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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미안해,너를 사랑하고 있어
작가 : 조세핀D
작품등록일 : 2017.6.27

사랑하는 남자와의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엄마를 찾아갔다.
약혼녀가 있는 남자와의 결혼은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는 엄마. 엄마에게 모진 말을 남기고 길을 걷다가 정신을 잃고 눈을 떴더니, 다른 세상이다. 인혜가 아닌 아랑으로 살아야 하는 세계.
친절한 노모에게 속아서 벙어리 공주 대신 '환'이라는 거대제국에 조공물품이 되었다.
화려하고 잔인한 남자의 밤시중을 들게 되는데... 강압적이었던 밤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버렸다. 냉정한 세계에서, 살아갈 목적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혜.

'난, 왜 이곳으로 오게 된 걸까? 벌 인걸까? '

가장 보잘것 없는 신분으로서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각자, 자신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기적일 수 밖에 없게되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배신과 사랑....

황권을 쟁탈하기 위한 환 제국 왕자들의 다툼 속에서 원치 않던 정치싸움에 휘말려버리게 되고...지극히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남자. 환의 태무황자는 어느새 그녀를 마음에 담아버린다.

자신이 남긴 상처때문에 차마 사랑을 고백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남자. 태무.

"미안해. 그렇지만 그대를 사랑하고 있어."

수없이 연습했던 고백을 그녀에게 할 수 있을까.

생존과 욕망, 그리고 사랑. 그 속에서 서로의 의미를 찾아가는 판타지 로맨스.

 
1장. 혼란3
작성일 : 17-07-10 15:08     조회 : 311     추천 : 0     분량 : 8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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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혼란3

 

  연주에 빠져있던 인혜는 문득 자신이 사라사에게 찾아온 이유가 떠올라 연주를 멈췄다.

 

 [공주님. 참. 제 정신 좀 봐요.. 죄송해요.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던 거에요.]

 

 그에 어떤 불평도 하지 않고 예쁜 파란 눈동자로 인혜를 쳐다보며 사라사라 물었다.

 

 [어떤 거에요? 왠만하면 잘 부탁 안하는 아랑아가씨가 저에게 할 말이라니 기대되는데요?]

 

 그 어떤 부탁도 인자하게 들어줄 것 같은 표정으로 사라사가 재촉했다. 이에 머뭇거리던 인혜가 입을 열었다.

 

 [음... 저. 다른게 아니라 이 팔찌를 팔 수 있을 까 하구요.]

 

 왼 손에 차고 있던 팔찌를 풀며 사라사에게 보여주었다.

 

 [네? 이 귀하고 예쁜 것을요? 그 어떤 환국의 보석장인도 감히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이렇게 섬세하고 예쁘게 만든 팔찌인데!! 이걸 판다구요? ]

 

 인혜는 팔찌가 생각보다 비싸게 팔릴 것같아서 눈을 반짝거렸다.

 

 [이 정도면 많이 예쁜 건가요? 비싸게 팔릴까요? 사실 이걸 고마움의 선물로 사라사 공주님께 드리고 싶지만, 이제 는 환국에서 경비를 내어줄 수 없다고 해서요. 이거라도 팔아야 할 것 같아서 물어보려고 왔어요.]

 

 [세상에.. 아랑! 마음만으로도 고마워요! 내가 이걸 사주고 싶지만 저도 정확히 값을 매길 줄 몰라서...그런데 벌써 경비를 못 내어 준다고 하던가요? 이상하네.... 그러면... 우리랑 같이 살면 되죠! 무슨 걱정이에요!]

 

 [네? 아니에요! 지금도 충분히 많이 받고 있어요. 진짜, 진짜로 힘들어지면 얘기한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아직 괜찮아요. 그리고 공주님 말씀대로라면 이걸 팔면 꽤 받을 수 있다는 얘기네요. 어떻게 보석상과 연결을 할 수 있을 까요?}

 

 그때 가만히 지켜보던 맬벗이 나섰다.

 

 [아랑아가씨, 이런건 제가 알아볼게요. 가끔 아니타국에서 상인이 와서 마리아나 공주님의 선물들을 전해주고 가거든요. 어제는 세리에 공주님의 과일 선물을 두고 갔으니까. 내일은 분명히 마리아나 공주님의 심부름꾼이 올거에요!]

