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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녀 류하 시리즈
작가 : 루날
작품등록일 : 2017.7.9

비정한 청부업자들과 범죄조직들이 판치는 부산을 배경으로, 오갈 데 없는 한 소녀가 방황한다. 무기력하고 무감정한 소녀가 거친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며 성장하는 하드보일드하고 피카레스크한 이야기, 지금 여기서 개막.

 
3 - 소녀는 돌아보지 않는다
작성일 : 17-07-10 20:46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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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소담은 어디 가고 운전석에 전봇대가 앉아 있었다.

 그게 그냥 단순히 오토바이가 전봇대에 부딪힌 거라는 걸 이해하기까지는 조금 걸렸다. 적토마는 스스로의 속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기둥을 들이받아 버린 것이다. 마치 제 주인을 닮아,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같은 모습이었겠지. 아아, 정말로 충직한 말이었다. 이제는 수명을 다 해버린 말이여, 편히 잠들기를.

 라고 말해도 한가롭게 오토바이의 명복이나 빌어줄 때가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도 여전히 꼴사납게 적토마의 시체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누가 소담 아니랄까봐 줄을 참 억세게도 묶어놓았다. 오히려 풀려고 발버둥칠수록 더 세게 조여오는 기분이었다.

 왠지 지나가던 사람이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야 씨발 뭘 봐! 꺼져!”

 그는 겁에 질려 순순히 꺼졌다. 좋아. 생각해보니 주머니에 커터칼이 있었다. 겨우 묶인 걸 풀어내자마자 반동으로 바닥을 굴렀다. 게다가 겨우 참아왔던 멀미가 갑자기 쏠려와서 바닥에 속을 다 게워냈다. 그래봐야 뱃속에 든 건 차랑 술 정도밖에 없다. 그래서 더 쓰릴 뿐이다. 잠깐, 쓸개즙 나왔어. 속 쓰려.

 가만히 있어봐야 사람들 구경거리가 될 뿐이다. 그러다 누구 한 명 112에 신고하는 날이면 끝난다. 그냥 빨리 소담을 찾아서 튀던가 해야지. 소담이 갈 곳이라고는 뻔했다. 량차오의 본거지.

 내가 가봤자 무슨 일이 일어났든 다 이미 끝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달렸다. 1층 엘리베이터 앞부터 시체, 아, 죽지는 않았으니 다행히 시체는 아니구나. 쓰러진 정보원들이 줄지어 있는 걸로 봐선 이미 늦은 모양이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지만 반응이 없었다. 고장인가. 발로 툭툭 건드려보니 열렸는데, 엘리베이터가 추락해 있었다. 보아하니 누가 엘리베이터 도르래를 자른 모양이었다. 그리고 세게 남은 발자국을 보면, 도르래를 자르고 나서 벽을 타고 맨 윗층으로 쳐들어간 모양이다.

 이런 괴물 같은 짓을 할 사람이라고는, 가능한 사람이라고는 딱 한 명밖에 없다. 미친 년이 계단 느리다고 멀쩡한 엘리베이터를 부수고 벽을 타고 올라가다니. 그게 사람이 가능한 일인가?

 나는 어쩌라고?

 별 수 없다. 계단을 달렸다. 가로막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맨 위층에서 벌어졌을 뭔가를 막으러 달려간 거겠지. 맨 윗층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신경조차 쓰고 싶지 않은데. 누가 좀 가는 길이라도 막아줬으면 좋겠지만 정말로 아무도 튀어나오질 않았다.

 맨 윗층에 다다랐을 때 보인 건 시산혈해. 아, 아무도 안 죽었고 피도 별로 안 흘렀으니 시산혈해는 아니구나. 아무튼 산더미처럼 쌓인 기절한 사람들. 구석에 찡그린 채 액자를 껴안은 량차오. 먹다 남은, 구린 냄새가 나는 마파두부. 한 가운데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소담과 함달 할아버지.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물어본다고 대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저기, 하고 말을 건네기가 무섭게 소담이 함달 할아버지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바로 함달 할아버지의 관자에 직격하려는 도끼의 옆면.

