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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학사무림
작가 : 봉황송
작품등록일 : 2016.3.28

학사의 무림행 이야기

 
학사무림 2장
작성일 : 16-04-17 16:25     조회 : 678     추천 : 0     분량 : 6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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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 수업 시작이란다.

 

 

 

 

 

 

 

 

 

 

 임학후가 고풍스러운 대저택의 호화스러운 방안에 짐을 풀었다.

 “일개 학사가 머무르기에는 너무나도 호화스럽구나.”

 허름해 보이는 탁자와 의자도 진기한 자단목으로 만들었고, 벽에 걸려있는 산천을 그려놓은 족자에서는 유명한 화백의 기운이 느껴졌다.

 “속셈이 훤히 보이는 압박이구나.”

 방까지 안내를 받으면서 시녀에게서 받은 대접이 극진했다.

 일을 할 때 그는 냉정한 사람이었다.

 학사인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의 신분으로서는 언감생심 바랄 수도 없는 과분한 대접이었고, 이는 받은 만큼 팽설에게 공을 들이라는 이야기였다.

 “천하의 돌머리라?”

 임학후가 중얼거리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팽설을 교육시켜 천무학관으로 보내려고 하던 팽무전의 생각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했다. 심지어 팽설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도 흔들릴 지경이었다. 어떻게든 팽설에게 붙은 돌머리라는 저주스런 칭호를 떼어내야만 했다.

 “학사님, 가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알았소.”

 임학후가 시녀를 따라 회랑을 지나쳐 깊숙한 심처를 향해 걸었다. 겨울인데도 아름다운 기화이초들이 저마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먼 곳에는 야트막한 언덕에 대나무 숲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산이 있고, 호수가 있고, 백여 채의 고루거각이 세워져 있는 팽가는 하나의 성처럼 거대했다.

 “가주님, 학사님을 모시고 왔어요.”

 “모셔라.”

 묵직한 음성과 함께 시녀의 손에 의해 문이 스륵 열렸다.

 묵색의 호랑이와 적색의 호랑이가 수놓아져 있는 흑의를 걸친 사자처럼 용맹한 인상의 중년인이 직접 문 앞까지 나와서 임학후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소 오시지요. 딸아이 친구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구레나룻이 더부룩하고 코밑의 수염이 팔자로 멋지게 난 팽무전이었다. 강인한 인상을 풍기는 호목이 부리부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임학후라고 합니다.”

 임학후가 자신보다 머리 하나 더 큰 팔척거한 팽무전에게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생각대로 비범한 사람이다.’

 팽무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심유하게 빛났다.

 묵직하게 전해져오는 위엄도 놀라웠지만 더욱 경이로운 점은 팽설을 후계자로 밀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여자가 가문의 대권을 잡고 주인이 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팽가의 오백 년 역사에 있어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여자가 집안의 주인이 된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유학을 공부했기에 여자들이 함부로 밖으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인격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지배계층을 위한 정치사상이 담겨져 있는 유학은 특히 여인과 일반백성 이하 천민에게 한을 쌓게 한다.’

 천지자연과 인간의 도리에 대해서 말해주는 유학은 훌륭하지만 악법에 가까운 관습은 부정적이다. 부귀영화를 가지고 있는 지배층에게는 더없이 훌륭하지만 가진 것 없는 천한 신분에게는 경우에 따라 너무나도 가혹했다.

 “차를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용정차를 준비했으니 드시면서 이야기를 나눕시다.”

 팽무전이 한참이나 어린 임학후를 보면서 극존대를 취했다. 팽설을 가르칠 교사로 온 임학후를 크게 존중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처럼 자식의 스승은 부모와 동격인 법이었다. 하북제일세가의 가주로 무림에서 존경받는 그도 한 명의 아버지일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안으로 들어선 임학후의 시선이 한쪽에 가서 꽂혔다.

 “인사드리거라. 이번에 너를 가르칠 임학후 학사님이시다.”

 “안녕하세요. 팽설이에요.”

 활동성 좋은 무복을 걸친 팽설이 맑고 영롱한 음성으로 말하며 허리를 숙였다. 발육 상태가 좋은 그녀의 가슴이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반갑습니다. 임학후라고 합니다.”

 숯처럼 검은 머리카락, 살짝 올라간 눈꼬리, 반짝이는 눈동자, 붉고 선명한 입술…….

