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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석공무림
작가 : 봉황송
작품등록일 : 2016.3.28

석공(조각가)의 무림행 이야기.

 
석공무림 1권 6장
작성일 : 16-04-17 16:28     조회 : 609     추천 : 0     분량 : 7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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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은편에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오십대 전후반으로 보이는 노인의 머리에는 허연 머리카락이 몇 가닥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머리와 이마가 훤히 패인 그는 이제 곧 완벽한 대머리가 되려하고 있었다.

 “도석공!”

 “잘 지내셨어요?”

 도장석이 대머리 노인에게 인사했다.

 탁! 탁!

 노인이 지팡이로 땅을 짚으면서 도장석에서 다가왔다. 도장석을 바라보는 노인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올랐다.

 “몸도 불편하실 텐데 여기에는 웬일이세요?”

 “도석공 보려고 나왔지.”

 노인이 말했다.

 그는 도장석을 만나기 위해 집에서 나왔다.

 그런 노인의 말에 도장석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노인의 할 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뻔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암산봉에서 가업으로 내려오고 있는 석공업체를 운용하고 있었다. 석공업계에 잔뼈가 굵은 노인은 일찍부터 도석공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점식식사 아직 안 했지? 저기 주점에 가서 식사나 하세.”

 노인이 말을 내뱉고는 도장석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바로 등을 돌렸다.

 그런 모습이 언짢을 법도 한데 도장석이 그냥 노인을 뒤따랐다. 어차피 점심시간이 되었기에 식사를 해야만 했다.

 “여전하시네요.”

 “그럼 내 성질이 어디 가겠나?”

 노인이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말했다.

 가업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노인은 여전히 일에 관여를 하고 있었다. 노인은 도장석 영입에 있어 무척이나 적극적이었다.

 삼층으로 된 주점 안이 소란스러웠다.

 점심시간이었기에 너도 나도 식사를 하기 위해 주점으로 몰려와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음식들을 먹고 있었고, 제각각 함께 앉은 사람들과 떠들어댔다. 제법 넓은 실내인데도,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났기에 비어있는 탁자는 거의 없었다.

 삼층의 빈자리에 그들이 앉았다.

 “무엇을 드릴까요?”

 “우리 알지? 매번 먹는 걸로 가져다 줘.”

 노인이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점원이 대답하고 물러났다.

 삼층도 사람이 많아서 시끄럽기는 일층과 마찬가지였다.

 “도석공! 천삼이 밑에 있지 말고 이제 그만 나에게 오지.”

 노인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식사하러 왔는데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내세요.”

 “무조건 천삼이보다 많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니까. 이쪽 바닥에서 천삼이보다 내가 훨씬 발이 넓어. 나와 손을 잡으면 더욱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어르신은 밥맛 떨어지게 왜 자꾸 돈 얘기를 하세요.”

 “허튼 소리 하지 말게. 이번에는 내 확답을 받아야겠어.”

 노인이 도장석을 다그쳤다.

 이번에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기세였다.

 도장석을 바라보는 그의 강렬한 눈빛에는 꼭 영입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서려있었다.

 천지석공소는 최근 일 년 사이에 놀랄 만한 성장을 보였다. 그렇게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바로 도장석이 있었다. 탁월한 실력을 가진 도장석 덕분에 천지석공소가 부쩍 성장했다. 그런 탓에 석공소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들 사이에서 도장석의 이름이 자주 거론됐다.

 실력이 좋은 석공이라고 해서 석공소에 항상 좋은 것은 아니었다. 실력이 좋지만 석상을 비롯한 물건들을 늦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도장석은 실력이 좋은 데다가 물건을 쉽고 빠르게 만들어낸다. 석공소를 운영하는 사장들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값진 존재였다.

 어떤 업체이든지 도장석과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천지석공소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도장석을 영입하기 위해 수많은 사장들이 노력했다. 그 가운데 가장 끈질긴 사람이 바로 눈앞의 노인이었다.

 “도석공! 내 특급으로 대우해 줄 테니, 나와 함께 일을 하세. 뭐가 아쉬워서 도둑놈 심보의 천삼이와 함께 하는가? 그 놈은 자네가 보조 일을 할 때 엄청나게 부려먹던 놈이잖은가. 직접 말하기가 싫어서 그런가? 몸만 오면,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해결해주겠네.”

