할 리 없다. 특히 그것이 첫 번째 결혼이라면! 아직 이리스는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눈앞의 저 사내가 늙어 죽더라도 그녀는 지금 그대로 일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배우자의 죽음은 그녀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이다.

 용인은 이론상 영원히 살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산 용인도 결국 죽음을 택한다. 그들 스스로의 선택으로, 사랑했던 이의 죽음, 기억속의 존재들이 점점 줄어들며 느껴지는 허무함, 새로운 것들이 채워도 생기는 이질감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육체가 아니라 영혼을 깎아내는 상처들이 그들의 수명을 정한다.

 당연히 첫 배우자가 죽을 때 받는 충격은 크다. 그것을 이리스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을 아니카가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 그래 지금 당장은

 

 

 내일은 글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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