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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운명을 삼키다
작가 : 우경
작품등록일 : 2017.6.23

어느날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깨어난 아키아.
세상엔 그가 모르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지하도(2)
작성일 : 17-07-11 20:38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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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은 중간에 허리가 끊어져 있었다. 무너진 잔해 밑으로 멀쩡한 계단이 보였지만, 계단과 계단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뛰어내리기 어려웠다. 계단으로 이동하길 포기한 아키아 일행은 끊어진 부근에서 또 다른 문을 발견하여 지하통로로 다시 나갔다.

  이번에 나온 지하통로는 갈림길의 연속이었다.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벽에 표시를 한 일행은 점차 쌓이는 표시를 발견했다. 같은 장소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이었다.

  공간 감각이 뛰어난 하스론은 돌고 있는 지하통로의 구조를 대번에 파악했다.

 “이 곳 통로의 구조가 생각보다 단순한 것 같아. 우리가 돌아다녔던 공간을 재구성해봤어. 매몰된 곳을 파악하면, 체스판과 비슷한 형태의 길이 나오게 돼.”

  하스론은 바닥에 낙서를 해가며 설명을 했다.

 “이처럼 지하통로는 단절된 층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 같고. 결국 주거 지역으로 통하는 통로까지 가려면 또 다른 계단으로 연결된 문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어.”

  그때부터 아키아 일행은 문을 찾아 벽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층에서 처음 발견한 문은 계단과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문과 연결된 널찍한 방은 광기어린 마법사의 실험실처럼 보였다. 바닥에 깨진 상태로 널려있는 비커와 매스실린더. 벽에 세워진 고치 속 기괴한 생물들. 투명한 고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이 분명한 생명체의 장기까지 과감 없이 보여주었다.

  기분이 불쾌해진 아키아 일행은 방에서 얼른 나왔다. 마지막으로 방에서 나오던 아키아는 고치 속에 든 눈알과 눈이 마주쳤다. 눈알밖에 없는 그것은 분명 아키아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키아의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뭐지? 이 지하도는? 이곳은 오이모스 부족의 생체실험장이야?”

  인상이 구겨진 하스론은 말락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니야. 이 지하도는 고대에서 비롯된 장소라고 알고 있어. 600년 전의 그날 이전부터 존재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장소였을 줄이야.”

  문 앞에서 서성이던 하스론이 물었다.

 “다 없애고 갈까?”

 “난 마지막에 고치 속의 눈깔이랑 마주쳤어. 그건 분명 날 보고 있었다고. 난 아무런 저항도 못하는 그런 걸 차마 없애지 못할 거 같다.”

  망설이던 하스론은 아키아의 말에 그들이 열었던 첫 번째 방에서 멀어졌다. 아키아도 말락과 하스론을 뒤따라 빠르게 발을 놀렸다.

  두 번째로 찾은 방은 첫 번째 방보다 비교적 작은 쪽방이었다. 작은 방의 한쪽 벽은 커다란 통유리로 되어 있고, 쪽방에서 다른 방을 관찰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유리 너머의 방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라와 뼈다귀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없었다. 언제 적 흔적인지도 모를 핏자국만이 통유리에 남아 당시 상황의 일부분을 알려주었다.

  표정이 점점 굳은 아키아 일행은 다음 문을 수색했다. 다행히 계단이 나온 이번 문으로 인해 그들은 몹쓸 장면을 보지 않고 지하로 내려갈 수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그들의 머릿속에 폭풍이 몰아쳤다. 발걸음을 느려지며 생각에 빠졌다. 이곳의 진상을 밝히고 싶은 마음. 하지만 600년도 더 전의 일을 밝혀서 무얼 할 수 있을까?

  역사학에 대해 눈곱만큼만 관심 있는 아키아 일행은 계단을 계속 내려가는 길을 선택했다. 어쩌면 관성의 법칙일 수도 있었다. 이미 한번 결정한 일에 대해 되돌리기 싫은······.

  계단은 다행히 무너진 부분이 없었다. 다만, 주거 지역이 있는 층까지 내려왔다고 보기엔 계단이 짧았다. 그들의 위치를 가늠해보면 절벽의 3분의 2의 지점으로 추정되었고, 주거 지역으로 가기 위해 아키아 일행은 계속해서 내려가야 했다.

  문제는 통로로 연결된 계단의 문이 단단하게 폐쇄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고리를 돌리고, 당기고, 밀어도 문은 꿈쩍을 안했다.

  아키아와 말락은 문을 여는데 휘마렌을 사용했다. 말락이 먼저 영롱하게 빛나는 칼을 들고 문의 실금을 따라 있는 힘껏 내리쳤다. 불똥과 흠집을 남긴 문은 누가 봐도 멀쩡한 모습이었다.

  자존심이 상한 말락은 정신을 집중해 한 번 더 칼을 내리쳤다. 태산과 같은 기세로 찍어 누른 칼질에도 문을 부수지 못했다. 강철이라면 가볍게 동강 났을 칼질에 문은 깊게 패인 자국만 남았을 뿐이었다.