 

 사라사의 첫째 언니 세리에, 둘째 언니 마리아나는 먼 타국의 동생이 힘들까 걱정하면서 경쟁적으로 선물을 보내왔는데, 한 명의 선물이 도착하면 그 다음 날이나 다음 다음 날 다른 한 명의 선물이 도착하고는 했다. 그 주기는 보통 한 달정도 였는데. 아니타국에서 환국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사실 그 곳에서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은 선물을 보내는 셈이었다. 아니타 왕국은 아들이 없어서 세명의 공주가 아니타 왕실을 지켜왔다. 왕과 왕비가 환국과의 전쟁에서 패한후 죽임을 당하고, 첫째인 세리에가 공국을 섭정왕으로써 다스리고 있었다.

 

 아니타 왕국은 태무황자가 1년 전 복속시킨 국가였다. 태무황자는 그의 첫째 형과는 달리, 복속한 국가의 이름을 바꾸지 않고, 단순히 '공국'으로만 낮춰 부르며 자신의 측근을 공국의 섭정왕으로 배치시켰다. 그런데 아니타 공국만은 측근 대신 세리에 공주를 섭정왕으로 삼고, 그의 아끼는 셋째 공주를 볼모로 잡아왔다. 유난히 핏줄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공주들의 성격을 빠르게 파악하고 절대 배신할 수 없는 인질을 잡아온 것이다.

 

 차라리 태무황자의 아이나 떡하니 출산해서 후궁들을 휘어잡으라는 둘째 마리아나 공주의 호탕함과, 겉으로는 사납지만 누구보다도 배려가 깊은 첫째 세리에 공주의 성품에다, 긍정적인 에너지까지 갖추고 있는 사라사는 사실 무적의 멘탈 소유자였다.

 

 [그럼 심부름꾼이나, 상인이 도착하면 저희에게 꼭 연락주세요. 정말 감사해요.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했는데, 참. 그리고 제 물건을 몇 개 더 가져올게요. 그것도 한번에 처분해야 할것 같아서요.]

 

 웃으며 말하는 인혜를 보면서 사라사는 얼른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고 씩씩하게 말했다.

 

 [그래요. 그럼 내가 비싸게 팔 수 있게 도와줄게요. 이왕 이렇게 된거 제대로 받아내요. 우리.]

 

 인혜는 사라사에게 마주 웃어주며 같이 하하하 크게 웃어버렸다. 현태가 선물로 주었던 팔찌도, 자수 머리핀과 큐빅 머리끈, 그리고 엄마가 고등학생때 선물해준 시계. 일단 팔고 돈을 구하자. 다이어리에 엄마랑 함께 찍은 사진이 있으니까 괜찮다.시계 쯤이야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다시 사면 되는 걸. 애써 스스로를 달래며 웃어버렸다.

 

 인혜가 려국으로 떨어졌을 때 마침 가방안에는 이것저것 물건들이 들어있었는데, 수첩 두권. 펜 몇 개, 손 거울과 립밤을 포함한 파우치, 그리고 휴대폰과 선물 받은 자수머리핀, 큐빅 박힌 머리끈 등. 엄마가 선물해 준 시계는 약이 다 되어서 마침 수리를 맡기고 받아와 가방에 넣어둔 참이었다. 그것들이 이렇게 쓰일 줄이야.

 

 려국의 재상이 인혜를 보낼 때에 들고 있던 가방을 빼앗지 않고 같이 들려보냈다. 그도 더 이상은 인혜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아던 것 같았다. 빨리 처리해버리고 잊고 싶었으리라. 인혜를 주웠던 노인으로 부터 인혜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이야기는 들은 눈치였다. 인혜를 찾을 가족이 없다는 것. 이 세계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더욱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던지 선심을 쓰듯 가방을 손에 쥐어주고 환국으로 보냈다. 역시나 고아로 자라서 재상의 집에 노예로 팔려온 주아를 딸려서 보내면서, 그는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세상을 기대했을 것이다.

 

 환국의 모든 것이 싫지만 그 중에서 딱 한가지 고마운 것을 들자면, 려국을 멸망시킨 것이다.. 그 재상놈을 죽여서 성문 앞에 걸어놓았다고 했다. 그 소식을 전할때 주아는, 멸망한 나라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을 버린 재상에 대한 미움 때문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눈치 였지만.

 재상은 자신 보다 더 간신배 같은 인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환국에서 첫째 황자의 수족처럼 부리는 이가 려 공국을 차지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겠지.

 인혜가 려국에 있었다면 오히려 죽은 목숨일지도 몰랐다. 차라리 이 곳에서 잊혀진 존재로 사는 것이 목숨을 부지하는 쉬운 방법이 되리라고는 차마 생각지 못했다. 인생이란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이럴 때 쓰이는 것이리라.

