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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미안해,너를 사랑하고 있어
작가 : 조세핀D
작품등록일 : 2017.6.27

사랑하는 남자와의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엄마를 찾아갔다.
약혼녀가 있는 남자와의 결혼은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는 엄마. 엄마에게 모진 말을 남기고 길을 걷다가 정신을 잃고 눈을 떴더니, 다른 세상이다. 인혜가 아닌 아랑으로 살아야 하는 세계.
친절한 노모에게 속아서 벙어리 공주 대신 '환'이라는 거대제국에 조공물품이 되었다.
화려하고 잔인한 남자의 밤시중을 들게 되는데... 강압적이었던 밤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버렸다. 냉정한 세계에서, 살아갈 목적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혜.

'난, 왜 이곳으로 오게 된 걸까? 벌 인걸까? '

가장 보잘것 없는 신분으로서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각자, 자신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기적일 수 밖에 없게되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배신과 사랑....

황권을 쟁탈하기 위한 환 제국 왕자들의 다툼 속에서 원치 않던 정치싸움에 휘말려버리게 되고...지극히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남자. 환의 태무황자는 어느새 그녀를 마음에 담아버린다.

자신이 남긴 상처때문에 차마 사랑을 고백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남자. 태무.

"미안해. 그렇지만 그대를 사랑하고 있어."

수없이 연습했던 고백을 그녀에게 할 수 있을까.

생존과 욕망, 그리고 사랑. 그 속에서 서로의 의미를 찾아가는 판타지 로맨스.

 
1장. 혼란 6
작성일 : 17-07-12 19:09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9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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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혼란 6

 

 "일단 그냥 둬 볼까? 재에 물을 탄 다음에 가라앉혀 봐야겠어. 아, 그래도 일단 들어갈 재료가 뭐뭐 필요한 지는 다 알아낸 셈이네. 사람이 살려고 하면 방법이 생기기는 하는 구나."

 

 침소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우며 지친 몸을 쉬게 했다. 하루가 길었던 것 같다.

 

 '이 곳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까? 난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벌을 받고 있는 걸까?'

 

 주변의 소리가 사라지고, 혼자 있을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상념들. 또 다시 우울해 지려고 하자 아랑은 팔을 들어올려 얼굴을 가렸다.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차버린 머리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오른 팔을 앞 이마에 얹으며 이마의 열을 식혀본다.

 

 '우울함에 지지 말자. 난 할 수 있을 거야. 아직은 우울해 하지 말자. 아직은........ 아직은 주저 앉지 말자.'

 

 그때 침소 문이 열리며 주아가 들어왔다.

 

 "에고, 아가씨. 또 이렇게 바닥에 벌러덩 누워계시면 어째요. 자, 이제 일어나서 식사하세요."

 

 "그냥. 바닥이 시원해서. 주아도 이렇게 해봐. 그럼 왠지 편안해 진다. 히히히."

 

 주아는 바닥에 누워서 자신을 말똥말똥 쳐다보는 아랑을 보고 푸스스 웃어버렸다.

 왜소한 덩치에 마른 몸. 비록 처음 보다는 사람다워졌지만, 여전히 마른 팔 다리를 바라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눈 앞의 이 사람을 살찌우는 일이라 생각했다. 주아는 가만히 아랑을 바라보았다.

 밤바다 처럼 펼쳐진 검은 색의 머리를 풀어헤친 채. 들어오는 노을 빛에 반사되어 검 붉게 보이기도 하는 머리카락 사이로, 반짝 거리는 갈색과 검은 색이 조화된 눈동자가 비춰진다. 그리고 곱게 접혀지는 두 눈. 슬며시 짓는 입가와 양 쪽에 패이는 보조개. 아름답지는 않지만 사랑스럽다.

 

 평범해 보이지만 확실히 이 세계의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은 오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질적인 그림 같다가도, 다른 사람 사이에 있으면 그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마치 새벽에 낀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비추는 아침 햇살같달까.

 

 주아는 순간. 눈이 부시다고 생각했다. 결코 녹록지 않았던 자신의 삶이 스쳐지나갔다. 눈 앞에 무방비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아랑처럼, 그 옆에서 자신도 털석 드러누워, 자신의 온 마음을 드러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내 모든 진실을 아랑에게 이야기하고 나서, 그때가 되면 그렇게 해보자.

