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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Catch me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823년. 연쇄살인마 사이킬의 5번째 피해자의 최초발견자가 된 프리멜라 핑거우드의 돌아오지 않을 계절에 대하여.

 
3월의 목격자(3)
작성일 : 17-07-08 22:16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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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프리멜라 핑거우드입니다."

 

 간단한 물음에 기계적으로 대답하면서 그녀는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다.

 

 "거주지는요?"

 "골드슈에 A 빌라 302호요, 피해자의 바로 윗집이에요."

 

 시끄럽게 전화 벨이 울리는 소리가 나고, 옆에선 잡혀온 폭주족들이 난동을 벌이고있는 아수라장속에서 자신은 지독하게 격리된 존재였다. 갑작스러운 제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녀와는 겨우 만난지 하루밖에 안됐다. 그녀와 통성명을하고 수다를 떨고 저녁약속을 잡고, 그리고 그녀는 죽었다. 단지 그뿐이다. 죽음이라는 검은 숨결이 이토록 가까이 다가온 적은 없었다. 슬픈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눈물은 나지 않았다.

 

 제인, 제인 에일런은 아직 깊게 다가온 존재는 아니었으니까. 짧은 단발의 갈색 머리카락이라던가 예쁘게 휘는 눈꼬리, 녹색 눈동자와 얼룩이 묻은 하얀 원피스는 다만 오랫동안 자신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새빨간 피에 물든 잔상과 함께.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가끔씩 눈물이 고이던 감정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과는 집적적으로 상관 없었지만 남의 감정에 이입해서 눈물을 짓는, 아니지.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무엇일 것이다. 다만 그것을 무엇이라고 정의내려야 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새빨갛게 물든 침대위에, 새빨갛게 흘러내리는 피. 침대 시트를 따라 바닥으로 내려오는 피, 그리고 제인. 숨결이 느껴지지 않던 시체. 채 감지 못하고 있던 두 눈. 안식을 얻지 못한 두 눈. 그리고 싸늘한 방 안의 공기.그리고,

 

 [배신자에게 보내는 선물]

 

 살인자의 메시지.

 

 그게 기억하는 모습의 전부였다. 어떻게 경찰에 연락했는지도 이젠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이 비명을 질렀던지, 아니면 잠시 기절했었나 싶기도 하고 곧바로 상황판단을 하고 경찰에 연락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사이렌소리가 저 만치에서 들려올즈음에 다시 크게 숨을 들이키고 나니 자신은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우두커니 문지방을 밟고 서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시체를 보면서 우두커니.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들이 재빨리 계단을 뛰어오는 소리가 났고 곧이어 자신은 경찰차로 이송되어 테람 시 경찰청에 도착했다. 그 순간이, 이 곳으로 오는 그 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그 안에서 무슨 생각을 했더라. 이렇게 그냥 멍하게 있었나? 질문이 금세 머리를 들이내밀었다가 다시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피해자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계속해서 키보드를 타닥거리며 눈 앞의 경찰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전 여기 어제 이사왔어요, 제인과는 오늘 아침에 처음 만난사이였어요. 아침에 제인이 빵을 구워서 제 집으로 찾아왔었죠. 이웃이니 친해지자는 의도였지요, 그래서 그녀와 삼십분에서 사십분정도 대화를 했어요. 그게 다예요"

 

 "어째서 피해자의 집에 간거죠?"

 "아홉시에 클럽에 가기로 약속했거든요, 그랬는데… 아무리 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길래 혹시나 하고 문을 열었더니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더군요."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 말해주시죠. 핑거우드양을 범인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단지 수사에 필요해서 말입니다."

 

 알겠어요. 그렇게 대답하면서 프리멜라는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아침 다섯 시즈음에 일어났고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준비를 마친 후, 지하시장에 다녀왔다. 그리고 앞집 남자를 만났고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가 여덟시가 채 안되었던 것 같다. 베란다에서 크레스토 일간지를 보고 있을 때 빵을 구워들고 제인이 나타났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집 남자와 말다툼을 했다구요?"

 "초면인데 반말에 기분나쁜 말을 들었거든요"

 "앞집 남자라…골드슈에 A 빌라…잠깐, 거기에 누가 산다는 말을 들었는데…"

 "제인이 말해주더군요, 그 사람. 경찰이라고"

 

 '저 새끼들 좀 닥치게 해!' 자신과 대화를 나누던 사내가 벌떡 일어나면서 크게 소리를 질렀고 곧이어 여러 경찰들이 달라붙어 난동을 부리던 폭주족들을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물론 유치장이겠지.

 

 조금씩 부유하던 몽롱한 기분이 착 가라앉는게 느껴졌다. 물을 머금은 솜처럼 무거워지려는 팔을 겨우 움직여 무릎을 매만졌다. 손에서 나온 땀이 스타킹을 축축하게 젹셔갔다. 계속해서 이런 상태여봐야 경찰에게도 자신에게도 좋은 일은 하나도 없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은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을 끄집어 내서 이 사내에게 전해주는 일이다. 그리고 자신이 용의선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해야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잘못하면 제인을 죽인 살인범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일단 자신은 지하시장을 다녀온 이후, 제인을 보내고 계속 혼자서 집에 머물렀다. 그 누구도 함께 있지 않았으니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줄 사람도 없다. 물론 현장에서도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를 찾을 순 없겠지만 말이다.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뒤에서 벌컥,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누군가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헉, 헉 숨을 몰아내쉬는 장신의 사내는 자신과 대화하던 이를 보며 말했다.

