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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13화. 가사를 남기고 사라지다
작성일 : 17-07-12 10:10     조회 : 325     추천 : 1     분량 : 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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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선대사 건은 수락한 걸로 알고 백팀장한테 연락한다.”

 “네.”

 

 한병국 이사는 지나치게 철두철미해서 재차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다. 신후는 그런 그가 좋았다. 파트너로서 항상 신뢰하면서도 존경하는 마음이었다. 신후의 재능을 일찍부터 알아보고 지금껏 이끌어준 이도 바로 한이사였다.

 

 “애드 시런 콜라보 얘긴 뭐야?”

 “얘기 들으셨어요?”

 “임마, 그런 게 있으면 나랑 먼저 상의했어야지.”

 “공식적인 것도 아니고 해서......”

 

 주희는 역시 똑똑했다. 하고자 하는 일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잘 아는 여자였다. 주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의 유일한 상속녀였다. 계열사인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소속 배우이기도 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화제가 되었다.

 

 “어제 주희네 소속사 대표가 연락을 했더라구. 콜라보 거절하는 이유가 뭐냐구.”

 “별로 내키지도 않고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도 몰라서요.”

 “왜, 주희 때문에 영 안 내키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한이사의 직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주희의 설레발과 신후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서 그는 이미 상황 파악을 끝낸 뒤였다.

 

 “사회란 곳이 참 녹록치가 않아, 그치?”

 “......”

 “사람들은 생각보다 잔머리를 많이 굴리지. 내 뜻대로 안 되는 일은 또 왜 그리 많냐.”

 

 한이사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차분하고 조곤조곤했다.

 

 “주희가 너한테 맘 있는 거 알아. 근데 주희 입장에선 자기 감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잖아. 자기가 움직일 수 있는 자원을 한껏 활용해서 말이지. 그게 잘못은 아니잖아?”

 “자꾸 받기만 하는 것도 미안해서요. 괜히 여지를 주는 것도 같구.”

 “여지 주면 안 되나? 너 지금 사귀는 사람 없잖아. 이런 걸 계기로 나중에 잘 될 수도 있지.”

 “그럴 생각 전혀 없어요.”

 

 한이사의 가느다란 눈이 일순간에 커졌다.

 

 “전혀, 라니? 어떻게 장담해? 사람 감정은 변하고 변하는 거야.”

 “주희에 관한 한 전혀 아니에요.”

 

 ***

 

 “신후야.”

 “웬일이야?”

 

 현관문을 연 신후는 소라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한이사님한테 집 주소 알려 달랬어. 이 서류 때문에.”

 

 소라는 유니세프 마크가 찍힌 노란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그냥 회사로 보내도 되는데.”

 “겸사겸사 온 거야.”

 “일단 밖으로 나가자.”

 “집 구경 안 시켜줘?”

 “아니야, 일단 나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옥봉이 거실을 가로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집에 누구 있어?”

 “아, 아니야. 그게......”

 

 소라는 신후의 어깨 너머로 옥봉과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 모두 당황했다.

 

 “누가 온 줄 몰랐네. 미안.”

 “아니야. 일 때문에 오신 분이야.”

 

 딱 잘라 말하는 그가 어쩐지 소라는 야속했다.

 

 “저 분은 누구셔? 같이 일하는 스탭이야?”

 “아니, 그건 아니구.”

 

 서운한 마음이 앞섰는지 소라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이옥봉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맞아요. 신후랑 같이 일하는 스탭이에요.”

 “아, 네.”

 

 신후는 뜻하지 않은 옥봉의 말에 놀랐다.

 

 “말씀 나누다 가세요. 전 작업실에서 일하던 중이었거든요.”

 “네, 그러세요.”

 

 소라가 집안을 휘 둘러보고 있었다. 옥봉의 방문을 열려고 하자 신후가 다급히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친선대사 건 때문에 할 말이 있어.”

 “뭔데? 무슨 문제 있어?”

 “문제는 아니고, 그러니까......”

 

 신후의 머릿속에는 더 이상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고 꺼낸 얘기였다.

 

 “그러니까 내가 한국에 없을 땐 어떻게 활동해야 해? 복학하면 영국에 있는데 말야.”

 “걱정하지 마. 학업에 방해 안 되도록 활동을 조정할 거니까.”

 “그래,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

 “근데 저 여잔 무슨 스탭이야? 코디는 아닌 거 같고.”

 

 신후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옥봉과 소라가 마주치는 그림이라니,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뭐 그냥 음악 작업 도와주는 친구야.”

 “굉장히 예쁘던데? 후배?”

 “예쁘긴......”

 

 신후는 옥봉이 들어간 작업실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당황했을 텐데 오히려 신후를 배려해 준 그녀가 고마웠다.

 

 “실은 지난번 네 콘서트 갔었어.”

 “알아.”

 “봤어?”

 “응. 객석에서도 봤고 대기실 왔던 것도 알아.”

 “그랬구나. 다 알고 있었구나.”

 

 신후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소라가 말없이 가버리는 데 익숙하기 때문일까.

 

 “더 이상 물어볼 거 없어?”

 “응.”

 “신후야, 나 너한테 사죄하고 싶어.”

 “사죄라니, 그럴 거 없어. 남녀가 사랑하다 헤어질 수 있는 거잖아.”