 노인이 재차 도장석을 설득했다.

 그는 어떻게든 도장석을 영입하려고 했다.

 “제가 지금 그럴 형편이 못 돼요.”

 “형편이 힘든가? 말만 하게. 자네를 영입할 수 있다면 억만금이라도 내놓을 수 있다네.”

 노인이 약간의 과정을 섞어 이야기했다. 그만큼 도장석이 탐이 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도장석이 말할 형편은 금전적이 부분이 아니었다.

 “그런 것이 아니에요.”

 “그럼 뭐가 문제인가?”

 “황보세가에 가보려고요.”

 “뭐라고? 자네도 황보세가의 시험을 보려는가?”

 “예.”

 도장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황보세가의 시험을 위해 지금 다니고 있는 천지석공소도 그만둬야 할 처지였다. 그런 그가 어찌 다른 업체와 계약을 하겠는가?

 “허허허! 떠난다고?”

 노인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황보세가의 시험에 붙고 떨어지는 걸 떠나서 도전해보려고요.”

 도장석이 다부지게 말했다.

 암산봉의 실력있는 도장석이 이제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려 하고 있었다.

 도장석은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사람이었다.

 “그럼 더 이상 붙잡을 수도 없겠군.”

 노인은 실력을 뽐내고 새로운 배움을 찾기 위해 떠나려하는 도장석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네는 성공할 거야.”

 “덕담 감사합니다.”

 “그냥 덕담이 아니야. 틀림없이 자네는 성공해.”

 노인이 확신했다.

 오랜 세월 석공업계에서 일했지만 도장석만큼 근면하고 성실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은 보지 못 했다. 노력하는 만큼 쑥쑥 성장하는 것이 옆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도장석이 가만히 웃었다.

 창문을 통해 푸른 하늘이 보였다.

 하얀 구름이 북쪽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평범하지만 멋진 광경에 도장석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자연의 풍경은 조각을 하는 그에게 좋은 학습 교재였다. 매번 봐도 결코 질리지가 않았다. 보면 볼수록 자연 풍경에 도장석이 빠져 들어갔다.

 

 암산봉의 석공업체들에 도장석이 황보세가 시험을 보러간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그리고 그런 소문은 천지석공소에도 스며들었다.

 “도석공의 소문 들었지?”

 “너도 들었냐? 난 헛소문이라고 생각했어.”

 “아니야.”

 “그럼 소문이 진짜란 말이야?”

 “그렇다니까.”

 삼삼오오 모여있던 석공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여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그 가운데 콧수염을 잔뜩 기른 석공이 연신 입을 열었다.

 “내가 직접 주점까지 찾아가서 점원에게 똑똑히 들었어. 도석공이 자신의 입으로 황보세가로 떠난다고 이야기를 했대.”

 “그렇구나.”

 금시초문이었던 석공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도장석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바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근래 미친 듯이 석상을 조각한 것이구나.”

 “맞아. 그렇게 생각하니 아귀가 딱딱 떨어진다.”

 “아까운 사람이 떠나가는구나.”

 “도석공이 떠나면 천지석공소는 어떻게 되는 거야? 받는 돈이 적어도 도석공의 솜씨를 보고 배우려고 여기로 온 것인데.”

 “자네도 그런가? 나도 마찬가지인데.”

 석공들이 저마다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댔다.

 도장석은 천지석공소에서 왕관의 중앙에 박혀있는 커다란 보석과도 같은 존재였다. 가장 중요한 보석이 빠지면 왕관이 빛을 잃어버린다. 천지석공소에서 도장석이 사라지게 된다면 보석 빠진 왕관과 똑같은 처지로 전락한다.

 “도석공이 떠나면 나도 다른 업체로 가야겠다.”

 “하긴 왕천삼이 짜기는 하지.”

 “도석공이 없으면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지.”

 석공들이 왕천삼을 떠올리며 신경질을 내기도 했다. 석공들에게 인정받지 못 하는 왕천삼이 천지석공소를 운영하는 능력은 그야말로 보잘 것이 없었다. 오직 도장석이 있었기 때문에 천지석공소가 발전할 수 있었다.

 

 밤이 찾아왔다.

