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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석공무림
작가 : 봉황송
작품등록일 : 2016.3.28

석공(조각가)의 무림행 이야기.

 
석공무림 1권 6장
작성일 : 16-04-17 16:27     조회 : 585     추천 : 0     분량 : 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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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장. 서점

 

 

 

 

 

 

 

 

 

 

 마을에서 단 한 곳만 유일하게 영업하는 백화서점의 활짝 열린 문은 들고나는 사람들로 붐볐다. 막 책을 사서 나오는 젊은 학사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백화서점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품에 책들이 있는 걸로 볼 때, 백화서점에서 책을 산 모양이었다.

 저벅! 저벅!

 도장석이 백화서점의 돌계단 위에 발을 올려놓았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책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그를 반겼다.

 그는 보름에 한 번씩 백화서점을 방문했다. 읽고 싶은 책들을 주문하기도 했고, 백화서점에 새롭게 나온 책들을 직접 보고 구매하기도 했다. 갖가지 책을 열심히 읽는 도장석은 백화서점에서 가장 책을 많이 구매하는 단골고객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쭉 늘어서있는 서가들이 보였고, 여러 명의 사람들이 책들을 살피고 있었다. 햇볕이 들어오고 있는 한쪽 창가에는 책상과 의자들도 배치되어 있었고, 의자에 앉아 한가로이 독서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새로운 책들이 들어왔나?”

 도장석이 중얼거리면서 신간들이 꽂혀있는 서가를 살폈다. 손님들이 찾기 쉽게 백화서점에는 신간들만 구비해놓는 서가들이 있었다.

 도장석이 서가들에 꽂혀있는 책들을 하나씩 꺼내어서 살펴보았다. 대부분 지난번에 와서 보았던 책들이었다. 하지만 간간히 보지 않은 책들이 보였다.

 “개자원화보가 왔네.”

 도장석의 눈이 빛났다.

 개자원화보는 모두 네 권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고씨화보와 비슷한 화보서적이었다. 실려있는 그림들에 오채로 색깔까지 넣어서 만든 개자원화보는 무척이나 훌륭했다.

 보물을 발견한 느낌에 도장석이 기뻤다.

 개자원화보에는 고씨화보에 실려 있지 않은 화보들이 많았다. 도장석이 개자원화보를 보고 연습하면 새로운 배움을 얻을 수가 있었다.

 사기로 마음을 먹은 그가 네 권의 개자원화보를 챙겼다.

 스윽! 슥!

 계속해서 그가 서가에서 책들을 빼내어 살폈다.

 “고경명의 유서석록이구나. 입석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어. 멀리서 바라보매 아관을 쓴 큰 선비가 홀을 단정히 들고 두 손을 맞잡아 절을 하는 것만 같구나. 홀로 선 그 형세가 고고하고 빼어난데, 세속을 멀리하여 발길을 끊는 선비가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가는 것만 같다.”

 도장석이 책장을 넘기면서 안의 내용을 살폈다.

 유서석록은 산수유기이다.

 산수유기는 말 그대로 산수 간에 노닌 일을 글로 적은 것을 뜻한다. 옛 문인의 문집에 으레 한두 편씩은 들어있는, 관습적 틀이 단단한 분야이다. 노정에 따라 견문한 사실을 일기체로 설명하거나 묘사한 내용이 대부분으로, 서정 자아의 주관적 침투보다 객관적 관찰과 묘사에 비중이 있다.

 산수유기는 조각을 하는 도장석에게 무척이나 많은 도움을 준다. 산수유기를 쓴 저자들은 산수와 경관과 마주하여 사물 그 자차에 몰입하고, 끊임없이 묘사하고, 산수를 탐닉한다. 그리고 다시금 인간과의 일을 되돌아보는 것이 산수유기를 쓰는 오랜 관습 저작법이다.

 조각을 하는 도장석은 사물을 사물 그 자체로 보면서 그 안에서 진리를 찾는다. 산수유기의 저자들과 그가 통하는 부분이다.

 슥!

 도장석이 유서석록을 개자원화보 위에 포개놓았다.

 “처음 위쪽으로 오를 적에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가 힘들더니, 아래쪽으로 내려올 때에는 단지 발만 들어도 몸이 저절로 쏠려 내려갔다. 그러니 어찌 선을 좇는 건 산을 오르는 것처럼 어렵고, 악을 따르는 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가 조식의 유두류록을 살폈다.

 방금 읽은 것처럼 유두류록의 글귀에는 산수의 묘사에서 사용하는 비유에 유가적 표준에 맞춘 유비적 언급이 많았다. 유가의 공부를 하지 않으면 글귀에 담겨져 있는 내용을 온전히 알 수가 없었다.

 “음! 이것은 유가경전을 더욱 본 다음에 사야겠네.”

 도장석이 유두류록을 다시금 서가에 꽂았다.

 그의 배움이 미천하여 유두류록의 내용을 쉽게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유두류록을 사는 건 그에게 있어 과유불급이었다.

 읽어야 할 책들이 무궁무진했기에 도장석은 욕심을 내지 않았다. 자신의 수준에서 읽고 배울 수 있는 책을 구매했다.

 산수유기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새롭게 들어와있었다.

 위영의 한상십육칙, 진원소의 작객고락, 원중도의 서유산호상어 같이 유람상의 정취를 논한 서적들이 서가에 꽂혀 있었다.

