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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보통이 아닌 연애
작가 : 꿀크리스마스
작품등록일 : 2017.6.16

준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그것도 6살이나 어린, 갓 대학을 졸업한, 아주 예쁜, 우리 회사 신입사원과.

개자식, 3년 간 사랑이 이거야?

소임은 이를 바득 갈았다.
이별을 고했던 건 소임이었지만,
헤어진 지 이제 한 달 남짓 지난 시기에 새로운 애인을 사귀는 건
임준답지 않았으니까.

“오해하고 있잖아. 어떻게 나를 그렇게 몰라.”
왠지 모를 슬픈 눈으로 자꾸만 소임의 주위를 맴도는 준과

“저한테 고백한 거 아니예요? 나는 우리가 오늘부터 1일인 줄 알았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들이대는 카페 알바생 진기까지.

소임과 준, 그리고 진기가 그려내는
보통인 듯 보통이 아닌 연애 이야기.

 
22 알 수 없어요 (1)
작성일 : 17-07-13 23:21     조회 : 347     추천 : 0     분량 : 7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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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알 수 없어요 (1)

 

 

  계절은 어느덧 여름이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은 끝이 났다. 문이란 문은 전부 닫아버리고 시원하게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야만 그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그런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는 시기였다.

  “차대리님, 이것 좀 검토해주세요.”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소임의 자리에 서류를 놓고 자리로 돌아갔다. 강릉으로의 출장을 다녀온 지는 몇 주가 흘렀지만, 준과 소임의 관계는 여전했다. 준은 여전히 유희의 남자친구로, 소임은 진기의 여자친구로. 두 사람의 분위기는 출장을 다녀오기 전보다 더 어색해졌거나, 뭔가 더 멜랑꼴리해졌다.

  “차대리님, 얼른 오세요!”

  여전한 것은 유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점심을 먹으러 가거나, 티타임을 즐기러 가거나, 하물며 퇴근 후 맥주 한 잔을 하러 갈 때까지조차 차대리님, 차대리님 하면서 소임을 끼어가려고 했다. 준과의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며 엿을 먹이려는 의도가 아주 다분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도희가 나간 뒤 혼자 남겨진 소임을 외롭지 않게 잘 챙긴다며 칭찬을 해댔다.

  “오늘은 너무 더워서 밖에 나가서 냉면 먹으려고 하는데, 괜찮으시죠?”

  ‘안 괜찮다고 하면 다른 거 먹을 것도 아니고 뭘 물어.’

  소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다른 대답을 해주었다.

  “뭐, 유희씨 마음대로.”

  하고 빙그레 웃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에 대응이라도 하듯이 유희 역시 빙그레 웃으면서 소임에게 팔짱을 꼈다.

  ‘어쭈, 이젠 아주 자연스럽게 스킨쉽까지.’

  유희가 이런 식으로 나올 때마다 같이 빙그레 썅년이 되는 소임은 유희의 팔짱에 기분이 상쾌해졌다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서 나갔다. 유희가 이렇게 행동을 할 때마다 같이 유치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현타가 오는 소임은, 나보다 5살이나 어린 이 여자와 뭐하는 짓인가 싶을 때도 많았다. 한숨을 쉬며 기운이 빠지다가도, 유희가 다시 신경을 긁으면 어쩔 수 없이 같은 행동이 나오는 소임이었다.

  “둘이 언제 저렇게 친해졌대? 유희씨는 마음씨도 좋아. 현 남친의 전 여친까지 살뜰히 챙기다니.”

  박대리는 조금, 들으라는 듯이 준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준은 유희의 의도와 그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임의 마음을 왠지 알 것만 같았다. 유희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 한 적도 있으나, 유희는 눈물까지 흘리며 아무리 그래도 너무 서운하다며 호소했었다.

  그리고 곧 소임과 준, 유희와 박대리, 신주임은 회사 근처 냉면 집에 다다랐다. 전부터 맛집으로 유명한 집이기도 했지만, 날이 더워져서 인지 가게 안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다. 시골장터 같은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꽤 규모가 큰 수준의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준의 무리는 가까스로 자리를 잡아 앉았다.

  “임대리님은 물냉, 박대리님은 비냉, 신주임님은 물냉, 저도 물냉. 차대리님은 뭐예요?”

  “전,”

  “비냉이요.”