 주아는 감았던 눈을 뜨고는 성큼성큼 아랑에게 다가가 다리를 툭 쳤다.

 

 "어이, 아가씨. 일어나세요. 다 큰 처자가 이 무슨 추태입니까. 자, 우리 오늘 제대로 먹어봐요."

 

 "우와아아아~ 너무너무 배고파아~~ 당신~ 사랑하는 내 당신~ 둘도, 셋도, 넷도 없는 내 당신~ 여보 당신 사랑해요~."

 

 "에엑. 또 무슨 망측한 노래를 부르시는 거에요! 사라사 아가씨한테는 우아하게 잘도 불러주시더만, 제 앞에서는 언제나 이런 이상한 노래만 부르시네요.참."

 

 "주아, 사실 이런 노래가 진짜야. 포장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마음을 표현하잖아. 내 마음 알지? "

 

 "알지만, 일단 먹어요. 우리."

 

 "응응. 그런거라면 자신있지!"

 

 두 여자는 탁자위에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서 마구마구 비벼먹고, 퍼먹기 시작했다. 탁자 위가 온통 음식 잔여물로 더워지든 말든. 그러다 두 눈이 마주쳤다.

 

 "큭."

 

 "하하하하."

 

 "큭큭큭."

 

 "크하하하하하하핫핫핫."

 

 거지꼴로 먹고 있는 서로를 보고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훗날. 한 사람에게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되었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가장 악몽같았던 기억으로 남게된다.

 

 아랑은 그 다음 날부터, 향낭가게의 주인의 말대로 일을 시작한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아서 청소하고, 물건 정리하고, 손님이 오면 손님이 찾는 향낭을 찾아주는 일을 했다. 처음에는 환국의 언어가 익숙지 않아서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타고난 눈치로 빠르게 익혀가고 있었다. 덕분에 비누를 만들 때 들어갈 향들에 대해 더 알게 되었고,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오전에는 향낭가게에서 일을 하고, 오후부터는 비누 만들기에 착수했다.

 다행히 잿물을 거르고 숙성시키면서 독성을 줄일 수 있었으나, 완전히 믿을 수는 없어서 우선은 세탁 비누부터 만들기로 결정했다.

 

 주아와 함께 큰 솥단지에 잿물을 소량 끓이고, 미용기름을 붓고, 향을 첨가한 후에 그릇 틀에 넣고 굳히니 제법 모양은 갖추게 되었다. 이틀을 굳혀서 만든 비누를 칼로 잘라내었다. 몇 개의 비누를 눈 앞에 두고 주아와 아랑은 쪼그리고 앉아서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빨래 더미에 물을 묻혔다.

 

 "후, 자 시작한다. 거품이 나와서 때가 잘 지워지는지 보자."

 

 아랑이 손을 내밀어 비누를 잡으려고 하자. 앞에 있던 주아가 얼른 제재했다.

 

 "아가씨, 잠시만요. 제가 해볼게요. 아가씨 말대로 독성이 있다면 제가 하는게 나아요."

 

 "뭐? 그치만......."

 

 말리기도 전에 주아가 냅다 비누를 물에 묻혀서 빨래에 문지르고 비벼본다. 땟국물이 흘렀다. 얼룰졌던 옷들이 원래의 색을 찾아가고 있었다.

 

 "우, 우와~ 진짜 지워져요 아가씨!"

 

 "으응, 다행히 세제 역할을 하긴 하네. 휴. 다행이야."

 

 "아가씨, 이거 우선은 옷을 깨끗하게 하는 용도로 먼저 팔아도 꽤 인기가 있겠는데요? "

 

 "응 그러게. 이 곳에서는 식물을 가루에 묻혀서 빨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지만, 이 비누를 사용하게 되면 세탁 속도가 빨라질거야. 물론 하인들이나 시종들이나 좋아하겠지만. 하하하. 일단은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까."

 

 "그래요. 아가씨. 에구. 아가씨 손이, 남자 손이 되어버렸어요. 이 손을 누가 여자 손이라고 하겠어요."

 

 주아가 거칠어진 아랑의 손을 마주잡으며 말했다.