 

 "헤임, 뭐 알아낸 거라도 있어?"

 "아직 심문중이야. 현장엔 가봤냐?"

 "그래. 아주 처참하더군"

 

 "이 사람이요, 앞집 남자"

 

 그 말에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린 남자는 인상을 대번에 구기면서 물었다.

 

 "이 여자 뭐야? 왜 여기있어?"

 "최초발견자야, 현장에 있던 팀한테 못 들었어? 방해하지 말고 옆에 앉아나 있어."

 

 헤임이라는 이름의 사내는 그렇게 말하며 그를 쏘아보았다. 앞집 남자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헤임경관의 옆자리에 앉아 그가 작성중이던 보고서를 보면서 물었다.

 

 "뭐야, 아직 이것밖에 안했어?"

 "시끄러워, 일단은 최초 발견자고 여자야. 너도 봤을 거 아니냐 피해자의 상태를. 목격자를 안정시키는게 최우선이었어."

 

 헤임경관의 말에 그는 눈을 가늘게 좁히더니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는 그의 눈을 피해야할 이유도 없었으니 담담히 그를 마주바라보았다. 이 새끼 이거 왜이래, 아무 말없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자신과 남자를 보던 경관이 어이없다는 듯 그에게 뭐라 말을 하려고 할 때 무겁게만 보이던 그 입이 다시 열렸다.

 

 "반갑습니다. 테람 시 경찰청 강력 1팀 유진 파코다입니다"

 "프리멜라 핑거우드입니다"

 

 냉철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나 사뭇 정중한 태도는 아침에 만난 앞집 남자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어쨌거나 일을 할 때는 확실하다는 뜻이니 나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하라는 듯 헤임경관을 바라보았고 그제 서야 다시 사건에 대한 조사는 진행되었다.

 

 별거 아닌 다툼이었어요, 파코다를 슬쩍 바라보았다가 그렇게 말하자 헤임은 대충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자와는 어떤 대화를 나누었습니까"

 

 "그녀는 상당히 수다스러운 사람이었어요, 이전에 살았던 남자에 대해 말했고 또 신문을 보다가 테슬라 헤리엇의 작품에 관해 대화를 나눴죠. 여기 테람이 그 여자 작품인 소리없는 비명의 촬영장소가 된다면서요. 그리고…사이킬에 대해 조금 이야기했죠. 여느 사람들처럼 평범하고도 평범한 이야기였어요."

 

 '사이킬'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자 앞의 두 남자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았다. 현장을 봤다면 그들 또한 대충 범인의 윤곽을 떠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벽에 피로 쓰여진 글자, 짓뭉게진 손가락. 그리고 마치 보란 듯이 난폭하게 헤집어놓은 침대위 시체.

 

 그건 현재 장안의 화제인 연쇄살인범 '사이킬'의 범행수법과 일치했다. 낮게 침묵이 내려앉을 즈음, 갑자기 시끄럽게 전화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당직 경찰들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경찰청 안의 전화란 전화는 죄다 울리기 시작했다. 끊어도 끊어도 계속해서 전화기들은 울려댔고 장내는 순식간에 조금 전 폭주족들이 난동을 피울 때 처럼 소란스러워졌다.

 

 사이킬. 폴 햄튼 시의 연쇄살인마. 발생한 살인사건이 그 사이킬과 수법이 동일하다면 그야말로 테람 시 경찰청에는 초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

 

 "하이에나 같은 새끼들! 어디서 사건 냄새를 맡은 거야?"

 

 누군가가 거친 욕설을 내뱉었고 다들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를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떤 새끼가 신문사에 찔렀냐, 앙?"

 

 들리는 말을 조합해보면 사건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었다.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신문사의 귀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핑거우드양."

 

 그 소란통에도 바로 앞에 얼굴을 마주하는 헤임경관의 목소리는 똑바로 들려왔다.

 

 "현장을 최초로 발견하셨으니 대충은 눈치채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피해자인 제인 에일런양은 과학자가 아니라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지만 범행수법으로 보아선 사이킬이 가장 유력하죠, 혹은 모방범이거나요. 발견자인 당신은…"

 

 "랭스터드 경관님! 파코다경관님! 서장님께서 부르십니다.최초 발견자라는 분도 함께요."

 

 갑작스러운 호출에 세 사람의 시선이 비쩍 마른 경관 하나에게로 옮겨졌다. 뭐야? 헤임이 투덜거렸고 프리멜라는 차가워진 제 손을 마주잡았다. 딱. 소리가 난 건 그 때였다.

 

 또다시 딱. 하고 창을 두들기는 소리에 프리멜라는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검은 후드를 눌러쓴 사람의 형체가 창 밖으로 검푸른 밤의 광경에 녹아들어 있었다. 순간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소리가 난 것 같았다.

 

 "저기요…"

 

 프리멜라는 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유진과 헤임을 불렀지만 그들은 뭐라 대화를 하느라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가장 안전한 경찰서 안인데도 불안한 감정이 피어나 입술이 떨렸다.

 

 [나를 봤어(Did you see me)?]

 

 그럴 리가 없는데도 남자의 목소리가 제 귓가에 들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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