 허나 함달 할아버지의 검법은 ‘묵수.’

 

 공수반은 묵자를 아홉 번이나 공격하였으나

 묵자는 허리띠를 풀어 성책을 만들고 방패 대용의 기계를 만들어

 공수반을 아홉 번이나 막아내었다.

 

 커다란 칼집을 기둥으로 삼아 원 형태의 영역을 그려낸다. 영역 안이 바로 ‘묵수’의 영역이다. 이 안에서는 어떠한 공격도 소용 없다. 함달은 절도 있는 검법으로 소담의 도끼를 막아내었다.

 뒤이어 소담의 연격이 날아들지만 소용없다. 칼집을 중심으로 그려진 원을 따라, 함달 할아버지는 보법을 밟는다. 물 흐르는 듯한 보법에 절도 있는 검법이 더해져, 소담의 도끼는 원 바깥으로 빗겨나간다.

 원과 보법을 이용한 방어, 그것이 묵수의 핵심.

 사실 까놓고 보면 소담 쪽이 완전히 불리한 것은 아니었다. 소담의 도끼술은 마차와 같다. 진심으로 부딪힌다면 ‘묵수’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부숴버리고 량차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담은 진심이 아니었다. 소담은 함달을 죽일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한번, 신묘한 보법과 칼질이 맞물려 소담의 도끼를 튕겨낸다. 소담은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지만 고작 그 정도로 호락호락하게 넘어질 소담은 아니었다. 소담은 다시 한 번 함달 할아버지의 ‘묵수’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것은 소담도 ‘묵수’의 약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묵수’는 어디까지나 방어를 위한 검법이다. 적이 ‘묵수’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묵수’는 아무것도 아니다. 철저하게 공격성이 배제된, 어디까지나 영역 확보를 위한 검법인 셈이다.

 부서지지 않는 창과, 부서지지 않는 방패의 싸움.

 영원한 싸움이다. 체력이 먼저 떨어지는 쪽이 패한다. 척 보기에는 아직 젊은 소담이 우세해 보이지만, 소담은 이미 다른 놈들을 쓸어버리느라 지친 상태이다. 그렇다고 함달이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나이가 있으니까.

 캉! 하는 소리와 함께 서로 튕겨져 나왔다. 잠깐의 거리가 생겼다. 둘은 곧바로 달려들지 않고, 숨을 가다듬었다. 소담이 입을 열었다. 아, 이제야 무슨 일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겠군.

 “할아범! 비켜! 난 댁을 상대할 시간이 없다고!”

 “할아범! 절대 물러서지 마! 명령이다!” 뒤에서 량차오가 액자를 껴안은 채 소리쳤다.

 “넌 아가리 닥쳐!”

 함달 할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명령을 수행할 뿐이다.

 “야, 너 이 그림이 얼마짜린지나 아냐?”

 “씨발 돈 따위 좆이나 까라고 해,”

 “고작 돈이라니, 아무리 니 동생 그림이라지만 그래도…….”

 동생 그림? 그래, 저 액자가 바로 어제 내가 훔쳐 온 바로 그 그림이군. 순간 애초에 소담이 여기를 찾아왔던 이유를 까먹을 뻔 했다. 분명히 저 그림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닥쳐! 난 저 그림을 당장 부숴버려야겠어!”

 

 잠깐, 잠깐만, 뭐?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잠깐만, 부순다고요?”

 “내 동생이 그린 그림을 내가 부순다. 뭐, 나만큼 그 역할을 떠맡기 적절한 사람이 있나?”

 “아니 그래도, 당신 동생 그림이잖아요!”

 “알아. 하지만, 내 동생이 죽기 전에 부탁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어!”