 

 "향낭가게 일이 힘드신 건 아니죠?"

 

 "아니야, 나 저쪽 세계에서도 알바 해봐서 괜찮아. 주아야 말로 다른 후궁들 처소에서 일거리 돕는거 힘들지 않아? "

 

 주아는 후궁들의 생활을 파악하기 위해 자처해서 다른 시종들의 일거리를 돕고 있었다.

 

 "저야 하던 일이라서 괜찮아요."

 

 "내가 항상 미안해.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고생은요. 몸은 좀 고단해도, 마음은 편안해요. 그러니까 아가씨는 저한테 제일 좋은 일거리를 주신 거에요."

 

 "주아는 어쩜 이렇게 말도 예쁘게 하는지. 누가 보면 평민고아가 아니라, 교육 받고 자란 귀족 아가씨인 줄 알겠어~. 이렇게 얼굴도 예쁘고."

 

 아랑은 눈 앞의 주아를 바라보았다. 작은 얼굴에 큰 눈. 깨끗한 피부. 예쁜 아치형의 눈썹. 그러고보니 꽤나 미인상이다. 그러나 주아는 아랑의 농담에 순간 표정을 굳혔다. 굳어진 표정이 들키지 않게 슬쩍 눈을 피하며 되려 농담을 던졌다.

 

 "하하, 그럼요. 제가 살던 동네에서는 남자들이 저만 바라봤다니까요."

 

 주아와 아랑은 눈을 마주치며 또 하하하 크게 웃었다.

 

 다음날도 향낭가게에서 청소를 하고 바쁘게 일을 하던 아랑에게 주인이 급하게 향낭 수십개를 따로 보관해 놓을 것을 요청했다. 이 가게에서도 특히 비싸고 값진 것들로 준비하라고 했다.

 

 "주인아저씨, 무슨 축제가 있나요? "

 

 빠르게 장부를 넘기던 향낭가게 주인이 돌아보며 말했다.

 

 "하마르 라고 부르라니까. 아저씨는 너무 늙어보이잖아."

 

 "네에 네에, 하마르. 그래서, 내일이 무슨 날인가요?"

 

 애가 줄줄이 달린 유부남이면서도 언제나 멋을 중시하는 주인, 하마르는 늙어보인다는 말을 제일 싫어했다. 멋있게 보여야 장사도 잘되는 법이라며 항상 옷도 멋들어지게 갖춰입었다. 특히 호칭에 민감했는데, 아랑에게도 주인아저씨 대신, 하마르로 부를 것을 종종 강요하고는 했다.

 

 "아랑은 참 려국에서 왔다고 했지? 곧 있을 태을 황자님 생신이잖아. 황자님은 취미가 향낭을 수집하시는 건데, 그걸 알고는 많은 아가씨들이 저마다 향낭을 구입하려고 난리를 부리지. 선물용으로도 찾지만, 자신의 몸에 그 향을 배도록 해서 어떻게든 황자님의 시선을 끌어보려고 저마다 난리라니까. 뭐. 우리같은 장사치야 좋지만."

 

 하마르의 향낭가게는 아라의 생각보다 인기가 좋았다. 매너있는 주인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나이를 불문하고 인기가 좋았다. 그 이유는 하마르의 능글능글한 성격이 거래하는 상단과 손님들과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몫을 했기때문이며, 하마르의 할아버지 때부터 향낭을 직접 만들어 온 이유도 있었다. '하마르의 향낭' 하면 환 국 내에서는 꽤 알아주는 명품에 속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지스의 향낭'이 하마르의 명성을 맹 추격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이지스의 가게가 '매혹의 향낭'을 개발한 이후 부터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 향낭은 짝사랑하는 상대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홍보 하고 있는데, 과연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그 이름이 유명해 졌다.

 

 하마르가 이렇게 유난을 떠는 이유도 이지스의 향낭을 이기기 위해 대비를 하려는 이유일 것이다.

 

 아랑은 다양한 향낭들을 보며 과연 자신이 이런 사치품을 이길 만한 비누를 만들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졌다.

 우선은 하마르의 가게부터 제대로 도와주자는 생각에 아랑은 하마르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마르. '매혹의 향낭'을 이길 만한 무언가를 준비 야하지 않을까요?"

