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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레포르마티오니스
작가 : 흔하디흔한인간
작품등록일 : 2017.7.11

마법사와 국가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한 왕의 이야기

 
심판
작성일 : 17-07-11 22:38     조회 : 469     추천 : 0     분량 : 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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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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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궁은 평화로워 보였다. 수백 년의 시간을 머금었기에 고풍스럽고 아름다웠다.

 한편 왕궁의 주인은 해가 중천에 걸려서야 잠에서 깼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빛바랜 천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투실투실한 손바닥을 들어 눈앞을 가렸다.

 “르판의 그 구역질나는 돼지새끼가 지어놓은 돼지우리가 이 몸이 사는 궁전보다 낫다는 소리를 듣다니.”

  그는 틀림없이 어제 파티에서 어느 귀족이 떠들던 이야기를 머릿속에 떠올린 것이 분명했다. 한껏 얼굴을 찌푸린 왕은 쉽사리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침대 밖을 벗어나지 않은 채로 몸을 뒹굴 거리는 것이 다였다.

 물론 뒤룩뒤룩 찐 살이 그가 몸을 움직이는데 에 있어서 방해가 되기도 하였지만 사실상 그의 천성 자체가 게으른 것이 문제였다. 게으른 왕에게 있어서는 왕가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뒹굴 거리기도 잠시 배가 고파진 왕은 큰소리로 집사장을 불렀다.

 “집사장 짐이 허기가 지니 어서 아침 정찬을 내와라”

 마치 돼지가 멱을 따듯 목청껏 불렀음에도 어째선지 집사장은커녕 아무도 오지 않았다. 왕은 기분이 나빴다. 분명 일어나자마자 떠올린 어제의 이야기도 불쾌했지만 자신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왕은 집사장에게 벌을 내리리라 결심하고 집사장을 찾기로 하였지만 그전에 국왕으로서 잠옷차림으로 왕궁을 활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옷을 입으려고 하였지만 역시나 보이지 않는, 시중을 드는 시녀들이 없자 옷을 입는 것도 만만치가 않았다. 왕은 어쩔 수 없이 잠옷 차림에 다리 길이와 맞지 않아 바닥에 질질 끌리는 기다란 망토를 걸치고 왕궁의 회랑으로 향했다. 잠시 뒤 회랑에 도착하고 나서야 이상함을 느낀 그는 눈을 굴렸다. 아무도 없었다. 그 넓은 궁전에 그 많고 많던 사람들이 오늘은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왕은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사람을 찾기 위해 왕궁을 돌아다녔지만 그렇게나 비좁게 느껴졌던 왕궁이 지금은 너무나 넓게 느껴졌다. 왕은 금세 지처 버렸고, 허약한 왕이 체력이 부족하여 몇 군데 돌아다니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만날 수가 없었다.

  왕은 울고 싶었다. 그에게는 지금의 알 수 없는 상황이 두렵기도 하였지만 처음 느껴보는 뱃속의 공허함이 지금 당장에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때문에 왕은 그에게 있어서는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렸다. 어디서라도 사람을 찾아야 했

 다. 왕이 그 누구도 대동하지 않은 채로는 처음으로 왕궁 밖으로 나간 것이다. 헥헥 거리며 문을 연 왕에게 보이는 것은 왕이 문을 연 그 순간 무언가를 느낀 새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광경이었다.  놀란 왕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지쳐서 옴짝달싹도 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멀리서부터 굉음이 들려왔다. 마치 왕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었던,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팡파레와도 같았다.

 

  브로튼 시의 정중앙에 위치한 광장에는 오늘 만을 위해서 법정이 가설되었다.  그 법정에는 도시 안의 모든 남자들이 모인 것 같았는데, 모든 사람들은 정중앙의 의자에 결박되어있는 비쩍 말라있는 청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청년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하게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단상이 있었는데 그 단상에는 3명의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 중 가운데 사람은 고귀한 신분을 알려주는 듯, 하지만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복장을 하고 그 머리에는 작은 왕관을 쓴 청년이었는데 그는 기본적으로는 선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입술을 굳게 앙다물고 있었다. 그의 오른편에는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 또한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었고 그는 꽤나 패기만만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 그 옷들과는 잘 어울렸지만 그 모습과는 달리 재판에는 심드렁한 듯 보였다. 왕관을 쓴 청년의 왼편에는 남자들만이 가득한 법정에는 보기 드물게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법관이라는 것을 뽐내려는 듯이 규정에 완벽히 들어맞게 법관 복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재판이 긴장이 되는 것인지 손가락 끝을 꼼지락거리고 뭔가를 자꾸 되뇌고 있었다. 마침내 저 멀리 교회에서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웅성이던 군중이 스스로 조용해지기를 기다린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낭랑한 목소리로 재판을 시작하였다.

