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이구나..."
따뜻한 햇빛이 나무틈 사이로 들어와 알프의 눈을 비추었고 알프는 절대 올거같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날 크라이스가 마을을 떠나는 날인걸 알고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는 올거라 생각했고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조차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불과 몇시간 전에 같이 생일 파티를 즐기던 그가 떠난다는 것이 잘 실감나지 않았다.
끼익
자신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화창하기만한 하늘을 보고서 밖으로 나왔다.
"일찍 나왔군."
밖을 나가보니 알프의 검술스승인 사미에트가 자신을 기다리는걸 보고서 알프가 놀라 물었따.
"여긴 어쩐일이에요?"
단 한번도 자신의 집에 온적이 없던 그였기에 궁금증은 커져갔고 한참을 입을 열지 않던 사룽니 힘겹게 알프에게 물었다.
"오늘 그 인간이 마을을 떠난다지?"
"네."
"너는 그리고 성인식을 치루면 모험가가 돼서 밖으로 나갈거고 그 애를 찾기 위해서."
"말하고 싶은게 뭐에요 사미에트."
마치 조롱하듯 말하는 사미에트의 말투에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가지마라."
"에?"
"가지마라 부탁이라면 부탁이고 스승으로서의 명령이라면 명령이다."
이상했다. 사미에트의 불안정하게 떨리는 두눈을 보고서 알프는 전혀 알수없다는듯 쳐다봤고 사미에트는 그런 알프의 시선을 외면한채 떨리는 입을 열었다.
"모험가가 되려면 어느정도의 실력을 자신이 제일 자신있는 분야의 교관에게 인정을 받야 된다는거 알고잇겠지?"
"사미에트..."
"내 인정을 바랄 생각이라면 접어라 절대 그런일 없을테니."
달랐다. 자신이 평소에 봐왔던 모습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평소에 그는 겉은 냉정한듯 보였지만 그러면서도 챙겨주는 따스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서는 차가움만이 느껴졌다. 은은하게 서려있는 분노도.
"이렇게 모험가가 되는 엘프를 막았다고 들은적은 전혀 없습니다. 갑자기 왜 이러는건지 모르겠어요 사미에트!"
"여태까지 모험가가 된 엘프들은 우리 동족들을 구하러 가거나 자신의 식견을 넓히기위해 좀더 넓은 세상을 보러 나간다. 하지만 넌 둘다 아니지."
"저도 인간들에게 고통받고있는 엘프들을 구하기 위해..."
"아니."
알프의 호소와도 같은 말을 사룬은 단호하게 잘랐다.
"너는 '인간'을 보러 나가는거다 그렇지 않은가?"
날카롭게 자신의 심장을 관통하는듯한 일침에 알프는 전혀 반박하지 못했다. 크라이스를 처음 본 순간부터 알프는 너무 반가웠다.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모든 외로움이 사라지는것만 같았고 더 보고 싶었다. 다른 인간들을 더 많이 마나보고 싶었다. 그러기를 알프레이드 아니 '강진태'라는 인간이 원했다. 아직 영혼의 동조가 불안정해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였다. 그리고 그 틈은 너무나도 오랫동안 방치해 벌어진 상태였다.
"좀더 시간을 가지고 너 자신을 갈고 닦아라 너는 너무 급해."
"대체 언제까지..."
"뭐?"
"대체 언제까지! 몇년을! 앞으로 몇년을 기다려야 될지 감도 안잡혀요 이미 충분히 오랜시간을 이곳에 있으면서 기본부터 충실하게 했어요 근데! 이제 겨우 익스퍼트에 올랐는데 대체 언제까지 이곳에서 이정도에 만족하면서 있으라는거죠? 자신을 갈고 닦으라고요? 대체 몇년을!"
이미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알프는 그동안 잘 버텨왔지만 슬슬 그것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엘프는 오랜세월을 살수있는대신 인간들처럼 단기간내에 경지에 오를수가 없었다. 그것은 오로지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특권 엘프에게 그런 권리는 전혀 허락되지 않았다.
"아직 넌 150도 되지 않은 어린 애송이다 왜 그렇게 조급해 하지? 나는 검술에만 매진했음에도 150이 넘어서야 익스퍼트에 올랐고 250때 가까스로 마스터에 올랐다. 그리고 350이 넘은 지금에서야 중급의 경지에 발을 딛이고 있지 넌 충분히 빨라 왜 남들보다 그렇게 앞서가려는거냐."
분명 알프의 성장속도가 느린편은 아니였다. 오히려 여러가지를 잡다하게 익히고 있다는걸 생각하면 빠른편이였다. 하지만 알프는 답답했다. 성장도 몇년마다 조금씩 올라가고 이제 더이상 새로운걸 배우고 싶은 욕구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제 알프에게 이 마을은 감옥과도 같이 느껴지고 있었다.
"후우..."
자신의 속마음을 꺼낼수 없는 상황에 답답함에 알프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깊은 한숨만을 쉬었다.
"넌 아직 급하다 그건 너도 잘 알고있을거다."
사미에트는 그 말을 남긴채 사라졌고 알프는 복잡한 심정으로 마을의 중앙으로 향했다. 이미 중앙에서는 크라이스가 떠날 준비를 마치고 있었고 실비아가 눈물을 흘리면서 크라이스를 놓지 않은채 꼭 껴안고 있었다.
"꼭 로텐 왕국의 수도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돼 어디 가지말고."
"알겠다니까요."
몇일 전부터 실비아는 이 말을 크라이스의 귀에 못박듯이 얘기했고 크라이스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게 자신의 머릿속에 가슴에 그 말을 새기면서 기억했다.
"알프 형! 루닌좀 떼어내봐요 이제 진짜 가야되는데 이렇게 잡고있어서 출발을 못하겠어요."
크라이스는 분명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있지만 알프는 크라이스도 울고 있는것 같았다. 그래서 차마 연약한 실비아의 손을 떼어놓지 못하는 것이리라.
"실비아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아..."
알프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자 촌장이 실비아를 억지로 떼어놓았고 실비아는 더 서럽게 울었지만 더이상 잡지 않았다.
"이제 그럼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을의 유일한 8써클 대마법사인 '론 아이어'가 착잡하게 말을 꺼냈고 크라이스도 모두에게 인사를 하면서 갈 준비를 끝마쳤다.
"그동안 모두 감사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크라이스가 모두에게 웃으면서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웃고있던 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사실 그도 가고싶지 않았다. 자신을 싫어하는 엘프들도 많았지만 점차 자신을 알아주는 자들도 생겼기에 고향과도 같은 이곳을 다시는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실비아와는 사실 절대로 절대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진심으로 이곳에 남게해달라고 애원한다면 남을수 있다는걸 알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럴수가 없었다. 더이상 자신때문에 다른 엘프들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받는것이 싫어 그럴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다시 만나기를..."
정말로 이곳에 남기를 원하고 있었다.
"메스 텔레포트."
촤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