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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녀 류하 시리즈
작가 : 루날
작품등록일 : 2017.7.9

비정한 청부업자들과 범죄조직들이 판치는 부산을 배경으로, 오갈 데 없는 한 소녀가 방황한다. 무기력하고 무감정한 소녀가 거친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며 성장하는 하드보일드하고 피카레스크한 이야기, 지금 여기서 개막.

 
4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작성일 : 17-07-10 20:37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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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경찰서에 가본 적은 몇 번 있어도 경찰차를 타 보는 건 처음이다.

 어디까지나 범죄를 저질러서 끌려가는 게 아닌, 사건 현장을 보러 가는 거지만. 그래도 기분은 왠지 떨떠름하다. 생각해보면, 한현이나 나나 별로 떳떳한 사람도 아니고, 우리 주변 사람도 전혀 합법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이대로 그냥 단체로 경찰서에 끌려가면 간단히 징역 살지 않을까?

 뭐, 그건 그렇고 정현석이 정말 경찰일줄은 몰랐다. 분명히 정반대를 생각했는데. 정현석은 조수석에서 창문을 연 채 담배를 피고 있다. 운전대를 붙잡은 경찰 아저씨는 거기다 대고 뭐라 하고 싶어 하는 모양이지만, 억지로 참고 운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현석이 직급이 높아서 찍 소리도 못하는 걸까.

 광역수사대? 이런 말을 꺼내니 운전대 잡은 아저씨가 저절로 경례 자세를 취했던 게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경찰은 원래 다들 관할이 있는 걸로 아는데, 정현석은 그런 게 상관없을 정도로 직급이 높은 모양이다.

 “도착했습니다. 영도대교입니다.”

 정현석 도착했다는 말을 보자마자 슥 밖을 확인하더니 재빠르게 내린다. 주머니는 코트에 꽂은 채, 다리 한 가운데 몰린 인파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운전대를 붙잡은 아저씨가 내리고, 한현이 내린 다음에 나도 따라 내렸다.

 내리자마자 백화점부터 보인다. 백화점을 보자 마자 신경이 곤두섰다. 다른 게 아니라 백화점이란 뜬금없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화가 나는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차들이 지나간다. 한쪽 차선은 경찰들이 막고 있어서인지 좀 더디게 지나간다. 다리는 그 차들의 무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조금 흔들리는 느낌만 날 뿐이다.

 정현석 구경꾼들과 기자들 사이를 밀치고 다가갔다. 사람들의 찌푸리는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경찰 수접만을 꺼내고, 뭐 불만 있으면 한 대 치던가. 하고 온몸으로 말하듯이 보여주고 지나갈 뿐이었다.

 한현은 정현석 바로 뒤에 붙어 지나갔다. 나도 따라 지나가려는데, 경찰이 가로막았다.

 “애야, 이 앞은 들어오면…….”

 “저기, 저는…….”

 한현에게 구원의 눈빛을 청했다. 다행히 한현과 눈이 마주쳤다. 가끔 사람은 눈으로도 대화를 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진짜라면, 방금 오간 대화는 이럴 것이다.

 아저씨, 뭐 방법 좀 써봐요.

 난 대가리 안 굴러가. 이런 건 니가 잘 하잖아. 니가 잘 해봐.

 아이고, 난 책임 안 져요.

 야 잠깐만, 잠깐만.

 “저는 저 아저씨 조수인데요.”

 나는 한현을 가리키고 말했다. 내가 진짜 뭐라고 할 줄 몰랐던 모양이다. 한현은 크게 한숨을 쉬고, 생각을 조금 하다가 대답한다.

 “맞아요.”

 “댁은 누구쇼?”

 “이 인간 동룝니다.”

 한현은 정현석을 가리켰다. 정현석은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시체를 살펴보고 있다.

 “아무리 거 시바, 광역수사댄지 뭔지 해도 뭔 애를 사건현장에 데려와요.”

 “세상 일이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한현이 실실 웃으면서 대답한다. 와, 공갈치는 솜씨만큼은 옆에서 보고 배워둬야겠다. 경찰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그냥 물러간다. 그저 뒷담이나 깔 뿐이다. 개새끼들, 높으면 다야. 투덜거림이 미안함을 남긴다.

 아 몰라, 될 대로 되라지. 저 아저씨를 신경 쓰는 건 그만두자.