 

 "흥. 당연히 준비했지. 우리 조상님들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을 담은 '달밤의 초대'! 크, 어떤가 아랑? 이 향낭의 이름이 바로 '달밤의 초대'지. 듣기만 해도 뭔가 야릇~한 느낌이 나지않아? 자, 자, 이향을 맡아보라구."

 

 기대에 찬 눈빛으로 아랑의 코 밑으로 향낭을 가져다 대었다. 은흔하게 느껴지는 청소한 물향기 같은 향 다음으로, 확. 하고 화려한 꽃향기가 퍼진다.

 

 "우와아아~이거 엄청나네요 하마르! 매혹의 향은 처음부터 너무 강한데, 이 향은 은은하게 느껴지다가 뒷 부분이 강한 향이 느껴져요!"

 

 "음하하하하하, 그렇지 그렇지, 아랑이 제대로 느꼈어! 캬아~ 이 향을 만드느라 2년을 썼다니까. 신중에 신중을 기하느라 매혹의 향 보다 늦게 나왔지만, 드디어 1등의 명성을 가져올 때가 된거지!! "

 

 아랑은 새삼 존경스러운 눈으로 하마르를 바라보았다. 한 분야에서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주변에 이렇게 멋진 사람들,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 이 세계로 자신을 이끈 어떤 존재의 안배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마르!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이게 바로 하마르의 회심의 역작이니까요. 음. 향낭을 사러 온 손님들에게 이 '달밤의 초대'를 조금 씩 나눠주는 거에요. 공짜로요. 미리 향을 써보라는 의미죠. 그러면 이 향을 제대로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오오오!!! 정말 좋은 생각이야! 아랑! 그래. 그럼 이 향가루를 작은 주머니에 담아보자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했나, 아랑은 우리 가게의 복덩이가 틀림없네!"

 

 아랑은 전의 세상에서 '샘플'의 개념으로 홍보효과를 주는 방법을 떠올렸다. 자신의 아이디어로 하마르의 가게가 그 명성을 회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아랑은 바지런하게 몸을 움직였다.

 

 하마르는 눈 앞에서 이리저리 마르고 왜소한 몸을 움직여 일하는 아랑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역시 자신은 사람을 보는 눈이 있었다. 장사를 하다보면 특히, 어떤 사람을 쓰느냐가 정말 중요한데, 아랑의 눈빛을 본 순간. 이 사람은 참. 진실하구나. 하는 것을 느꼈더랬다. 그리고는 자신의 친척중에서 현재, 슬로타샤 국에서 상단을 운영하는 사촌형을 떠올렸다. 그의 아들, 그러니까 하마르의 조카가 그 상단의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더랬다. 아랑을 소개시켜봐도 좋을 일이다. 뭐, 인연이 아니면 할 수 없지만. 왠지 예감이 좋다.

 

 "아랑, 태을 황자님의 생신 축하 연회를 겸해서 특별히 밤 야시장이 열린다고 하는 구만. 볼거리, 먹을 거리가 정말 가득하다네! 아랑도 꼭 구경해봐."

 

 "정말요? 남지환은 야시장이 정말 최고라고 들었어요! 우와 정말 어떨지 상상이 안되요!"

 

 눈을 반짝이던 아랑은 이내. 강아지처럼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자신은 밤에는 나오기가 어렵지 않은가. 밤에는 성의 북문이 닫힌다. 때문에 한번도 밤에 돌아다녀 본 적이 없다.

 

 "하아. 그렇지만 집이 엄해서요. 밤에는 아무래도 못 다닐 것 같네요. 하마르. 제 몫까지 즐겨주세요."

 

 풀 죽은 강아지상을 하고 있는 아랑을 바라보며 하마르는 말을 덧붙였다.

 

 "아. 그. 그래.. 야시장은 뭐 매년 몇 번씩 열리니까. 꼭 기회가 있을 거야. 그나저나 이번에는 황자님 생신연회를 태무황자님의 금의 궁에서 연다는 구만. 믿을 만한 정보꾼에 따르면 태을 황자님 암살 시도가 있어서 그렇다는 군."

 

 하마르는 누가 들을 새라 바짝 다가와 귀속말로 속삭였다.