 ‘미인이었군.’

 임학후가 팽설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돌머리인데다가 무공을 익히고 있다고 하기에 다소 우락부락한 여인을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의 팽설은 전체적으로 단정한 가운데 화사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미모였다.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들이라면 모두 빠져들 만큼 매력적이었다.

 ‘눈앞의 여인은 제자고, 나는 선생이야.’

 임학후가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의지를 세우자 미모에 대한 흥미만 남을 뿐 초연한 마음으로 되돌아왔다. 학사가 화분에 심은 아름다운 난초를 바라보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활달하고 생기발랄한 그녀가 말하면서 활짝 웃었다.

 남자들을 황홀하게 매료시킬 웃음이었다.

 “오히려 제가 잘 부탁드려야지요.”

 임학후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팽설이 잘 배워야지만 일찍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빨리 원래의 평화로운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저보다 세 살 많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나이를 떠나 저를 가르칠 사부님이시니까 편하게 말을 놓으세요.”

 “그렇게 하지.”

 제자에게 말을 높이고 싶지 않았던 임학후가 단숨에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는 자와 가르침을 주는 자 사이에 격식을 따지는 임학후였다. 깨어있는 사고를 가진 그였지만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고지식했다.

 “많이 부족한 여식입니다. 부디 인내심을 가지시고 면학에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사랑스러운 눈길로 팽설을 바라보는 팽무전이 임학후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단지 딸을 낮춰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고 있었다.

 ‘눈빛이 바르다.’

 팽무전은 미모의 팽설에게 미혹당하지 않고 당당한 임학후가 마음에 쏙 들었다. 한림원에서 보냈던 노학사들도 팽설을 보고서는 마음의 창인 눈이 흔들렸다.

 그렇지만 임학후는 눈빛이 흔들리지 않았다.

 ‘마음에 정심, 부동심이 있다는 이야기다.’

 미인 보기를 돌처럼 볼 수 있다는 소리였다.

 임학후가 강한 정신 하나만으로도 팽무전에게 많은 점수를 따냈다.

 “제자와 함께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임학후가 대답했다.

 “오늘은 푹 쉬시고 내일부터 가르침을 주시지요.”

 팽무전이 임학후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그리 하겠습니다.”

 서로를 존중해주는 실내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들이 따뜻하게 데워진 용정차를 나누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가주님. 따님을 가르치기 전에 한 가지 양해말씀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경청하겠습니다. 편안하게 말씀하시지요.”

 “앞으로 제 교육 방침에 있어 어떠한 간섭도 받고 싶지 않습니다.”

 임학후가 팽무전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강하게 말했다.

 ‘호오! 이 젊은이 봐라.’

 팽무전의 눈가에 이채가 일렁였다.

 그의 면전에서 한림원의 노학사들도 임학후처럼 할 말을 다 내뱉지 못했다.

 팽설의 스승이었기에 정중하게 대우를 해주고 있었지만 내심으로 젊은 임학후에 대한 약간의 무시가 있었다. 태산서원에 다니다가 사해서고에서 일하고 있을 뿐인 일개 학사였다.

 원래의 계획이라면 임학후는 팽설을 가르치는데 있어 보조적인 역할만 하는 학사가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명성 높은 한림원의 대학사가 떠나고 말았다. 졸지에 팽설의 교육을 모두 책임지게 된 셈이었다.

 ‘세상물정을 아무 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거나 우리 가문처럼 다혈질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팽무전의 눈에 임학후의 모습이 더욱 크게 들어왔다.

 무인으로써 높은 경지에 이른 그가 똑바로 임학후를 바라보았다. 은연중에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기운이 눈동자에 어렸다.

 “음!”

 임학후가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침음을 흘렸다.

 ‘사람의 눈에서 비수처럼 날카로운 기운이 흐를 수도 있구나.’

 눈을 콕콕 찔러오는 기운에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가슴이 섬뜩해지고 몸이 서늘해지면서 전신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고개와 허리가 절로 숙여지려고 했지만 꼿꼿하게 서서 버텼다.

 ‘물러나지 않아.’

 그가 두 눈을 더욱 강렬하게 이글거리면서 팽무전을 바라보았다. 밟힐수록 더욱 꿋꿋하게 고개를 쳐드는 잡초근성이 투철했다.

 “아빠!”

 갑자기 벌어진 일에 팽설이 놀라서 중얼거렸다.

