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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 귀변사
작가 : 내가너를
작품등록일 : 2017.7.7

조선땅을 어지럽히는 요귀들을 없애기 위해
사도세자가 죽지도 않고 나섰다.
뒤주를 벗어난 몽한이여,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라!

 
강 아래의 아름다운 고을
작성일 : 17-07-11 14:46     조회 : 250     추천 : 1     분량 : 4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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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아래의 아름다운 고을

 

 

 "아버지 큰일 났어요!"

 

 이른 아침, 강화도에서 주막을 운영하는 달재의 주막으로 다 큰 아들이 뛰어 들어온다. 흔히 달재주막으로 불리곤 하는데 그리 큰 규모는 아니라도 방어진 군병들이 쏠쏠히 오고, 으레 큰 투전판을 열어 각지에서 투전꾼들이 몰리고는 했다.

 

 "이런 쌍놈의 새끼 어딜 쏘다니는겨? 바빠 죽겠는데 돕지는 않고!"

 

 주막일 이란게 대게 주방일과 같아서 부녀자들이 하기 마련이지만 이곳 달재주막은 마누라 없이 혼자 운영하는데다 군병들과 투전꾼들로 붐벼 달재는 항상 일손이 모자란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또 앞바다에 옷가지가 잔뜩 떠올랐어요."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술상이나 날라."

 

 "아이 참... 누가 아침 댓바람부터 술을 퍼마신데요."

 

 "투전꾼들이 밤낮 가리냐? 냉큼 못 움직여?"

 

 투덜대는 아들을 쏘아 붙이기는 했지만 돌아서는 달재의 마음도 편치 않다. 근 한달 넘게 돌모로(石毛老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의 얇고 긴 수로) 에 안개가 낀 아침이면 옷가지 수백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안개도 안개지만 전에 없던 괴이한 일로 어부들은 불길하다며 이런 날이면 하루 종일 출어(出漁)를 하지 않았다.

 

 ‘저 녀석이 자꾸 관심을 가지는게 어째 불안한데...’

 

 본디 바닷길이라는게 예측이 힘들어 미신에 약한 어부들이기는 하지만 관아에서도 대책이 없기에 어부들의 고민은 어느새 섬 전체의 고민이 되었다.

 

 채근을 받고 부산히 움직이던 아들이 손님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문을 박차고 나온다.

 

 "에이- 고약한 것들. 내 이 판에 다시는 끼나봐라!"

 

 밤샌 투전으로 기름떡이 져있는 얼굴에 옷과 갓은 구겨지고 망건은 비딱하니 척봐도 홍대감이다. 몰락한 양반으로 실제 대감이 아니라 잡객들 오고가는데 껴 놀아도 꼴에 양반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으니 장난 반 삼아 높여 부르길 홍대감이라 칭한다. 놀고먹기 좋아하는 주제에 저도 대감 소리 듣는 건 좋은지 아주 투전판 단골이다.

 

 ‘허이구, 저 미친놈. 살기는 도성 근처에 산다더니 예까지 와서 잡기(雜技 잡다한 노름) 람? 보아하니 또 다 잃었구만.’

 

 "이봐 주인장. 값은 나중에 치를 테니 술이랑 안주 몇 개만 내와 봐."

 

 "벌써 외상이 몇 번 인줄 아세요? 이번엔 안됩니다요."

 

 "어허, 이 사람이. 한두번 보는 얼굴도 아니고 이렇게 인색하게 굴 거야?"

 

 홍대감이라 불리는 이의 이름은 홍낙춘. 저렇게 이름대로 살기도 힘든데 정녕 봄처럼 즐기던 낙춘이 갑자기 누군가를 보고 반색을 한다.

 

 "아니, 너는 덕로 아니냐? 우리 아들이 이 먼 곳까지 무슨 일이냐, 나 때문에 일부러 온 게냐?"

 

 건장한 체구에 뚜렷한 이목구비로 어디서나 잘 생겼다 소리들을 법한 얼굴. 또 그에 못지않게 날래게 빚은 몸매의 청년이 서 있다.

 

 "아버지 뵈러 온 거 아니에요. 제가 일이 있어서 왔어요."

 

 제 한심한 아버지가 못마땅한 덕로는 차게 말하고 앉을 곳을 찾았다. 천성이 워낙 놀기를 좋아해 밤에는 기생집, 낮에는 투전판이나 전전하며 온가족 고생시키는 낙춘이니 그 아들이라고 말이 곱게 나오지를 않는다. 