  유희는 분명 소임에게 물었는데, 소임이 대답을 하기 전 뜬금없이 준이 치고 나오며 먼저 대답을 해버렸다. 예상된 것이겠지만 준의 대답에 테이블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싸해졌다. 유희는 이게 뭐하는 짓이냐는 눈빛으로 준을 노려봤고, 소임은 당황스러워했고, 박대리와 신주임은 곁눈질로 눈치를 봤다. 그 싸해진 분위기를 느낀 준은 순간 아차, 싶었다.

  “아, 흠흠. 저한테 물어본 줄 알고요.”

  “임대리님은 물냉이시잖아요?”

  유희가 바로 쏘아붙이며 되받아쳤다.

  “아, 네, 저는 물냉이고요. 차대리, 비냉 아닙니까?”

  “네, 아아, 네네. 저는 물냉, 아니 비냉, 비, 비빔냉면입니다.”

  “맞네요, 비냉이라네요. 주문하죠.”

  준은 손을 높게 들어 알바생을 불러 바로 주문을 했다. 준은 나름 자연스럽게 넘어간 듯한 느낌에 별다를 것 없이 행동을 했으나, 유희의 기분은 나이질 수 없었다. 준의 현재 여자친구는 자신인데, 왜 구 여친인 소임의 메뉴를 준이 직접 발설해 버렸는지,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솟았다. 유희에게 준의 행동은 ‘나 차소임에 대해 모르는 것 없어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유희는 음식이 나오고 식사를 하면서도 준에 대해 나쁜 기분을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에 따라 소임은 연신 유희의 눈치를 보며 냉면을 먹느라, 냉면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박대리와 신주임은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눈치를 보며 분위기를 살폈다. 반면, 준은 오히려 아주 대담하게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냉면을 섭취했다. 국물까지 쪼르르 들이마시며 쾌활한 포만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준이 왜 이런 행동을 했냐면, 그것은 준 역시 알 수 없었다. 소임은 준과 연애를 하는 3년 동안 냉면을 먹을 때는 언제나 비빔냉면이었다. 이변이 없었다. 비빔냉면을 주문하고 가위로 면을 난도질을 해서 자른 다음,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해서 퍼먹는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 거의 3분의 2정도를 섭취하고 3분의 1정도가 남았을 때는,

  “여기 비빔냉면에 부을 육수 좀 주세요.”

  육수를 부어먹었다. 언제나. 그래서 그랬다. 소임은 비빔냉면이라고 말하고, 소임의 비빔냉면이 3분의 1정도가 남은 것 같을 때 육수를 주문하여 그 그릇에 부어준 것은.

  그러니까, 단순한 습관이었고, 자제할 수 없는 습관이기도 했다.

  “아……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임대리님.”

  그런 준의 행동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유희가 느껴졌기 때문에 소임은 준에게서 육수 주전자를 뺏어 들어 직접 그릇에 부었다. 유희의 눈에서는 점점 살기가 느껴졌다. 그 살기로 자신이 질식사 당할 것만 같은 소임이었다.

  “어, 저 분. 차대리님 남자친구분 아니에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테이블에서 잠시 시선을 돌리던 신주임이 누군가를 발견하고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일제히 시선이 옮겨갔다.

  “엇, 그러네. 그 카페에서 일하신다는 분.”

  “어디? 어디요? 어디?”

  박대리까지 진기를 발견하고 말을 하자, 아직 진기를 찾지 못한 유희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옆 자리에 앉은 박대리를 손으로 찰싹 찰싹 쳐대며 호들갑을 떨었다. 유희에게 맞은 팔이 아팠던 박대리는 지체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정확히 진기의 위치를 집었다. 그 손가락의 방향으로 유희와 소임, 준의 시선이 쏠렸다.

  “진짜다! 진기씨네요, 차대리님!”

  “그러네요. 여긴 어쩐 일이지……”

  사람들이 가득 있는 가게 안, 그곳에는 소임의 테이블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앉아 냉면을 먹고 있는 진짜 진기가 있었다. 그리고 소임은 유희가 조금만 목소리의 크기를 낮춰주길, 그게 어렵다면 그냥 입을 닥쳐주기를 바랬다. 비록 준과 단 둘이는 아니지만 준의 무리에 섞여 같이 밥을 먹고 있는 것을 진기에게 발각되어 좋을 것은 없을 테니까. 잘못한 것이나, 진기가 좋아하지 않을 일을 한 것은 없지만 왠지 좀 그랬다.

  “가서 인사하세요! 아, 내가 할까?”

  “유희씨가 왜요. 일행도 있는 것 같은데, 그냥 밥마저 먹죠.”

  그 말에 준과 박대리, 신주임은 왠지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시선을 거두고 냉면을 먹는 일에 다시 집중했다. 하지만 유희는 달랐다.