  말락과 선수교체를 한 아키아가 검은 칼을 들고 문 앞에 섰다. 아키아는 검은색으로 인해 어두운 빛을 휘감은 칼을 들고 일격, 이격, 삼격을 연속적으로 퍼부었다. 정확히 말락에 의해 패인 부분을 노린 공격이었지만, 문은 미동을 하지 않았다.

  일순간에 힘을 쏟아내어 지친 아키아를 대신하여 말락이 문을 내리쳤다. 그렇게 둘은 번갈아가며 반복 노동을 했다.

  ‘벽인데 문이라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문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횃불만 들고 무료히 있던 하스론이 벌떡 일어났다.

  지쳐버린 아키아와 말락을 대신해 문에 다가간 하스론은 문고리를 잡았다가 빠르게 놓았다. 칼과 부딪치는 마찰에 의해 뜨거워진 문은 물론이고, 문고리 역시 손으로 잡을 온도가 아니었다.

  시간을 흘러 차갑게 식은 문고리를 잡은 하스론이 문을 밀자, 종이처럼 가볍게 밀린 문이 지하통로의 길을 열어주었다.

  잠시 계단에 앉아서 쉰 아키아 일행은 다시 주거 지역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을 재개했다.

  그때 그들은 지하통로를 흔드는 가벼운 진동을 느꼈다.

  진동을 무시하고 들어선 지하통로는 여태까지의 통로와는 다른 구조였다. 지하도의 중앙은 운동장크기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고, 통로가 원형으로 구멍을 감싸고 있는 형태였다. 구멍과 통로 사이는 투명한 재질로 막혀 있는데, 유리로 보이지 않는 그것은 아키아 일행이 처음 본 재질이었다. 그들은 구멍을 통해 지하의 수많은 층들을 볼 수 있었다.

  아키아 일행은 투명한 창 너머로 계단을 발견했다. 통로를 따라 반 바퀴를 돌자, 계단이 나왔다. 계단의 입구 또한 투명한 창으로 막혀 있었지만, 이는 다행히 말락의 힘에 의해 열렸다.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불편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한 층에서 다음 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그 층의 반대편으로 돌아가야 했다. 덕분에 아키아 일행은 각 층마다 통로를 빙 둘러보며 지하통로를 구경하였다.

  단단하게 폐쇄된 문을 경계로 지하통로는 구조만 다른 게 아니었다. 통로에 채워진 시설의 용도도 달랐다. 아키아 일행이 둘러보는 통로마다, 식당과 다양한 편의시설로 추측되는 공간들이 있었다.

  다음 층으로 가기 위해 발을 놀리던 아키아는 잠시 멈추고 뒤로 돌았다. 그는 지나쳤던 통로의 공간을 기웃거렸다. 스쳐지나가며 봤던 가죽재킷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아키아는 손에 든 가죽재킷을 살펴보며 말했다.

 “디자인 예쁜데?”

  그는 가죽재킷을 입었다. 살짝 넉넉한 크기의 재킷은 움직일 때마다 줄어들어 아키아의 핏에 딱 맞은 옷으로 변했다. 아키아의 몸에 딱 맞는 재킷은 그의 움직임에 맞춰 늘어나고 줄어들었다. 그래서 가죽재킷만의 꽉 끼는 불편함을 주지 않았다.

 “하스론! 말락! 이 재킷 어때? 여기 괜찮은 옷들 많아.”

  이미 계단 앞에서 아키아를 기다리고 있는 말락은 큰 소리로 말했다.

 “난 지하도의 물건을 입을 생각 없으니까 빨리 오기나 해!”

  하스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 아무 말도 없었다.

 “지들이 안 입는다는데 내가 어쩔 수 없지······.”

  나직이 중얼거린 아키아는 여벌의 가죽재킷 두벌을 챙겨서 가방에 넣고 계단을 향해 뛰었다.

  그때 아키아 일행의 귀로 날카로운 이명이 들렸다. 귀를 막은 아키아 일행이 가장 빠르게 느낀 것은 빛이었다. 여태까지 어둠에 둘러싸여 있던 지하도가 환하게 밝아지며 그들의 시각에 통증을 줬다.

  두 번째로 느낀 것은 진동이었다. 처음 느꼈던 진동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평범한 사람은 느끼기 힘든 진동이 지속적으로 느껴졌다. 네바론의 훈련과 휘마렌으로 인해 오감이 예민하게 발달한 아키아가 먼저 느끼고 곧이어 말락과 하스론 또한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진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아키아와 하스론의 표정이 굳어져, 진동의 진원지와 반대되는 방향을 향해 뛰었다. 아키아와 하스론처럼 오감에 대해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지 않은 말락은 눈치로 지금의 상황을 때려 맞췄다.

 “적?”

 “아마도. 정체는 모르겠지만 생명체 무리가 움직일 때 나는 진동이야.”

  말락과 하스론 옆으로 따라붙은 아키아가 설명해 주었다.

  계단은 어두울 때와 다르게 아래층을 향해 움직였다. 계단의 입구를 막은 창도 아키아 일행이 다가오자, 자동으로 열렸다. 통로의 편의시설들에서는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신나는 음악이 알아듣기 힘든 언어로 흘러나왔다.

  지하도의 바닥을 향해 거의 도착한 아키아 일행의 귀로 편의시설에서 들리는 음악과는 다른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드니 괴생명체들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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