 

 처소로 돌아온 인혜는 물건을 판 돈으로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주아, 받은 돈으로 뭘해야 할지 모르겠어. 우리가 돈을 벌려면 무언가를 팔아야 하는데, 뭘 만들어서 팔아야 할까?]

 

 그에 같은 고민을 한 듯 주아가 물었다.

 

 [아가씨, 저도 오늘 그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다 갖춘 왕궁에 필요한게 있을 까요? 그리고 누구에게 팔아야하는 걸까요? ]

 

 [음.. 내가 알기로는 일단 여자들을 위한 무언가를 만들어서 팔아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야. 특히 미용에 관련된 것. 공서고금, 어느 세계를 불문하고 예뻐지려는 여자들의 욕망은 동일하니까.]

 

 [네? 동서? 뭐라구요? 아가씨는 가끔 어려운 쓰셔서 알아듣기 어려워요. 그치만 여자들을 위한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거죠? ]

 

 [그렇지. 아, 뭘 해야 할까. 진짜 고민이네]

 

 벌러덩 침대에 누우며 인혜가 중얼거렸다.

 

 [여기는 화장품도 다 천연을 쓰니까, 천연 화장품이 필요없구. 손 거울을 만들자니 재료가 없구. 물건을 팔려면 고위 신분에 있는 사람이랑, 평민들 두 부류에게 나눠서 판매해야 하는데. 이것 참. 고민이네, 인터넷이 있으면 검색이라도 할텐데.]

 

 [에휴, 아가씨 그만 좀 중얼거리시고 일단 좀 씻으세요. 하루 종일 알아보러 다니느라 먼지가 많이 묻었을 거에요.]

 

 [응. 알겠어]

 

 일어나서 목욕간으로 가던 인혜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목욕간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

 

 [주아야, 주아야, 여기는 비누가 없나? ]

 

 헐레벌떡 뒤따라온 주아가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비누요? 그게 뭐에요?]

 

 [우리는 씻을 때, 약초 가루나 향기나는 꽃 가루를 풀지? 헹굼 기능이 좀 있는 그런거..]

 

 [네? 그렇죠 일반적으로요. ]

 

 [그래! 맞아 그거야. 비누를 만들어보자. 옛날에는 양잿물로 만들었다고 대강 들었던 기억이 나. 거기에 꽃 가루나 약초 가루를 넣어서 굳히는 거야. 입욕제!! 그걸 알아봐야겠다.]

 

 [아, 씻을때 쓰는 것을 말하시는 구나. 그런건 귀족들이나 황족들은 다 써요. 물론 비싸게 제조한 가루를 풀어서요. 아마 사라사 공주님도 그런것을 사용하실 걸요?]

 

 [응 맞아맞아, 그런데 내가 말하는 건 딱딱하게 굳힌거야. 거품도 나고 씻는 느낌이 나는 거. 비누를 만들어보이겠어! 좋아.]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이러다 떼 부자 되는 것 아닐까?

 환국의 욕조는 나무 욕조였다. 따뜻한 물을 데워서 사용하는 식이었는데, 다행히 불을 땔 뗄감, 물, 정도는 계속 지급이 되었다.

 

 몸에 따뜻한 물을 끼얹던 인혜는 문득 자신의 손톱에 시선을 돌렸다. 손톱이 자라지 않는다. 발톱도 내려다 보았다. 자라지 않았다. 어깨와 팔에 있는 멍 자국도 아직 흐릿하게 남아있다.

 

 믿고 싶지 않지만, 인혜의 신체의 시간은 이 세계와 좀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머리카락의 길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방인. 이 세계에서 인혜는 여전히 타인이었다. 치유되는 속도도 느리고, 잘 자라지 않는다. 한 달 전 밤에 맞았던 따귀로, 입안이 터졌었는데, 그도 늦게 나았다. 단순히 늦게 치료되나보다 했었는데. 자라지 않는 손 발톱을 보고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생리도 하지 않는다. 생리통이 심한 편이니 잘 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려나. 열없이 웃으며 어깨를 감싸안았다.

 

 생리를 해야 할때에 하지 않는 것을 알고는 얼마나 놀랐던가. 혹시나 그 밤, 무슨 일이 있어서. 인혜가 절대로 가정하고 싶지 않은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어서 그 남자의 아이라도 밴 것은 아닌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다행스럽게도 신체의 시계와 이 세계가 맞지 않을 거라는 가정이 들어맞음에 따라 안심했었다.

