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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대
작가 : 장윤봉
작품등록일 : 2017.7.6

여자는 죽어서라도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의 다음 생 끝까지라도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죽는 그 순간 간절히 빌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게/만나게 해달라고.

그리고 하늘은 두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www_yppah@naver.com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작성일 : 17-07-14 10:51     조회 : 289     추천 : 1     분량 : 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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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답을 달라고 하진 않으마. 하지만... 네가 거절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황제가 연유를 알 수 없는 말을 던져놓고 간 것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새 마을은 꽤 그 모습을 갖추었고, 모두 개경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다.

 

 "오늘도 오지 않으시나..."

 

  태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종종 놀러 오겠다던 그의 얼굴을 못 본 지도 한 달이 되었다. 염이 비번일 때 가끔 들러 태자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지만, 소명은 섭섭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씨, 또 그 도령 기다리십니까?"

 

  밭에 다녀오던 광주리댁이 오늘도 어김없이 마을 어귀에서 서성대는 소명을 보고 말했다.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일을 하다가도, 비가 오면 도롱이를 걸치고 나와 개성 쪽을 내다보는 것을 한두 번 목격한 것이 아니었다.

 

 "이래서 남자란 모름지기 허우대가 아니라 심성을 봐야 하는 건데... 어휴, 그 얼굴만 허여멀건 한 도령이 뭐가 좋으시다구.."

 

  항상 곱고 당차던 아씨가 오지도 않을 사내를 기다리는 것이 속상해 투덜거리는 광주리댁에게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서신 한 자 못쓰실 정도로 바쁘시단 말이냐. 뭘 곁에 있어라야. 자기가 코빼기도 안 보이는 것을.

 

 "아씨! 소명 아씨!"

 

  기다리는 님은 소식도 없고 급하게 달려와 소명을 찾은 것은 개경에서 가장 큰 여각((旅閣)의 심부름꾼 아이였다.

 

 "또 사람들이 모였느냐."

 

 "예, 아씨 모셔오라고 아주 성화들입니다."

 

  그녀는 한 두 번 있는 일이 아니라는 듯이 익숙하게 아이를 앞세워 여각으로 향했다.

 

 "흠흠, 물고기가 부끄러워 숨고, 날던 새도 날갯짓을 멈추게 한다는 미인을 본 적이 있소?"

 

  여각은 소명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가득했고, 그녀가 무대에 오르자 도떼기시장 같던 장내가 일순간에 고요해졌다.

 

 "오늘은 그런 미모의 여인 이야기를 해보겠소!"

 

  시작을 알리는 외침과 동시에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여각이 들썩일 만큼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였다. 그녀는 태자에게 말했던 대로 저자의 유명인사가 되어있었다.

 

 "캬~ 천직일세. 천직이야."

 

  사람들 앞에 서자 그녀의 눈빛이 다른 사람의 그것처럼 순식간에 바뀌었다. 여각을 30년 넘게 운영하면서 온갖 수많은 재인과 이야기장수를 보았지만 저만한 재주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벌써 개경 바닥에 소문이 쫙 퍼져 그녀가 떴다, 하면 여각이 삽시간에 사람들로 가득 찰 정도였다. 종종 오늘처럼 사람들이 모여 소명이 오기를 먼저 청하기도 했다.

 

 "`비자(婢子)야, 비자야, 이 고려땅에서 누가 제일 어여쁘니?` 그랬더니 이 바보같이 솔직한 비자가 `이 고려에서 가장 어여쁘신 것은 마님의 여식, 이 집의 금지옥엽인 아씨지요.`"

 

  뒤편에서 한참 소명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베일을 쓴 여인은 안주상을 들고 지나가는 아범을 잡고 물었다.

 

 "이보게, 저 여인은 재인인가?"

 

 "어이구, 큰일 날 말씀을요. 가끔 일 도와주러 오시는 아씨입니다."

 

 "천것들이나 하는 일을 양민이 한단 말인가?"

 

  여인은 경멸보다는 놀라움을 담아 감탄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저 여인을 자리로 불러주게."

 

  아범은 여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부터 종종 소명을 재인이라 생각하고 매춘을 요청하는 오입쟁이들이 있었기에 경계를 먼저 했다.

