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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호원담
작가 : 화아
작품등록일 : 2017.6.13

언젠가, 당신에게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P20
작성일 : 17-07-12 14:29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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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마음이 먹혀들어간 끝자락엔, 그 마음의 주인을 내 것으로 만들어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리는 것.

  그것이야 말로 내가 존재하며 나를 존위시키는 것.

 

 “ 신이야, 신이야. ”

 “ 아아, 나의 누님들. 나의 사랑스러운 누님들. ”

 “ 너를 위해, 살아가는 우리는 신이만의 것이지? ”

 “ 그럼, 오늘도 내 부탁을 들어줄거야? ”

 

  여기, 인간의 낯빛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창백하기도 한 낯빛을 말이다.

  그 얼굴은 수려하다는 말이 참 잘어울렸다.

 

 *

 

 스무번 째

 두억시니가 흘러들어와

 

 *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그 수려하고도 화려함에 시선을 빼앗기지만 곧 잊고야 만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그를 봤다는 사실조차 잊게 되어버린다. 어쩌면 당신의 시선에도 언젠가 머물렀을지도 모를 그 신이하고 신비로운 사내는, 그렇게도 사람들 사이를 자유롭게 나다닌다.

 

  그를 인식한다. 그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그리고,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가 빼앗은 마음의 자리가 공허해진다. 그리고 그 공허함이 무엇인지 깨달키도 전에 그를 보았다라는 것조차 잊는다.

  결국엔 그 빈자리는 그 무엇이라도 파고들어 자리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대게는, 그 속에 자리하게 되는 것은 가지고 있던 것보다 더 깊은 어둠이다.

 

  인간의 인식이란 어쩌면 그렇게 허술한지, 인간의 속마음이란 어쩌면 그렇게도 단조로운 것인지..

 

  결국 빼앗긴 마음의 조각이 인간성을 잃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도 모르는 무매한 인간들이란, 그렇기에 우리의 양식이며 우리의 후계이자 우리의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 일라라는 계집,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어. ”

 “ 그럼그럼. 들어봤지. 그 계집. 흑여우신에게 벌을 받았어. ”

 “ 우리만큼 오래됬지만, 우리보단 덜 오래됬지.”

 

  그들이 그렇게도 재잘거리며 떠들어댔다.

 

 *

 

  세상엔 어울리지 않도록 따스한 빛이 존재했고, 그 빛을 불러오는 계절은 어김없이 매년 찾아온다. 그 찾아옴이 좋고 싫다고 생각하는 것 자채는 개개인마다 다른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는 발걸음이다.

 

  봄의 햇살이 창을 넘어 들어왔다. 그리고, 곧 봄이 찾아왔다.

 

  작은 체구의 여자아이는 색색의 빛으로 물든 옷을 입고서 일루망의 문을 넘었다.

 

  ‘아름답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예쁜 아이였다.

  아름답고 어여쁘며, 봄의 기운이 이질적이도록 빛나는 여자아이. 그렇기에, 그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신이하고도 신비한 분위기는 마치 세상의 것 일리 없었다.

 

 “ 안녕! ”

 

  그리고 그 발걸음의 등장에, 놀라는 것은 일라가 아닌 례야였다.

 

 “ 사린! ”

 “ 례야 오라버니가 있는 곳이 산이 아니라니. 놀랐어. ”

 

  귀 밑으로 딱 잘린 똑단발의, 흑단같은 까만 머리칼은 곱기도 고왔다. 머리칼을 수놓는 듯 장식된 나뭇가지엔 봄꽃이 만연히도 피어올라 향기를 뿜어댔다.

  향기롭고, 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꽃잎이 흘러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 계집이 그렇게도 좋누? ”

 “ 하하! 계집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벗을 좋아하는 거란다, 사린. ”

 

  갸웃, 하고서 바라보는 시선은 푸르른 녹빛을, 곱기도 한 목소리를 내뱉는 입술은 투명한 홍빛이 머물러 있었다. 어리디 어린 모습으로 계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그이의 말투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반응 하는 소화는 제법 어른스럽게 꾸지람 하려고 했지만 이내 그 꼬리마저 말아들도록 호통을 맞고야 말았다.