 세상이 어두워졌고, 천지석공소도 어둠에 휩싸였다. 오직 이층의 다락방에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쏴아아! 쏴아아!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에 온통 먹구름이 끼어있는지 달빛과 별빛이 하나도 보이지를 않았다. 저녁부터 천천히 내리기 시작하던 빗줄기가 그치지를 않았다.

 땅이 질퍽질퍽해졌다.

 타탁! 타타탁!

 타타탁! 타타탁!

 창문을 두들기는 빗줄기소리를 들으며 도장석이 수각도를 움직이고 있었다.

 사각! 사각!

 새하얀 나무속살이 수각도에 의해 파여 나갔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일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책상 한쪽에는 개자원화보가 펼쳐져 있었다.

 펼쳐진 책에는 심자성이 그린 괴석초충도가 보였다.

 도장석이 괴석초충도를 보고 느낀 마음을 토대로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손에 들린 수각도에 의해 도장석의 괴석초충도가 나무에 새겨졌다.

 일반적인 조각공들은 대나무로 만든 얇은 종이인 박죽지로 책의 그림을 고스란히 베낀다. 그리고 박죽지의 그림을 조각하는 물체에 대고 조심스럽게 그린다. 그런 다음에 조심스럽게 조각칼로 조각을 해나가는 법이다.

 하지만 도장석은 그런 단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의 눈에 비친 괴석초충도는 이미 그의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뒤틀린 괴석의 생김새는 그의 마음에 묵직함을 주고 있었고, 풀들은 그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렸고, 그림속에 피어난 꽃은 그의 가슴 한 귀퉁이에서 수줍을 꽃망울을 터트렸고, 바위위에 있는 여치는 마음에 살아있었다.

 이미 괴석초총도의 그림이 도장석의 마음에 흡수가 되었다.

 마음에 선명하게 괴석초총도가 새겨져 있기에 박죽지에 일일이 베낀 다음 따로 나무에 그려 넣은 뒤 조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사각! 사각!

 도장석이 뒤틀린 바위의 형상을 그대로 표현해냈다. 마음 한구석에 턱하니 자리를 잡았던 바위가 나무판 위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분명히 괴석초총도를 따라서 하고 있었지만 그건 단순한 따라쟁이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그것은 도장석만의 괴석초총도였다.

 아직도 그의 마음속에 잠들어있는 것들이 많았다.

 사각! 사각!

 풀과 꽃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마음이 일어나는 대로 마음껏 손을 움직였다. 그렇기에 개자원화보의 괴석초총도와 다른 부분이 만들어졌다. 다른 걸 넘어서 판이한 부분도 있었지만 도장석은 마음을 무시하지 않고 따랐다.

 그것이 더욱 생생한 조각을 만들게 만들었다.

 사각! 사각!

 조용한 도장석만의 이층 공방에서 수각도 움직이는 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렸다.

 적막한 가운데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드르륵!

 일층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쿠웅! 쿵!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크게 울렸다.

 밤중에 느닷없이 들이닥친 사람 때문에 도장석의 작업이 중간에 멈춰버렸다.

 “늦은 밤에 누구지?”

 도장석이 수각도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비가 오는 늦은 밤에 이층 다락방으로 찾아올 사람이 없었다.

 벌컥!

 공방의 문이 느닷없이 열렸다.

 “도석공!”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다름 아닌 천지석공소의 주인인 왕천삼이었다.

 비에 쫄딱 맞은 그의 몸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술이라도 거하게 마셨는지 그에게서 술냄새가 확 풍겼다.

 “늦은 심야에 어쩐 일인가요?”

 도장석이 물었다.

 “도석공이 나에게 이럴 수는 없는 법이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의 왕천삼이 하소연했다. 제대로 말하지 못 하고 술에 취해 혀가 꼬부라지게 이야기를 했다.

 비틀비틀!

 도장석에게 걸어오면서 그가 갈지자를 그렸다.

 “어이쿠!”

 몇 걸음을 걷던 그가 바닥에 미끄러졌다. 바닥에 철썩 주저앉은 그가 도장석을 올려다보았다.

 “괜찮으세요?”

 도장석이 왕천삼을 부축하여 일으키려고 했다.

 “놔.”

 왕천삼이 도장석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나를 배신하고 떠난다고 들었소. 도석공에게 잘해줬는데 왜 떠난다고 하는 것이오?”

 왕천삼이 그에게 술주정을 부렸다.

 그도 소문을 전해 들었다.