 더 이상 기세로 자극했다가는 임학후에게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무공을 익힌 무인이라고 해도 쉽게 대할 수 없는 것이 팽무전의 기세였다. 그런 기세를 일개 서생이 접하고 있으니 참으로 위험천만이었다.

 ‘내 앞에서 이토록 당당하게 말하는 학사가 있었던가? 없었다. 무림에서도 이런 호방함을 가진 무인은 많지 않다.’

 팽무전이 임학후를 감탄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죄송하오이다. 흥분한 내가 실수를 했소이다.”

 의자에서 일어난 팽무전이 고개를 숙이면서 눈에 어렸던 기세를 풀었다.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만 제가 물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직 못 들었습니다.”

 “전적으로 맡기지요. 딸아이를 교육시키는데 있어 마소처럼 험하게 부린다고 해도 나서지 않겠습니다.”

 팽무전은 위험에 처했던 걸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담담히 내뱉는 임학후를 철썩같이 믿기로 했다. 그리고 남자답게 행동하는 임학후를 팽설의 진정한 스승으로 생각하면서 존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남자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고 싶은 말을 해야지.’

 여리고 약하기에 요리조리 눈치를 살피는 여타의 학사들과 달리 강직한 성격의 임학후가 마음에 쏙 들었다.

 “최선을 다해서 임하겠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임학후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팽설을 위하면서 자신을 위하는 길이었다. 열과 성을 받쳐 팽설을 가르쳐서 일정한 수준에 오르게 만들어야 다시금 수많은 책들에 둘러싸여 있을 수가 있었다.

 임학후는 책냄새가 벌써부터 그리웠다.

 

 해가 뜨기 전 쌀쌀한 새벽 무렵 솜옷을 두텁게 껴입은 임학후가 약속했던 대로 팽설과 함께 노력하기 위해서 방을 나섰다.

 “새벽 연공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했지.”

 문방사우와 연적을 든 임학후가 팽가의 직계들만 사용하는 연무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압!”

 연무장 쪽에서 맑은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나와서 수련중이군. 내일부터는 조금 더 일찍 나와야겠어.”

 말하면서 건물을 돌아서자, 무복을 걸치고 연무장 위에서 도를 휘두르고 있는 팽설이 보였다. 가느다란 도를 들고서 날렵하게 움직이는 그녀는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땀을 송골송골 흘리고 있었다.

 휘류류! 휘류류!

 구슬땀을 흘리며 도를 휘두를 때마다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합!”

 커다란 눈의 팽설이 기합성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길고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저것이 무공인가?”

 임학후가 팽설의 연무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녀의 도가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경기가 뿜어져 나와 멀쩡했던 바닥을 마른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게 만들었다.

 그때였다.

 “웬 놈인데 감히 아가씨의 연무를 훔쳐보는 거냐?”

 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차가운 음성에 임학후가 화들짝 놀랐다. 몸을 흠칫 떨던 그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이십 대 초반의 구릿빛 피부의 남자가 임학후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부터 팽설을 가르치기로 한 임학후라고 합니다.”

 “새로 온 학사님이시군요. 그런데 이른 새벽부터 연무장에 무엇 때문에 오신 겁니까?”

 새롭게 팽설을 가르칠 학사가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팽위린이 임학후의 위아래를 살피면서 물었다. 저번에 팽설의 암살미수 사건이 있고 난 뒤로 가문 내에서도 호위인 팽위린이 팽설을 따라다녔다.

 “제자와 함께 하기 위함이지요.”

 “무림인의 연무장면을 지켜보면 안 됩니다. 이번에는 몰랐으니 넘어가겠지만 다음부터는 삼가주십시오.”

 강호에서는 허락받지 않고 무공연무 과정을 지켜보다가 목숨을 잃게 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팽가의 비전을 익히고 있는 팽설의 연무과정은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법이 있었군요. 하지만 저는 제자와 함께 해야 합니다.”

 “뭐라고요?”

 팽위린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강호의 법칙을 가볍게 무시하는 임학후의 행태에 화가 났다. 확실하게 안 된다고 임학후에게 말하려는 순간 부드러운 음성이 끼어들었다.

 “사부님에게 무례하면 안 돼. 아빠도 극진하게 모시는 분이야.”

 땀으로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을 바람에 흩날리면서 팽설이 한 마리 제비처럼 날렵하게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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