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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심장이 뛸 때
작가 : 백한송이
작품등록일 : 2016.8.14

(장르 - 로맨스 판타지, 타임슬립)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정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설희는 고 1 때 낯선 동네로 이사를 가고 전학도 가게 된다. 원래 밝은 성격의 그녀는 우울감에 빠져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나쁜 아이들의 주도하에 왕따와 괴롭힘을 당한다. 어느 날 심한 괴롭힘 끝에 설희는 충동적으로 죽기로 결심하고 아무 버스나 타고 종점에 내린다. 막상 종점에 내려 어두워진 밤길을 걷다 보니 죽고 싶다는 생각보다 잘 모르는 동네에 와서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데 갑자기 과속으로 지나가는 차에 치여 정말 죽을 뻔한 그녀에게 어떤 남자가 나타나 목숨을 구한다. 그런데 그 남자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사... 사람이 아니 것 같다.

백한송이의 다른 출간작품 - 러브 스케치 (주요 유통사에서 E-Book으로 판매 중)

 
1. 설희의 고난
작성일 : 16-08-15 21:51     조회 : 653     추천 : 2     분량 : 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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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돌아와 자기 방으로 들어온 설희는 가방을 집어던지고 교복도 벗지 않은 채 책상 앞에 엎드렸다. 집에는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누가 들을까봐 소리 없이 한참을 울다가 다이어리를 꺼내들었다. 눈물을 휴지로 닦고 코도 획 풀고 나자 앞이 조금 보였다.

 

  고등학교 2학년인 그녀는 그녀는 일년 전 벤처 기업을 만들어 잘 이끌어가시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낯선 동네로 이사를 오고 새 학교로 전학을 왔었다. 부유한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태어날 때부터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았던 그녀에게 갑자기 닥쳐 온 집안의 불행은 감당하기 힘든 인생의 고난이었다. 힘든 고난은 그녀의 매우 밝고 쾌활했던 성격마저 내성적이고 우울한 성격으로 변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녀는 빚을 갚고 다시 사업을 일으켜 보겠다며 바쁜 부모님은 얼굴을 거의 볼 수가 없었고 대학생인 오빠는 학비에 대야 할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뻐서 오빠와도 거의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설희는 이전엔 항상 가족들의 애교덩어리였는데 이사 후에는 가족들과 거의 교류가 없었고 혼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것은 견딜 수 있었다. 정말 그녀를 힘들게 했던 것은 새로 전학 간 학교였다. 그 학교는 이전에 다니던 학교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아이들은 대다수는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부모님이 그나마 수소문해서 전학을 보낸 인문계 고등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가려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도 별로 없었다. 그 대신 화장을 진하게 하고 선생님들의 지적을 항상 받을 정도로 짧은 치마와 염색이 심한 두발은 아직 어린 10대 학생들을 20대 처녀보다 더 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근방에 있는 학교들을 통틀어 알아주는 일진들이 대거 포진한 학교였다.

  서울에서 공부 꽤나 잘 한다는 학생들만 모인 명문사립고에 다녔던 설희는 낡은 집이나 빈촌인 동네보다 학교가 더 적응하기 힘들었다. 공부를 하려고 책을 펴면 들려오는 야유와 함께 날아오는 침과 껌 세례에 처음에 기겁을 했었다. 전학 온 다음 날엔 전학생 신고식이라는 명분하에 얼차례라는 것을 받았다.

 

  책상 앞에서 앉은 설희는 다이어리를 꺼내 펼쳐서 전학 온 날짜와 신고식이라고 적은 글씨를 보았다.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나자 다시 눈물이 한 방울 뚝 떨어졌다.

 

  전학 온 다음 날 학교 근처 담벼락에서 열 명 정도 무리에 둘러싸여 6월의 햇볕 아래 설희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앉아, 일어서, 앉아, 일어서, 자동 100번”

  “헉, 헉.” 몇 번을 했나 세지도 못하고 도저히 더 할 수 없을 거 같아 무릎에 손을 집고 두 팔로 버티며 고개를 숙이고 땀과 거친 호흡을 쏟아냈다.

  “그거 좀 했다고 헥헥 거리냐. 벼엉신. 얼굴이 좀 반반해서 우리 백장미파에 좀 끼어줄까 했더니 체력이 꽝이라 안되겠네. 대신 심부름이나 잘 해라. 그럼 잘 봐 줄테니까.”