 

 “ 이런, 여우년! 아무렴 잠에 깬지 얼마 되지 않은 눈이라도 천년은 살았다는 여우의 눈이 그리도 흐리멍텅할까! ”

 “ 여,여우년? 쪼끄만한게!? ”

 “ 그래, 이 년아! 나는 동쪽의 방위를 맡은 화동(花童), 사린(社僯). 봄을 이끄는 나를 모르다니. 구실 못하는 눈은 뽑아버려도 상관이 없는 것일테지? ”

 

  그 호통에 사지가 벌벌떨리는 것이, 소화는 이윽고 정신을 차렸지만 사린은 자신을 지나간 후였다. 자신을 지나, 가야산의 주인인 례야에게 다가간 사린은 그에게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건내준다.

 

 “ 이것은.. ”

 “ 첫봄의 가지야. 오라버니의 집에 가져다 놔야지. ”

 “ 고맙구나. 하지만, 난 이제 가야산에서 살지 않아. ”

 

  슬프게도 웃는 례야였다. 그런 례야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보며 다시 갸웃하는 고개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물었다.

 

 “ 어째서? 산신이, 산에 살지 않으면 어디서 살건데? ”

 “ 산에 신령이 없단다. 그래서, 내가 필요하지 않아졌단다. ””

 “ 어째서? ”

 “ 이제 인간은 신령의 힘을 기도하지 않아. 신령에게 무엇을 빌지 않아. ”

 “ 어째서..? ”

 “ 그러니까, 신령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강성해진 것이란다. ”

 

  이해할 수 없었던 눈은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알 수 없는 무색함으로 변해 가지를 다시 제 품안으로 도로 넣어둔다. 그러고는 가만히 생각하듯이 쓸쓸하도록 말을 내뱉었다.

 

 “ 정말로, 이 땅엔 더이상 내가 일일이 들려야 할 곳이 사라졌구나. ”

 

  첫 봄의 가지가 심어진 산에 사는 것들은 뛰어난 생명력을 갖게 된다. 첫 봄의 기운을 받아 모든 것들이 결실을 맺고 번식을 하며, 그렇게도 생명을 뱉어내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예전엔 산신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 첫 봄의 가지를 얻기 위해 사린의 곁에 수없이 드나들었다고 했다. 첫봄의 가지는, 딱 한 시기에만 나타나기에 그 때 채취하지 못하면 얻을 수가 없어서 말이다.

 

 “ 이 공간의 주인인 계집은 어째서 말이 없는거야? ”

 

  사린은, 콕 찝어서 일라를 향해 말했다.

 

 *

 

 “ 좁고 가녀린 그 마음 틈새로 들어가는게야. 그래서, 그 속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귀뜀하지. 그럴 뿐인 데도 그 틈새기를 내어준 인간은 미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해. 두렵고 무섭고 외롭고 아파서 결국 그 틈새기로 빨려들어가고 마는거야. 그러면, 그때는 내가 그를 갖는거지. 그 몸을, 그 정신을 미쳐버리게도 만들어 가져버리고 마는거야. ”

 

  신이는, 두억시니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편린들의 모음 속에서 신묘한 한 개를 골라 냈다. 푸른 빛이 감싸안고있는 그 편린의 주인을, 만났던 과거를 떠올려냈다.

 

  태어나서부터 거부당한, 신묘한 빛의 아이.

  어둑시니들이 모여들 수밖에 없었던 아이.

 아아, 슬프게도 그 아이의 마음 속을 균열시킨 것은 가장 가깝고 살가웠어야 했을 가족이었다.

 

  신이는, 두억시니는 골라낸 편린을 와작, 하고 입안에 넣는 것이다. 그리고 음미하며 그 편린에 깃들었던 어둡고 어두운 것을 꺼내어 보는 것이다.

