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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녀 류하 시리즈
작가 : 루날
작품등록일 : 2017.7.9

비정한 청부업자들과 범죄조직들이 판치는 부산을 배경으로, 오갈 데 없는 한 소녀가 방황한다. 무기력하고 무감정한 소녀가 거친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며 성장하는 하드보일드하고 피카레스크한 이야기, 지금 여기서 개막.

 
5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작성일 : 17-07-10 20:37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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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야, 여기가 거기냐? 안에 들어가서 죽어라 패면 돼?”

 소담이 으적거리는 뼈소리를 내며 손을 풀었다. 벌써부터 사람 팰 준비가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소담은 주먹을 쓰는 게 아니라 고무 곤봉을 쓰기로 하지 않았나? 뭐, 사람 패는데 꼭 무기를 쓰라는 법은 없으니 상관은 없겠지. 어차피 내 알 바는 아니다.

 “아니, 우리 일은 그냥 정보만 빼 오는 거야. 사람 족치는 거랑은 아무 상관없다고.”

 “‘정보를 빼온다’는게 아가리 벌릴 때까지 사람을 패는 걸 말하는 게 아냐?”

 “너 아까 전에 량차오가 말할 때 뭐 들었냐?”

 “어……. 이번엔 사람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거?”

 “그래, 그거라도 들어서 다행이다.”

 한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참 깊어 보이는 한숨이다. 소담이랑은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엔 내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까 넌 왜 따라왔어?”

 “엄청 일찍 물어보시네요. 아저씨 조수니까 따라왔죠.”

 “그거 일회용 거짓말이었잖아.”

 “그러면 어디까지나 자주권 행사라고만 해 둘게요.”

 “너 챙길 시간은 없으니까 니 몸은 니가 알아서 잘 간수해.”

 “예이, 알다마다.”

 

 “골치가 아프시겠어. 또 그런 놈이랑 얽히다니, 안 그래?”

 “난 정현석 그놈한텐 빚 한번 진 것 뿐인데…….”

 “그러게 빚 질 놈을 잘 고르지 그랬어.”

 한현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생각해 보면 한현이 한숨을 안 쉬는 날을 본 적이 있던가. 없나? 가만, 정말 없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한현에게 평소에 잘 대해주는 게 좋을까. 딱히 내가 악감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요새 뭔가 짓궂게 구는 것 같다.

 아니다. 전에 날 속인 죗값도 있겠다. 기회가 있을 때 놀려먹어야 역시 제 맛이지. 봐. 량차오도 한현을 비웃고 있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니까 괜찮을 거야. 아마도.

 “아무튼 내가 무슨 정보를 얻으러 왔는지는 알겠지?”

 “그래, 일단 돈부터 내놔.”

 나는 내가 심부름 삼아 들고 있던 한현의 돈가방을 량차오에게 내밀었다. 량차오는 날 수상하게 쳐다보더니, 가방을 열어보고는 일일이 돈을 세기 시작했다. 와. 저걸 굳이 일일이 세야겠냐.

 돈 세기를 마친 량차오가 선글라스 낀 눈으로 날 빤히 쳐다본다. 나는 애써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두 배로 따가워지는 걸 보니 그 한현도 날 쳐다보기 시작한 모양이다.

 아,

 망했다.

 이거 빼도박도 못하게 들킨 것 같다.

 “돈이 궁하면 말하지 그랬냐, 가방 안에 든 게 얼만데 고작 5만원밖에 안 훔쳐가?”

 “그 ‘고작 5만원’ 가지고 너무 쩨쩨하게 구는 거 아니에요?”

 “돈 계산은 언제나 철저히 해야지.”

 “에라이 젠장.”

 나는 주머니에 숨겨둔 5만원을 내밀었다. 량차오는 비웃는 얼굴로 5만원을 상자 속 돈다발에 끼워넣고 뚜껑을 덮었다. 한현의 어이없다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입맛이 다셔졌다. 저 5만원이면 뭘 할 수 있더라. 이젠 생각해봤자 늦었지만. 에라이, 포기다.

 “자자, 확인 차 물어보자. 철제 십자가에 매달린 시체가 불어 터진 채로 영도대교에서 발견됐다. 맞지?”

 “맞아.”

 “참, 영도대교면 건너자마자 경찰서 바로 앞인데 그게 다 불어 터질때까지 뭐했대?”

 “뭐 세상 일이 다 그렇지.”

 대충 대답하는 한현의 표정은 어딘가 허탈해 보였다.

 “그래서, 어떤 놈들 짓이야?”

 “정확히는 몰라. 부산이 땅덩어리가 얼마나 넓은데 그 중에 사이비 종교가 얼마나 되겠어?”

 “알 만큼은 알 거 아냐.”

 “부산에 그렇게 커다란 쇳덩이를 만들 수 있는 데가 얼마나 될 것 같아?”