 “지금부터 국가 반역죄를 저지른 혐의를 가진 용의자를 재판하려고 합니다. 굉장히 중대한 사안을 다루고 있는 만큼 이 자리에는 현재 국왕 대리로서 차기 국왕으로 즉위하실 윌리엄 왕세자님과 폐하의 차남이셨던 제임스 왕자님께서 나와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왕궁 차석 법관인 리엔이라고 하며 오늘 재판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죄인은 어서 고개를 들고 자신의 이름을 밝혀주십시오.”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지만 죄인이라 불린 의자에 묶여있는 청년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코를 골기 시작했다. 보다 못해 단상을 둘러싸던 근위병 중 가장 어린 병사가 그에게 다가가 그를 깨웠다. 그는 천천히 허리를 펴고 눈을 뜨기 위해 필사적으로 눈을 꿈뻑거렸다. 그러고는 자신을 둘러싼 재판정을 스윽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서 느껴지는 흉흉한 기세에 사람들은 두려워 눈을 피했지만 몇 명의 담대한 사람들만이 그와 눈이 마주쳐도 아무렇지 않아했다.

 “미안하지만 다시 말해주면 좋겠는데”

 “이름을 말해주시면 됩니다.”

 “앤드류, 앤드류라고 부르면 돼” 하지만 그를 바라보던 리엔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분위기를 읽은 것일까. 앤드류는 말을 이어나갔다.

  “성이 궁금한가보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고아라서 내게 내 아버지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아. 앤드류라고 부르면 그만이야. 그것도 싫다면 아무렇게나 말해도 상관없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선 리엔을 바라보았다. 잠시 당황했던 리엔은 화들짝 놀라더니 허둥지둥 재판을 이어나갔다.

  “그…….그렇다면 앤드류라고 하셨지요. 앤드류 당신은 어제 오전 11시경에 왕궁을 공격하여 왕궁을 파괴하고 국왕 폐하를 시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를 인정하시나요?”

 “그래”

 단 한마디의 말이었지만 광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단지 발악하는 범인을 보고 싶었던 구경꾼들은 팍하고 김이 샜고 또 달리 어떤 정보를 가지고 이 자리에 온 사람들에게는 눈을 반짝일만한 일이었다. 리엔은 선선히 죄를 인정하는 눈앞의 사람에게 당혹감은 느꼈다.

  “그렇다면 왕국 법에 의하여 죄를 인정하였기에 제 앞의 사람은 국가 반역죄를 저지른 죄인으로서 사형을 구형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은 죄인 앤드류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바입니다.”

  재판이 끝나려는 듯했다. 리엔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이렇게까지 빨리 허무하게 재판이 끝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죄인을 끌고 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앤드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분명 사형을 선고받고 죽음과 가까워졌지만 너무나 태연자약하게 리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어떠한 악의도 없이 순수하게 ‘여기서 끝내버려도 되는 거야?’ 하고 묻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설 법정에는 그런 의문을 가진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재판관은 잠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리엔은 고개를 돌렸다. 왕세자 윌리엄이 자상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재판관의 판결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제 개인의 호기심일지 몰라도 저 사람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만 제게 시간을 조금 주시겠습니까?”

  윌리엄의 말은 단순한 부탁은 아니었다. 차기 국왕으로서 즉위할 사람이라는 권위와 합쳐져서 마치 명령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리엔은 일개 법관의 몸으로 그 부탁을 거절했다.

  “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죄를 인정했고 그는 이제 사형수의 몸입니다. 저런 죄인의 말을 들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고해 주세요. 그녀의 말은 마땅한 근거 없이 자신의 생각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마치 부모에게 어리광을 피우는 것 같았다.

  “물론 그가 죄인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뒤의 이야기를 하나도 듣지 않은 채 급히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앞으로의 판결에 있어서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길 수 있음을 경계하고자 하는 일이니 유념치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윌리엄은 그녀를 마치 어르고 달래는 것 같았다. 리엔 또한 스스로가 재판을 유례없이 빨리 끝내려 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단지 그녀의 생각만으로 판단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왕세자가 덧붙인 걱정 또한 그 말이 한 치의 어긋남이 없었다. 그녀는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왕세자님의 뜻대로 하시길.”

 윌리엄은 고개를 끄덕이고 질문을 위해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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