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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시간의 저편
작가 : 윤혜원
작품등록일 : 2017.7.8

죽음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천둥처럼 찾아왔고 미처 준비하지못한 이별은 모든것을 아득한 기억 속으로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하지만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시작이었고 30년 후,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완전히 다른 인생으로 다시 만났다. 소멸된 기억을 갖고 천사로 돌아 온 그에게 다가 온 한여자. 그리고 서서히 되살아나는 익숙한 그림자들
이것은 복수일까 아니면 다하지 못한 사랑의 메시지일까?

 
제 6 화
작성일 : 17-07-10 08:53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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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잠시 후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오는 비행기 안.

 지후의 어깨에 기대 뉴욕에서부터 장장 12시간을 제집 안방처럼 요란하게 코를 골아대며 잠들었던 까치머리 중년의 남자가 드디어 컥컥거리며 깨어나 멋쩍게 웃었다.

 지후는 약간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오랜 시간을 벼르던 불쾌함을 대신하고 뻐근해진 어깨를 어루만지며 밖을 내려다보았다.

 손톱만 하게 다닥다닥 붙은 빌딩들이 구름 사이로 드러났다.

 막 동이 트기 시작하는 한국은 가는 눈발이 흩날리는 새벽이었다.

 뉴욕주립대학에서 CJ 범죄심리학박사학위를 받은 지후.

 지원 1순위로 잡았던 FBI의 러브콜마저 잠시 미룬 예정에도 없는 갑작스러운 귀국이라 게이트를 빠져나온 그를 마중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후는 어슴푸레한 하늘에 가득한 눈발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누군가 지후의 어깨를 툭툭 친다.

 비행기 안 까치머리 그 남자였다.

 남자는 테이크 아웃한 커피를 건네며 후덕한 미소를 지었다.

 얼떨결에 받아 든 지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목례를 하고 한 모금 마셨다. 새벽녘, 흩날리는 눈발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향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너무나 좋았다. 남자는 흘깃 곁눈질로 지후의 표정을 확인하곤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커피를 마셨다.

 

 “오는 내내 어찌나 힘들던지. 제가 고소공포증이 좀 있거든요.”

 

 풉! 지후는 하마터면 커피를 뿜어낼 뻔 하는 걸 겨우 참아냈다.

 장장 12시간을 코까지 골며 자놓고도 저리 뻔뻔하게 내뱉는다니.

 피식, 그만 실소를 터트린 지후는 힐끔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투로 보며 말했다.

 

 “고소공포증요? 아주 자-알 주무시던데요?”

 “자요? 제가요?”

 “예. 아주 기내가 떠나가라 코까지 고시면서요.”

 “에이~~~”

 

 남자는 그런 적 없다는 듯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익살스럽게 지후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한 그의 터치는 나름 친근감의 표현이 분명하겠지만 지후는 그런 표현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12시간 동안 눈인사는커녕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완벽한 초면사이에는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는 표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후는 서둘러 때 마침 도착한 택시로 향하며 눈인사를 했다.

 

 “잘 마시겠습니다. 다음에 우연이라도 만나면 제가 사죠. 물론 그런 우연은 없겠지만.”

 

 남자는 가벼운 목례로 답하며 인사를 건넸다.

 지후가 탄 택시는 서서히 밝아오는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어느새 저만치 사라져가는 택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니지 우린 또 만날 거야. 세상에는 결코 우연이란 없거든.”

 

 *

 

 까-악!!!

 은수는 반가움에 눈물을 글썽이며 비명까지 질러댔다.

 

 “언제 왔어? 새벽에 온 거야? 연락 하지! 그럼 경민 오빠랑 마중 나갔잖아! 밥은? 배 안고파? 아니다 비행기에서 먹었겠구나. 오빠! 커피 마실래? 차한잔 줄까? 아~~ 어떡해. 나 오늘 레슨 있는데. 재껴야 겠다. 아이C~~ 왜 연락을 안했어!! 일부러 놀래킬려고 그랬지?”

 

 은수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지후의 목에 매달려 쉴새없이 종알종알 댔다.

 

 “레슨 가. 오빠 한 숨 잘 테니까.”

 “알겠어. 레슨 마치고 나랑 놀아줘야 해. 알았지?”

 “그래. 알았어. 아버지는?”

 “출장 가셨어, 오늘 오실거야.”

 “어머닌?”

 

 요란스러울 만큼 발랄했던 은수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지후는 고개마저 떨구고 한숨을 푹 내쉬는 은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품에 안고 다독여주었다.

 은수의 이 요란스러움에도 어머니의 방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어머니는 5년 전 한국을 떠날때만해도 약간의 조울증이 있긴 했지만 가끔 요리도 하시고 은수와 쇼핑을 다니시기도 했던 분이었다. 특히 은은한 커피향을 좋아해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아들 지후와 갖는 데이트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분이었다.

 하지만 지후가 떠난 후,

 어머니의 증세는 더욱 심해져 수차례의 자살시도와 심각한 알콜 의존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나날이 잦아 멀리 타국에 있는 아들에게까지 걱정을 안겼다.

 그러다 어느 날 부턴가 갑자기 성당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듯 하더니 한 달 전 은수와의 전화통화에서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한 어머니가 며칠 전 통화에서는 더 이상 통제 불가능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후는 그 길로 서둘러 귀국했다.

 하지만 지후는 곧장 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5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떻게 변했을지 모를 어머니의 모습을 편안한 마음으로 볼 자신이 막상은 없었다.

 지후가 기억하는 한 어머니는 언제나 여리고 불쌍한 모습이었다.