  “에이, 남자친구한테 인사 못할 일이 뭐가 있어요? 제가 갈까요?”

  “유희씨. 하지 말라고요. 좀 지나쳐요.”

  눈치가 없는 건지 다른 목적이 있는 건지 자꾸만 진기에게 관심을 갖는 유희 때문에 결국에는 화가 난 소임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 말에 테이블의 분위기는 다시 싸해졌고, 박대리와 신주임은 이번에도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난 듯이 곁눈질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희는 준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나도 먼저, 아주 단단히 나 있었다. 소임이 표정을 굳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물러설 유희의 상황이 아니었다.

  “아, 그런데 같이 있는 저 여자 분은 누구예요? 차대리님, 아시는 분?”

  진기를 유심히도 보던 유희가 그렇게 말했다. 여자? 일행이 있는 것만 보았지 일행이 누구인지 관심가지지 않았던 소임은 유희의 말에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진기가 어떤 젊은 여자와 같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아주, 산뜻한 웃음을 지니고선.

  “모르시는 분인가 보다, 그쵸?”

  “이유희씨, 그만 밥 먹자고요.”

  자꾸만 신경을 자극하는 유희 때문에 소임은 이번에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명령조, 그리고 단단한 표정으로. 유희는 이 정도면 됐다, 싶었는지 알겠다고 하고서는 냉면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준이 소임의 그릇에 육수를 부어줄 때와는 다른 아주 상쾌한 표정이었다.

  ‘누구지?’

  그리고 유희의 목적이 성공한 듯, 소임은 그 이후 진기와 함께 있는 여자 때문에 신경이 쓰여 냉면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그런 소임이 신경쓰이던 준 역시, 소화 장애에 걸릴 것만 같았다.

 

 

 *

 

 

  “오늘은 말도 없이 왔네요. 아이, 예쁘다. 어쩐지 문이 딸랑, 하고 열리는데 빛이 너무 강해서, 어떤 천사가 오나 했죠.”

  진기는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소임을 보며 말했다. 평소라면 웃거나, 부끄러워하면서 그런 말 하지 말라며, 이 말은 금지! 하면서, 같이 장난을 쳤을 소임이었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조금 전 냉면집에서 같이 있었던 그 여자는 누구였냐고 인사도 없이 물어버리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다.

  “밥 먹었어요?”

  소임은 일단 둘러서 물었다.

  “아…… 아니, 아직. 왜 소임씨 안 먹었어요? 같이 먹으러 갈까요?”

  ‘웬 거짓말?’

  진기는 소임이 같이 밥을 먹자고 제안하는 줄 알고 기대감에 차 물었다. 반면에 소임의 기분은 급속도로 다운이 되었다. 진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으니까.

  “아니요, 전 먹었어요. 냉면! 먹었어요.”

  소임은 일부러 깨달으라는 듯 ‘냉면’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맛있었겠다, 같이 가지. 많이 덥죠? 커피 금방 줄게요.”

  하?

  진기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행동에 소임은 순간, 자신이 냉면집에서 잘못 본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거짓말을 이렇게까지 자연스럽게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괜히 자신이 잘못보고 의심을 한 것 미안해진 소임은 기분을 풀고 음료를 제조하러 간 진기를 기다렸다.

  ‘왜 거짓말을 하겠어, 나한테.’

  소임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지 않고는 마음이 너무 꺼림칙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임은 마음을 가다듬고 카페 안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커피를 가져오는 진기를 즐겁게 쳐다봤다. 그런데,

  ‘뭐야, 옷이 똑같잖아!’

  그랬다. 소임이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냉면집에 있던 남자는 진기가 확실했다. 좀 전에 냉면집에서 보았던 진기가 입고 있던 티셔츠와, 지금 카페에서 유니폼을 아직 갈아입지 않은 진기가 입고 있는 티셔츠가 같았던 것이다.

  “아이스 커피 나왔습니다! 땀 시켜요.”

  그것도 모르는 진기는 해맑게 웃으며 소임에게 음료를 건넸다. 반면 너무 큰 충격에 머리가 멍해진 소임은 입을 헤 벌린 채로 음료를 받다가 떨어트릴 뻔했다.

  “아이쿠, 조심해요. 그렇게 정신이 쏙 빠질 만큼 더워요? 아님, 내가 그렇게 멋있나? 하하.”

  진기의 장난에도 웃을 수 없는 소임이었다.

  “밥 진짜 안 먹었어요?”

  “응?”

  “밥, 밥이요. 냉면! 안 먹었냐고요.”