 

 "꼭 좀 부탁하네."

 

  하지만 척 봐도 음전한 규수로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여인이 슬쩍 내민 몇 닢을 챙겼다. 머지않아 뜨거운 박수갈채와 함께 극이 끝나고 아범의 얘기를 들은 소명은 여인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저를 찾으셨다고요."

 

  베일을 걷어 드러난 여인의 얼굴은,

 

 `지지난번 달에 사냥한 사슴이랑 닮았네.`

 

  크고 울먹이는 듯한 눈망울이 똑 소명의 생각과 같았다. 게다가 하얗고 매끈한 손은 아기의 것과 같아 제 몸도 한 번 제 손으로 씻어본 적이 없을 것 같았다.

 

 "내 자네와 친해지고 싶으이!"

 

  그녀는 앞 뒷말 생략한 채 활짝 웃는 얼굴로 소명의 손을 덥석 잡았다. 다짜고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친해지고 싶다니.

 

 "무슨 연유로...?"

 

 "요즘 내 지아비가 연극에 빠져 사신다네."

 

 "천것들이나 하는 일이긴 하지만 지아비를 위해 아녀자가 뭔들 못하겠나? 그래서 나도 좀 배워보려 하는데 자네가 이제 내 스승일세!"

 

  천것이라는 단어가 묘하게 거슬렸다. 순진한 것인지, 눈치가 없는 것인지 방금 `천것들이나 하는 일`을 하다 온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까지로 봐선 순진하고 눈치 없고, 둘 다인 것 같지만.

 

 "내 이름은 최가(家), 여희라네. 스승의 이름은 무엇인가?"

 

 "이가, 소명입니다. 근데 저는 아직 하겠다고..."

 

  여희는 소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냉큼 말을 끊어먹었다.

 

 "그럼 소명 스승! 내일 황궁으로 와주게. 성문에서 이 패를 보여주고 태자비의 부름을 받았다 하면 된다네."

 

  그녀는 소명이 결코 거절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당연하게 패를 주며 말했다. 그러나 소명의 귀에는 한 단어만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태자비...전하요?"

 

 "아, 내가 아직 말 안 했던가? 나는 태자 전하의 하나뿐인 부인, 태자비라네."

 

 

 

  태자는 무료하기 그지없었다. 대체 소명을 알기 전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정도로 그녀를 볼 수 없는 한 달은 길고도 길었다. 이제 조금만, 조금만 더 참으면 보러 갈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견뎠다.

 

 "전하, 어사대 감찰어사가 뵙기를 청하옵니다."

 

  한 달 동안 그는 조정에 자기 사람들을 만들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청요직(淸要職)이라는 어사대를 가장 먼저 손아귀에 쥐었다.

 

 "들라 하여라."

 

  3년 전, 조정을 떠들썩하게 한 수재들이 있었다. 양지석과 양태석, 한살 터울의 형제인데 둘이 나란히 급제한 것으로도 모자라 둘 다 장원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집안이 한미하다는 이유로 한직에 봉해진 그들을 감찰어사에 제수한 것이 태자였다.

 

 "맞다니까!"

 "아니라니까!"

 "맞다니까!?"

 "아니라니까?!"

 

  세상에 모든 형제는 서로가 둘도 없는 원수라더니 옛말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형제를 같이 일하게 하면 좋겠다, 생각한 것은 형제가 없는 태자의 크나큰 오산이었다. 두 사람도 연년생 형제가 모두 그렇듯 항상 트집을 잡고, 항상 쌈박질을 해댔다.

 

 "후...오늘은 또 뭣 때문에 실랑이를 하는 것이냐?"

 

  감찰어사라는 것들이 언성을 높여가며 반말지거리라니... 그들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골이 아파진 태자는 이마를 짚으며 치미는 화를 억눌렀다.

 

 "오늘 조계에 이부시랑이 공갈 수염을 붙였지 뭡니까."

 "아 글쎄 공갈 수염 아니라니까!"

 "맞다고!!"

 

 "둘 다 입 닥치거라!"