  그 아이들이 원한 심부름이라는 건 다름 아닌 돈에 관련된 것이었다. 달랑 오백원짜리 하나를 던져주며 몇 배나 하는 컵라면이나 빵과 우유를 사오라고 하던지 비싼 학용품이나 팬클럽 용품을 말하며 구해오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만약 설희가 해오지 못하면 표 나지 않게 폭력과 욕설과 괴롭힘이 가해졌다. 전학 온 학교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도 않고 성적도 많이 떨어져 선생님께 신뢰도 일어버린 상태라 마음 속으로만 끙끙 거렸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힘든 것처럼 보이는 부모님께는 더더욱 말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혼자 학교 폭력을 감당해 나가며 일단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이 어린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전단지를 돌리거나 아침에 우유나 신문을 배달하는 일은 고된 일에 비해 보수도 적고 학교에 다니면서 병행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그런 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 그 아이들에게 바치지 않으면 학교를 다닐 수 없을 것 같아 주유소 아르바이트까지 닥치는데로 일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진들의 괴롭힘이 갈수로 심해지는 것이었다. 나쁜 일에도 연류가 되어 감옥에 갈 뻔한 일까지 벌어졌다. 그들이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데 설희에게 망을 보라고 시키고 그녀의 가방에 비싼 물건들을 담아 나오다 걸렸는데 모두 설희가 그런 것이라고 뒤집어 씌웠다. 버젖이 그녀의 가방에서 물건들이 나왔으므로 아니라고 해명할 수도 없었다.

 

  학생이라는 신분에 그나마 가게 주인이 마음 좋은 사람이라 선처를 구하는 것이 통해 퇴학은 하지 않고 정학에서 그쳤지만 그때부터 설희는 학교에서 도둑년이라는 꼬리표까지 따라붙었다. 돌이켜보면 그 사건은 일진들이 설희를 도둑으로 몰아 골탕먹이기 위해 작정한 일임이 분명했다. 원래 똑똑하고 사려 깊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전혀 모르고 살았던 설희는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녀가 정말 세상을 살기 싫다고 생각한 것은 그 때부터였다.

 

  설희가 다이어리룰 넘기자 날짜마다 대부분 엑스표시가 빼곡히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j k l p 등은 반 아이들 이름의 약자도 적혀 있었다. 또 그 아래에는 바보, 천치, 머저리 등 의 욕설도 있었고 넘어짐, 이마 상처, 무릎 깨짐 등과 그녀가 구해다 바친 물품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설희는 오늘 날짜에 또 무언가를 쓰려고 하다가 다시 덮고 편지지 한 장을 꺼냈다. 더 이상 삶을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고 덧없다고 느껴졌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편지지에 제목으로 유언장이라고 적었다.

 

  유언장

 

  그래 나 이제 죽기로 결심했다. 거머리 같이 징그럽다며 나 없어져 버리는 거 너희들 소원 이었잖아. 소원대로 돼서 이제 좋겠다.

  부모님. 사랑해요. 그리고 죄송해요.

  부모님 덕분에 행복했던 시절 생각하면 정말 이러면 안되는데... 정말 큰 불효인 거 아는데... 이젠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 정말 죄송해요.

 

  내용은 아주 짧았다. 18년을 살아오는 동안 그녀에게 삶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을만한 내용은 없었다. 아니 있었다고 해도 그걸 쓰고 싶지는 않았다. 죽기로 결심한 마당에 그런 건 다 소용 없는 일이었다.

 

  유언장을 시집 아래에 두다가 좋아하는 시구절이 접힌 부분을 펼쳤다.

 

 푸르른 날엔

 이마에 땀방울 맺혀 흘러 땅 위를 적실 때까지 노동하겠소

 대지의 생기를 거름삼아 농토에도 푸르름을 더하겠소

 

 푸르른 날엔

 계곡물에 발 담그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에 손을 뻗어 흰색으로 마블링을 하겠소

 하늘에 그린 마블링 그림은 바람에게 부탁해 님 계신 곳으로 날려보내겠소

 

 푸르른 날엔

 소쿠리 하나 준비해서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기차 소리 등을 모아담겠소

 햇빛에 꼬들꼬들 잘 마르면 기름 튀기는 소리에 넣고 잘 익혀 귀로 먹겠소

 