  “네, 아직 안 먹었어요. 왜요?”

  “아닌데. 냉면집에서 분명, 봤는데?”

  그 말에 살짝 뜸을 들이던 진기는 다시 살포시 웃더니 대답했다.

  “아닌데, 나 아닌데?”

  “아닌데, 맞는데! 이 옷! 이 티셔츠! 이 남색 티셔츠, 맞는데?”

  “하하, 아니라니까요.”

  “왜 거짓말해요?”

  “거짓말 안 해요. 저 아니예요.”

  진기의 표정은 결백했다. 그래서 소임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거짓말을 하면서도 이렇게 결백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소임은 순간, 진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뭘까. 내가 모르는 쌍둥이 동생이 있는 걸까. 근데, 쌍둥이 동생이랑 옷까지 똑같이 입고 다닌다는 말인가? 소임의 머리 속은 복잡했다. 그리고 그런 소임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말을 진기가 하고야 말았다.

  “우리 데이트해요, 오늘.”

  소임은 데이트는 무슨,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런 판국에 지금 데이트하자는 말이 나오는지도 기가 막혔다.

  “월급날이거든요. 맛있는 거 사줄게요. 우리 데이트 못한 지도 좀 됐잖아요.”

  진기는 여전히 순진무구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결백하다는 표정과, 아무런 문제 없다는 말투, 기분 좋아 보이는 데이트 신청까지. 소임은 지금 이게 꿈속인가 싶으면서도, 이런 완벽한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는 건 또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멍한 상태에서도 그래요, 해버리고 말았다. 소임의 승낙에 기분이 좋아진 진기는 웃으면서 소임을 배웅했다. 소임은 그렇게 떠밀리듯이 카페 밖으로 빠져나왔다.

  “뭐지, 이상한 최면에 걸린 것 같은데.”

  카페를 빠져나와 멍한 머리를 부여잡고 회사를 향하면서도 소임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사람이야.”

  뒤돌아 카페를 보던 소임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상한 사람이야, 이상한 사람, 이상한……

  “차대리.”

  “앗, 깜짝이야!”

  회사 건물을 막 들어가려던 소임은 급작스러운 부름에 놀라 소리쳤다. 이건 진기가 자주 하던 일이었는데. 그러나 이번에는 그 자리에 준이 있었다. 아마도 여기서 줄곧 소임을 기다린 듯 보였다.

  “아까는 미안해.”

  준은 앞뒤 설명 없이 대뜸 그렇게 내뱉었다. 진기부터 시작해서 준까지, 소임은 이건 또 뭔가 싶었다.

  “뭐가?”

  “밥 먹을 때…… 좀, 내가 곤란하게 한 것 같아서.”

  “아니야, 괜찮아.”

  비빔냉면 사건을 말하는 것인지, 아님 유희가 진기에 대해 집착하던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소임은 그냥 그렇게 대답했다. 준은 그 말을 하려고 지금까지 기다린 것인지 다른 대답은 따로 없었다. 소임은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바로 사무실로 복귀해야 할 시간이었다.

  “그럼……”

  “진기씨는 만나고 왔어?”

  그리고 준은 이번에도 역시 어떠한 설명도 없이 불쑥, 그렇게 물어본다. 한 동안 진기를 ‘그 자식’이라고 명명하기로 다짐한 것처럼 보였던 준은 어느새 부턴가 ‘진기씨’라고 호칭을 바꾸었다. 애매하기는 한데, 왠지 출장을 다녀온 이후인 것 같기도 했다.

  “응…· 왜?”

  “……잘했네. 먼저 올라가. 볼 일 보고 들어갈게.”

  그렇게 난데없는 질문과 난데없는 대답을 한 준은 소임에게 먼저 올라가라고 한 뒤, 뒤돌아 회사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외근이 있었나, 생각해보았지만 준에게는 딱히 다른 일은 없었던 듯 했다. 하아, 소임은 한 숨이 절로 나왔다.

  “다들 뭐야? 왜 이러는 거야? 더워가지고 다 미쳐버린 거야? 아니면 내가 미친거야?”

  이 알 수 없는 어느 여름, 점심시간의 일에 소임은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버리는 듯 했다. 머리 위에는 태양볕이 뜨거웠고, 열을 가열시키는 아스팔트 바닥에서는 후끈한 열기가 몸을 타고 올라왔다. 소임은 어느새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에어컨, 에어컨이 필요했다. 소임은 아마도 날씨가 더워서 다들 미쳐버린 것이라고 생각해버리고자 했다.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할 수 있는 방법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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