 나는 시체에게로 다가갔다. 당장 눈에 들어오는 건 녹슨 철제 십자가였다. 바닷물에 담겨 있었던 건지 잔뜩 녹이 슨 채 비린내가 났다. 십자가는 희생의 상징이다. 처음에는 형벌기구이자 시련의 상징이었지만, 신을 믿는 사람들은 그것을 거룩한 희생으로 내면화했다. 그렇다면 이건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

 희생은 덧없다. 전혀 거룩하지 않다. 대의를 위한 것이건, 평화를 위한 것이건, 그건 어디까지나 한 순간일 뿐이다. 예수는 헛되이 죽었다. 십자가를 볼 때마다 매번 드는 생각이다. 60억의 죄를 구원하더라도, 사람은 또다시 죄를 짓는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성당이나 교회따윈 꺼리게 되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지금도 변함 없다.

 그 녹슬고 따개비 붙은 십자가 위에, 시체가 못 박혀 있었다. 시체도 바닷 속에 잠겨 있었던 것인지 겨우 이게 팔, 이게 다리, 이게 몸이라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을 정도로 불어터져 있었다. 얼굴도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어서 목숨이 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나는 평온한 죽음을 빌었다. 내가 언제나 원하던 것이었으니까.

 목을 쳐다보았다. 목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다. 예리한 무언가에 베인 모양인데, 바닷물에 씻겨나간 탓인지 붉은 자국만 깊게 남아있다. 나는 그 상처가 낯익어 소스라치며 내 목에 손을 가져다댔다. 빨간 목도리가 손에 만져졌다. 목도리를 꽉 붙잡았다. 조금 심호흡을 한 다음에야 진정이 되었다.

 “새벽에 발견된 시체다. 십자가 통째로 다리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는군. 십자가 부분은 바닷속에 잠겨있었고. 사인은 익사보다는 목에 난 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보인다. 혼자서 이런 짓을 하긴 무리에 가까우니, 아무래도 한 명에 의한 짓이라기보다는 집단에 의한 살인으로 봐도 되겠지.”

 정현석의 설명이었다.

 “역십자가라면, 사이비 종교 같은 걸로 생각해도 되려나? 대가리 이상한 애들.”

 “일단 그쪽으로 가닥을 잡는 게 맞겠지.”

 나는 십자가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을 다리 아래를 쳐다보았다. 탁 트여서 떨어져 죽기 좋아보인다. 회색 도시에 어울리는 회색 바다. 물은 깊어서 그 속은 들여다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파도가 잔잔히 몰아치는 것만 보일 뿐이다. 겉으로 보기에 평화로워 보이는 바다. 하지만 그 속에 뭐가 있을지는 들어가 보기 전에는 모른다.

 “정보력만큼은 네놈이 앞서니까, 네가 조사해라.”

 “뭐, 그런데 보수는 주는 거야?”

 언뜻, 바닷속에 커다란 그림자가 비치는 게 보였다. 그것은 일렁이고 있었다. 미역인가? 굳이 미역이 아니라도 해조류가 물결에 일렁이는 경우는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점점 더 구체적인 형체를 띄어갔다. 물결에 일렁이는 그림자는 커다란 형체를 이루었다. 문어의 다리 같았다. 그게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일렁이는 그림자가 손을 흔들었다. 안녕. 나는 손을 뻗어 보았다. 몸을 던지면 받아줄 것 같은 안락감이 느껴졌다.

 “뭐해?”

 한현이 내 머리를 툭 쳤다. 내가 다리 밑을 보는 동안 그새 정현석하고 이야기가 다 끝난 모양이다. 다시 다리 아래를 쳐다보았지만, 잔잔한 파도만 몰아칠 뿐이었다. 우중충한 회색 바다. 나는 한현에게 말했다.

 “아저씨, 기분 나빠요.”

 “아, 어? 미, 미안.”

 “됐어요.”

 

 텅 빈 서고에는 저물어가는 주황색 햇빛만 가득 차 있었다.

 겨울이 끝나 3월, 날씨는 드디어 봄이 다 되었지만 서고 안은 전혀 따뜻하지 않다. 말로만 듣던 꽃샘추위인가. 창문은 다 공기가 샐 틈도 없이 닫혀 있어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그저 허공의 먼지만 햇빛을 받아 빛나며 플랑크톤처럼 헤엄치고 있을 뿐이다.

 서고 안은 마땅히 앉을 자리고 없다. 그냥 서서 책장을 훑으며 사람을 기다릴 뿐이다. 교실과는 멀리 떨어진 탓인지 사람의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다급한 나머지 발로 바닥을 콩콩 두드렸다. 불안감에 억지로 낸 소리는 어디로도 퍼지지 않는다. 내 귀에조차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종이 울려도 연화는 오지 않았다.

 가끔은

 가끔은 이런 날이 있을 수도 있지.

 억지로 숨을 삼켰다. 매고 있던 목도리를 붙잡았다. 뉴욕 3부작, 그 중에서도 두 번째 단편. 읽어왔는데.

 종이 치고 한참이 지나서도, 연화는 오지 않았다.

 심통이 나서 아무 책이나 뽑아들고는, 서고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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