 덕로는 말을 증명하듯 일부러 제 아비와 멀리 떨어져 앉아 무언가를 기다린다.

 

 그렇게 한시진이나 지났을까. 달재주막에 또 한쌍의 묘한 손님 둘이 들어온다. 도포차림의 이립(而立) 이 채 안 돼 보이는 사내 그리고 그 옆을 지키는 10세쯤 되어 보이는 동자승. 몽한과 승호다. 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 몰라도 둘 다 제법 귀해 보이는 것이 이곳 달재 주막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둘은 본디 개성으로 가기위해 파주를 질러 임진강변까지 도달 했으나 승호가 태어나 한 번도 바다를 못 봤다는 말에 배를 얻어 타고 이곳 강화까지 이른 것이었다. 앞으로 내륙으로 접어들면 바다 볼 일이 드물다는 것이 한 몫 했지만 몽한 역시 굳이 길을 돌린데 이유가 있다.

 

 불과 백년전 청의 침입으로 선왕인 인조가 삼배구고두례 (三拜九叩頭禮 세 번 절하고 머리를 아홉 번 조아리다) 의 굴욕을 당했던 섬. 이곳에는 어떤 조선의 한이 서려있을까?

 한강 하류가 빠져나가는 곳에 위치해 강아래 아름다운 고을 이라는 이름 강화.

 왠지 모를 끌림으로 도착한 그들에게 달재가 말했다.

 

 "저기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요?"

 

 섬이라는 특성이 늘 낯익은 사람들만 보기 십상이고, 낯선 자들은 투기나 하러 오는 자들로 척보면 행색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 저기 떠돌며 유람하는 나그네일세. 한 며칠 강화에서 머물려 하니 방 좀 봐줄 수 있겠나?"

 

 "방이야 있지만 워낙 소란스러워 행락객들이 잘만하지가 못할 것입니다. 차라리 바로 옆에 저희 어머니가 따로 사시는 집에 빈방이 있는데 거기서 지내시렵니까?"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네."

 

 "오래 안 쓰던 방이니 청소도 좀 하고 준비 하고 모시겠습니다. 잠시 앉아서 목이나 축이시지요."

 

 사실 어느새 변한 몽한의 말투는 순전히 승호의 핀잔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양반이 상민들에게 존대를 하느냐고, 어색해 죽겠으니 하지 말라는 말을 의정부를 떠나온 이래 수도 없이 들었던 몽한이다.

 

 그렇게 둘이 앉아 작은 술상을 받으니 몽한의 얼굴이 밝아진다. 원래 애주가임에도 출궁 이래 잊고 살다 오랜만에 마주 한 것이다. 사발에 부어 물처럼 넘기는데 한 사내가 말을 붙여온다.

 

 "안녕하십니까. 외람되지만 잠시 시간을 내어줄 수 있겠습니까?"

 

 "그대는 누구신가?"

 

 "덕로라고 불립니다."

 

 몽한이 보니 차림새는 보잘 것 없으나 아직 앳된 얼굴에도 제법 풍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덕로라.... 나는 이몽한이라 하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서 있지 말고 옆에 앉아 이야기 하지 그러나."

 

 제안대로 승호와 몽한의 사이에 앉은 덕로가 말했다. 오랜만에 술을 한잔하니 마음이 풀려 그런가 쉽사리 경계를 놓은 몽한은 다음 말을 듣고 술상을 엎을 뻔 했다.

 

 "제가 재주가 조금 있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봅니다. 귀(鬼)하신 분께서 구미호 한 마리와 함께 하시니 사연이 궁금해 이리 말을 걸었습니다."

 

 

 강화도 황청리 어느 어촌

 

 어부로 먹고사는 상구는 낚시그물을 짊어지고 씩씩대며 배로 성큼 걸어가는데 몇몇이 따르며 그를 말린다. 하지만 상구는 전혀 들을 마음이 없어 보인다.

 

 "이보게 상구, 왜 굳이 오늘 나가려고 해."

 

 "형님, 등기리(숭어의 옛말) 가 천지에 깔려서 잡기도 바쁜데 이게 벌써 몇 번째에요."

 

 "내 고기잡이 20년 동안 저런 꼴은 본적이 없어. 이럴 땐 안 나가는게 상책이라고."

 

 "이러다 저희 가족 다 굶어 죽습니다. 같이 나가자 안 할테니 말리지들 마세요."