 소문을 듣고 속상한 그가 술을 잔뜩 퍼마셨다. 그리고 고주망태가 되어서 도장석을 만나러 온 것이었다. 술 취한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멀쩡한 상태에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야 옳았다.

 “아침에 술 깨고 나면 이야기해요.”

 “지금 이야기하자. 왜 떠나간다고 하는 거요? 그대가 떠나가면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오? 그대만을 믿고 석공소도 크게 키웠잖소. 이대로 떠나갈 수는 없는 법이오. 책임을 지시오.”

 왕천삼이 그에게 하소연했다.

 하지만 왕천삼의 이야기를 듣는 도장석은 황당했다.

 석공소를 크게 키운 것은 그와 전혀 상관이 없었다. 석송소의 건물을 더욱 크게 만들고, 석공들을 많이 모집한 것은 모두 왕천삼이 주도했다. 그 일 가운데 도장석에게 상의를 한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책임을 지라니?

 도장석으로서는 어이가 없어 화가 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술 취한 사람에게 화를 내서 무엇 하겠는가?

 슥!

 고개를 돌린 그가 창문 밖을 바라보자 어둠을 밝히기 위해 등을 매단 마차 한 대가 서있었다. 술 취한 왕천삼을 이곳까지 데리고 온 마차였다.

 돈을 많이 번 왕천삼은 개인마차와 마부까지 가지고 있었다. 마차와 마부가 왕천삼을 이곳까지 데리고 왔으면 다시 데리고 갈 수도 있었다.

 “마부! 마부!”

 도장석이 창문을 활짝 열고 소리쳤다.

 “예.”

 도롱이를 걸친 마부가 대답했다.

 “이리로 올라오시오.”

 도장석이 마부를 불렀다.

 “나를 배신하지 마시오. 나와 함께 일합시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왕천삼이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술기운이 잔뜩 올라왔는지 그가 도장석을 보지도 않고 있었다.

 “술에 취한 사람을 집으로 데리고 가야지 왜 이곳으로 이끌고 왔소?”

 “주인님이 자꾸 오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집으로 모시고 가시오.”

 “예.”

 마부가 대답했다.

 마부가 왕천삼을 등에 업었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약간 돌아왔는지 등에 실린 왕천삼의 게슴츠레하게 풀린 눈이 때마침 도장석의 시야와 마주쳤다.

 “도석공! 자네가 없으면 천지석공소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제발 다시 한 번 생각해주게.”

 왕천삼이 간절하게 이야기했다.

 “술 깨고 난 다음에 이야기해요. 감기에 걸릴 수도 있으니까, 빨리 데리고 가세요.”

 술에 취한 왕천삼과 오래 시간 끌고 싶지 않은 도장석이 마부에게 지시했다. 말할 때마다 술냄새가 나는 왕천삼 때문에 마음이 언짢았다. 제정신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술기운을 빌어서 말하는 왕천삼이었다.

 푹!

 왕천삼이 마부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의 어깨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간 마부가 왕천삼을 마차에 조심스럽게 실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마부가 도장석에게 고개를 숙여 작별인사를 했다.

 “조심해서 가시오.”

 도장석이 얼른 가보라고 손짓했다.

 “이랴!”

 마부가 마차에 매달려있는 두 마리의 말들을 채근했다.

 다각! 다각!

 다각! 다가닥!

 말들의 근육이 역동적으로 꿈틀거렸고, 말발굽이 질척질척한 땅을 밟았다. 마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속도를 냈다. 마차가 어둠을 뚫고 사라지는 모습을 도장석이 말없이 지켜보았다.

 밤중에 느닷없이 쳐들어온 왕천삼 때문에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휘이잉! 휘이잉!

 바람이 불었다.

 쏴아아! 쏴아아!

 대지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바람에 흔들렸다.

 도장석이 시커먼 어둠으로 물든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어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점점 차분해져갔다.

 “저런 어둠을 표현할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 텐데…….”

 도장석이 지독하게 어두운 암천을 보면서 욕심을 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둠의 현묘함이 암천에 흐리고 있었다. 암천은 단순히 시커먼 것이 아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표현할 수 있겠지. 지금은 하던 일이나 마저 끝내자.”

 도장석이 이층 공방을 향했다.

 그곳에는 아직 완성하지 못 한 작품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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