 

 하지만 몸은 더 사려야겠지. 치명상이라도 입으면 잘 낫지 않을 테니까. 언제나 몸을 낮추고 조용히 살아내자.

 인혜가 노래를 한다는 것도,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비밀로 해달라고 한 것은 이런 이유였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이 왕궁에서 인혜는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혹여나 생길 위험에 대비조차 할 수 없는 이 무력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없는 사람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태무황자조차 잊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볼품없다고, 벌레라고 취급했던 그 남자라면 벌레의 생사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일 것이다.

 인혜는 이제는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너무 큰 충격에 뇌가 그 남자의 얼굴 생김을 삭제한 듯 싶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느껴지던 낮은 목소리와, 체취. 매혹적이나 왜인지 날카롭게 느껴지던 향.

 향기를 잘 맡아서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향수를 추천해 주던 인혜가 맡기에는 조금 독특하고 강했던 향기. 그를 다시 만난다면 그의 얼굴보다 그 향으로 먼저 알아 챌 것만 같다. 절대로 두번 다시는 맡고 싶지 않은 향이라고 , 인혜는 몸서리를 쳤다.

 

 유난히 목욕시간이 길어진다고 느끼며 주아는 목욕간 앞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혹시 또 혼자서 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울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에 기척을 느낀 인혜는 서둘러 일어났다. 주아의 그 눈물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으므로.

 

 자리옷으로 갈아입은 인혜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수첩을 열었다. 엄마와 나란히 찍은 사진이 맨 앞장에 보였다. 대학에 합격한 후에 엄마랑 대학 탐방을 하려고 찾아갔던 학교 근처에서 향초가게의 오픈기념 행사가 있었다. 두 개 이상의 향초를 고르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는 행사였다. 평소 억척스럽게 사느라 사치품을 사지 않던 엄마가 왠일인지 향초 가게 앞에서 발길을 떼지 못했다.

 

 <인혜야, 우리 향초 두개만 살까?>

 

 <엄마가 웬일이야? 향초를 다 사구?>

 

 <너 이제 자취하는데 이제 여자애 방은 향기도 나고 그래야지. 엄마 가게에서 돕느라 옷에 냄새도 배었을텐데 이거라도 켜놓고 있어.>

 

 <난 또, 엄마가 무슨 바람이 불었나 했네. 딸네미 걱정은 그만해. 내가 얼마나 향기로운데~. 그럼, 하나는 나 가지고 하나는 엄마 가져가. 우리 똑같은 향 쓰자. >

 

 직원이 다가와 포즈를 잡으라고 했다. 향초를 하나씩 들고 꽃받침 포즈를 취하자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들이대며 직원이 찍어주었다.

 

 <우와 이거 내가 너무 예쁘게 나왔어. 이거 내가 가진다~>

 

 <아니야, 엄마가 더 예쁘니까 내가 가져가야지~>

 

 옥신각신하는 우리를 보던 직원은 웃으면서 그럼, 한 장 더 몰래 찍어드릴게요. 했다.

 

 인혜는 사진을 바라보다 눈물이 날것 같자, 두 눈을 꽉 감아버렸다.

 

 '엄마. 나 살아있어. 꼭 돌아갈게.'

 

 소중히 수첩 안으로 넣으며 인혜는 이제는 팔찌를 들여다보았다. 고등학교 때의 짝사랑 이후로 처음으로 사귀어본 남자친구인 현태가 준 팔찌. 나름 18k라고 거들먹거리며, 사귄지 얼마 안되었을 때, 선물했었다. 소박한 차림새와 다르게 현태는 서울 강남에 본사를 둔 의료기기 업체의 둘째 아들이었다. 경영학과에서도 훈남으로 알려진 그가 어떻게 인혜에게 꽂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치학과생으로 도서관에서 공부만하던 인혜에게 캔커피를 건네며 호감을 비췄었다.

 

 서글서글하게 웃던 인상의 현태. 생각보다 짓궂어서 인혜를 놀려먹는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는 했었다. 그렇지만 그의 진심과 다정함에, 얼음같던 인혜도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나 집안이었다.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물세례를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물을 끼얹으며 그의 약혼녀가 떨어져 나가라고 악다구니를 질렀다.