 왜 유독 어머니는 힘든 걸까.

 왜 어머닌 다른 어머니들처럼 살지 못하는 걸까.

 왜 아버진 저렇게 외로워하는 어머닐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가끔은 이해 가지 않는 어머니의 고통에 분노가 인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후에게 있어 어머닌 언제나 한없이 외롭고 여린 불쌍한 여자였다.

 한참을 쫑알대는 은수가 나가고 따뜻한 샤워를 하고 난 후 12시가 훌쩍 넘는 시간까지 한숨 자고 나오도록 어머니의 방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한 시간이 더 흐르고 침대 위를 뒤척이던 지후는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는 때 마침 도우미 아주머니가 묽은 죽을 들고 어머니의 방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주세요. 제가 가져갈게요.”

 

 죽을 받아 든 지후는 또 머뭇거렸다.

 문고리를 잡기가 무섭게 언제나 어머니에게서 풍겼던 옅은 향수 냄새와 뒤섞인 알콜 냄새가 느껴졌다.

 끼---익

 대낮임에도 어두컴컴한 어머니의 침실에 거실의 빛을 등진 지후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어머니의 상태는 더 심각해 보였다.

 커다란 침대에 파묻힌 어머니의 몸은 앙상하게 말라 있었고 작은 선반에는 먹다만 약병들이 놓여져 있었다.

 지후는 조용히 침대 걸터 앉아 하얗고 가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제야 어머니는 쾡-한 눈을 간신히 뜨며 5년만에 만난 아들을 올려다보았다.

 

 “엄마.....”

 

 옅은 미소가 어머니의 입가에 번지고 5년만의 아들을 조용히 끌어안았다.

 어머니의 실크 나이트가운 속 앙상한 뼈들이 지후의 볼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후는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어머니는 흐느끼는 아들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힘없이 말했다.

 

 “아가. 괜찮아.. 엄마 아무렇지도 않아. 조금 우울할 뿐이야. 그러니까 울지마.....”

 

 지후는 생각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어머닐 힘들게 하는 걸까.

 그리고 두려웠다. 어쩌면 이렇게 어머닐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

 

 그때였다.

 집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함께 들어 온 실무진들에게 거칠게 다그치고 있었다.

 

 [그 깟 인부하나 죽은 게 뭐 그렇게 대수라고 공사를 중단해!! 돈 몇푼가지고 쓸데없이 추접들 떨지 말란 말이야!! 원하는 대로 합의 해 주고 당장 공사 재개 해!]

 

 아버지의 목소리에 어머니를 다시 침대에 뉘이고 지후는 거실로 나왔다.

 나가는 실무진들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어머니께는 단 한마디 인사도 없이 2층 서재로 향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아버지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5년 만의 부자 상봉이었다.

 

 “언제왔어,”

 “새벽에 왔습니다.”

 “그래. 그랬군”

 

 아버지는 역시 무심했다.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2층 계단을 올라갔다.

 지후는 그런 아버지가 익숙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축구를 한다든가 사내아일 둔 부자간의 대화 같은 것도 없었다. 당연히 그 흔한 아버지와의 목욕탕 나들이는 단 한번도 없었다.

 무심하고 차가울 만큼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 외 다른 모습은 지후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볼 수 없었다.

 지후는 오히려 변함없는 차가운 아버지의 모습에 안도감이 들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변한 것은 어머니하나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문득 지후는 문틈 사이로 우두커니 서 있는 어머니가 보였다.

 어머니는 어둠속에서 아버지의 뒷모습을 슬픈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아버지의 서재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무겁게 들렸다.

 어머니도 힘없이 다시 침대 속으로 파묻혀 갸날픈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지후는 지금 이 순간 집안에 가득한 암울한 분위기에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해져 왔다. 차라리 돌아오지 말걸...... 정말 간절히 후회했다.

 

 *

 

 에-엥 다급한 싸이렌을 울리며 응급실 입구에 엠블란스가 도착했다.

 피범벅의 젊은 여자는 다급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에게 둘러싸여 곧이어 도착한 가족들의 오열을 뒤로하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힐끔 보는 바브.

 바브는 10대 후반의 모습으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중절모를 쓰고 안타깝게 이 상황을 바라보는 20대 초반의 예쁜 간호사에게 다시 시선을 돌리고 중얼 거렸다.

 

 “에이그 얼굴도 예쁜게 마음도 예쁘구나?”

 

 간호사는 대꾸가 없었다.

 

 “하긴 마음이 예쁘니깐 얼굴도 예쁘겠지. 우리 어디가서 커피나 한잔 할래?”

 

 간호사는 눈길 한번 없이 차트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 모습은 바브의 존재를 완전히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한 듯 했다.

 바브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중얼거렸다.

 

 “이련-씨.”

 

 그때였다.

 수술실 문틈 사이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바브는 혀를 끌끌차며 빛을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그 빛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빛이 사그라들자 수술실 문이 열리고 가운 위로 피가 흥건하게 밴 의사가 나왔다.

 의사는 가족들에게 젊은 여자환자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유감을 표했고 수술실 앞은 가족들의 오열로 뒤덮였다.

 그 순간! 수술실 문을 스르르 통과해 나오는 한 남자.

 부슬부슬한 탐스러운 머릿결. 하얀 피부에 풍성한 속눈썹. 30년 전 성우였다.

 어딘가 모르게 지쳐 보이는 성우는 차갑고 싸늘한 눈빛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성우에게 시선을 주는 이는 없었다.

 

 “안!!”

 

 단 하나 바브만 손을 높을 치켜들며 소리쳐 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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