 푸르른 날엔

 나뭇잎 엮어 편지지를 만들어 나뭇가지 연필로 그대에게 편지를 쓰겠소

 물에 찍어 글씨를 쓰다가 혹시 틀리면 햇살로 지워서 다시 쓰겠소

 

 푸르른 날엔

 숲속 작은 바위 위에 무대를 만들고 작은 음악회를 열겠소

 악기는 바윗돌, 나뭇가지, 솔방울을 사용하고 다람쥐, 뻐꾸기, 토끼, 여우를 관객으로 초대하겠소

  

 푸르른 날엔

 푸른 물감 내 마음에 풀어 푸른 색으로 물들이겠소

 내 마음도 푸르른 날이 되겠소

  

  설희는 펜을 내려놓고 가만히 다시 한 번 시를 읽었다.

  ‘이렇게 살아가고 싶었는데 내 마음은 푸른색이 아니고 검은색이 되어버렸네.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폐수로 오염된 강물마냥 검은색이 되어버렸어. 검은색이 되어버린 마음은 흰 옷이 먹물에 물들어 버린 것처럼 이제 빨 수도 없어졌어. 엄마랑 아빠는 나 같은 건 어떻게 되도 상관 없을거야. 오히려 내가 사라져 주는 게 가정 형편에 나을지도 몰라. 그리고 오빠라도 있으니 다행이지 뭐. 명문대 다니는 오빠가 졸업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한 시름 놓으실거야. 그럼 된 거야. 그럼 된 거야.’

  설희는 다짐하듯 마지막 말을 반복했다.

 

  설희는 유언장을 책 아래에 두고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쓴 다음 집 밖을 나왔다. 아무 버스나 타고 종점에 내려 해가 넘어간 어둑해진 시골길을 걷기 시작했다. 유언장도 썼고 핸드폰도 놓고 나왔으니 위치 추적도 할 수 없을 테고 나름 죽으려는 준비를 잘 하고 나왔다.

  그녀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뒤부터 어떻게 죽을까 고민을 많이 해보았다. 혼자 죽으면 외로울까봐 자살카페에 들어가서 같이 죽을 사람을 찾을까 하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죽기 전에 해코지 당할까봐 무서워서 시도를 못했다. 이번엔 정말 죽으려고 다짐했으니 그녀는 길을 걸으며 어떻게 죽을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 어떻게 죽지? 흉하게 죽는 모습은 싫다. 강물에 빠져서 죽으면 퉁퉁 불어 시체가 썩거나 물고기에 뜯겨 얼굴이 흉해지거나 옷이 벗겨질 수도 있으니 아무리 시체가 되었어도 흉한 내 몰골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싫은데. 목 메달아 죽으면 눈도 못 감고 혀가 아래로 축 쳐진다고 하니 둥둥 매달려 괴기스러운 얼굴을 한 모습을 가족이나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도 싫고.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면 무거운 얼굴부터 떨어진다고 하니 오징어마냥 얼굴이 일그러져 피갑칠을 한 꼴을 또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싫은데.’

  그녀는 정말 죽으려고 생각하니 죽는 방법이 걱정이 되었다.

  ‘윤설희, 너 정말 죽으려는 사람 맞아? 어떻게 죽던 죽으면 그냥 끝인데 뭘 그리 뒷 일을 걱정하니. 이런 핑계, 저런 핑계나 대고 있고. 아직 죽고 싶은 마음 없는 거 아냐? 죽지 말고 그냥 학교를 관둘까. 그럼 그 무서운 아이들 안 봐도 되잖아.’

  모범생인 그녀는 어떻게든 학교를 다녀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틴 것이지 학교를 관두면 힘든 문제가 해결이 될지도 모른다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막상 죽으려고 나왔는데 죽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덜 잠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길을 걸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보니 여러 가지 힘든 일들로 더 이상 살고 싶지도 않았지만 고작 20년도 못살고 죽으려고 자신이 태어난 것일까라는 회환이 몰려왔다.

  그녀는 막상 죽는 것은 두렵고 더 이상 살아가는 것은 무섭고. 어떻게 해야 하나 갈등하며 이어폰을 귀에 꼽고 슬픈 음악를 들으며 걷다가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자동차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뿌아아앙!

  “악!”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설희의 비명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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