 

 “ 하하, 이 아이였어. ”

 “ 신이야, 신이야. ”

 “ 신이도 기억이 났어? ”

 “ 그 아이가, 기억이 났어? ”

 

  신이는, 두억시니는 이렇게 말했다.

 

 “ 물론이야. 누님들, 내 소중한 누님들. 사랑하는 누님들이 준 것인걸.”

 

  두억시니는 입안에 넣은 것을 가만히 응시하며 그 내면으로 눈길을 돌렸다.

 

 

 [ 두억시니가 살고 있을 아이! 불길해, 아아! 저 빛좀 봐, 저 푸른 불길함을 보라고! ]

 

  아니라고, 그렇게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하지 않는다.

 

 [ 어둑시니를 불러들일 아이! 아, 저 빛 좀 봐! 어둠보다 더 불길한 저 푸른 빛을! ]

 

  절대로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절대로 하지 않았다.

 

 *

 

  말이 없던 일라는 흐릿하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 무언가,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이 있는 것만 같아. ”

 

  사린은 그저 그 알 수 없을 깊은 눈으로 일라를 바라봤다.

 

 “ 그렇구나.”

 “ 으응. ”

 “ 그럼 일라언니야, 나에게 꽃차를 내어 주지 않을래? ”

 “ 언니라고 들으니 뭔가 새롭네. 사린. ”

 “ 그야, 내 손위가 되었으니. ””

 

  사린은, 그렇게 자리에 앉았다.

 

 

  자식을 죽이려던 아비에게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해왔던 ‘뛰어남’은 사실 원하던 것일리가 없었다. 일라에게 있어서 그 것은, 그저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 였을 뿐. 그 마음 안에서 끊임없이 요구하던 그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지금에 와서야 깨달아 버리는 것이다. 그게, 바로 어둑시니 였구나. 라고.

 

  어둑시니는 어둡고 무서운 감정을 먹고 자란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그 작고 여린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듯이, 어둑시니를 속에 품지 않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건, 어쩌면 벗어나지 못한 인간이기에 당연한 일.

 

 [ 넌 행복할 수 없단다. 일라. 왠 줄 아니? ]

 [ 넌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거거든. ]

 

  지겹도록 일라를 괴롭혔던 두 마디였다.

 

 [ 나를 받아들여라. 그래야 넌 행복해질테니까. ]

 [ 일라, 나를 받아들여. ]

 

  그리고, 이 지겨운 두 마디를 이겨내기 위해 그녀, 일라가 선택한건 능력을 키워보이는 것.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고있음을, 인정받고 있음을 몸소 보여주기 위한 것이렸다.

 

  그래서, 일라가 최후로 떠올린 최고, 최악, 최강의 인정이 바로 ‘여우구슬 훔치기’였다.

 

  말하자면 이 모든 일의 원흉,

 말하자면 이 모든 비극의 결론.

 

 *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널 잊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하나지. ”

 

  신이는 읖조리듯이 말했다.

 

 “ 내가 꿰어 넘어오지 않은 유일한 인간. ”

 “ 내가 꿰어 얻고자 했으나, 얻을기회도, 얻을 수도 없었던. 유일한 인간.”

 

  그래서, 손을 놓아버려야 했던 유일무이한 인간.

 

 “ 신이에게 일라는, 그렇게도 소중했던 거야? ”

 “ 우리만큼 소중했던거야? ”

 “ 누님들, 나는 어둑어둑한 것들을 사랑해. 그러니, 누님들을 사랑하는 것이지. ”

 “ 우리도 너를 사랑해, 신이님. ”

 “ 그리고 나는 일라의 이 조각을 사랑해. 빼앗아 오고 싶었어. ”

 

  깊고 깊은 어둠으로 어둑시니를 키웟으면서도, 두억시니를 받아들이지 않은 유일한 인간.

 

 

  생각하니 뭔가 오기가 나는 신이였다. 그래서 생각했다.

 

 “ 이 조각으로, 그 아이가 가져간 것도, 일라라는 아이도. 모두 가져버리자. ”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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