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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희유희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24

완벽쟁이 까탈스러운 상사/덜렁거리는 평범한 여직원 부하/
둘이 함께 이계 이동하는 로맨스판타지.

 
그 남자의 사정
작성일 : 17-07-12 12:07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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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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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냄새가 났다. 진우는 코를 움찔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 편이다. 그는 본래 상한 우유의 냄새도 맡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후각이 예민했다. 군대에 다녀온 이후에는 그 감각이 둔감해졌다. 십수 명 사내놈이 함께 쓰는 방에서 민감한 코는 고통스러울 뿐이다.

 

 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가운 동굴 바닥에는 아무것도 깔려 있지 않다. 서늘한 기운이 타고 올라오는 것이 신기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자기 이불이 아니면 잠도 안 잘 정도로 까탈스럽던 자신이다. 군대에서 누군가 던져 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꿰어입고 신발을 신었던 걸 생각하면 맨바닥이 차라리 감사하다. 그는 다시 한 번 그 시절의 기억에 감사했다. 물론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로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몸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저 괴물은 놀라운 물약을 주었다. 손발에는 깔끔하게 새 살이 돋아났다. 여린 분홍빛 살이 올라오면서 가려워서 미치는 줄 알았다. 물론 절대로 긁지는 않았다. 그는 그러한 종류의 감각을 참는 것이 익숙했다. 공부를 하기 싫어도 당연히 해야 한다. 스스로가 싫어서 견딜 수 없다.

 

 거기서 꺼내줘서 고맙다.

 치료해주어서 고맙다.

 

 빚을 졌다. 그 혼자라면 백 년이 지나도 탈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우가 처음에 선택한 방법은 틀렸다. 시간이 지나서 혼자 돌이켜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는 그저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고 애걸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그는 솔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억제하고 숨기고 참는 데에 익숙했다.

 

  사실 고맙다. 감사해야하는 입장이다. 대뜸 누굴 죽여라 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좀더 솔직하게 고맙다고 했을 것이다.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고문을 겪어보고 나니, 지금은 맨바닥에서 잠만 자도 기뻤다. 자다가 악몽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을 명확히 규정하는 버릇이 있었다. 이 땅이 비싼 건 어쩔 수 없다. 예산이 부족하면 사지 않으면 된다? 그렇지 않다. 이 땅을 반드시 사야 한다. 그럼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자격 조건을 맞추어야 한다. 아니면 다른 수단이 있다. 그 땅이 저렴해지도록 술수를 쓴다. 술수라고 해도 단순하다. 구매자인 척 다른 사람을 써서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팔도록 권유한다. 여러 사람을 써서 저렴한 가격에 사도록 거래를 하고, 자신이 10%의 가격을 제시하면 보통은 넘어오게 되어 있다.

 

 땅 주인이 이 땅 가격이 그렇게 떨어졌나 하고 두려움에 떨게 만들면 된다. 그는 몇 번이고 그런 식의 거래를 해 왔다.

 

 악몽과는 타협할 수 없다. 그는 악몽과 거래도 협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그저 견디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야, 그는 주문처럼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되뇌었다.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자, 붉은 것이 눈에 띄었다. 피? 진우는 몸을 일으켜 다가갔다. 포도를 닮은 송이열매가 여러 개 쌓여 있었다. 갓 따온 듯 싱싱해 보인다. 한 개를 집어서 냄새를 맡아보았다. 봄과 생명의 향기가 난다. 양껏 향을 들이마시고 그는 다시 열매를 내려놓았다.

 

 내려놓고 제 자리로 돌아가자마자 그림자가 나타났다. 진우는 슬몃 웃고 말았다. 역시나 지켜보고 있었구나.

 

 “먹어라.”

 

 돼지나 개에게 먹이를 주고 먹으라고 하는 것처럼 거만한 턱짓이다.

 

 진우는 어제부터 신경쓰였던 점을 관찰했다. 그가 뭔가를 거부할 때마다 상대는 새삼스럽게 놀란다. 비늘을 뒤집어쓰고 있어도 턱짓을 하거나 다리를 꼬거나 벽에 기대는 것이 분명히 인간의 몸짓이다. 비늘에서 튀어나온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놈이 주제에 팔짱을 낀다.

 

 대학 시절 했던 영화 클럽에서 누군가 불평했던 것이 기억났다. 괴물이면 뭐하나, 몸짓부터 다른데. 진정한 연기라면 아예 육체에 맞춘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인간임을 버려야 한다고 역설했던 놈이 있었다.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여튼 그놈은 영화 에일리언의 에일리언이 기묘한 소리를 지르며 덤벼드는 것이 그 장르의 명작인 이유라며 한 시간 동안 떠들 수 있는 놈이었다. 그때는 아직 어려서 그딴 소리를 그냥 참고 들어주었다. 나중에 떠올렸을 때는 정말 시간이 아깝다 싶었다. 하지만 진우는 그놈에게 매우, 매우 감사했다.