 “그게 아니라 너한테 솔직하지 못했던 거.”

 “됐어.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야.”

 

 그녀는 신후가 정말로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신후에게 자신은 지나간 과거일 뿐일까.

 

 “미안하데, 스케줄 있어서 나가봐야 돼.”

 “어, 그래.”

 

 소라는 이별에 대해 무언가를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 신후는 어쩐지 그 모든 일이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듯했다. 비로소 이별을 받아들인 건지도 몰랐다.

 

 ***

 

 “옥봉씨, 웬일이에요? 나 왜 오라고 했어요?”

 

 신후가 아침 일찍 집을 나서자 옥봉이 신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 얘기가 있다는 옥봉의 말에 신영은 한달음에 달려왔다.

 

 “무슨 일 있어요?”

 “언니.”

 “말해요.”

 “언니 어머니 언제 내려가세요?”

 “몇 주 더 계실 거 같은데. 왜요? 여기서 지내기 많이 불편해요?”

 

 신영은 그동안 그녀를 신경써주지 못한 것 같아 후회스러웠다.

 

 “아니요. 신후한테 너무 미안해서요. 찾아오는 사람들한테도 설명할 길이 없구요.”

 “그렇긴 하죠. 사람들이 자주 찾아와요?”

 “아니요. 근데 며칠 전엔 여자친구가 와서 곤란했어요.”

 “여자친구요?”

 

 신영은 여자친구라는 그녀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요? 누구지? 신후한테 사귀는 사람이 있었나.”

 “말은 안 해도 금방 알 수 있었어요. 그 여자 눈빛이 무척 애절했거든요.”

 “애절했다구요?”

 

 옥봉은 스치듯 마주쳤던 그녀의 눈빛이 내내 잊히지 않았다. 애정을 가득 담은 절절한 눈빛이었다.

 

 “그 여자 때문에 신경 쓰였구나. 불편하면 신후가 말했을 텐데 전혀 그런 얘기 없었거든요.”

 “신후는 저 때문에 말 못할 거예요.”

 “자꾸 마음 쓰이면 엄마 가실 때까지 잠깐 내 친구 집에 있는 방법도 있어요.”

 “그렇게라도 할게요.”

 

 옥봉은 더 이상 신후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강변에서 처음 신후를 만났을 때 그녀는 한 줄기 빛이 쏟아지는 걸 느꼈다. 그는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었다. 신후의 곁에 그늘을 드리우고 싶지 않았다.

 

 “근데 두 사람 언제부터 말 놨어요?”

 “같이 지내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옥봉씨랑 나도 그래야겠다. 왠지 샘나는데?”

 

 ***

 

 『온 세상에 푸른 비 걸렸어요/구름 흩어지며 햇살이 우릴 비추네요/소나기 강 건너 지나가고......』

 

 “옥봉아, 이거 어때?”

 “내 시보다 훨씬 가벼워졌네. 좋다.”

 

 신후의 기타 멜로디에 가사를 얹어보았다. 제법 근사했다.

 

 “‘너른 하늘에 소나기, 강을 건너 지나가네’ 부분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이야.”

 “풋풋한 연인 얘기니까 이 부분에서 사랑 느낌을 줘도 될 거 같은데.”

 “그럴까?”

 

 신후의 길고 흰 손가락이 기타 줄을 튕길 때마다 옥봉의 가슴이 설렜다. 기타 선율 때문이라고 옥봉은 여러 번 되뇌었다. 그래, 다른 이유는 없을 거야.

 

 “옥봉아, 신영이가 이상한 얘기 하던데? 나가겠다고 했다면서?”

 “응. 너 불편할까봐.”

 “전혀 아니야. 오히려 네가 있어서 좋은 걸. 이렇게 같이 작업도 하고 그리고......”

 

 옥봉과 함께 한 시간들이 좋았던 이유는 뭐였을까. 어쩐지 말로는 표현되지 않았다.

 

 “그 때 왔던 여잔 사귀는 사이 아냐. 정확히 말하면 옛날 여자친구야.”

 “옛날?”

 “응. 내 첫사랑. 지금은 헤어졌어. 순전히 일 때문에 다시 만난 거야.”

 “그렇구나.”

 

 옥봉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나간다는 얘긴 없었던 거다?”

 “그래도......”

 “신영이 친구한텐 뭐라고 설명할 거야? 자꾸 사람들한테 알려지는 건 너한테 좋은 일이 아닐지 몰라.”

 

 시간여행의 단서를 찾기 전까지는 그녀를 보호해야 할 것 같았다. 재민의 말처럼 옥봉이 그에게로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알았어.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해.”

 “앞으론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잖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같이 해결하면 돼.”

 “응. 고마워.”

 

 옥봉은 가사가 적힌 노트로 시선을 돌렸다. 마지막 구절이 떠오를 듯 가물거렸다.

 

 『우리 둘 사랑이 초록 잎에 또르르 맺혔네요』

 

 “옥봉아, 뭐라고?”

 “마지막 구절로 이거 어떠냐구?”

 

 『우리 둘 사랑이 초록 잎에 또르르 맺혔네요』

 

 신후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마지막 구절을 읊던 옥봉이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옥봉의 의자에는 노트만 덩그라니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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