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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녀 류하 시리즈
작가 : 루날
작품등록일 : 2017.7.9

비정한 청부업자들과 범죄조직들이 판치는 부산을 배경으로, 오갈 데 없는 한 소녀가 방황한다. 무기력하고 무감정한 소녀가 거친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며 성장하는 하드보일드하고 피카레스크한 이야기, 지금 여기서 개막.

 
3 - 소녀는 신을 믿지 않는다
작성일 : 17-07-10 20:36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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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홍차는 원래 떫은 음료다.

 지금이야 한현이 매일 타 마시는 통에 몇 잔 얻어 마시다 보니 적응해버렸지만, 처음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꽤나 충격이었다. 달달한 아이스티나 데자와 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래서야 커피랑 별 차이 없지 않나?

 커피도 아메리카노인지 뭔지 하는 게 더럽게 써서 안 먹었는데 홍차라고 마실 소냐. 그런데 옆에 하루종일 차 마시는 게 일상인 인간이 있다 보니 익숙해져버렸다. 정신 차리고 보니 심심하면 한현이 우려 주는 홍차를 마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오늘의 홍차는 이름에서부터 딸기향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스트로베리 크림이다. 가만히 놓아두고만 있어도 딸기향이 몽실하게 퍼지는 홍차다. 설명만 들으면 맛있어 보이지만, 사실 딸기는 향뿐이고 마신다고 해서 상큼해진다던가 달달한 맛이 난다던가 그런 건 없다.

 솔직히 말해 향 맡아보고 기대했는데 실망했다. 설탕이라도 넣을까 싶었다가 왠지 지는 느낌이라서 넣지 않기로 했다. 설탕을 넣지 않은 홍차는 텁텁하기만 하다. 나는 아직 홍차가 남아있는 찻잔을 내려놓고 소파에 누웠다.

 “한현 아저씨.”

 “왜?”

 한현은 홍차 더미를 정리하고 있다. 어제도 정리하더니 오늘도 정리하고, 솔직히 요새 의뢰랄 것도 안 들어오니 할 짓이라곤 홍차 마시는 것과 홍차 정리하는 것 밖에 없나보다. 나처럼 책이라도 좀 읽어보던가.

 “제 커터칼 못 봤어요? 얼마 전에 산 거에요. 검은색인데. 공업용 커터칼이에요.”

 사실 단면 면도날이 문방구에서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구하기가 힘들어져서 공업용 커터칼로 갈아탔다. 면도날같은 예리함은 없지만, 그래도 싸고 구하기 쉽고 여러번 쓸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한현은 순간 멈칫했다. 저번에 나를 완전히 속여 넘겨버릴 뻔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한현은 일상생활에서는 보기보다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다. 그러니까 아예 다 짜놓은 판이 아니라면 허둥대는 타입이랄까. 저래서야 정말이지 청부업자 일은 어떻게 하고 다니는 걸까.

 “아, 그거 서류 자를 일 있어서 내가 잠깐 썼는데……. 어디다 뒀더라…….”

 뭔 커터칼로 서류를 잘라. 차라리 손목을 자르겠다. 척 들어도 말도 안되는 소리다. 탐정이 받을 서류가 뭐가 있으며 멀쩡한 서류를 자르긴 왜 잘라.

 “그거 아끼는 커터칼인데.”

 “아, 그래, 그걸 어디다 뒀더라…….”

 묘하게 시선을 피한다. 물끄러미 쳐다봤더니 괜히 행동이 빨라진다. 좀 더 괴롭히고 싶지만 갑자기 귀찮아졌다.

 “됐어요. 어차피 당장 쓸 것도 아니니까.”

 다시 일어나 앉아 차 한 모금. 아무래도 역시 설탕을 넣는 게 좋을까. 향은 달달한데 막상 아무 맛도 안 나니까 짜증난다. 게다가 그 사이에 식어버렸다. 화난다. 단숨에 벌컥 들이키고 티팟에서 다음 잔을 따른다. 티팟에 들어있던 차는 그래도 좀 따뜻한 편이다.

 갑자기 퍽 하고 큰 소리가 들렸다. 그 바람에 차를 따르다 쏟고 말았다. 뭔 일인가 싶어서 쳐다보니 사무실 문짝이 열리는 소리였다. 아니, 대체 뭔 짓을 아니면 문짝이 쾅도 아니고 퍽 하고 열려. 뭐하는 인간이 찾아왔나 싶어서 문 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연화는 떼었던 반창고를 도로 붙였다. 자, 네 추측이 맞다는 걸 확인했어. 이제 속이 후련해? 속에서 내가 스스로에게 외치는 자책의 목소리가 뻗어 나왔다. 자, 이제 뭘 더 원해? 뭐가 더 궁금해?

