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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12화. 시간여행의 키워드
작성일 : 17-07-11 10:03     조회 : 379     추천 : 1     분량 : 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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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봉아, 나쁜 꿈 꿨어?”

 

 옥봉의 눈앞에 신후가 있었다. 황망한 표정으로 그녀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도 악몽이야?”

 “악몽이라기보단 알 수 없는 꿈.”

 “알 수 없는 꿈?”

 “내 몸이 종이에 칭칭 감겨 있었어. 아무리 움직여도 벗어날 수 없더라구.”

 

 옥봉은 서늘한 기분이 들어 두 팔로 몸을 감쌌다.

 

 “며칠 전에도 비슷한 꿈을 꿨거든. 바닷가에서 몸이 종이로 칭칭 감긴 채 발버둥치는 꿈이었어.”

 “괜찮아, 꿈이잖아.”

 

 신후는 그녀의 두 팔로 감싸인 어깨 위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다.

 

 “옥봉씨의 말년에 대한 기록이 정확치 않아. 자신의 시가 적힌 종이를 온몸에 겹겹이 감고 중국 어느 해안까지 떠내려갔다는 구전도 그 중 하나야.”

 

 언젠가 신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입에서 입으로 떠돌았다는 그 끔찍한 이야기가 사실일까. 사실이어도, 사실이 아니어도, 그녀의 삶이 해피 엔딩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 오기 전 둑섬에서 살 때 말야. 많이 힘들었어?”

 “느닷없이 이별을 당했고 친정에서도 날 외면했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살던 중이었어.”

 “많이 괴로웠겠구나.”

 “하루하루 견디며 살았지. 그나마 시라도 쓰지 않았다면 더 힘들었을 거야.”

 

 소라와 알 수 없는 이별을 한 후 신후도 비슷한 견딤의 시간을 보냈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싱어송라이터로 데뷔를 하고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는 행복한 시간의 한켠에는 항상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옥봉이 자신의 그늘을 걷어낼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근데 여기 와서 많은 게 달라졌어.”

 “뭐가?”

 “여기선 괴로움을 잊을 때가 많아. 오늘처럼 꿈을 꾸면 어쩔 수 없이 되살아나지만.”

 “여기 와서 좋은 것도 있네?”

 “좋은 거 많아. 너랑 신영 언니 만난 것도 그렇구. 내가 여기 와서 힘들어 한다고 생각했구나?”

 

 신후도 마찬가지였다. 옥봉과 만난 후부터 일과 사람들에 치였던 마음이 치유되는 듯했다.

 

 ***

 

 “신후야. 이번에 프로젝트 앨범 기획 중인데 네 곡도 들어가면 좋을 거 같아. 이번 앨범에 쓰려고 데모(미완성 단계의 음원) 만들어놨던 거 말야.”

 

 워커홀릭인 정우가 새로운 작업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형은 프로듀싱하고 결혼한 거 같아.”

 “놀면 뭐 하냐? 한 푼이라도 벌어야지.”

 “컨셉이 뭔데?”

 “초여름의 사랑 같은, 풋풋한 초록 빛깔 느낌?”

 “어렵다, 어려워.”

 

 신후가 소라와 만나던 시절에 작곡한 곡들은 온통 초록 빛깔이었다. 그 시절 신후의 뮤즈는 오직 그녀뿐이었다.

 

 “재밌겠다. 한번 해볼게.”

 “곡 분위기가 가볍고 통통 튀니까 가사만 잘 붙이면 초록초록한 분위기 날 거야. 으악!”

 

 정우는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민주희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 있기만 해도 화보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를 볼 때마다 정우는 매번 놀라곤 했다.

 

 “노피디님, 안녕하세요. 지난 겨울에 뵀었죠.”

 “그래요. 무슨 일로? 아, 에단 보러 왔구나?”

 “오빠!”

 

 신후는 주희를 본 체 만 체 하며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

 

 “오빠 스케줄 알아내려고 매니저 오빠 졸랐어요. 기분 상한 거 아니죠?”

 “기분 상하긴. 근데 나 일이 있어서 가 봐야해. 다음에 보자.”

 

 불편한 자리는 가능한 빨리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주희가 사심을 가득 안고 신후의 앨범에 지대한 도움을 주긴 했지만 고마움 이상의 감정이 일지는 않았다.

 

 “나도 촬영 있어서 가봐야 해요. 잠깐 할 얘기 있어서 일부러 왔어요.”

 

 자신을 피하려는 걸 알아챘는지 주희가 서운한 표정을 드러냈다.

 

 “이번 애드 시런 내한공연 우리 회사가 주최한 거 알죠? 공연 때 국내 가수랑 콜라보를 했으면 한대요.”

 “그래?”

 

 이번에도 그녀는 신후가 외면하기 힘든 미끼를 들고 왔다.

 

 “후보가 몇 명 있긴 한데 여러 모로 오빠가 제일 어울릴 거 같아요. 내가 적극 추천하고 있어요.”

 “그래?”

 “반응이 ‘그래?’가 다에요? 성사되면 오빠한테 많이 도움될 거 같은데. 물론 애드 시런한테도 행운이지.”

 

 해맑게 웃는 주희에게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거절해야 할 것 같았다.

 

 “미안하다. 내한 때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거절한다고? 말도 안 돼.”

 “자꾸 네 신세 지는 것도 미안하구.”

 “오빠, 그럴 필요 없......”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후가 후다닥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주희의 얼굴은 울상이 되었다. 저 남자의 마음은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

 

 “풋풋한 느낌?”

 “응. 시간 날 때 한번 써 봐.”