 

 약혼녀라니. 그 나이에 약혹녀라니. 더욱이, 자신을 속이고서 다가오다니.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현태는 약혼녀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혹시나 그녀와 결혼을 하더라도 인혜를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 어떤 것도 잃어보지 않았던, 자신의 마음에 들면 무조건 가져야 직성이 풀렸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현태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인혜는 이 사랑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빠 없이 자라서 받았던 설움을 그가 아빠처럼 채워주었고, 든든한 나무처럼 자신을 지켜주었던 것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인혜는 엄마가 있는 안산으로 내려갔다.

 

 <엄마, 나 현태랑 살까봐. 혼자 아둥바둥 공부하는 것도 지쳤어. 현태가 나랑 살쟤. 근데 약혼녀가 있대. 그래도 엄마, 나 이 손 안 놓고 싶다.>

 

 인혜의 말을 듣던 엄마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이 기지배야, 미쳤어? 왜 그런 자리로 네가 시집을 가? 네가 뭐가 부족해서? 아무리 좋은 놈이라도 그런 놈은 나중에 너만 상처 입힐거야! 절대 안돼. 당장 짐 싸서 내려와! 휴학계 내!>

 

 <엄마, 아니야, 현태 그런 남자 아니야. 날 진짜로 좋아하고 사랑해줘. 내가 너무 좋대. 그래서 ...>

 

 <좋긴, 이 년아! 정신차려. 그런 마음 한 순간이야! 몇 년 지나면 끝나는 마음이라고!>

 

 <아니야, 그렇지 않아, 걔는 그럴 사람 아니야.! 엄마, 좀 진정하고.응? >

 

 <안된다! 인혜야. 엄마가 그 꼴 보려고 너 키운거 아니야. 너 그런 꼴 나는 절대 못 본다!>

 

 <왜? 왜 안되는데? 그 약혼녀 말고 나를 사랑한다는데, 걔 사랑이 나라는데 왜 안되는데!! 왜? 내가 엄마꼴 날까봐? 엄마처럼 아빠한테 버림받을까봐 ? 난, 아니라고!>

 

 인혜는 차마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뱉어내고 말았다. 인혜의 말에 충격을 받은 엄마는 굳어져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순간, 인혜는 엄마에게 잘 못했다고,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존심을 세우고는, 그대로 집을 뛰쳐나왔다. 자신의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고 굳어져 있는 엄마를, 뒤에 남겨둔 채로.

 

 그 길로 나와서 현태에게 가는 도중에 정신을 잃었다. 정처없이 걷다가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던 것 까지는 기억에 있는데, 그 다음에는 눈 떠보니 려국의 정원이었다. 그 곳의 무엇이 자신을 이곳으로 이끌었던 걸까? 이 평범하고 볼 것없는 자신이 이 세계로 왜 불려온 것일까. 어떤 일이든 원인과 결과가 있기 마련이라고 했는데, 나는 왜 이 곳에 있는 거지?

 

 또 다시 꼬리를 무는 물음이 계속 되자 머리가 아파왔다. 왜, 왜, 왜.

 차라리 생각을 하지 말자고. 머리를 털어내며 인혜는 팔찌에 대한 미련을 끊어내기로 했다.

 이제는 보였다. 인혜가 그때 갔어야 하는 길이, 이제는 보이는 것이다. 현태와 헤어졌어야 했다. 그것은 이기적인 사랑일 뿐이었다. 서로를 충만하게 하고, 세상을 살아보고 싶게 하는 그런 따듯한 사랑이 아니라, 집착과 이기적인 욕망으로 가려진 사랑. 이렇게 생사를 넘는 고비를 겪은 후에야 길이 보이다니, 인간이란 참 어리석다고 인혜는 생각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이 말하지 않았던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내일부터 살 길을 찾고, 집으로 가는 길을 찾고, 돌아가서 현태를 뻥 차버리자. 그리고 엄마랑 여행이나 가야지.

 

 애써 긍정적으로 마음을 추스르며 인혜는 잠자리에 누웠다.

 

 다음 날 주아가 아침 댓바람부터 인혜를 깨웠다.

 

 [아랑아가씨! 빨리 일어나보세요. 사라사 공주님께 연락이 왔어요. 아니타국 으로부터 상인이 도착했대요. 날씨가 좋지 않아서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아침에 찾아왔대요!]

 

 허공에 발차기를 날리며 벌떡 일어난 인혜는 오늘의 희망을 붙잡으며 큰 소리로 응답했다.

 

 [응! 나 일어났어! 잠깐만 기다려!}

 

 인혜의 침실 창으로 야금야금, 햇살이 어두움을 몰아내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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