 소담은 다시 함달에게 달려들었다. ‘칠살’ 함달에게 다가가는 발걸음부터가 하나의 흉기 같다. 그리고 또다시, 함달은 막아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쇄 공격도 함달은 다시 막아낸다. 의미없는 체력 소모전. 이래서야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나는 슬금슬금 량차오에게 다가갔다. 아직 어린애지만 잠입은 특기다.

 그리고, 량차오에게 몰래 다가가,

 

 커터칼로 그림을 찢어버렸다. 공업용 커터칼은 사정없이 액자를 뚫어버렸고, 그 밑에 주욱 1자를 그어버리고 나서도 여전히 예리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작은 소리가 큰 소리를 멈췄다. 커터칼이 종이를 부우욱 긁었을 뿐인데, 쇠와 쇠가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까지 찢어져버렸다. 리모콘의 음소거 버튼을 누른 듯 방 안의 소리가 사라져버렸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게 차라리 아예 공간이 얼어버린 것 같았다.

 짝. 짝. 짝. 아무도 반응이 없으니까 위화감이 들어서 손뼉을 쳤다. 그래도 반응이 없었다.

 “다들 괜찮은 거 맞죠?”

 나는 뺨을 꼬집었다. 일단 꿈을 꾸는 건 아니구나.

 그리고 3초가 지났다.

 난리가 났다.

 “야 이 씨발년아!”

 “좋아! 잘했어! 푸하하하하하하하하!”

 량차오는 뒷목을 잡고 쓰러질 기세였고, 소담은 아까까지의 살벌함은 어디가고 바닥을 뒹굴며 웃기 시작했다. 함달 할아버지는 희안한 걸 본다는 듯이 허 참, 하고는 계단을 걸어내려갔다. 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넌 씨발 그만 쳐웃어!”

 “좆까 병신아!”

 “다들 그만 좀 해요. 그깟 그림 쪼가리 가지고 애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아요?”

 “그걸 찢어버린 게 누군데!”

 “저 언니가 찢어버리겠다고 한 이상 어차피 찢어질 운명이었어요. 받아들여요.”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언니도 좀 그만 웃어요. 남 오토바이에 묶어놓고 혼자 가버린 주제에.”

 “그럼 넌 이 상황에서 웃음이 안 나오게 생겼냐?”

 아, 모르겠다. 내가 신경 쓸 일은 이제 없다. 그러니까 날 놔줘. 집으로 보내줘. 애초에 난 여기에 끌려온 거라고. 진짜 이젠 한현의 얼굴이 다 그리워 질 지경이었다.

 “너 이게 얼마짜린지 알어?”

 “그래요, 제 몸값보단 비싸겠죠. 근데 댁 목숨값보단 싸지 않겠어요? 저거 안 내놓으면 저 언니가 완전 죽일 것 같던데?”

 “이런 씨발, 니가 저걸 부숴버리는 바람에 여기 있는 우리 전부 아카-카이 놈들한테 죽게 생겼다고! 너, 나, 우리 전…….”

 “잠깐만, 너 씨발 지금 아카-카이라고 했냐?”

 갑자기 일이 더럽게 꼬이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소담의 눈에 살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격이 다른 게, 진짜로 량차오를 죽여버리기라도 할 기세였다. 지금 당장 함달 할아버지를 도로 모셔와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정도 살기라면 함달 할아버지가 진작에 눈치채고 달려올 만한데, 아래층에서는 미동도 느껴지질 않았다.

 “어, 그게, 아니, 저.”

 량차오는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뭔진 몰라도 량차오가 다 잘못한 건가 보다. 암. 뭔지는 몰라도 둘이 알아서 잘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제발 저는 빼 주시구요.

 “내 동생을 죽인 놈들에게 내 동생 그림을 팔려고 했다고?”

 죽어도 싸네. 량차오가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었다. 나는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가지길 바라며 먼저 내려왔다. 벌써 핸드폰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려 하고 있었다.

 “으아악! 씨발! 사람 살려!”

 “아가리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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