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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성군을 죽이다
작가 : 다채
작품등록일 : 2017.7.3

삶을 포기한 공연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의 기회.

"네가 나에게 절망을 안겨주었으니, 나는 너에게 악몽을 선사해 줄게."

우정과 사랑, 희생과 복수.

"살인자. 그게 바로 너의 이름이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8화
작성일 : 17-07-13 02:34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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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나는 상체를 급히 일으켜 세웠다. 어느새 간질거리던 기분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쿵쿵 거리며 빠르게 뛰는 심장박동 소리만이 거대한 소음으로 자리 잡았다.

  소모가 나를 따라 상체를 일으켰다. 의아한 눈빛과 함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야 말로 왜 그래, 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만큼은 내 말을 가장 잘 알 거 아냐.”

  “뭐?”

  “혹시 너 자신에 대한 기억들도 잊어버린 거니?”

 

  햇빛에 반사되어 푸르게 빛나는 소모의 초록색 눈동자가 처음으로 거북하게 느껴졌다.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뿐인데도 총을 들고 있는 강도마냥 위협적이었다. 소모가 고개를 돌린 나를 억지로 붙잡아 눈을 마주쳐오며 말했다.

 

  “고아잖아, 너.”

 

  덤덤히 내뱉어진 소모의 말 한 마디가 심장을 과녁 삼아 비수가 되어 꽂혔다.

  소모의 눈동자 속에서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입가가 전기에 감전된 듯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쇼?”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소모가 나를 불렀다.

 

  "괜찮아?"

 

  가녀린 손가락이 내 어깨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나는 가만히 앉아 고개를 숙였다.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 건전지가 다 되어버린 장난감처럼 손발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고아’라는 단어만이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네가 뭘 알아.”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목소리였다. 나는 어깨에 놓인 소모의 손을 거세게 뿌리쳤다. 그녀의 말 한 마디가 독을 품은 구렁이가 되어 나를 덮쳤고, 그 독은 곧 날카로운 칼날로 변해 나를 난도질했다.

  열심히 숨겨왔지만, 결국 들켜버렸다는 생각에 좌절했다. 아무에게도 말해본 적 없는,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그 끔찍한 진실을 말이다.

 

  “너랑 나랑 닮았다고 했지?”

 

  가파른 언덕 너머 아슬아슬한 높이의 절벽이 보였다. 고개를 젖혀야 할 정도로 높은 절벽을 보고 나는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저기에서 뛰어 내려 본 적 있어?

  사람들의 멸시가 두렵고, 소곤거리는 그 소리들에 위축이 되고, 그리고 그 지옥 같은 상황이 달라질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삶을 포기했던 적이 있냐고.”

 

  소모의 고개가 쭉 뻗은 내 팔을 따라 천천히 돌아갔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절벽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내놓은 답에 확신이 찬 눈빛이었다.

  나는 그 모습마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모가 좀 더 고민하기를 바랐다. 밤낮없이 망설이고 다짐하기를 반복하며, 저주받은 인생을 한 치의 미련 없이 포기해야 했던 그 때의 나처럼 말이다.

 

  “난 내 인생을 그리 쉽게 포기하지 않아.”

 

  소모가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굳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움직이지 않았다. 단호하고도 강인한 모습이었다.

  허망한 기분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지금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소모에게만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소모가 나에게 손을 뻗었다. 찬찬히 다가오는 부드러운 꽃향기가 지독한 향수냄새가 되어 신경을 날카롭게 했다.

 

  “다시는 나를 너랑 엮으려 하지 마.”

 

  그 말과 함께 나는 뒤를 돌아 걸었다. 소모가 나를 부르며 팔을 붙잡았지만, 나는 그것을 냉정하게 뿌리쳤다.

  지금 내가 어디로 가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어서 빨리 소모와 멀어지고 싶다는 마음에 걸음을 빨리했다.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굳이 하지 않았다. 그저 이 괴로운 기분을 없애버리기 위해 정처 없이 떠돌 뿐이었다.