 

 "태무 황자님 궁이요? 그럼 외부인을 감별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요? "

 

 "아니지. 태무 황자님 궁. 그 중에서도 금의 궁은 경비가 삼엄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다고 해. 오죽하면 금의 궁에는 벽에도 귀가 있다고 하지 않나. 정말 무시무시한 궁이지."

 

 아랑은 금의 궁을 떠올렸다. 태무황자의 궁은 금의 궁, 은의 궁, 외에도 동궁, 서궁, 남궁, 북궁으로 이루어져 있다.

 금의 궁은 전체가 태무황자의 집무실 겸 침소, 각종 행사가 이루어지기도 하는 대표적인 궁으로서 그의 친위대의 철저한 감시 속에서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은의 궁은 후궁들, 밤시중을 드는 노예들, 시녀들의 처소가 있는 여인들의 처소였다. 동, 서, 남, 북으로 불리는 궁에는 태무황자의 무기 개발 및 제작이 이루어지는 곳이 있는데, 그 곳이 정확히 어딘지 아는 사람은 태무황자와 그 측근들 밖에 없다. 혹자는 무기고와 개발창고가 지하에 있어서 네 개의 궁은 단지 눈속임일 뿐이라고도 하지만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태무황자의 궁은 남지환의 중앙에 머물러 있으며 남지환의 중앙 치안과 정치, 경제를 주도하고 다스린다.

 

 남지환의 태무황자의 궁은 하도 부유하고 거대해서 궁 안에서 다른 궁까지 가려해도 마차나 말을 이용해야 할 정도였다. 때문에 종종 길을 잃는 경우도 허다했다. 역시나 금의 궁 내부도 어마어마하게 넓어서 시종들이 종종 뛰어다니는 모습도 자주 목격되었다. 금의 궁 내부에서는 왕족 이외에 마차나 말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분이 낮은 자들은 발바닥에 땀나도록 달리는 수 밖에 없었다. 아랑은 딱 한번 밖에 금의 궁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크기와 위엄에 기가 질렸더랬다. 아랑이 있는 곳은 은의 궁. 거기에다 달의 전각은 외부로 통하는 북문과 가까워서 이런 일자리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태무황자님의 궁은 차라리 거대한 도시같아요."

 

 "도시? 황도를 말하는 건가? 뭐 그렇지. 오죽하면 태무황자님의 궁을 두고 '마하임의 축복'이라고 부른다니까."

 

 아랑은 그렇게도 부유하다고 평가받는 태무황자의 궁에서 그 어떤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피식거렸다. 그러면 뭐하나, 그 많은 좋은 것들이 다 그 황족놈들 배 채우는 데에만 급급한데. 그의 여자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조차 그의 소유물과 다를 바가 없는데 말이다. 태무황자의 배를 불리는 노예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부당하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살아가는 자들. 이 이상한 세계에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저는 힘든 걸까요. 하루하루, 내일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처지라니요. 마하임이라는 신비의 돌은 특권계층 만들어내기 위한 구실일 뿐일지도 몰라요. 이 세계나 저 세계나 세상이 돌아가는 시스템은 변함이 없는가봐요.'

 

 "그 축복이 저에게도 올까요?"

 

  아랑은 하마르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랑의 눈에서 혼란과 공허함을 읽은 하마르는 아랑이 결코 녹록지 않은 시간들을 견뎌왔음을 눈치챘다. 그리고는 간절히 '그렇다'고 대답해주기를 바라는 불안한 눈빛을 읽어냈다.

 

 "아랑. 반드시 그럴거야. 마하임의 축복이 네 삶에 함께 하기를."

 

 하마르는 일상적인 축복의 대사를, 진심을 닮아 건넸다.

 

 궁으로 돌아온 아랑에게 주아가 뜻밖의 소식을 알렸다.

 

 "아랑아가씨. 은의 궁의 최고 상궁에게서 연통이 왔어요. 태을 황자님의 생신 연회가 열리는 금의 궁으로는 비의 칭호를 받은 여인 이외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네요. 대신 연회 음식을 준대요. 그리고는 생신선물로 진상할 물품이 없냐고 물어보대요. 나 참. 뭘 바라는 건지. 진짜 야박해요. 그쵸? "

 

 "음...... 그래서? 진상할 물품이 없으면 우리는 연회 음식도 못 먹는 거야?"