 

 아무래도 저 뱀놈은 인간이었던 것 같다. 스파이더맨처럼 후천적으로 뱀의 유전자를 갖게 되었는지, 아니면 뱀피증처럼 괴상한 질병에 걸려서 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모습을 뒤집어쓰기도 하는 걸 보면 그냥 저게 취향이라 코스프레(?)하고 있는 것 같기도 싶다. 이 동네 원주민의 종교적 상징물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먹으라고 해도 먹지 않고 있자 상대가 다시 손짓한다.

 

 “거래의 대상이 아니니 그냥 먹어라.”

 

 뭐야, 이놈.

 이제 길들이려고 하나?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동굴 안에 있으니 신기하게도 몸이 좋았다. 공기가 맑았다. 지하에 있지 않은 것만으로도 살 것 같다. 굶은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활력이 있다. 그리고 배가 고프지 않았다. 진우는 다시 한 번 상대를 바라보았다.

 

 “독이 없으니 먹어라.”

 

 진우는 본능적으로 경계했다. 이 새끼, 전에는 독을 넣었구만? 이건 진우가 생각하지 않았던 점이었다. 상대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걸 눈치챘는지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살살 꼬드겼다.

 

 “그걸 어떻게 믿나?”

 “마법사가 거짓말을 할 리가… 아.”

 

 역시 넌 마법사구나. 그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이 괴물은 음산하고 괴상한 탈을 쓴 주제에 유치원생같이 순진한 데가 있어서 묘하게 다루기 쉬웠다. 진우가 키득키득 웃자 상대가 손을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상식이 없군.”

 

 상식이 없는 ‘척’ 하고 있는 거지. 진우는 희미하게 웃었다. 마법사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이미 소년 마법사의 삶을 살아낸 그가 모를 리가 없다. 자신이 어떤 영혼구를 주었는지도 잊은 걸까. 머리가 좋은 놈은 아닌 듯 하다.

 

 진우는 머릿속에서 짧게 계산했다. 빚을 진 것은 맞다.

 

 자신은 여태까지 진 빚을 전부 갚아왔다. 아무에게도 신세지지 않았고 자신에게 돈을 빌린 놈에겐 반드시 그 댓가를 치르게 해 왔다. 깔끔한 삶이지.

 

 

 하지만 이 녀석은 나에게 빚을 졌다. 아주 위험한 일을 시켰지. 영혼의 기억을 삼키게 했지. 그 기억에 완전히 삼켜져 내가 누군지 나도 모르고 이미 죽어버린 인간인 척 그 삶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백 년 전 김서방 같은 꼴이 되어 서울 한복판을 정신 나간 채 헤맸을지도 모를 자신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영혼구가 그리 흔한 물건이 아니라는 걸 고려하면 오히려 좋은 일을 시켜줬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낙하산을 하지 않고 상공에 뜬 비행기에서 밀어뜨린 다음 자 네게 좋은 일이야! 잘되면 날개가 돋을 거야! 하는 것처럼 무모한 일이다. 분명히 말해서 생각해준다, 는 것은 전혀 아니다.

 

 머릿속에 고등수학까지 전부 들어있지만 실제로는 덧셈조차 풀어본 적이 없는 초등학생 같은 꼴이 되어 버렸으니. 진우가 겸손하게 요구했다.

 

 “마법을 쓰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면, 먹지.”

 

 어째서 먹어달라고 졸라야하는 상황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방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마법사는 생각했다. 이미 마법에 대한 지식은 충분히 갖고 있는 상황이며, 이 세상의 ‘법칙’또한 모르지 않는다. 다만 무지막지할 정도로 둔감하다. 마법사라면 세상의 기척을 느끼고 이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놈은 둔하고 둔해서 그 흐름을 한 가닥도 느끼지 못했다. 놈이 침묵 시위를 하며 가부좌를 하는 동안 몇 번이고 힘의 흐름을 뒤엎어보았는데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놈을 길들여서 암살을 시키느니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겠다…!!’

 

 하지만 그가 직접 할 수는 없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이렇게 귀찮은 일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 또한 윤회의 굴레의 일부이며, 굴레를 멋대로 흔들 수도 깰 수도 없다.

 

 이를 갈면서 레이베르가 말을 내뱉었다.

 

 “먼저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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