 

 정우의 제안을 들었을 때 신후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사람, 옥봉만이 떠올랐다. 조선이 아닌 현세에 살았다면 그녀의 삶도 완연한 초록이었을 것이다.

 

 “이거 듣고 나면 훨씬 도움이 될 거야.”

 

 신후는 옥봉에게 데모를 들려주었다. 옥봉의 고개가 멜로디에 맞춰 까딱까딱 움직였다.

 

 “물방울이 또르르 구르는 느낌이야.”

 “그래?”

 “잘 될지 모르겠지만 한번 해 볼게.”

 “나랑 같이 완성하면 되니까 부담 안 가져도 돼. 그냥 떠오르는 대로 해.”

 

 식탁에는 옥봉이 차려놓은 갖가지 반찬들이 한가득이었다. 어려서부터 늘상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을 그리워하던 신후였다.

 

 “와, 대단한 식탁인걸.”

 “입맛에 맞을까? 요즘 반찬이랑 좀 다를 텐데.”

 “아냐, 내 입맛에 딱이야.”

 

 거실 창밖으로 해가 기우는 모습이 보였다. 저녁 무렵의 햇살은 사람의 기분을 묘하게 어루만진다. 따스한 듯도, 황망한 듯도, 설레는 듯도 한 기묘함.

 

 “조선에서도 이 시간쯤이면 항상 강가를 산책하곤 했어. 기분이 묘해지거든.”

 “그랬어? 나도 비슷한 기분인데. 여행지에서도 강을 찾아 헤매게 돼.”

 “네가 어릴 적 살았던 곳은 어땠어?”

 “영국 작은 시골 마을에 살았는데 거기도 강이 있었어. 형이랑 강가에서 주로 놀았지. 강을 보면서 기타도 치고 노래도 하고.”

 “네 영감은 강에서 나오는구나?”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린 신후에게도, 어른이 된 신후에게도 강은 언제나 좋은 친구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어 주었다.

 

 ***

 

 “옥봉씨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 뭔지 생각해 봐. 인생의 키워드 같은 거 말야.”

 “키워드?”

 

 옥봉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재민은 나름대로 궁리를 한 모양이었다. 판타지나 사후세계, 우주 같은 비현실적 이슈들은 언제나 재민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가 만든 노래들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별이나 사랑, 외로움 같은 감정, 그리고 시.”

 “음. 나나 형처럼 관심사가 다양하지 않아 다행이야. 몇 가지 키워드로 추릴 수 있으니까.”

 “그런가? 하긴 네 키워드를 다 열거하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거야, 그치?”

 “빙고.”

 

 옥봉의 키워드로 시간여행의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까. 단서를 찾은 후에는?

 

 “자, 그럼 그 키워드들이 물리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것들인지 생각해 보자.”

 “이별이랑 사랑은 연인이란 실체가 있겠지. 옥봉이한텐 조원이란 사람이지. 나쁜......”

 

 조원이란 이름을 떠올리자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솟구쳤다. 나쁜 자식, 아니 나쁜 조상님 같으니라구.

 

 “외로움은 어때? 이십대 초반 여성이 갖는 외로움의 실체는 뭐지?”

 “조선에선 가족, 연인, 친구와의 단절 때문이었던 거 같아. 여기선......”

 

 옥봉이 이곳에 와서 느끼는 외로움이란 무엇일까. 신후와 신영을 안심시키듯 애써 미소 짓는 그녀에게 이곳은 얼마만큼 외로운 장소일까.

 

 “여기선 형이랑 신영 누나 말곤 모든 게 낯설 테니까 온통 외로움 투성이겠지.”

 “그렇겠다. 그럼 시는?”

 “내 생각엔 이 모든 게 집약된 실체가 시 같아. 모든 게 시 속에 표현되잖아.”

 “그건 그렇지.”

 

 시, 옥봉의 시. 시간여행의 중요한 단서가 그녀의 시일까.

 

 ***

 

 “신후야, 한번 들어볼래?”

 

 옥봉이 노트를 들고 시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종남산 절벽에 푸른 비 걸렸네/대궐에는 가랑비 흩어지는데 서쪽 누각은 개었네/구름 흩어지며 햇살이 새나오는데/너른 하늘에 소나기, 강을 건너 지나가네』

 

 “제목은 ‘비’야.”

 “비......”

 

 신후는 옥봉의 노트에 적힌 시를 음미하듯 천천히 훑어 보았다. 통통 튀는 비보다는 은은하게 지나가는 비의 느낌이었다.

 

 “종남산은 남산이야. 지난번 신영 언니가 알려줬거든.”

 “남산에 비가 내리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느낌이네. 경복궁 쪽엔 가랑비가 내리고 서쪽 인왕산은 오히려 비가 개었다는 거구나. 구름 사이로 언뜻 언뜻 햇살이 비치고 소나기가 유유히 한강을 지나가는 모습......”

 “어때, 괜찮아?”

 “비가 강 위로 은은하게 내리는 그림이 그려져. 너무 운치 있다.”

 

 신후는 다시 한번 데모를 들어보았다. 통통거림과 은은한 느낌, 풋풋하고 사랑스런 분위기가 절묘하게 뒤섞이면 멋진 곡이 탄생할 것 같았다.

 

 “옥봉씨 시가 결정적인 키워드야.”

 

 재민의 말이 귓가를 울렸다. 신후는 그녀의 시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시와 시간여행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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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07-25 11:19
 
그렇죠, 현실이 바로 집약된 시지요. 문장마다 명문이네요. 감탄! 감탄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이류수 17-07-26 10:37
 
응원의 글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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