 

  보면 볼수록 저 둘이 도대체 어떻게 장원급제를 한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관원들을 관리, 감찰하여 쳐낼 사람은 쳐내고, 포섭할 사람들은 끌어들이라 하였더니 공갈 수염이니 아니니 실랑이하는 꼴이라니...

 

  두 사람은 태자에게 기어코 험한 소리를 듣고 나서야 주인에게 혼난 강아지처럼 깨갱 한 후에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대동성 상장군을 찾아야합니다."

 "그분을 포섭할 수 있다면 이 나라의 모든 무관을 저희 편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언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어릴 때 보았던 대동성 장군을 떠올렸다. 치켜 올라간 눈매에 워낙 기골이 장대해 마주 선 사람을 주눅이 들게 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었다.

 

 "오래전 오랑캐들에게 가족을 잃고 은거했다 들었는데..."

 

  숙부가 즉위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 일로 인해 관직을 내려놓고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무관, 견룡들까지 그를 정신적 스승으로 모실 정도로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제가 이미 손을 써두었습니다. 곧 기별이 올 것입니다."

 

  동생인 양태석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고했다. 그의 눈빛이 마치 주인의 쓰다듬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았기에 태자는 한마디 던져주었다.

 

 "잘하였구나."

 

  그러기가 무섭게 두 사람은 주인이 던져준 뼈다귀 하나를 가지고 싸우는 투견처럼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지 혼자 잘 보이겠다고 나한텐 말도 안 한 거 봐."

 "그게 다 네놈이 모자란 탓이지."

 "뭐? 형님한테 놈? 놈?!"

 "그래, 놈!!"

 

  제발 일각이라도 안 싸울 순 없는 것인지... 결국, 그들을 안 싸우게 할 방도가 없다고 깨달은 태자는 다시 언성을 높였다.

 

 "둘 다 나가서 싸워!!"

 

  도대체가 기특함과 대견함이라곤 잠시도 느낄 수가 없는 형제였다. 분명 시키는 일은 사냥개처럼 척척 잘해내는데 틈만 나면 서로 물어뜯기 바쁘니 원. 그러면서도 둘이 꼭 붙어 다니는 게 용할 지경이었다.

 

  형제는 등장할 때처럼 고성을 지르며 드디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제야 지끈대던 머리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무심코 창밖을 본 그때였다.

 

 "소명이..?"

 

  틈만 나면 창문 너머를 내다보곤 했다.

 

  저기 저 나비는 혹 소명이가 있는 마을에서 날아온 것이 아닐까. 하늘에 뜬 저 깃털 구름을 지금 그 아이도 올려다보고 있지 않을까. 그 아이를 보기 위해 무작정 궁궐 담이라도 넘고 싶은 마음을 그렇게 다스리곤 했다.

 

  그런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였을까. 왠지 창밖, 태자궁 문 너머에 뒷모습을 보이고 걸어가는 여인이 그 아이 같아 보였다. 아니, 느껴졌다는 표현에 더 가까울 것이다. 자식을 가진 어미가 되면 아무리 10리 밖에 있어도 제 자식인 줄 알아본다더니 이게 바로 그런 것인가.

 

  언은 벌떡 일어나 창밖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큰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소명아!"

 

  설마, 설마하는 마음으로 불러본 이름이었는데 돌아본 것은 역시 그녀였다. 내 어여쁜 빛(韶明).

 

  언과 눈이 마주친 그녀는 활짝 웃었다. 그 웃음이 주변을 환하게 만들 만큼 밝아 눈이 부시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는 어느 날 닮았다고 생각했던 참새처럼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건강에 해로운 아이로다.`

 

  두통은 씻은 듯이 나았는데 이제 심장이 아픈 것 같았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이제 공식적으로 적이 된 최호의 눈을 피하고자 그동안 보러 가지도 못했던 것인데, 소명은 가장 이 황궁에 있어선 안 될 사람이었다.

 

  태자의 가장 큰 약점. 그녀는 지금 그런 존재였기 때문이다.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는 것이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긴 했지만, 갑자기 마주치게 되자 치솟는 반가움을 숨기지 못하고 속내를 다 드러내 버린 그녀는 그제야 조금 쑥스러워졌는지 표정을 가다듬고 말했다.

 

 "하도 오지 않으시니 제가 직접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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