 닥쳐. 닥쳐. 닥치라고.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그렇게 쉽게 보여줘도 되는 거야?”

 내가 내뱉은 말인데도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내가 낸 상처니까, 남한테 보여주는 것도 내 마음 아닐까?”

 “하지만 그건 네 소중한 감정의 흔적이잖아.”

 “너라면 왠지 괜찮을 것 같았어.”

 아.

 너무한 말이다.

 이러면 뭔가 구원받은 기분이 들잖아. 내가 했던 지리멸렬한 생각들이 전부 용서받는 기분.

 연화가 자기 상처를 보여줬으니, 이제 내 차례였다. 나는 옷 소매를 걷었다. 새빨간 상처 줄기가 팔을 휘감고 있는 게 드러났다. 연화는 말 없이 나를 안았다. 연화가 왜 그러는 지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그게 갑작스럽지는 않았다.

 

 보통 한현의 사무소를 찾는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안다.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사실 그 속에는 누구나 시꺼먼 속내가 있기 마련이라는 걸 나는 한현의 의뢰인들을 보며 깨달았다. 그리고 한현이 하는 일은 그 속내를 풀어주는 일. 그게 떳떳치 못한 일이라는 사실을 나는 분명히 안다.

 예를 들면, 아무리 봐도 인자해보이는 할머니가 며느리가 맘에 안 든다고 이혼할 거리를 잡아달라는 의뢰를 한다던가.

 아니면 멀쩡해 보이는 청년이 부모의 유언장을 조작할 생각을 한다던가.

 수많은 사람들이 한현의 사무소를 찾아온다. 한현은 어느 정도 지키는 선이 있는 편이지만, 대체로 의뢰인들의 일거리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처리한다.

 그래도 그 수많은 사람 중 이렇게까지 대놓고 위험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들어오는 순간 공기부터가 달라질 수 있을까. 의뢰인이 사무실에 발을 딛자마자 쩐내가 확 풍겼다. 코트는 낡은데다 때가 묻어있고, 수염은 관리가 안 되어있고, 머리도 어수선하다. 설상가상으로 입에는 담배까지 물려있다.

 무엇보다 눈빛이 제정신인 사람 같지가 않았다. 충분히 썩은 인간인 량차오나 전투광인 소담도 눈빛이 저렇게까지 썩진 않았다. 건드리면 누구라도 한 대 쳐버릴 기세였다. 게다가 다크 서클 때문에 엄청 피곤해보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문을 차고 들어왔잖아.

 나는 살금살금 한현 뒤에 숨었다. 저런 사람과는 되도록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한현이 알아서 하겠지. 그래도 여기 믿을 만한 사람이라곤 한현밖에 없으니까. 보통 같았으면 저런 의뢰인은 한현도 거절했겠지만, 한현은 문 여는 소리에 깜짝 놀라기만 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아는 사람인가?

 “여어, 정현석. 여긴 어쩐 일이야?”

 “광역수사대 정현석이다. 한현. 수사에 협조해라.”

 정현석이라는 사람이 다짜고짜 경찰 수첩을 들이밀었다. 둘이 아는 사이인가보다. 대체 뭘 하고 다녀야 저런 인간과 아는 사이가 되는 거지. 수사. 잠깐만, 수사라고 했냐. 광역수사대라고 했다. 이 사람, 경찰인가?

 경찰?

 아니 사람 여럿 쳐죽인 흉악범 같이 생긴 인간이?

 “천천히 하자고, 천천히. 적어도 무슨 사건인지는 알아야 뭘 할 거 아냐.”

 “따라오면 알게 될 거다.”

 “그리고 문은 제발 살살 열어줘. 애초에 전화로 했어도…….”

 의뢰인은 한현의 말을 끊고 권총을 꺼냈다. 그리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한현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내가 비명을 지를 일말의 틈도 없이

 펑.

 소음기 달린 권총을 직접 쏴본 적은 있지만, 권총 쏘는 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것은 처음이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아니 권총을 쐈어? 사무실 안에서? 어이가 없어서 비명도 나오려다 말았다. 한현은? 죽었나? 다행히 피도 안 튀고 멀쩡히 서 있는 걸 보니 총알은 맞지 않은 모양이다. 한현은 하던 일을 멈추고 양 손을 들어올렸다. 항복의 제스처.

 “첫발은 공포탄이다. 아가리는 닥치고 따라와라.”

 정현석은 권총을 치우고 계단을 내려갔다. 당장 눈앞에서 저 인간이 사라지자마자 나와 한현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부터 나왔다. 물속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뛰쳐나온 느낌이었다.

 “한현 아저씨, 대체 저건 뭐하는 사람이에요?”

 “넌 저 새끼가 사람으로 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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