 그가 책들을 읽고 살피면서 구매해야 하는 서적들을 한쪽에 따로 챙겼다. 좋은 책들을 보고 접하면서 그의 자아가 성장하고 있었다. 이런 독서를 통해 조각을 다루는 그의 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도장석이 망치와 정, 수각도로 살아있는 생생함을 석상에 입힌다면 책의 저자들은 섬세한 점묘적 묘사와 나열로 산수를 표현했다.

 도장석은 산수유기 책의 저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저자들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듣고 본 것을 다양한 시간으로 기록한 서적들을 도장석에게 무척이나 큰 가르침을 줬다.

 도장석의 예술에 대한 세계가 독서를 통해 크게 성정하고 있었다.

 팔락! 팔락!

 책에 살피고 있는 도장석이 집중하고 있었다. 항상 깨어있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그것이 지금 백화서점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가 서가의 가장 밑바닥까지 살펴보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다소 불편한 자세로 신간이 꽂혀있는 서가들을 모두 살폈다. 백화서점의 다른 서가들을 예전에 모두 살펴보았기에 신간서가들을 제외하고 살펴볼 필요가 없었다.

 일곱 권!

 도장석이 이번에 구입할 책의 권수가 일곱 권이었다.

 그의 입가에 만족스런 웃음이 피어나있었다.

 개자원화보를 비롯한 일곱 권의 책의 권수는 아주 훌륭한 편이었다.

 그는 백화서점에 오면 보통 다섯 권 이하만을 구입해서 돌아가고는 했었다.

 그가 일곱 권의 책을 들고 일어서려고 하는데, 바로 옆에 붉은 치마 아래 늘씬하게 뻗은 다리가 보였다. 뽀얀 피부의 다리에 절로 시선이 가서 머물렀다.

 슥!

 도장석이 고개를 돌려 다리의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옷을 입고 있는 젊은 여인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에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계란형의 오밀조밀한 얼굴의 여인은 귀여운 편이었다.

 “도석공! 그간 잘 지냈나요?”

 여인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예. 잘 지냈어요. 아가씨는요?”

 “도석공의 관심덕분인지 잘 지냈어요.”

 “이번에도 딱 보름 만에 오셨네요.”

 “저야 항상 똑같지요.”

 도장석이 일곱 권의 책을 손에 들고서 일어섰다.

 “예린이라고 부르라니까요.”

 여인이 그를 바라보면서 빙긋 웃고 있었다.

 보름마다 방문하는 백화서점이었기에 낯이 익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차예린으로 백화서점주의 딸이었다. 처음에는 데면데면하게 굴던 그녀였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를 웃으며 반기기 시작했다.

 도장석의 명성이 커지면서 돈을 많이 벌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차예린은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백화서점에 올 때마다 차예린이 그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보통 백화서점의 계산대에는 차예린의 아버지가 앉아있었다. 그런데 도장석이 정기적으로 방문할 때면 차예린이 계산대를 지켰다.

 도장석은 그렇게 눈치가 나쁜 편이 아니었다.

 오랜 구박과 설움을 경험했기에 오히려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만약 그가 차예린에게 밖에서 만나자고 하면 그녀는 당장에 달려올 것이 틀림없었다. 백화서점주까지 그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훤칠한 외모에 돈을 잘 버는 도장석은 인근에서 훌륭한 신랑감이었다. 차예린 뿐만 아니라 다른 여인들도 그에게 접근을 하려고 했다. 다만 도장석이 천지석공소에서 꼭 처박혀 있기에 여인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다.

 도장석이 보름마다 한번씩 마을로 내려올 때가 여인들에게 가장 큰 기회였다.

 “제가 어찌 그렇게 부르겠어요.”

 도장석이 완곡하게 거절했다.

 차예린과 달리 도장석은 그녀와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저 그가 책을 구매하는 백화서점의 딸일 뿐이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차예린을 만났다면 좋아했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외모가 훤칠해지고 돈을 잘 벌면서 그의 눈도 높아졌다. 차예린이 귀여운 편이기는 하지만 미녀는 아니었다.

 책을 든 그가 계산대로 걸어갔다.

 구매할 책을 골랐으니 더 이상 백화서점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고, 차예린에게 시달릴 필요도 없었다.

 그러자 차예린도 어쩔 수 없이 계산대로 함께 움직였다.

 “마을에 경극을 하는 극단이 왔어요. 도석공! 함께 보러가요.”

 “의뢰받은 일들이 많기에 제가 시간이 없어요. 미안해요.”

 도장석이 말하면서 계산대 위에 일곱 권의 책을 올려놓았다.

 “얼마지요?”

 “잠깐만요. 백이십팔 냥이네요.”

 그녀가 주판을 꺼내어서 책들의 가격을 합한 뒤에 가격을 이야기했다.

 책값이 비쌌지만 도장석이 전낭을 꺼내 흔쾌히 책값을 지불했다.

 금자와 은자를 건네줄 때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과 마주쳤다. 차예린의 손가락이 도장석의 손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놀란 그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가볍게 눈웃음을 쳤다. 도장석을 바라보는 그녀가 한껏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의 태도에 도장석이 웃음을 감추지 못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슥!

 도장석이 미리 준비한 보자기를 품에서 꺼냈다. 그리고 보자기에 일곱 권의 책을 넣은 뒤에 빠지지 않게 잘 묶었다.

 “안녕히 계세요.”

 “도석공! 다음에 봐요. 그때는 꼭 저랑 같이 경극을 구경하셔야 해요.”

 차예린이 책을 들고 나가는 도장석에게 끝까지 치근거렸다.

 “훗!”

 도장석이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실소를 터트렸다.

 저벅! 저벅!

 그가 돌계단을 내려가서 막 땅을 밟으려고 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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