 

 풀 죽은 얼굴로 아랑이 물었다.

 

 "에, 뭐 그래도 딱히 안 주겠다는 말은 없으니까. 음.......... 먹을 수 있지 않을 까요?"

 

 어느 순간부터 먹을 것에 집착하게 된 두 여자, 아랑, 주아는 심각하게 잔치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맬벗이 찾아왔다.

 

 "아랑아가씨! 사라사 아가씨께서 잠깐 뵙자고 하세요."

 

 "지금요? 좋아요. 같이 가요."

 

 맬벗과 주아, 아랑은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사라사의 처소에 도착했다.

 

 "아랑, 아랑은 이번에 생신 연회에 갈 건가요? 저는 비의 첩지를 받지도 않았는데 초대를 받았어요. 그래서 아랑은 어떤가 물어보려구요. 어때요? "

 

 "사라사 아가씨, 저는 다행스럽게도 초대를 받지 못했어요. 가고 싶지 않은 자리였는데, 정말 잘 됐다 싶어요. 다녀오시는 길에 맛있는 음식 좀 많이 싸오세요. 하하하"

 

 "아, 정말요? 휴~ 나도 그다지 가고 싶지 않은데 아랑도 초대받았다면 좀 더 즐거울거라 생각했어요. 좋아요. 가서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들을 잔뜩 싸 가지고 올게요. 그 음식들로 우리끼리 여기서 잔치를 하면 되겠네요."

 

 사라사는 아니타공국의 세이레 섭정왕의 영향 덕분인지 비의 첩지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대를 받은 터였다.

 

 "그런데 사라사 아가씨. 아가씨는 야시장에 가보셨나요? 남지환의 야시장이 그렇게 유명하다고 하던데요?"

 

 "저도, 이 곳에 온지 얼마 안되서 아직 못 가봤어요. 야시장은 정말 활기가 넘치는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이것저것 안 파는 물건이 없고, 심지어는 그 날은 노예거래까지 허용된다네요. 한 마디로 야시장. 어둠속에서만 이루어져야할 거래들도 이루어진다고 하죠. 야시장은 즐겁긴 하지만 그래서 조금 위험하기도 하다고 들었어요. 혹시라도, 어떻게해서든 야시장을 구경하고 싶다면 꼭, 누군가와 함께 가야 해요 알겠죠? "

 

 사라사는 태생이 공주였기때문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은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눈앞에서 눈을 반짝 거리는 아랑에게는 아마 모든 것이 신기할 터였다. 그럼에도 이 작은 여인에게 경고를 잊지 않았다. 그만큼 야시장의 명성은, 다른 의미로도 유명하기 때문이었다.

 

 "아, 정말요? 저는 그냥 밤에하는 시장이라해서 야시장인줄만 알았죠. 고마워요. 사라사. 지금은 비록 밖에 나갈 처지가 못되지만, 만약 가게된다면 꼭 주의 할게요."

 

 "좋아요. 아랑은 참 착한 학생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내 노래를 들어볼까요? 자아~ 아랑은 어서 아니타루를 들어요. 연주자가 연주를 해야 제가 노래를 하죠. "

 

 사라사의 음치 공연이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맬벗을 포함한 주아는 슬금슬금 뒷걸음을 쳤고, 아랑만이 쾌활하게 웃으며 아니타루를 잡았다.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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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장. 운명의 수레바퀴3 2017 / 7 / 17 321 0 5888   
8 2장. 운명의 수레바퀴2 2017 / 7 / 14 318 0 6065   
7 2장. 운명의 수레바퀴1 2017 / 7 / 13 327 0 11429   
6 1장. 혼란 6 2017 / 7 / 12 332 0 9137   
5 1장. 혼란 5 2017 / 7 / 10 334 0 8549   
4 1장. 혼란 4 2017 / 7 / 10 308 0 8786   
3 1장. 혼란3 2017 / 7 / 10 321 0 8341   
2 1장. 혼란2 2017 / 7 / 7 66 0 8778   
1 1장. 혼란1 2017 / 6 / 29 106 0 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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