 “커다란 쇳덩이라니?”

 “그 시체가 박혀 있던 십자가, 철제라며.”

 나는 량차오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생각을 끝마치기도 전에 한현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걸 알 수 있으면 내가 여기에 안 왔겠지.”

 “뭐, 몇 곳 안 될 거라는 건 말 안 해도 알겠지? 거길 일일이 뒤졌지. 마침 한 곳에 철제 십자가 주문이 들어온 곳이 있더라고. 자, 여기가 철제 십자가를 배송 받은 장소고.”

 량차오가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연서교회 목사 유선영. 연서교회가 어딘지는 몰라도, 꽤 수상해보이는 곳임은 분명했다. 그건 그렇고, 왠지 낯이 익은 이름인데.

 “그러니까 여길 가서 뒤져보면 뭐라도 나온다는 소리야?”

 “정답. 내 등장은 여기까지야. 수고해.”

 “잠깐!”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는 몰라도 소담이 튀어나왔다!

 “너네 싸우러 가는 거지! 나도 끼워줘!”

 

 그렇게 해서 한현과 소담, 나. 이렇게 셋이서 여기에 나들이를 오게 된 것이다.

 나들이는 시작부터 꼬였다. 저 교회에 어떻게 몰래 들어가느냐 한현과 의논하는 동안, 소담이 먼저 일을 저지르고야 만 것이다.

 그 장면이 뭐라 할 말이 없이 멋졌으니까, 다시 한 번 보자.

 자, 먼저 몰래 쳐들어가는 건 비겁한 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정당한 손님은 정문으로 쳐들어가는 법이다. 예의가 바른 사람이라면 노크는 필수. 소담은 교회 정문을 고무 배트로 힘껏 노크했다. 뭐, 문이 유리문이라서 강렬한 노크를 버티지 못한 건 문이 잘못했다고 치자.

 교회 교인들도 종교인이라고 예의가 바르신 분들인지 노크 소릴 듣고 뛰어나왔다. 교인들에게 소담은 예의바르게 찾아온 이유를 먼저 말했다.

 “야! 씨발 유선영이가 누구냐! 다이깨자!”

 정신이 확 깨는 전투의 함성이다. 아, 이건 완전히 망했다. 한현의 입에서 또다시 한숨이. 셀 수만 있다면 그게 한현이 오늘 몇 번째로 쉰 한숨인지 세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교인들 쪽도 뭔가 낌새를 챘는지, 힘 좀 쓰게 생긴 사람 셋이 걸어나왔다.

 “댁은 뉘쇼?”

 금방이라도 한 대 후릴 듯 손을 풀며 한 사람이 물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자기가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이기는 싸움의 제 1원칙을 잊어버렸다는 사실 말이다. 이기는 싸움의 제 1원칙은 또 뭐냐.

 손자병법에도 사자성어로 쓰여 있을 텐데, 선빵필승이다.

 “아 그래 니가 유선영이야? 그럼 일단 한 대 맞아!”

 소담은 방정맞게 입을 먼저 연 남자의 대가리를 고무 빠따로 후려쳤다. 대가리가 비정상적인 각도로 꺾였다. 턱주가리가 돌아갔다고 하면 딱 맞는 표현일 것이다. 만약 저게 고무가 아니라 나무나 알루미늄이었다면 즉사였겠지.

 기선제압에 성공한 소담은 놀랄 틈도 주지 않고 두 번째 남자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남자의 코가 만화처럼 납작하게 짜부라졌다. 아무래도 코뼈가 부러진 건 기본이고, 앞으로 멀쩡히 호흡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애새끼들이 왜 이리 힘이 없어? 아그들아, 내가 한창일 땐 배에 칼침 맞으면서도 싸웠어. 안 일어나?”

 마지막 남자는 앞서 두 남자가 당하는 걸 보고 깨달은 게 있는지, 소담에게 먼저 달려들었다. 소담은 가볍게 고무 배트를 휘둘렀지만, 남자는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소담의 허리를 붙잡았다. 소담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릎으로 남자의 배를 마구 찍었다. 남자는 시간을 벌기 위해 억지로 버텼다. 뒤에서 교인들이 다른 사람들을 불러오는 게 보였다.

 결국 한현은 나에게 말했다.

 “야. 아무래도 망한 것 같으니까 너한테 맡긴다. 나랑 소담이 시선을 끌 테니까, 뭐라도 찾아봐.”

 “아니 잠깐만요, 그냥 저 언니 버리고 튀면 안돼요?”

 “그러고 싶긴 한데 그럼 나중에 재가 날 가만 안 둘걸. 니가 내 조수라며. 한 건 해봐.”

 그렇게 한현은 난장판에 끼어들고, 나는 혼자 저 교회 안을 뒤적거려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참 정말로 뭐라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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