 

 안개가 끼면 옷가지가 떠오르는 건지, 옷가지가 안개를 부르는 건지는 몰라도 한주에 한번 꼴로 이러는데다 한번 돌모로에 옷이라도 떠오르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 며칠 출어를 안 하니 상구는 혼자서라도 나가려는 셈이다.

 

 "하다못해 안개라도 걷히면 나가라고!"

 

 그런 상구를 위아래 어부들이 말리건만 상구는 기어이 낚싯배를 타고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갔다. 바다에 둥실 떠있는 옷가지들을 헤치며 안개 속으로 점점 사라지는 상구를 모두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쳇, 다들 겁은 많아서. 내가 멀쩡히 다녀오기라도 해봐라. 다들 못나가 안달일 테지.’

 

 불현 듯 떠오르는 옷가지들에 대해 설왕설래는 많았다. 청(淸)에서부터 떠내려 온 거라는 둥, 어느 할 일 없는 부자가 옷을 풀어 장난을 친 거라는 둥. 상관없다. 어차피 이대로 가다가는 굶어죽을 판이다.

 

 바다로 나와 보니 떠다니는 옷은 생각보다도 많아 걸핏하면 노에 걸리기 일쑤였다. 나아갈수록 안개는 짙어져 이제 육지는 사방 어디에도 보이지가 않았다.

 

 ‘막상 나오고 보니 불안한데...대체 다 어디서 온 옷들일까...’

 

 다시 뱃머리를 돌릴까 고민하는 상구 옆전에 물 튀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고, 그럼 그렇지. 그 많은 등기리가 어디 갔을까. 상구는 서둘러 그물을 돌려 잡고 던졌다. 능숙하게 던진 그물을 걷기 시작하니 묵직한 느낌이 온다.

 

 ‘혼자 잡아가면 값도 제법 받을 거란 말이야. 내 아주 뽕을 뽑고 가야겠다.’

 하지만 진즉 올라와야 할 그물이 아무리 용을 써도 제자리인데 스산한 기운까지 몰려든다.

 

 ...뭐...뭐야...?

 

 상구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희뿌연 안개 속, 물에 반쯤 잠겨 서서히 다가오는 수백의 그림자였다.

 

 

 

 "내가 보인다는 거냐?"

 

 놀라죽겠는 몽한과 달리 승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침착하다.

 

 "그래. 사람 흉내를 내고 있지만 난 네가 보인다. 아직 어리구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조선땅은 구미호가 다녀서는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단 말이냐?"

 

 덕로는 가볍게 웃었다.

 

 "나야말로 사연이 듣고 싶다 했을 뿐, 너를 타박이라도 했더냐? 아니면 뭐 찔리는 구석이라는 있는가 보지?"

 

 "말투가 원래 이러니 이해해라 하찮은 것아. 그리고 사연이 있다한들 내가 그걸 너에게 털어 놓을 의무라도 있냐?"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사연이 없지는 않나보구나. 그렇게 고귀하면 꼴을 드러내고 다닐 것이지 왜 숨기고 다닌다는 말이냐?"

 

 살얼음판 같은 대화를 몽한이 가만 듣고 있자니 꼭 애들 말싸움 같아 백주대낮에 주막 한가운데서 싸움이라도 벌릴 기세다. 혹여 누가 들을까 조용히 타일렀다.

 

 "이러다 싸움 나겠구나. 종(種)이 달라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 듯하니, 하고 싶은 말은 둘다 나에게 하여라."

 

 이어 덕로에게 말했다.

 

 "사연을 물었나? 다 말하기는 힘들지만 뜻이 있어 전국을 유람하고 있다네. 여기는 내가 애완삼아 데리고 다니는 구미호이고. 이름은 승호라고 한다네."

 

 "뭐? 애완!?"

 

 "어허, 이놈. 잠자코 네가 이 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어서 해라."

 

 눈이 치켜 올라가던 승호는 이 일은 뒤에 따지기로 하고 우선 하고 싶은 말을 몽한에게 귓속말로 했다.

 

 "네까짓 놈한테 말 할 이유가 없다. 썩 꺼져라."

 

 몽한이 흠흠 대며 순화 시켰다.

 

 "그걸 왜 묻냐고 하네만."

 

 "제가 이곳에 오고, 둘을 만난 건 우연이 아닙니다. 제가 일부러 먼 길을 찾아 온 것입니다."

 

 승호와 몽한은 뜻밖의 이야기에 눈을 껌뻑였다. 잠시 뜸을 들이던 덕로가 말했다.

 

 "이몽한님이라 하셨지요. 그 여행에 저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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