 

 

 

 

 *

 

 

 

 

  쉴 새 없이 나오는 똑같은 풍경들을 마주한 다음에야 내가 길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둑어둑한 숲 속에서 걷기를 몇 시간 째,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빠져 나가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다. 주위에 어둠이 깔려 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그마한 별들이 수줍게 반짝이고 있었다.

  넓은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을 보는 게 얼마 만이었더라. 멍하니 서 있다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귀신에 홀린 듯 멍하니 앉아 있는데 문득 소모가 떠올라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모한테 화풀이를 하다니. 내 자신이 참 한심했다.

  소모는 나를 영혼이 뒤바뀌기 이전의 그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내 사정 따위를 알 리가 없었다. '고아'라는 말도 그 남자에게 하는 말이었을 텐데. 감정을 주체 못하고 산 속에 소모를 내버려두고 왔다는 게 후회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게 하나도 없네.”

 

  허탈한 심정이었다. 나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생각해보면 소모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었다. 질투가 난 건지, 아니면 심통이 난 건지 괜히 혼자 화 낸 꼴이었다.

  애꿎은 잡초들을 뜯어 만지작거렸다. 익숙한 풀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갈기갈기 찢어진 잡초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거센 바람이 불었다. 낙엽과 풀들이 바람과 함께 휘날리고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자잘한 흙먼지가 눈 속으로 들어간 듯 했다. 기분 나쁜 이물감이 들어 손으로 눈을 비비는데, 저 멀리서 사람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사람?”

 

  나는 벌떡 일어났다. 망토를 뒤집어 쓴 꼬마아이가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서 있었다.

 

  “저기······.”

 

  길을 묻기 위해 천천히 다가가는데, 가만히 있던 아이가 등을 돌려 냅다 달렸다. 당황스러워 멀어져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이의 뒤를 열심히 쫓아갔다.

  아이는 토끼마냥 수풀 사이를 능숙하게 뛰어다녔다. 잠깐 멈춰 보라며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는데도 아이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뾰족한 가시덩굴에 살이 긁혔지만, 멈추면 아이를 놓칠 것만 같아 이를 악물고 달렸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숨이 가빠 헉헉 거리며 아이의 펄럭거리는 망토를 노려보았다. 검붉은 망토가 손끝에 닿을 듯 말 듯 했다.

  팔을 쭉 뻗어 허우적거리다가 그만 나무줄기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주위에 있던 새들이 요란한 소리에 놀라 푸드덕거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대 자로 뻗은 몸에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쿵쿵거리며 요란하게 움직여대는 심장이 귓가를 울렸다.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꼬마아이가 내 발 바로 앞에서 멀뚱히 서 있었다. 얼굴은 망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달달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어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아이가 뒤를 돌아 다시 달리려는 자세를 취했다.

  나는 재빨리 아이의 망토 깃을 잡아 당겼다. 더 이상 뛰어다닐 자신이 없었다. 내 손을 떼어내려 발버둥치는 아이를 보며 잠시 숨을 돌렸다. 아이는 몸을 비틀고 망토를 잡아당기면서 한 손으로는 모자를 꾹 짓눌러 쓰고 있었다.

  도대체 얼굴은 왜 가리는 건지. 호기심에 슬쩍 모자를 잡아당겼다. 아이가 움찔 놀라며 몸을 뒤로 내뺐지만, 손에 힘을 주니 모자는 단번에 벗겨졌다.

  어두운 밤중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머리는 새하얗게 빛이 났다. 마치 반딧불이를 보는 것만 같았다.

  입을 멍청하게 벌린 채로 그 광경을 구경했다. 망토에서 손을 떼며 귀신에 홀린 사람마냥 바라보고 있는데, 허겁지겁 모자를 다시 뒤집어 쓴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샛노란 눈에 시커먼 수직으로 날카롭게 자리 잡혀 있는 동공. 마치 파충류의 눈을 연상시키는 그런 눈이었다.

  그 순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거북하고도 무서운 눈빛. 나는 아이의 눈을 피하지 않고 끈질기게 마주보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아이의 얼굴을 가리키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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